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미는 양손을 어깨에 짚고 호통을 쳤다.“이 자리에서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집에 들어올 생각하지 마.”강서준은 어안이 벙벙했다.“어머니, 아무 일도 없었어요. 경찰이 잘못 짚었다고요. 내가 죄를 지었다면 하룻밤 사이에 풀려나겠어요?”“진짜지?”그래도 하연미는 믿어주지 않았다. 아니나다를까 어젯밤 갑자기 무장한 경찰들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진짜 아니에요. 오늘 한의원 거리가 들썩할 텐데 어머니도 구경하러 가실래요?”“그럴 기분이 아니야.”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었고 김현도 병원에 입원한 마당에 한가하게 구경하면서 다닐 마음이 없었다.“들어와서 얘기해.”김초현은 강서준을 끌고 집안 거실로 들어왔다. 소파에 앉은 강서준이 김호에게도 물었다.“아버지는 가실래요?”솔직히 김호는 가고 싶었다. 이번 한의학대회에 수많은 명의는 물론 해외에서 온 명의들까지 참가해 매우 떠들썩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하연미의 눈치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됐어.”강서준도 강요하지 않았다.“여보, 옷 갈아 입고 나가자.”“알았어.”김초현이 방에 들어가고 강서준은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누가 문을 두드렸다.탕탕탕!“서준, 가서 문 열어.”하연미가 시키니 어쩔 수 없이 담배를 피다 말고 문을 열어주러 갔다.김천용이 찾아왔다.“할아버지, 어떻게 오셨어요?”김천용은 강서준을 보자마자 두 손을 잡았다.“서준, 이번 일은 정말 고마웠다.”강서준이 피식 웃었다.하연미가 다가오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버지, 무슨 일이에요? 아침부터 뭐가 고맙다는 거죠? 이 자식이 또 무슨 짓을 했어요?”김천용이 흥분하면서 말했다.“방금 법정에서 전화가 왔었어. 봉인한 우리 별장은 물론 SL 그룹과 모든 산하 기업을 풀어주고 우리가 진 빚에 대해서도 추궁하지 않는다고 하더구나.”“네?”하연미는 강서준을 의심스럽게 보면서 물었다.“그게 이 자식과 무슨 상관이죠?”그 태도에 김천용이 어리둥절했다.“서준이 나서서 해결한 거 아니냐?”“설마
김초현이 머뭇거리는 모양새를 보고 하연미는 어젯밤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그녀는 언성을 높이며 다그쳤다."얼른 말해."김초현은 더 이상 감추지 않고 어제 밥을 먹으면서 일어난 일을 사실대로 토로했다. 하지만 WE그룹과 NE그룹 사람들이 온 후에는 하윤지와 함께 밖으로 나가서 그녀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몰랐다.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그들의 시선이 전부 강서준을 향했다는 것이다.'진짜 서준 씨의 말대로 맞기가 무서워서 그러는 건가?'사람들의 의혹스러운 표정에 강서준도 어쩔 수가 없었다. SA일가는 그를 믿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냥 사실대로 말할게요. 실은 송진이라는 사람이 도와줬어요.""송진?"SA일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송진이 누군지 답을 기다렸다."뭐?"이때 김천용이 깜짝 놀란 말투로 물었다."송진이라고? 혹시 북림의 송진 말이냐? 광산의 황제라고 불리는 그 사람 말이다.""네."강서준이 답했다."그 사람 맞아요."김천용은 강서준을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송진은 북림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송진의 JN그룹은 5대 상업 연맹도 이길 수 없는 존재라고 하더구나. 그런 분이 왜 우리를 돕는 거지?"강서준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연히 저 덕분이 아니겠어요? 제가 어제 점심에 우연히 송진의 딸 송나나를 구했거든요. 송진은 아마도 감사의 뜻으로 SA그룹을 도왔을 거예요."SA 일가는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김천용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어찌 됐든 서준이 덕분에 또 한고비를 넘겼구나. 앞으로 서준이는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SA그룹의 사위야. 또다시 이혼 얘기를 입에 올리는 사람이 있다면 가문에서 쫓아버릴 줄 알아.""할아버지, 이번 고비도 김초현 때문에 생긴 거예요. 그리고 강서준도 우연히 권세의 딸을 구했을 뿐인데 왜 감사를 해야 하죠?""그러게 말이에요.""김초현만 없었어도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 거라고요."SA 일가는 불만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강서준은
