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그야말로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특히 왕 선생의 얼굴은 볼만했다.해당 환자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위독하다는 진단을 가진 내린 그는 환자가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랬던 사람이 10여 분 만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온 것이다. 게다가 얼굴 혈색도 보기 좋아 아주 건강해 보이는 상태였다."어머니.""할머니."사람들은 그녀에게 우르르 몰려갔다.강서준은 윤정아에게 다가갔다.윤정아는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서준 씨, 고마워."강서준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니에요. 역천 81침을 이용해 할머니를 치료하긴 했지만 그래도 몸조리는 필요한 상황이에요. 나중에 처방전 줄 테니까 그대로 처방약 받아서 복용하면 몇 달 뒤에 정정해지실 거예요. 아마 20년은 문제없을 거예요.""그래도 고마워요. 서준 씨가 아니었더라면 할머니는 위험하셨을거예요."윤정아는 할머니 때문에 며칠 동안 잘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할머니가 건강을 되찾았으니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됐어요. 괜찮아요. 며칠간 잠도 자지 못했을 텐데 먼저 가서 쉬어요. 전 다른 일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 줘요."강서준은 윤정아에게 말했다.그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 외에 다른 약속을 할 수 없었다.약속을 못 지킬 확률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그는 결국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정도에서 최선을 다해 그녀를 도울 작정이었다."네." 윤정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강서준은 그녀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뒤 몸을 돌렸다.가족들은 아직도 할머니를 둘러싸고 있었다.그녀의 건강해 보이는 몸 상태에 가족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진짜 신의가 맞아요.""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에요? 10여 분 만에 할머니가 이렇게 건강해시다니.""정아야, 저 사람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니?""아버지, 저 사람과 아는 사람 같던데, 알려 주세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세요."윤정아와 윤종복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병원장은 한
강서준은 그림자의 강한 기운에 밀려 그는 7,8 미터 뒤로 물러났다.순간 팔이 저리고 힘줄이 솟아오르는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충격적인 얼굴로 말했다. "그쪽, 실력이 이 정도였어요?"강서준은 그림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이러는 거죠? 기습한 겁니까? 아니면 떠보는 겁니까?"그는 강서을 바라보며 한 발짝 한 발짝 걸어와 강서준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냥 서준 씨 실력이 궁금해서요. 그러고 보니 화월산거도에 대해 깨달았다면서요?"그림자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충격을 받았다.그림자의 실력은 5단이었다.그의 실력이 천하제일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강한 실력이었다.강서준과 대적한 상황에서 그 역시 팔이 저렸고 기혈이 부글부글 끓었다.하지만 강서준은 어떤 움직임도 없었고 얼굴색도 변하지 않았다.이것으로 강서준은 이미 그보다 강한 실력이 되었다는 걸 증명한 것일지도 모른다.'후, 5단 이상이라고?'강서준이 단기간에 이렇게 강한 실력자가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강서준에게 기이한 일이 생긴 뒤로 화월산거도의 비밀을 깨닫고 실력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강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운이 좋았어요. 전에 다쳤을 때 강한 그룹의 강지 할아버지한테서 진기로 치료를 받은 뒤 임독이맥과 기경팔맥을 뚫었어요. 그리고 진기를 수련해 실력을 올린 거고요.""그래요?"그림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들었다.임독이맥과 기경팔맥을 뚫었다 해도 단기간에 이 정도로 강한 진기를 가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하지만 강서준이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 지금 그도 더 이상 꼬치꼬치 캐물을 수 없었다.그는 손짓했다. "안으로 드시죠."강서준은 몸을 돌렸다.그림자는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리며 이빨을 꽉 깨물었다. "진짜 아프네."천안궁.호화로운 거실.대하 왕은 평범한 복장으로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강서준이 들어오자 그는 손에 든 신문을 놓고 소파를 가리켰다. "앉으세요."강서준은 소파에 앉았다.소파에 앉자마자
