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풍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을 보탰다."내가 아직 정체를 드러내지 않아 강서준이 욕받이 노릇을 하는 거다. 고문을 소멸하기 위해 참 애쓰고 있지."약왕곡의 제자들은 두 사람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된 듯했다.진풍은 약선을 바라보며 물었다."약은 어떻게 나눠줬어요?"약선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시간이 모자라 많은 사람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믿을 만한 사람한테는 전부 줬어요. 나머지는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어서 약을 선뜻 내어주지 못하겠네요. 괜히 고문에게 들킬 수도 있으니까요.""약은 믿을 만해요?""그럼요, 누가 만든 약인데요. 약을 삼킨 순간 기운이 완전히 사라져 죽은 사람과 다름없게 될 거예요. 강서준은 똑똑한 녀석이니 상대가 반항하지 않는 걸 보고 소식을 아는 사람이라는 걸 판단할 수 있을 거예요. 반항하는 쪽은 당연히 소식을 모르는 사람일 것이고요."진풍은 시름을 놓은 듯 한숨 돌렸다. 약선은 이어서 말했다."강서준의 곁에 있던 사람 말인데요. 그 사람 몇십 년 전 소림을 배신한 배신자예요. 이름은 창혁이고 능력은 꽤 좋은 걸로 기억해요. 진 장문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강서준을 믿을 수 없어 감시자로 보낸 것 같아요."진풍이 말했다."강서준이 어떻게 해야 할지 다 알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면 불편하겠지만 다시 수면 상태에 빠져주세요. 고문이 가장 방심하고 있을 때 다시 일어나 공격하는 거예요. 천산에서 아주 뿌리 뽑고 말 거예요."약선이 머리를 끄덕였다."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당연히 마다할 리가 없죠.""이만 산으로 올라갈까요?"약선이 머리를 끄덕이며 지시를 내렸다."천산파에도 고문의 간첩이 있으니까, 산에 올라가서는 조심히 행동하거라. 절대 비밀을 들켜서는 안 된다.""네."약왕곡의 장로와 제자들은 머리를 끄덕였다.약선은 다시 바닥에 누웠고 제자들은 그를 들어 올리며 이동할 준비를 했다. 진풍도 소리 없이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일천선 협곡.강서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암
하얀 눈밭의 빨간 핏자국은 금세 흩날리는 눈꽃에 의해 덮였다.강서준은 조용히 기다렸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 날이 다 어두워졌다. 하지만 다음 무술인은 오지 않았다. 대신 구양랑의 부하와 함께 나섰던 김초현이 도착했다.김초현이 일선천 협곡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이미 어둑어둑해졌고 주변에는 새하얀 눈밭만 보였다. 그래도 한눈에 보아낼 수 있었다. 암석 위에 앉아 있는 강서준과 그의 뒤에 서 있는 두 미인을 말이다.김초현은 질투심을 견딜 수가 없었다.'서준 씨 곁에 왜 여자들이 있지? 저 여자들은 누구야? 서준 씨랑은 또 어떤 관계인 거야?'세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구양랑의 부하들과 함께 나타난 김초현을 발견한 순간 강서준의 미간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김초현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며 강서준을 불렀다."서준 씨."강서준은 가만히 일어나 김초현을 바라봤다. 그녀는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었고 머리 위에는 녹지 않은 눈꽃이 붙어 있었다. 얼굴은 추위 때문에 발그레 해졌고 입김도 나오고 있었다."초현 씨, 강중에 있는 거 아니었어요? 여기는 어떻게 왔어요?""여보..."김초현은 강서준을 향해 달려가더니 그를 꼭 끌어안았다."천산파의 장문인을 죽였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게 사실이에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이 사람들이 협박했죠?"지금 같은 상황에서 강서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김초현이 찾아올 줄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안 그래도 신경 쓸 일이 많은데 왜 이러는 거야...'강서준은 김초현을 밀어내고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초현 씨, 제 말 똑바로 들어요.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서 강중으로 돌아가요.""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줘요. 서준 씨가 고문에 가입했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에요? 일을 돕는다는 것도 그렇고... 제발 사실이 아니라고 해줘요."김초현은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이어서 말했다."청희 말로는 서준 씨도 독을 먹었다고 하던데, 그래서 협박당하는 거 맞죠? 우리 같이 강중으로 돌아가요. 돌아가서
