그 말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이 가게의 사장이 임지수라는 걸 알았다.“지수.”몇몇 동창들이 갑자기 임지수에게 아부하기 시작했다.샤브샤브 3층 VIP룸에서 송진, 강서준과 송나나가 함께 자리했다.“나나, 이제 만족하냐?”송진이 흐뭇하게 웃으면서 물었다.“응.”송나나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생일일 거야. 아빠, 고마워.”고맙다는 말에 송진은 가슴이 뿌듯했다.똑똑!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이준성이 문을 열었다. 문 밖에 여자 두 명이 서 있었다.한 여자는 나이가 있고 다른 여자는 훤칠한 키에 화려한 원피스를 입어 기품이 남달라 보였다.바로 하연미와 김초현이다.“송 선생님.”하연미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희가 들어가도 될까요?”그리고 소리를 높여 강서준을 불렀다.“서준, 네 아내도 왔어.”그때 강서준은 창가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창 밖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봤더니 하연미와 김초현이었다.강서준이 벌떡 일어서 김초현에게 다가가며 웃었다.“여보, 여기는 어쩐 일로 왔어요?”그리고 자연스럽게 김초현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였다.김초현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강서준을 따라 들어갔다.“초현, 얘기 나눠. 난 방해하지 않을게.”하연미가 눈치 빠르게 피했다.자신이 송진과 감히 마주앉을 신분이 아니니 김초현만 들여보낸 것이다.김초현이 소파에 앉았다.“언니, 안녕하세요.”송나나가 달달한 목소리로 불렀다.“안녕하세요.”김초현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인사했다.“젊은이들끼리 얘기해. 난 방해하지 않을게.”송진도 눈치 빠르게 자리를 피하며 이준성에게 눈길을 보냈다.이준성이 송진을 따라 룸에서 나왔다.송나나는 김초현의 옆에 앉은 강서준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언니, 서준 오빠랑 진짜 천생연분이에요. 한 사람은 능력이 있고 한 사람은 미모가 뛰어나고. 역시 영웅에겐 미인이 어울리는 법이죠.”“그래요?”김초현은 건성으로
하지만 서청희와 흑룡이 서로 끈적하게 껴안고 격렬하게 키스하는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아렸다. 김초현이 실망하는 표정으로 강서준을 바라봤다. ‘흑룡의 10분의 1이라도 따라갔으면 얼마나 좋을까?’“서준 오빠, 젊은 나이에 누구한테서 의술을 배웠어요? 싸움도 엄청 잘하고 스승이 누구예요?”송나나가 손으로 턱을 괴며 강서준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 남자에 대해 사소한 것이라도 알고 싶었다. 너무나 미스터리한 부분이 많지만 의술이며 싸움이며 다 자신의 마음에 쏙 들었다.강서준은 대답대신 피식 웃으면서 김초현을 슬쩍 봤다.김초현의 몸에서 향기로운 향수 냄새와 샴푸 냄새가 풍겼다. 옆에 처음 앉는 것도 아닌데 왠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세차게 뛰고 열이 올랐다.김초현은 그런 강서준을 무시하고 송나나와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었다.“나나 씨, 의술과 싸움은 모두 흑룡이 알려준 거예요.”“그래요?!”송나나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말하려고 입을 벌린 순간, 강서준이 SA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가면서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러니 여기서 말하면 안 되었다.“아, 그렇군요.”그냥 이제야 알았다는 듯 맞장구를 치며 강서준을 힐끗 쳐다봤다.‘당신이 흑룡이면서 흑룡한테서 배웠다고?’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강서준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연애 상담가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연애 상담사를 그룹 채팅방에 초대하고 자신이 지금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곧 그룹 채팅방이 폭발한 듯 다양한 메시지가 떴다. 강서준이 재빠르게 수많은 제안을 훑어봤다.마음에 드는 제안을 발견하고 입고리를 치켜 올렸다.“왜 그래요?”김초현이 화들짝 놀랐다.강서준이 갑자기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하얗고 보드라운 손을 잡고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여보, 요즘 새로 나온 영화가 있다는데 같이 보러 가요. 채우석이 주연으로 나온 ‘백점짜리 연애’라나 뭐라나.”지금 채우석은 QS 그룹에서 쫓겨났지만 이 영화는 전성기때 찍은 것이었다
