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씨 가문은 강서준을 뼈에 사무치게 원망했다.강서준 때문에 구씨 족장 무공이 폐기된 것은 물론 지금 침대에 누워서 곧 죽어 나가게 생겼다.그 뿐이 아니다.강서준 때문에 가문에서 최강자인 조상마저 돌아가셨다.강서준이 습격당해서 중상을 입었다면 죽지 않아도 폐인이 되었을 것이다.그래도 한이 풀리지 않았다.김초현을 본 순간 구씨 가문의 분노가 다시 들끓었다.7,8명 되는 제자들이 검을 뽑고 김초현을 포위했다.“김초현. 오늘 천왕님이 와도 너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한 제자가 이를 갈았다.그자들을 본 김초현의 머릿속에 또다시 습격을 당해 중상을 입은 강서준의 모습이 떠올랐다.가슴속에 분노가 치솟으며 피가 다시 끓기 시작했다.죽이고 싶은 욕망이 점점 더 강해지면서 두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마치 흉악한 악귀 같았다.“아아악!”살욕을 강제로 억눌렀지만 도저히 제압할 수 없어 포효해 버렸다.포효 소리와 함께 무서운 기운이 감돌면서 주변에 있던 구씨 제자들이 뒤로 튕겨 나갔다.모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땅에서 뒹굴었다.그 소란에 다른 사람들이 수상함을 느끼고 건물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다.장로로 보이는 남자가 앞장섰다.구학이었다.구학은 김초현을 보자마자 경악했다.“무슨 기운이 이렇게 강한 거냐?”“죽어버려!”김초현이 손에 든 진사검을 휘둘렀다.순간 눈동자에 핏빛이 사라지며 의식을 회복했다.“도망쳐요. 도망치세요!”“하나도 도망칠 수 없다.”김초현은 마치 미친 듯이 혼잣말을 했다.구씨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바닥에 쓰러진 제자들이 일어서더니 구학의 뒤로 숨어들며 김초현을 노려보았다.“구학 장로님, 김초현은 강서준의 아내입니다. 장로님께서 죽여주십시오. 족장과 조상님의 원한을 풀어주십시오.”구학은 지금 구씨 가문에 우두머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조상이 죽고 족장마저 폐인이 된 상황에서 자신이 공로를 세울 가장 좋은 기회였다.김초현을 죽이면 자연스럽게 족장 자리에 앉게 된다.그러면
주변의 건축물까지 하나둘씩 파괴되자 구씨 사람들은 사냥 당하는 토끼처럼 도망치기 바빴다.‘죽여! 죽이라고! 얼른 죽여야 돼! 저자들은 죽어 마땅하다고!’김초현의 머릿속에 한 목소리가 울렸다.“아니, 안 돼.”이성적으로 더는 살해하면 안 된다고 부정했다.그때 김초현이 현기증을 느꼈다.마치 수많은 악귀들이 귓가에 대고 포효하는 것 같았다.가부좌를 틀고 앉아 진사왕이 설굴에 남기고 강천이 가르쳐줬던 상청법으로 구결을 읊었더니 점점 몸이 진정되어갔다.얼마나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눈을 떴을 때 한 시체가 바닥에 쓰러져 있고 사합원도 무너질 것 같은 장면이 보였다.수십 미터 밖에 흰색 옷을 입은 백발 노인이 서 있었다.강천이다.강천이 도착했을 때 구학은 이미 숨을 거뒀다.김초현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끊임없이 구결을 읊고 있었다.방해하지 않고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던 것이다.김초현이 눈을 뜨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다가갔다.강천이 다가오는 걸 본 김초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할아버지.”강천이 진사검을 보며 물었다.“고개를 들어라.”그 말에 김초현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강천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저, 저 통제할 수 없어요.”“알았다.”강천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탓이 아니다.”김초현을 꾸짖지 않았다.진사검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검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자신이 진사검을 잡았을 때에도 살욕을 억제하지 못했는데 김초현은 더 말할 것도 없지.김초현의 체내에 영귀 피가 흐르고 있으니 말이다.“일전에 어떻게 된 일이냐?”강천이 물었다.“저, 저도 모르겠어요.”김초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서준 씨가 습격당해서 중상을 입었다는 말에 화를 참지 못하고… 주, 죽이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됐다.”강천이 손을 흔들었다.추측한 대로였다.“가자. 나랑 강씨 저택에 가서 서준을 보자꾸나. 내가 네 체내에 흐르는 영귀의 피를 제거해서 정상적인 사람으로 돌려놓겠다.”