"네!"부하들은 부랴부랴 김초현을 쫓아갔다.창혁은 강서준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형님, 잘 선택하셨어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고문을 제외하고 형님과 초현 씨를 지켜줄 세력은 없어요. 마음 놓고 보스의 길을 함께 따라가요. 약속한 일은 보스께서 다 해주실 거예요. 아, 물론 SA일가를 보호하는 일도 포함해서요."강서준은 창혁을 힐끗 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암석에 앉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손을 뻗어 라이터를 찾자, 금영이 한발 빨리 라이터를 들고 불을 붙여줬다.강서준은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 자욱한 연기를 내뱉었다."초현 씨의 안전은 꼭 보장해 줘요. 만약 제 말대로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협력을 계속할 생각이 없어질 것 같네요."지금으로서 강서준이 가장 두려운 것은 구양랑이 김초현을 이용해 자신을 협박하는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앞으로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걱정하지 마요. 저희 보스가 인재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데요. 초현 씨도 서준 씨의 말대로 잘 데려다 줄 거예요.""강중으로! 강중으로 잘 데려다 달라는 말이에요!"강서준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창혁은 약간 놀란 듯 멈칫하다가 답했다."알겠어요, 보스한테 연락할게요."창혁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다행히 신호가 잡히기는 했지만 아주 약했다. 겨우 문자만 보낼 수 있을 정도인 듯했다. 그는 김초현과 강서준이 만나서 일어난 일에 관해 구양랑에게 보고하기 시작했다.천지시, 교외에 있는 한 산장."하하하..."창혁의 문자를 받은 구양랑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강서준이 그래도 꽤 똑똑한 모양이구나. 자신의 처지를 아주 잘 알고 있어. 그래, 오직 나만 너와 SA일가를 지켜줄 수 있을걸세."구양랑은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 강서준이 벌써 흔들리기 시작했으니 사람 몇 명 더 죽이게 한다면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게 될 것이다.문자를 보내고 난 창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스한테 연락했어요. 보스 역시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네요.
배산 무술학교 일행은 안색이 변했다. 강서준의 소문이라면 그들도 익히 알고 있었다. 상대가 천산파의 장문인 진풍을 죽였다는 생각에 그들은 경계 섞인 표정으로 강서준을 노려보며 뒷걸음질 쳤다.배상 무술학교의 교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우리에게는 사적인 원한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죽인다니 그게 무슨 뜻이지?"강서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반항할 테면 어디 한번 해봐요.""사람들이 무서워해 주니 진짜 대단해진 줄 아는 건가?"문혁수는 어두운 안색으로 막강한 기운을 뿜어냈다."그 대단한 실력 직접 구경해 봐야겠군."문혁수의 몸은 쏜살같이 튕겨 나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강서준의 앞으로 갔다. 그는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막강한 기운이 공기를 가르며 무거운 소리를 냈다.강서준은 손을 들어 가볍게 문혁수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금방 자세를 바꿔 문혁수의 가슴팍을 밀쳤다.문혁수는 저항 없이 날아가 몇십 미터 밖의 눈밭에 쓰러진 채 피를 토해냈다"교장님!"무술학교 학생들은 빠르게 달려가 문혁수를 부축했다.곁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창혁이 강서준을 향해 다가가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안 죽였어요?""4단을 굳이 죽일 필요가 있을까요? 죽이든 살리든 큰 차이가 없을 텐데요.""맞는 말이네요."창혁이 설득당한 듯 머리를 끄덕였다.강서준은 문혁수의 상태를 살피고 있는 배산 무술학교 일행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지금 당장 꺼지면 목숨은 건질 수 있을 거예요."일행은 두말없이 중상을 입은 문혁수를 데리고 천산파를 향해 걸어갔다.어두운 곳에 몸을 숨긴 김초현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강서준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애꿎은 무술인에게 손을 대는 것을 보고 그녀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약간의 실망과 슬픔도 담겨 있었다.김초현은 아직도 눈앞의 사람이 강서준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전쟁의 신과 민족의 영웅은 어디 가고 비겁한 겁쟁이만 남아있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강서준이 더 멀리 가지 않도록 붙잡고 싶었다