강서준이 손짓으로 옆에 놓인 의자를 가리켰다.“앉아. 탁수연은 어떻게 됐어?”임지수가 의자에 앉더니 덤덤하게 말했다.“확실하게 얘기했어. 하지만 이혼은 어려울 거 같아. 죽어도 이혼은 안 한다는데 강제 이혼을 신청할 거야. 맞다, 바람 피운 증거를 수집해야 되는데 도와줄 수 있어?”“그래.”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정보망이 나서면 그 정도 증거는 쉽게 얻을 수 있다.“나한테 맡겨. 내일 보내줄게.”임지수가 기뻐하며 정중하게 감사를 표시했다.“고맙다. 네가 아니었다면 평생 이렇게 주눅 들어 살았을 거야. 내게 새 생명을 준 거나 다름없어.”강서준이 손을 흔들며 웃었다.“말이 지나쳤다. 친구끼리 낯 간지럽게 고맙기는. 주방에 얘기해. 음식을 빨리 내오라고. 점심 먹고 오후에 볼일이 있어.”“그래.”임지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재빠르게 주방으로 향했다.강서준은 샤브샤브를 맛있게 먹고 송진과 작별 인사를 했다.그리고 김초현과 가게에서 나와 영화관으로 향했다.영화관에서 커플석 티켓을 구매하고 뒤쪽에 위치한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김초현이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지만 강서준의 마음은 딴 곳에 있어 영화를 볼 기분이 아니었다.마침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과 깊은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이때다 싶어 강서준이 슬며시 김초현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았다.한참 영화 스토리에 감동을 받은 김초현이 강서준의 어깨에 기대며 품에 안겼다.강서준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연애 상담사들 답게 여자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었다. 영화관에서 어떻게 하면 스킨십을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설명해줬다. 바로 남녀가 키스하는 장면을 본 김초현이 감성에 빠지면서 스스로 안길 때 주동적으로 카리스마 있게 키스를 해버리는 것이다.하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이렇게 강압적으로 김초현에게 키스할 수 없었다.수많은 적군과 싸워는 봤지만 키스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다시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김초현을 꼭 안았다.영화를 열심히 보던 김초현은 갑자기 들어온
죄지은 놈이 제 발 저리다고 강서준은 자신에게 정말 잘해줬었다. 그동안 자신의 말이라면 다 들어주었는데도 정작 본인은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었다.불륜이다.김초현은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추려고 바닥을 보며 걸었다.강서준을 쳐다볼 면목이 없었다. 자신이 잘못했기 때문에 반박하지 않고 손을 잡게 내버려두었다.영화관을 나서자 한 여학생이 장미꽃을 한아름 들고 강서준에게 다가왔다.“오빠, 꽃 한송이를 예쁜 언니에게 선물할래요? 미인에겐 장미가 잘 어울려요.”“얼마야?”강서준이 웃으면서 물었다.“한 송이에 2만원이요.”“내가 다 살게.”강서준이 호주머니를 뒤졌지만 지갑이 없었다. 평소 갖고 다니는 습관이 없었다.어색하게 웃으면서 물었다.“휴대폰으로 결제할 수 있지?”“그럼요.”여학생이 웃자 양 볼에 귀여운 보조개가 나타났다. 휴대폰에서 바코드를 꺼내 보였다.“모두 아홉 송이에요.”강서준이 바코드를 스캔하고 18만원을 결제했다.“감사합니다.”여학생이 장미를 건네 주고 신나게 뛰어갔다.강서준이 웃으면서 장미를 김초현에게 주었다.“받아요.”김초현이 입을 삐죽거렸다. 이런 거 받고 싶지 않았지만 억지로 받았다.“우리 쇼핑이나 할까요? 그동안 내가 아무것도 선물하지 않았으니 마음에 드는 거 골라봐요. 내가 다 사줄게요.”“당신이?”김초현이 의심쩍은 눈초리로 봤다.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뭘 산다고 그래요? 원피스, 화장품 당신 월급으로 살 수 있어요?”“돈 걱정은 하지 말고. 나 돈이 부족하지 않거든요.”강서준이 진지하게 말했다. 가족간의 사랑, 우정, 애정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거라 여기기 때문이다.김초현이 심호흡을 했다. 확실히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전에 ST 공장을 인수할 때 아무 말없이 370억을 준 것만 해도 그랬다.살짝 기대가 되었다.“알았어요.”김초현은 더는 비꼬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아홉 송이 장미를 들고 살며시 냄새를 맡았다.“너무 향기롭다.”그 모습을 본 강서준도 매우 흡족했다. 김초현의