강서준은 죽은 사람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저 숨이 붙어있는 뿐.숨까지 멈춘다면 바로 죽음이다.강영은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미어지게 아파왔다.옆에 한 노인이 가보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백발 노인은 얼굴이 쇠하고 기운이 미약했다.강영은 그 노인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강씨 가문에 이런 사람이 없었는데 대체 누구지?’“다음.”그때 강서준을 치료하던 제자가 멈추고 다른 제자로 교대했다.물러난 제자는 바로 단약을 먹고 진기를 회복했다.찌걱!그때 방문이 열렸다.교토에 급하게 달려온 강지다.방에 들어오자마자 눈짓을 하자 강영이 그 뜻을 알아차리고 밖으로 나갔다.“서준이 상태는 어떠냐?”강영이 대답했다.“저도 이제 막 도착해서 잘 몰라요. 하지만 8단인 구익에게 당했다면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을 거예요.”“쿨럭.”강지가 손으로 입을 막고 기침을 하자 벌건 피가 손바닥에 묻어나왔다.“할아버지, 괜찮아요?”강영이 바로 다가가 물었다.“좀 다쳤을 뿐이다. 나도 지하실에 들어가서 치료해야겠다.”강지도 많이 다쳐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했다. 아니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지하실에 도착하자 한창 진기로 치료 중인 강철구와 마주쳤다.“조상님.”가부좌를 틀고 앉은 강철구가 천천히 눈을 뜨고 강지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돌아왔냐? 부상은 어떠하냐?”강지의 얼굴이 창백하고 말에도 힘이 없었다.“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아마 잘 치료를 한다고 해도 완치 못할 것 같습니다.”강철구가 말했다.“먼저 증세를 가라앉혀라. 내가 진기를 회복해서 강서준을 치료하면 방법을 대서 너도 치료해주겠다. 참, 내단은? 이리 내다오.”손을 내밀자 강지가 머뭇거렸다.강철구가 미간을 찌푸렸다.“왜?”강서준을 구하러 가면서 내단까지 갖고 간다면 강자들이 뒤에 따라올 것 같아 강지에게 잠깐 맡겼던 것이다. 그런데 강지보다 더 일찍 저택에 도착했다.“할아버지, 여기 있습니다.”강지가 옷주머니에 보관했던 영귀의 내단을 건넸다.강철구가
“어디 갔지?”강지의 안색이 굳어졌다.방금 나갈 때만해도 강철구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무방비 상태로 그 정도 공격을 받았으니 죽어야 정상인데 지금 사라지고 없다.강영은 어리둥절했다.“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누구 피예요?”바닥에 흐른 피를 보며 물었다.강지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강영을 데리고 와 소리 없이 시신을 밖으로 옮기려고 했다.심하게 다친 바람에 혼자 시신을 옮기기 무리였기 때문이다.근데 강철구가 살아서 도망갔다.‘나중에 치료하고 실력이 되돌아온다면 난 꼼짝 못하고 죽어야 된다.’그러니 도망쳐야 했다. 지금 당장.강지는 강영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급하게 가는 바람에 또 내상을 건드려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목에서 뜨거운 피가 뿜어 나왔다.“할아버지.”강영이 걱정하며 다가가 부축해드렸다.“괜찮아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이것 놔라.”강지는 부축한 손을 내팽개치고 서둘러 나갔다.강영은 쫓아가지 않고 지하실을 둘러봤다.이상했다.바닥에 흐른 피를 손가락에 묻히고 가볍게 문질렀다.“아직 따뜻해. 아마 5분도 안 된 것 같은데. 누구 피지?”작게 중얼거렸다.이곳은 강씨 역대 가주들이 폐관하는 곳이기에 금지 구역이다. “할아버지가 흘렸나?”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방금 강지가 뿜어낸 피도 살펴보았다.강지가 뿜은 피가 색이 좀 더 옅었다. “이건 두 사람 피야.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족장 외에 조상님밖에 없는데.”그러다 문득 불길한 생각이 들어 바로 지하실에서 뛰쳐나갔다.강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신속하게 앞마당으로 갔더니 강무현이 눈에 띄었다.“무현, 할아버지 보셨어요?”“응. 방금 급하게 나가셨어. 불러도 대답도 안 하시던데.”강무현의 말을 듣고 대문 밖으로 나가 보았지만 여전히 강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설마 할아버지가 조상님을 살해한 거야? 조상님은 죽지 않고 살아서 도망친 거고? 설마 나중에 복수하러 올까 봐 도망을 쳤나?”먼 곳을 바라보는 강영의 안색이 점점 굳어