강서준은 당연히 창혁의 헛소리를 믿지 않았다. 그는 순순히 비켜서서 남궁문파가 지나갈 자리를 만들었다."이쪽으로 가시죠."남궁문파의 사람들은 지나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왜냐하면 남궁철이 아직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남궁철은 호기심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마주친 참에 서릉산에서 만났던 노인의 정체를 알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자네 서릉산에서 나와 상대했던 노인과는 어떤 사이지?"강서준은 덤덤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돌렸다."왜 길을 내어줬는데도 안 가시는 거죠? 혹시 저와 겨뤄보고 싶었던 건가요?"강서준이 손을 들자, 눈밭에 박혀 있던 형검이 순식간에 그의 손으로 날아올랐다.챙!형검을 빼내면서 나는 소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담이 서늘해지게 했다."허, 역시 못 당해내겠어."남궁철은 강서준과 겨룰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데리고 서서히 멀어져갔다.강서준과 멀어진 후, 남궁문파의 장로 한 명이 물었다."가주님, 강서준은 천산파의 장문인을 죽였어요. 천산파에서 강서준을 죽이는 자에게 엄청난 사례를 하겠다고 했는데 왜 그냥 지나치시는 거예요? 한빙검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중요한 기회였는데요."남궁철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강서준을 죽인다고? 그게 쉬운 일인 줄 아니냐. 진풍은 6단 장성의 천산파 장문인이다. 한 발짝만 내디디면 7단에 들어설 수 있는 데다가 아이스 검절을 완벽하게 수련한 사람마저 강서준한테 패배했는데, 우리끼리 그를 죽인다는 건 말도 안 된다."남궁철은 잠깐 한숨 돌리다가 이어서 말했다."강서준은 아주 강한 젊은이야. 여러 절학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경계도 높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 나 또한 남궁십절장을 수도 없이 수련했는데 마지막 단계를 넘지 못하지 않았더냐.""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됐다, 이만 천산의 상황을 살피러 가자."남궁문파는 점점 더 멀어져갔다.강서준은 다시 암석으로 돌아가서 앉았다.강서준이 자기 말을 듣지 않은 것을 보고 창혁의 얼굴에는 약간
천산 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많은 문파와 가문들이 천산파로 향하기 위해 천산에 올랐지만 중도에서 강서준에게 가로막혀 움직일 수 없었다. 여러 문파의 장문인들과 가문의 가주들은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강서준에게 호되게 당한 사람들은 천산파에 모여 이 사건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각 문파와 가문들은 당장 연합해 강서준을 처단하려 했다.하지만 진풍의 사망으로 이 회의에 관한 결정을 내릴 사람이 없었다.문파의 대소사는 진예빈이 임시 주관하기로 했다.하지만 그녀는 이런 일을 겪어 본 적도 없는 여자였다."천산파 의견은 뭡니까? 모두 천산에 모였으니 주최자인 천산파도 의견을 내야 하는 거 아닙니까?""천산파는 지금 누가 주관하는 겁니까?"여러 가문의 가주들은 천산파가 나서서 자기 입장을 밝히길 바랐다.소란스러운 장내를 훑어보던 남궁철은 좋은 수가 떠올랐다.'이건 오히려 좋은 기회야. 만약 강서준만 죽이면 난 바로 고대 무술계에서 가장 명망이 높은 사람이 될 거야. 그럼 우리 가문의 발전에도 매우 유리하게 되겠지. 일단 조용히 상황을 살펴봐야겠어.'자리에서 일어난 진예빈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 저희 천산파도 당장 강서준을 찾아가 그를 처단해 버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강서준은 실력이 너무 강합니다. 게다가 절학도 수련해 현재로선 강서준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매우 적습니다."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일제히 남궁철을 바라보았다."남궁 문파의 가주님, 강서준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가주님뿐입니다. 제발 저희를 위해 나서주십시오.""네, 가주님. 강서준만 죽이면 남궁 문파는 고대 무술계의 새로운 연맹주가 됩니다."남궁 문파는 유일하게 천산에 오르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없는 문파였다."그건...."남궁철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여러분, 너무 과대평가하신 것 같군요. 진풍 님도 당하셨습니다. 이 미천한 실력으로 어떻게 강서준을 죽일 수 있겠습니까? ”"가주님. 겸손하십니다. 남궁 문파의 절학이, 남궁십절장이 천하제일인 걸 모르는