강서준이 고 선생에 대해 묻자 왕의 얼굴도 한껏 굳어졌다.그는 담배 한 개비를 집어 들어 불을 붙이고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 "아마 백 년 전부터 시작되었을 거예요."왕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강서준도 흥미가 생겼다. 백 년 전의 일에 대해 그도 항상 궁금했다.초대 왕이 대하의 고대 무술인들과 연합해서 고문에 대한 토벌을 시작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그 일전에 수많은 사상자가 났었다."백 년 전, 침략자가 침입하여 대하가 토탄에 빠지자 전국에 항전 부대가 형성되었어요. 고문 부대가 가장 강한 부대였고요. 그러나 속셈이 순수하지 않아 침략자들 쫓아냄과 동시에 반격해 전국을 점령하고 세계를 통일하려 했어요. 고문의 수법이 제일 악랄했어요. 고독을 이용해 사람 마음을 현혹시켜요. 전국 각지가 연합하여 침략자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대하를 세웠지만 그렇다고 평안한 건 아니었어요. 고문 모용 가문은 이 기회에 영지를 확장해 군사를 이끌고 전 세계 공격을 주장했어요.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이 평화가 오래가길 원했고 모두 전쟁을 반대했어요. 고문 혼자 전쟁을 시작했어요. 이 전쟁은 대하 초대 왕과 대하 경내의 무인들이 연합했어요. 천산파를 주도로 하여 다른 두 가문은 모용 가문을 포위 공격했어요. 이 전투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심지어 천산의 맹주조차 고독에 중독되어 사망하게 되었어요. 이후, 왕은 다른 두 가문을 걱정해 고술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독보 가문과 구양 가문을 다시 멸하고자 했어요. 그 후 고문은 소리 소문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어요. 어쩌면 고문의 가주는 왕이 자신들을 처리하려는 속셈을 알아 차리고 미리 손을 써둔 건지 그래 1차 세계대전에서 모용 가문은 부하들의 죽음으로 가문의 패망을 위장했어요."강서준은 100년 전 일어났던 사건의 진상에 대해 낱낱이 알게 되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설마, 고 선생이 바로 고문의 후손이에요?"그는 알라그산에 잡혀있던 할아버지가 떠올랐다.그의 할아버지는 고마라고 불렸
'할아버지가 고 선생의 배후인 걸까? 아님 둘이 연합을 한 걸까?'강서준은 고민에 빠졌다."서준 씨, 제 생각엔 지금 움직여도 될 것 같아요." 왕은 강서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강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럴 생각이에요. 고 선생은 실력이 어느 정도 돼요?""글쎄요. 고 선생이 워낙 비밀스러운 사람이라 저도 잘 몰라요. 6단 정도의 실력일 거예요. 무학을 배웠는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왕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서준 씨 정보망도 만만치 않은 걸로 아는데, 여태 할아버지에 대해 알아본 적 없는 거예요?" 그의 할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알라그산에서 있었던 일은 그의 할아버지가 직접 계획한 것이 분명했다. 강지를 현혹시키기 위함일 수도 있고 외부인을 현혹시키기 위함일 수도 있었다.그의 할아버지의 목적에 대해 알 수 없었고 숨기는 게 뭔지에 대해 알 수도 없었다.그는 아직 자신의 할아버지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왕은 강서준을 바라보았다.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조사해 본 적 없어요. 단지 천왕전이 요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요. 초현 씨도 무인이 되었고 천왕령을 손에 넣었으니 강천이 천왕전의 주인이라는 건 알 수 있죠. 다만 알라그산에서..."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서준 씨 할버지께서 다 계획한 일이고 지금은 어디선가 살아계실 수도 있겠네요."왕의 생각에 강서준도 어느 정도 동의했다.대하에서 가장 권력 높은 사람이었다.그의 옆을 지키는 경호원조차 실력이 강한 사람을 둔 왕이 배후에 얼마나 강한 세력을 거느리고 있는지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대하왕이 다시 한번 말했다. "서준 씨, 이런 말 해서 죄송하지만 당신 할아버지께선 그리 선하신 분은 아닌 것 같네요. 음모 술수가 가득한 분으로 보이니 서준 씨도 조심하세요."강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얼굴을 굳혔다. "네. 할아버지께서 아직 살아계신 게 맞다면 절 이용하진 않을 거예요. 절 해치려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실 분이 아