강천과 김초현이 함께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강영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 두 사람은 그렇게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강씨 저택 대문 앞에 나타났다.강영은 약간 긴장한 모습으로 앞으로 걸어가서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둘째 할아버지. 그리고 초현 씨."강천은 강영을 힐끗 쳐다봤다. 그러자 강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두 분이 어떻게 교토에 오셨어요? 초현 씨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토록 무서운 기운을 달고 다니는 거예요?""아..."김초현은 머리를 숙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강천은 강영이 자신을 속인 것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덤덤하게 물었다."서준이가 지금 이곳에 있나?""네, 있어요. 서준 오빠는 뒷마당에서 치료하는 중이에요."강천은 머리를 들어 강씨 저택 대문 밖에 걸려 있는 명패를 바라봤다. 명패에는 정교한 글씨체로 '강씨'라고 새겨져 있었다. 그로서는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강천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김초현도 곧장 뒤따랐다.강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김초현을 힐끗 봤다. 그녀의 표정이 이상한 것을 보고서는 무조건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조용히 김초현의 곁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초현 씨, 진짜 무슨 일 있었어요?""아, 아니에요."김초현은 말없이 강천만 뒤따랐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강천은 익숙하게 길을 찾아 뒷마당으로 갔다.뒷마당의 오두막.강천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강서준을 위해 치료하는 강씨 집안사람들이 보였다. 그들 중에는 머리카락이 하얗게 번진 노인도 있었다."가, 강천...?"강천이 들어온 것을 보고 강씨 집안사람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치료를 멈췄다."당장 나가!"강천은 그들을 쓱 훑어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잔뜩 겁먹은 강씨 집안사람들은 거의 기다시피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는 강서준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말이다.모용추는 강천을 힐끗 보더
모용추는 손을 들고 놀란 토끼 눈이 된 표정을 막았다. 몸은 천천히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이런!"강천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진기로 폭동을 일으키는 김초현의 혈기를 억눌렀다.김초현은 이제야 이성을 되찾고 죄책감 섞인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할아버지...""별문제 아니다."강천은 김초현을 위로하려는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서, 서준 씨는 어때요? 치료할 수 있어요?"강천은 굳은 표정으로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강영은 이제야 바닥에서 일어나 다시 오두막이 있던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초현을 바라봤다. 모용추도 마찬가지였다.강천은 잠깐 생각하다가 신중하게 답했다."이 정도의 내상이라면 절대 살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치료가 통할지는 나도 확신할 수 없구나. 그래도 시도는 해볼 것이다."강천은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진기를 손바닥으로 끌어모아 강서준의 가슴팍에 댔다. 막강한 진기는 강서준의 몸속으로 들어가 치료하기 시작했다.약 20분 후, 강천의 안색은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 그가 손을 뗀 다음 김초현이 곧바로 다가가서 물었다."할아버지, 어떻게 됐어요?""내상과 경맥은 일단 진기로 치료했다.""그런데 왜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 거죠?"김초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강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잠깐의 치료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서 그렇다.""근본적인 문제요?"이번에는 강영이 물었다."서준이는 곧 깨어날 거다. 하지만 한 번 부서진 내장과 경맥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힘으로 회복했다고 해도 앞으로 진기를 사용하지는 못할 거다. 진기를 사용하는 순간 경맥이 견디지 못하고 다시 끊어지게 될 테니까.""그러면 서준 오빠가 평범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씀인가요?""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서준이 스스로 치료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 의경에 역천 81침에 천강기공까지 익힌 녀석이니, 경맥을 회복할 방법쯤은 생각해 내리라 믿는다."