사실 강서준은 자기가 습격한 사건으로 인해 각 문파가 연합해 그를 처단할 거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창혁을 바라보았다."이 정도 죽였으니 이젠 가도 되는 거죠? 시간을 더 지체했다간 각 문파가 연합에 쳐들어올 겁니다."창혁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오합지졸일 뿐인데 뭐가 걱정입니까? 산에 올라간 무인들은 전부 햇병아리 같은 사람들이에요. 진짜 거물은 아직 오지도 않았어요. 봐요, 4대 고족 중 누구 하나 나타나지 않았잖아요."구양랑의 목적은 강서준의 손을 빌려 각 문파의 실력을 약화하려는 것이다.강서준의 명성을 바닥 치게 만들어 오직 구양랑에게 의존하게 하려는 수작이었다.창혁의 말에 강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기회를 틈타 도망칠 생각으로 돌아가 해독제를 받아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 그 계획은 이뤄지기 힘들 것 같았다.얼마 뒤, 7~8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노인 한 명과 아름다운 여자 한 명이 선두에 있었다.바로 강한 그룹의 사람이었다.강지와 강영이었다.강영은 한눈에 강서준을 알아봤다.김초현이 끌려간 뒤로 그녀는 상황이 심각하게 변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협박을 당한 강서준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강지에게 먼저 연락해 도움을 청했다.강지 역시 강서준을 발견했다."할아버지."강영이 속삭였다."서준 오빠는 어쩔 수 없이 악역이 됐어요. 공공의 적이 되었어요."강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진풍을 죽였을 때부터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거야."강지가 가까이 다가오자 강서준은 형검부터 뽑아 들었다.짐짓 놀란 창혁이 강서준에게 속삭였다. "형님, 이 노인네 바로 10년 전 강한 그룹에 방화를 저지른 사람이에요. 형님 가족들을 죽게 만든 그 사람이죠. 복수의 시간이 왔어요. 진기를 7단까지 수련했다고 하던데 같이 움직이면 죽일 수 있을 거예요."강지는 4대 고족의 수장이었다.그는 무학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그
수백 명의 사람들이 기세등등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기세가 어찌나 대단했는지 강한 그룹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 약왕곡의 곡주가 강서준 널 죽여주겠다. 나와 넌 양립할 수 없다.""배산 무술학교는 강서준 그대와 절대 함께 할 수 없어!""나 무술당은 반드시 당신을 죽인다."강서준을 향한 욕설들이 난무했다.수많은 사람이 다가오는 걸 본 강영은 얼굴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기에 저리 많은 사람이 원한을 품은 거야?"강서준의 얼굴도 굳어 있었다.'더 머물렀다간 틀림없이 지독한 싸움이 벌어질 거야. 이건 내가 바라던 게 아니야.' 창혁이 강서준에게 속삭였다. "저 사람들 모두 죽일 수 있어요?"창혁은 진지하게 묻고 있었다.'이건 강지를 죽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야.'천산의 무술인들이 이렇게 빨리 내려올 줄 몰랐다. 실력이 대단하지 않은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그 양이 어마어마했기에 강서준 혼자 상대하기엔 벅찰 것이다.설령 절반의 인원을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강서준도 부상을 당할 것이고 운이 나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그만 가죠."창혁은 강서준을 힐끗 바라보았다. "흩어져서 갑시다. 별장에서 다시 집합해요.""네."강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혼자 갈 수 있죠?"창혁과 강서준이 이곳을 떠나려고 준비하자 강지는 등에 짊어진 장검을 순식간에 뽑아 들었다. 장검을 뽑아 든 강지는 공중에 검을 휘두르며 차갑게 말했다. "이 패륜아 같은 강서준, 내 오늘 반드시 널 죽여줄 테다."강지의 행동에 창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강지의 실력이 강하다는 걸 강서준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그는 강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진풍이 강지에게 알렸는지 알 수 없었지만강지는 어쨌든 4대 고족 중 가장 강한 가주였다.4대 고족은 왕과 고문계,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중립을 지키는 가문이었다. 세상일에 관여하지 않는 게 4대 고족이었다.사람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그들과 몇십 미터밖에 떨어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