“영웅과 강중 제일미인의 사랑 스토리,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에요. 두 분은 앞으로 아름다운 미담으로 남을 거예요.”난처한 말에 김초현이 다급하게 해명했다.“오해하셨어요. 저와 흑룡은 그냥 친구에요. 그리고 저 남편과 이혼하지도 않아요. 남편이 전에 흑룡 부하였는데 사이가 아주 돈독하거든요.”옆에서 그 말을 듣던 강서준은 기분이 좋았다. 자신과 이혼하려는 생각이 없어졌으니 지금 노력하면 충분히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김초현이 강서준의 손을 잡고 가게에서 나왔다.지금은 어디 가나 자신과 흑룡에 대해 물어봤다.김초현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미안해요. 나와 흑룡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서준 씨가 전에 구치소에 잡혀갔을 때 나를 도와서 강중 신의로 밀어줬거든요. 그리고 여자친구도 있어요. 서준 씨도 아는 사람이에요.”비록 입으로 사과를 했지만 얼굴에 왠지 모를 실망감이 스쳐 지났다.강서준은 김초현이 아직도 흑룡을 그리워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괜찮은 척했다.따지고 보면 자신의 다른 신분을 좋아하는 것이니 불륜이라고 해도 결국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난 괜찮으니까 집에 가요. 쇼핑은 못하겠어요.”“네.”김초현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집에 돌아와 보니 하연미와 김호가 먼저 도착했다.하연미가 강서준을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했다. 따뜻한 차에 간식까지 챙겨 주었다.강서준은 살짝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하연미가 차를 따르며 물었다.“서준, 송진이 너한테 절반 재산을 준다는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네?”강서준이 얼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송진이 확실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은 탓에 따져 묻지도 않았다.게다가 자신이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송진이 준다고 해도 받지 않을 텐데.“어머니.”강서준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송 선생이 농담한 거예요. 절반 재산을 준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송진의 재산이 얼마인지 아세요? 대충 계산해
김초현이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송진의 딸을 구해줬으니 치료비를 받는 건 당연해요. 이혼으로 협박하는 게 아니라 나는 그냥 두 사람이 맞으면 같이 있고 맞지 않으면 헤어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둘은 맞지 않아요.”“알았어요.”강서준이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비록 이혼으로 협박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알아들었다.그 순간 SA 가문과 김초현에게 실망했다. 너무나 실망했다.이 가문은 죽으나 사나 돈밖에 모른다. 김초현은 처음엔 이러지 않았는데 어느새 가족들에 물들여 속물이 되어 버렸다.강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진지하게 말했다.“김초현 씨, 마지막으로 도와주죠. 얼마 필요한지말 말해요. 당신에게 진 빚은 돈으로 다 갚을 테니까. 그리고 결혼에 대해선 당신 말이 맞아요. 맞으면 같이 있고 맞지 않으면 이혼해야죠. 그동안 난 할 만큼 다 했지만 당신 마음을 조금도 얻지 못했으니, 이건 사랑이 아니라고 봐요.”강서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김초현이 살짝 당황했다.“얼마 필요한지 말해요.”하연미가 끼어들어서 금액을 요구했다.“똑똑히 들어. 2조야. 2조 아니면 나 가만 있지 않아.”“알았어요.”강서준은 바로 집에서 나왔다.“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초현의 계좌에 입금 할게요.”김초현은 강서준이 사라지는 뒷모습만 바라봤다. 그 순간, 무언가를 잃은 듯 가슴 한 구석이 허전했다.이번에야말로 강서준이 김초현을 떠났다.번화한 도로를 걸으면서 10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회상했다.김초현 덕분에 목숨을 건지고 같이 살았던 날들을 떠올렸다.남은 생에 옆에 있어주는 것으로 살려준 은혜를 보답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노력을 해도 김초현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노력한 보람을 느끼지 못했다.“후.”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서로 맞지 않다면 헤어지면 그만이다.강서준이 휴대폰을 꺼내 백소희에게 연락했다.“강 형님.”휴대폰 너머로 백소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서준이 분부했다. “