"강철구 어르신이요?"강영은 멈칫하며 되물었다. 그녀의 추측대로라면 강철구는 강지의 공격을 받았을 텐데,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다. 더구나 강철구가 공격받았다는 것도 확인을 거치지 않은 추측일 뿐이라서 강천에게 알려줄 수는 없었다."모, 모르겠어요. 돌아오고부터는 한 번도 뵌 적 없어요."강천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다시 돌아갔다. 김초현의 기운으로 인해 산산이 조각난 오두막으로 말이다."초현아, 서준이는 강중으로 데려가서 계속 치료하자꾸나.""네?"김초현은 멈칫하며 물었다."지금요? 근데 서준 씨는 아직 깨어나지도 않았는데 데리고 나가도 괜찮아요?""콜록콜록."이때 침대에 누워있던 강서준이 갑자기 기침했다. 그리고 서서히 눈을 떠서 김초현과 시선을 마주쳤다."초현 씨..."강서준이 무기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김초현은 눈시울을 붉히며 그를 향해 다가갔다."여보, 드디어 깨어났네요. 다행이에요... 진짜 다행이에요... 깨어났으면 됐어요, 흑흑흑..."김초현은 결국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강서준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조금 움직인 순간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며 피를 토했다. 김초현은 곧바로 휴지를 뽑아서 그의 입가에 흐른 피를 닦아주며 말했다."여보, 내상이 심해요. 아직은 움직이지 마요."강서준은 다시 침대에 눕더니 막연한 표정으로 김초현을 바라봤다. 구익에게 습격받았을 때 그는 진짜로 생을 마감하게 될 줄 알았다. 그래서 다시 눈을 뜨니 약간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할아버지..."강서준은 강천을 발견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렀다."오빠!"이때 강영도 오두막이 있었던 곳으로 돌아와서 깨어 있는 강서준을 발견하고는 흥분에 겨운 말투로 그를 불렀다.강천은 강서준의 곁으로 다가가서 또다시 맥을 짚어봤다. 그러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네가 그래도 운이 좋은 모양이다. 내상이 이렇게 심한데도 눈을 떴구나. 지금부터는 절대 진기를 사용해서 안 되니 꼭 조심해야 한다. 너의 경맥으로는 진기를 감
강천은 8단 고수이다. 그러니 치료에 아무리 많은 진기가 필요하다고 한들 여전히 끄떡없었다. 그는 81침을 전부 시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으니 말이다.강서준의 몸에는 금방 침이 잔뜩 꽂혔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힘을 만들어 내 내상을 치료하기 시작했다.약 5분 후, 강서준이 말했다."이만 빼도 돼요."강천은 침을 거두기 시작했다. 81침을 전부 거둔 다음 강서준은 기적적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스트레칭했다."훨씬 편해졌네요."강천과 모용추는 입을 떡 벌렸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강서준의 내상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더더욱 침을 한 번 놓은 것으로 나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강천은 스트레칭하는 강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은 좀 어떠냐?"강서준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아직도 힘 빠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괜찮을 것 같아요. 조금 쉬면 나을 수 있을 거예요.""거 참 다행이구나."강천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강서준은 대충 안정된 것 같으니, 이제는 김초현의 차례였다. 그래서 강천은 강서준을 힐끗 보며 말했다."서준아, 초현이에 대해서 할 얘기가 있다.""네?"강서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김초현을 바라봤다. 그러자 김초현은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처럼 머리를 푹 숙였다."초현이한테 무슨 일 있었어요?""초현이 영귀의 피를 접하고 말았다. 영귀의 피는 사람의 이성을 갉아먹는 괴물과도 같은 존재야..."강천은 파사검부터 시작해서 구씨 가문의 구학을 죽인 것까지 자초지종을 쭉 한 번에 설명했다. 강서준의 표정은 점점 더 진지해졌다."여보, 저... 저는 너무 걱정되어서... 그, 그래서 돌아갔을 뿐이에요."김초현은 강서준이 자신을 탓하기라도 할까 봐 조심스럽게 말했다."해결 방법은 있어요?""아직은 잘 모르겠다. 현대 의술로 피를 바꿀 수 있을지 연구해 봐야지. 지금은 일단 초현의 피를 병원에 보내 검사해야 한다.""네."강서준은 머리를 끄덕였다. 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강천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