고 선생의 배경을 기본적으로 이해한 강서준은 그가 일련의 반응을 일으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믿었다.천안궁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강영은 이미 강씨 가문으로 돌아와 뒷마당에서 무릎을 꿇고 강지가 용서해 주길 기다렸다.하지만 강지는 못 본 척을 하며 무공을 연마했다.대략 20분이 지나서야 강지가 하인이 건네준 수건으로 손과 얼굴을 닦으며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일어나거라.”강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강지가 의자에 앉아 테이블 위에 놓인 차를 홀짝이며 말했다.“말해 봐, 서릉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동영상까지 찍어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알고 있지만 이해되지 않는 점들이 많았다.그래서 강영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달받자마자 폐관 수련을 멈춘 것이다.강영이 옆에 곧게 서서 설명했다.“제, 제가 서경 서릉산에 갔는데 그 뒤로 할아버지로 변장한 사람이 나타났어요.”강영이 사건의 경과를 낱낱이 보고했다.탁!강지가 분노하며 대리석 테이블을 힘껏 내리쳤다.대리석은 깨지지 않았지만 강지의 손바닥에 움푹 패어 들어갔다.강영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거냐?”그 말에 강영이 다시 무릎을 꿇었다.“제가 감히 어떻게 할아버지한테 거짓말을 하겠어요.”“나를 사칭한 자는 누구더냐?”강지가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저, 저도 모르는 자였어요.”“솔직히 말하지 못할까?!”언성을 높이는 바람에 강영은 고막이 저리고 정신이 아찔했다.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김, 김초현입니다.”이미 짐작했었다.얻은 정보에 따르면 강영이 강중에서 김초현과 같이 있었고 그 김초현이 서경 서릉산에 데리고 간 고수들이 천왕전의 사람이라고 했다.“강영아, 김초현에게 나를 사칭해서 천왕전의 무사들을 데리고 가라고 하면 천하에 우리 강씨 가문의 세력이 천왕전이라고 알리는 거나 다름없다. 그럼 적이 더 늘겠지. 지금도 사방에 적인데 말이다.”“할아버지,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그건 핑계다.”강지는 여전히
강지가 물고늘어질까 봐 두려웠다.자신이 압박을 못 이겨 강서준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을까 봐 두려웠다.그렇게 되면 강서준은 힘든 상황에 처한다.강지가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침묵했다.지금까지 살면서 다른 사람과 겨뤄 진 적이 없었다.유일하게 20년 전에 남궁 가문의 고수와 겨룰 때 천절십삼검으로 남궁심절장에 패했다.그것이 가슴에 응어리처럼 남았다.지금 세상에 남궁십절장을 사용하는 고수가 한 명 더 늘었으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그러니 노인이 정말 강서준이라면 적이나 다름없다.“강영, 말해 보거라. 강천이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20년 동안 강중에서 일반인인 척하며 살다가 불에 타 죽어도 나타나지 않던 사람이다. 그런데 왜 10년이나 숨어 있다가 이제야 나타났는지.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도통 모르겠구나.”강지가 마음속의 의문을 던졌다.“할아버지, 저도 모르겠어요.”강영이 고개를 저었다.강천이 뭘 원하고 뭘 꾸미고 있는지 정말 알 수 없었다.오랫동안 숨어 살다가 천왕전이라는 세력을 세우고 지금은 김초현에게 넘겼다.‘왜 죽은 척을 했을까?’‘누굴 속이기 위해서?’아무리 생각해 봐도 의도를 알 수 없었다.“강천, 그 자는 정말로…”강지는 걱정이 가득했다.“수십 년 전에 강씨 가문의 무학을 다 배웠으면서 지금은 남궁십절장까지 터득했어. 그동안 수많은 절학을 배웠구나.”강지는 확신했다. 서릉산에 나타나 남궁철을 쓰러뜨린 노인이 강서준이라는 것을.그래서 더욱 걱정되었다.“할아버지, 강서준이 찾아왔습니다.”그때 한 제자가 다가와 깍듯한 태도로 보고했다.“알았다. 들여보내거라.”강지가 손을 흔들었다.“네.”제자들이 물러가자 강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됐으니까 그만 일어나거라.”그제야 강영이 일어섰다.강지가 옆 의자를 가리켰다.“앉아.”강영이 의자에 앉자 두 사람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몇 분 뒤 강서준이 뒷마당에 나타났다.강지와 강영을 번갈아 보더니 맞은편에 앉았다.강지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서준, 내