“초현아, 빨리 그 돈을 내 계좌에 이체해. 내가 보관해 줄게.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을 세워야겠어. 우리 먼저 큰 별장을 살까? 그리고 세계 일주 여행은 어때?”하연미는 벌써 돈을 어떻게 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안 돼.”김초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이 돈은 제 거에요. 어떻게 엄마한테 맡겨요.”하연미에게 주는 순간 돌려받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군병원에서 이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라고요? 형, 아니죠? 초현 씨 에게 2조를 주고 관계를 정리했다고요?”강서준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우린 전혀 어울리지 않아. 게다가 나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2조를 주고 은혜를 갚은 셈이지.”“그렇지만 흑룡을 좋아하잖아요. 형이 흑룡이고, 왜 신분을 밝히지 않았어요? 그러면 같이 있어도 되잖아요.”강서준이 숨을 들이마셨다.머리가 복잡했다. 자신의 두 신분 때문에 머리가 지긋지긋 아팠다.“됐어. 그만 말하자. 오늘 이후로 흑룡 강서준은 없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거야.”“에휴.”이혁이 탄식했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사랑은 정말 복잡해요. 역시 혼자가 편해요. 구속도 안 받고 자유롭고, 나 평생 결혼하지 않기로 결심했어요.”“기분 잡치는 얘긴 하지 말자. 몸은 어때? 나가서 술 마실 수 있겠어?”“안 돼요!”조용히 있던 문소정이 갑자기 끼어들었다.이혁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형, 지금 걸을 수 있지만 아직 상처가 완전히 낫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2개월은 더 있어야 완쾌할 거 같아요. 미안해요.”“괜찮아.”강서준이 손을 흔들었다.“그럼 쉬어. 또 보러 올게.”그리고 군병원에서 나왔다.아주 중요한 물건을 잊어버린 것처럼 가슴 한 구석이 허전했다.하소연할 사람을 찾고 싶었지만 아무도 없었다.강중에서 허물없이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이혁뿐이다.그런데 지금 병원에서 치료 중이니 억지로 데리고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한참을 걷다 술집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취할 정도로 술을 들이마셨다
천자는 대하에서 절대 강서준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에게는 강서준을 죽일 만한 실력이 없었다.천자는 김초현을 이용해 강서준을 협박할까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일을 통해 강서준은 김초현을 아주 중히 여기고, 때로는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만약 김초현에게 사고가 생긴다면 강서준은 미쳐 날뛰며 천자가 감당할 수 없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그렇다면 강서준을 죽일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바로 변관의 전장에서 죽게 하는 것이다.지금의 변관은 아주 평화로웠기에 강서준을 다시 불러들이려면 주변의 나라를 이용해 전쟁을 일으켜야만 했다.천자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탁탁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탁, 탁, 탁.박자감 있는 소리가 방안에서 울려 퍼졌다.얼마 후 천자가 입을 열었다."당분간은 잠자코 있어.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네."사람들은 머리를 끄덕였다.같은 시각, 김초현은 강서준이 진짜 2조를 보내올 줄은 몰랐다. 몇 만원도, 몇 억원도 아닌 조, 무려 2조 원을 말이다.이는 그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엄청난 돈이었다.보통 사람의 능력으로 10개의 생을 통틀어도 이렇게 많은 돈을 벌지 못할 것이다.아무리 SA 그룹이라고 해도 수십 년 동안 노력해서 몇 천억밖에 벌지 못했다. 전성기에 꺼내 쓸 수 있는 돈도 200억 정도 밖에 안됐다.그런데 강서준은 지금 김초현에게 2조 원을 보내줬다. 돈을 받은 김초현은 약간 막연한 기분을 느꼈다.강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그녀는 자신이 강서준을 영원히 잃었다고 생각했다. 이는 그녀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 강서준을 차버린 이상 그녀는 자신의 행복을 쫓을 자격이 있었다."초현아, 그 돈은 어떻게 쓸 생각이야?"하연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김초현을 바라봤다.아직 생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던 김초현은 작게 머리를 저었다."그건 무슨 뜻이야? 생각이 있으면 말로 해."하연미는 급한 말투로 말했다."2조 정도의 돈이라면 평생 부귀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