강서준은 그들이 이렇게까지 대범하게 행동할 줄은 몰랐다. 왜냐하면 이곳은 변관의 전장이 아닌 평화로운 도시였기 때문이다.강서준은 백미러를 통해 뒤쪽의 상황을 관찰했다. PF가 이미 조준을 시작한 것을 보고 그는 슬슬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진짜 발사가 된다면 강서준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다른 차들은 피하기가 어려웠다.하지만 다행히도 강서준이 걱정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PF를 발사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도대체 어쩌자는 거야."강서준은 이렇게 혼잣말을 하며 빠르게 고속도로를 향해 달렸다. 고속도로만 탈 수 있다면 교외로 피해 갈 수가 있었다.강서준의 차는 4000천만 원 정도 밖에 안되는 폭스바겐이었는데 벌써 200야드의 차 속에 7000의 엔진 회전 속도를 달했다."갑자기 왜 이러는 거예요? 얼른 차를 멈춰요."김초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좌우로 흔들렸다. 그녀는 흔들리다 못해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뒤에 있는 차는 여전히 끈질기게 따라오고 있었다. 분명히 차를 폭발 시킬 기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강서준은 의혹스럽기만 했다.교외로 온 강서준은 인적이 드문 곳에 차를 세웠다.김초현은 후다닥 차에서 내려와서 비틀비틀 길가로 걸어가 토하기 시작했다.뒤따라오던 차도 함께 멈춰 서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왔다. 차 앞으로 다가온 강서준은 의혹스러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그들이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이곳까지 따라온 걸 보면 애초부터 교외로 몰아넣을 계획인 듯했다."강서준..."이때 한 남자가 걸어왔다.까무잡잡한 피부의 50대 남자는 검은색 외투에 선글라스를 낀 채로 다가왔다.강서준은 그를 노려보며 덤덤하게 말했다."당신은 누구지...?"중년 남자는 작은 물병을 앞으로 던졌다. 허공에서 낚아챈 강서준은 물병을 힐끔 쳐다봤다. 크리스털 병에는 파란색 액체가 담겨있었다.강서준이 미간을 찌푸린 것을 보고 중년 남자는 담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마셔."강서준은 이미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
윗옷을 벗은 강서준은 은침을 한가득 꽂고 있었다. 은침의 끝에서는 파란색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서준 씨, 지금 뭘 하는 거예요?"강서준은 가슴과 팔뚝에 있는 은침을 뽑으면서 싱긋 웃었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김초현은 정색하면서 말했다."내가 바보인 줄 알아요? 방금 우리를 쫓아오던 사람은 또 누구예요? 그 사람들이 당신한테 뭘 먹였어요?""나도 몰라요."강서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도 상대가 누군지, 또 자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모르고 있었다.대부분을 토해내고 은침까지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혈액과 융합된 액체가 있었다. 강서준은 몸이 서서히 굳어가고 있음을 느꼈다."정말이에요?""나도 진짜 몰라요.""그럼, 몸은 괜찮아요? 안색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병원이라도 갈까요?'김초현은 강서준의 안색이 이상한 것을 보고 걱정되어서 앞으로 걸어가 그를 부축해 줬다.그러자 강서준은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아무래도 미각과 행동 능력을 잃게 하는 약인 것 같아요. 대부분을 빼내기는 했지만 여전히 몸에 남아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네요. 나는 운전을 못할 것 같으니까 당신이 운전해요."강서준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비록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평소처럼 걸어 다니는 것은 문제없었다.김초현이 또다시 강서준을 부축하려고 하자 그는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혼자서 걸을 수 있어요. 방금 마신 약의 성분을 연구해서 해독 약을 만들어야겠어요."강서준은 천천히 조수석에 올라탔고 김초현은 운전석에 올라탔다.김초현은 운전을 해서 시내로 돌아갔다."여보,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괜찮으니까 운전에 집중해요."김초현이 물었다."그럼 지금은 집으로 가요? 아니면 의료 거리로 가요?""당연히 의료 거리로 가야죠. 이번 의술 대회는 아주 재미있을 거예요."강서준은 개구진 표정을 지었다.의술 대회가 시작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그의 참석을 막으려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러니 이번 의술 대회는 무조건 재미있을 것이다.'내가