강영은 그런 강서준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눈짓을 건넸다.그러자 강서준이 움켜쥔 주먹을 풀었다.긴 숨을 들이쉬고 가슴속에 폭풍처럼 몰아치는 화를 가라앉혔다.“그렇군요. 한데 내가 듣기로는 30년 전에 할아버지가 무공을 연마할 때 누가 기습해서 사도에 빠졌다고 알고 있어요. 그 때문에 이성을 잃고 대학살을 벌인 거라고.”강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가?”강지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런 일이 있었구나. 난 처음 듣는 얘기다.”“정말 몰랐어요?”강서준이 물끄러미 쳐다봤다.“30년 전에 할아버지가 내공을 폐기하고 쫓겨날 때 옆에서 봤을 텐데요. 설마 할아버지가 따지지도 않고 반항하지도 않았어요?”강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내가 현장에서 있었지만 네 할아버지는 한 마디도 따지지 않았다. 강천은 물론 그 집 자손들도 같이 쫓겨났지.”“그렇군요.”강서준은 이제야 알았다는 기색을 보였다.“그렇다면 더 물을 것도 없네요.”강지가 탄식했다.“서준, 난 10년 전에 네 가족을 멸살할 생각은 없었다. 따지고 보면 너희도 우리 핏줄이나 마찬가지인데 매정하게 굴 이유가 없잖느냐. 아랫사람들이 지시를 잘못 이해하고 저지른 일이다. 내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강중에 갔을 땐 이미 늦었어. 너한테 미안한 마음에 지금 최선을 다해 보상하고 싶구나. 나중에 내 자리를 이어받아 강씨 주인이 되길 바란다.”강서준이 손을 저으며 말을 끊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나도 확실히 조사할 테니까요. 만약 당신과 연관되었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요.”“그럼 가서 조사하거라.”강지의 태도가 당당했다.강영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두 사람의 대화엔 화약 냄새가 물씬 풍겼다.“두 분 그만하고 천산대회에서 어떻게 위험에서 벗어날지 생각해 보세요.”천산대회에 대해 강서준은 아직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지금은 오로지 고 선생을 죽이고 그 배후를 끌어내 한 번에 일망타진하는 것만 생각했다.“대회까지 아직 시간이 있어. 지금 고 선생을 죽일 생각이야.”그 말에 강지가 강
”네 마음대로 하거라. 다만 우리 강씨 가문에 도움을 청하지 말거라. 더는 너 때문에 귀찮아지고 싶지 않다.”강지의 태도도 단호했다.강서준을 도와 나서지 않을 것이다.강영이 한 마디 했다.“서준 오빠, 함부로 움직이지 마요.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손을 쓰지 말라고요.”“알아, 나도 계획이란 게 있어. 강영, 네 도움이 필요해. 내게 계략을 세워줘.”“절대 그럴 수 없다.”강영이 입을 열기 전에 강지가 단번에 거절했다.“강영은 너한테 어떤 도움도 주지 않을 거다. 만약 너를 돕는다면 강씨 가문의 입장을 대변하는 거나 다름없다. 그러면 무조건 가문을 끌어들이게 된다.”“그래요?”강서준이 피식 웃었다.“강씨 가문은 진작에 말려들었어요. 당신이 나를 구한 날부터 이미 시작됐어요. 그러니 이제 와서 발을 뺄 수 없다고요. 이봐요. 당신 가문은 이젠 뒷수습도 할 수 없어요. 천산대회에서 물러나려면 동맹을 구할 길밖에 없다고요. 남궁 가문과 혼인을 맺을 생각을 했으면 왕과 동맹을 맺을 생각도 했어야지. 왕은 그래도 왕이예요. 그 배후도 알고 있잖아요.”그 말에 강지가 생각에 잠겼다. 강서준의 목적이기도 하다. 고 선생과 맞서서 이길 확신이 없으니 강씨 가문을 끌어들일 셈이었다. 강지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지만 나서 준다면 고 선생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다.“할아버지, 서준 오빠 말이 맞아요.”강영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래?”강지가 바라봤다.“네 생각도 내가 왕과 주 선생의 편에 서야 강씨 가문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냐?”강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왕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할아버지도 아시잖아요. 왕의 입장은 대하의 입장이고 왕의 세력은 대하의 절대 다수의 고대 무술인들이고요.”강지가 탄식했다.“내가 왕에게 줄을 서면 다른 가문과 세력도 줄을 설 것이다. 그럼 대하는 혼란에 빠지고 다시 내전이 일어나게 돼. 그렇게 되면 100년 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강지도 생각을 한 적이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