강서준은 그럴 가능성은 아주 작다고 생각했다.한근명은 일개 의사일 뿐이었다. 비록 고운도 28개 국 중의 하나라고는 하지만 아주 작은 나라에 불과했다. 그러니 그는 절대 천산관 전투의 계획자가 아닐 것이다. 진정한 흑막은 한근명이 아닌 그의 뒤에 있는 다른 사람일 수도 있었다.강서준은 머리를 저으며 복잡한 생각들을 떨쳐냈다. 그는 눈을 감고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김초현은 조용히 운전을 해서 금세 시내의 의료 거리에 도착했다.오늘은 의술 대회를 시작하는 날이라 의료 거리가 평소보다 훨씬 시끄러웠다. 지금은 교통을 통제하기 위해 차량의 진입을 금지하고 있었고 거리에는 걸어 다니는 사람으로 빼곡했다.김초현은 강서준을 부축하며 걸었다. 강서준은 마치 마리오네트가 된 것처럼 동작이 아주 느렸다."여보,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병원에 안 가봐도 되겠어요?"강서준이 마치 조각상이라도 된 것처럼 무표정하게 있는 것을 보고 김초현은 아주 걱정되었다.그러자 강서준은 입만 움직이며 말했다."괜, 괜찮아요. 그러고 보니 SL 진료소가 다시 개업을 했겠네요? SL 진료소로 가기만 한다면 해독할 방법이 있어요. 해독만 한다면 문제가 없을 거예요.""그래요."김초현은 짧게 대답을 하고 강서준을 부축해서 SL 진료소로 갔다. 하지만 강서준의 걸음 속도는 느려도 너무 느렸다."여보, 그냥 내가 업어 줄게요.""돼, 됐어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초현 씨를 욕 보일 수도 있어요.""괜찮아요."김초현은 몸을 숙여 강서준은 업으려고 했다.강서준도 지금의 속도로 SL 진료소까지 도착하려면 한참 걸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김초현의 등에 업혔다.강서준을 업은 김초현은 힘 겹게 몸을 일으켰다.사람으로 북적이는 거리에는 시민과 기자가 아주 많았다. 이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은 저마다 손가락질을 했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김초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김초현은 강서준을 업은 채로 빠르게 움직여 삼십분 후에 드디어 SL 진료
진료소 안으로 들어가 앉은 강서준이 말했다."초현 씨, 옷 좀 벗겨줄 수 있어요?""네."김초현은 그의 말대로 움직였다."바지도요.""네?"김초현은 멈칫하더니 얼굴을 붉히면서 물었다."뭐 하려고요?""그냥 빨리 벗겨줘요.""알겠어요."김초현은 강서준의 바지도 벗겼다. 그는 지금 속옷만 입고 있었다."은침을 준비해 줘요.""네."김초현은 빠르게 은침을 준비했다.뒤늦게 들어온 SA 일가는 의혹스러운 표정으로 옷을 벗은 강서준을 바라봤다.심지어 김위헌은 키득키득 비웃으면서 말했다."이 폐물 놈이 또 무슨 짓을 하는 거야?"강서준은 단호하게 김위헌을 무시했다.김초현은 금세 은침을 찾아서 돌아왔다."여보, 은침을 갖고 왔어요."강서준이 물었다."내가 저번에 인체의 경맥과 혈도에 관한 책을 읽어라고 했었죠? 인체의 혈도에 대해 기억하고 있어요?""그, 글쎄요.""그럼 책을 갖고 와요."김초현은 강서준의 생각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SL 진료소의 책장에서 혈도에 관한 책을 강서준의 앞으로 갖고 왔다."은침을 들고 내가 하라는 대로 해봐요. 내가 놓으라는 곳에 놓기만 하면 돼요.""처음에는 일단 천영혈에 놓아요. 너무 깊게 놓을 필요는 없고 피부에 들어가기만 하면 돼요."김초현은 한 번도 침을 놓아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강서준의 지령에 따라 신속하게 책을 펼치며 천영혈을 찾았다. 하지만 그녀는 천영혈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침을 찌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여보, 이거... 조금 무서운데요.""괜찮으니까 용감하게 해 봐요."김초현은 심호흡을 하며 조심스럽에 강서준의 천영혈에 침을 놓았다."백회, 풍지, 혈해..."강서준은 끊임없이 혈자리를 읊었다.혈자리의 이름을 들은 김초현은 책에서 확인을 한 후, 또 강서준의 머리에서 열심히 찾아 틀림없다는 확신이 생긴 후에야 침을 놓았다.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강서준의 몸에는 은침이 가득 놓이게 되었다. 은침들은 삐뚤삐뚤한 것이 아주 기괴해 보였다."여, 여보.
강서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대놓고 무시를 하며 비웃기 시작했다.김해의 아내인 이지영은 비꼬면서 말했다."너 자신을 너무 대단하게 생각한 건 아니니? 의술을 조금 안다고 해서 명의가 되는 것도 아니고... 강중의 백만 한의사 중에서 아무 사람이나 나와도 너보다는 나을 거야.""그러게 말이에요."김위헌도 입을 보탰다."강서준은 능력도 없으면서 항상 큰 소리를 해요."강서준은 SA 일가와 따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SA 일가는 기회만 있으면 그를 깎아내렸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 진작에 익숙해진 강서준은 그들을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이때 김초현이 물었다."그나저나 SL 진료소를 재기시킬 방법이 진짜 있는 거예요?""SL은 나랑 상관없고..."강서준은 덤덤하게 이어서 말했다."나는 이번에 ST, 아니 SJ 그룹의 명성을 날릴 거예요.""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네가 무슨 수로 SJ그룹의 명성을 날릴지 지켜보고 있겠어.""공장이 평지로 밀려서 일도 못하는 마당에 명성은 무슨..."SA 일가는 또다시 비웃기 시작했다."초현 씨, 우리는 SJ로 가봐요.""네."김초현은 머리를 끄덕였다.그렇게 둘은 함께 SL 진료소에서 나와서 그다지 크지 않은 진료소 앞으로 왔다. 진료소는 방 한 칸만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주 구석진 곳에 위치했다.김초현이 ST를 SJ로 개명하기로 결정 한 날부터 SJ는 임시 폐업을 하고 말았다.SJ 진료소의 문 앞에는 작은 의자 몇 개가 놓여 있었는데 심심해 보이는 의사 한 명이 그곳에 앉아있었다.김천웅 일가는 길가에서 전단지를 나누고 있었다."30년 경력의 한의사가 있는 SJ 진료소로 오세요. 진단은 무료, 약 값은 50% 할인이에요."김천웅의 큰 아들 김용, 둘째 아들 김강인, 손자 김소준 등 7명이 함께 진료소 앞에서 전단지를 나누고 있었다.하지만 전단지를 받은 대부분 사람들이 제대로 보지도 않고 바로 쓰레기통에 버렸다.이때 강서준과 김초현이 걸어왔다.
진료소를 열어서 20년 만에 오늘이 처음인듯했다."천웅아."김천용은 지팡이를 짚고 걸어오며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재산 문제로 싸우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벌써 관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구나. 이쯤이면 예전의 원한도 내려놓을 때가 되었지."김천웅 일가는 일제히 김천용을 바라봤다. 그들은 김천용이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의심하는 표정이었다."지금 이게 무슨 태도에요?"김위헌은 오만하게 김천웅 일가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제 할아버지가 인사하는 게 안 들려요?""김위헌 넌 입 다물고 있어."김천용이 언성을 높였다."네, 할아버지."그러자 김위헌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김천용은 안색이 어두운 김천웅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SA그룹이 이번 고비를 겪은 후 나도 생각을 달리했네. 지나간 일은 그냥 지나가도록 하지. 어차피 다 한 가족인데 죽을 때까지 안 보고 살 필요는 없잖아."김천용이 생각을 바꾼 것을 보고 김초현은 신난 말투로 말했다."할아버지, 너무 다행이에요. 앞으로는 가족끼리 화목하게 지내요.""누가 누구랑 가족이라는 거예요?"김용의 아들인 김소준이 불만 가득한 말투로 투덜거렸다. 승승장구를 할 때의 SA 일가는 그들을 보는 척도 안 하더니 나락으로 떨어지고 나서야 입에 발린 말을 했다.안색을 회복한 김천웅이 말했다."그럼 상속에 관한 일은 지나간 걸로 하죠."오랜만에 만난 두 노인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20 여 년을 안 만난 데다가 연결 고리도 별로 없어 마음의 짐이 전부 사라지지는 않았다.김천용은 김초현과 짧게 인사만 하고 SA 일가를 데리고 SL로 돌아갔다.김초현이 강서준에게 물었다."여보, 이제는 어떡해요?"강서준은 SJ 진료소의 문턱에 앉아서 길가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는 아침에 자신에게 독약을 먹인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를 생각하고 있었다.많은 수의 사람에 PF까지 꺼낸 걸 보면 상대는 필시 유명한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강서준을 죽이지는 않고 의술 대회만 참석하지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