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은 작게 머리를 저었다."저도 확신은 없어요. 그저 추측할 뿐이죠. 이것 또한 오빠한테 직접 물어야 할 거예요."김초현은 웃으며 말했다."금방 돌아올 거니까 조금 더 기다려 봐요."세 사람은 한데 모여 서경에서 일어난 일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얼마 후, 서청희도 찾아왔다. 혼자 살기 심심했던 그녀는 송나나의 집에서 출퇴근하고 있었다. 어차피 송나나의 별장에는 빈방이 많았으니 말이다.야근하고 난 서청희는 피곤한 표정으로 물었다."왔어요? 서준 씨는 어떻게 됐어요?"서청희는 가방을 소파에 대충 던져두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서준 씨 이제 안전해요. 지금 오는 길이니까 금방 도착할 거예요.""다행이네요."서청희는 한숨을 쉬며 투덜거렸다."서준 씨가 오면 무조건 밥 사달라고 할 거예요. 저 요즘 회사가 너무 바빠서 밥 먹을 시간도 없다니까요. 지금 거의 11시가 됐는데도 저녁 밥을 못 먹었어요. 나나 씨, 집에 먹을 것 좀 있어요?""셰프한테 준비하라고 할게요."송나나는 주방으로 들어갔다.김초현이 물었다."회사는 잘 되고 있어?""하아... 원래는 괜찮았는데 슬슬 발 빼려는 합작사가 있어서 문제야. 백년에서 협박하는 건지, 더 큰 돈을 꺼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허탕 치는 일이 많아졌어. 얼른 신약을 개발해서 명성을 넓혀야 하는데 백년에서 누르고 있어서 그것도 쉽지 않네."서청희는 아주 힘들었다. 백년그룹과 싸우는 게 절대 쉽지만은 않았다."수고했어요."강영이 위로를 했다."다 괜찮아질 거예요. 두 달만 더 버티면 천산대회가 있으니까 세력 구도도 변하지 않겠어요?""그날까지 버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일단 샤워부터 해야겠어요."서청희는 몸을 일으켜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했다."하아..."김초현이 갑자기 한숨을 쉬자 강영이 물었다."왜 그래요?""청희는 항상 서준 씨를 돕고 있는데, 저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서요.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받기만 하니까요.""그렇게 말하지 마요."강영은 김초현의
'이것도 가능하다고? 운이 좋아도 너무 좋은 거 아니야?'강영은 잔뜩 부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너무 부럽네요. 그래도 오빠가 경맥을 뚫은 덕분에 8단에 달하는 진기를 받아들였지, 안 그러면 죽었을지도 몰라요."강서준이 물었다."참, 강씨 집안은 어떻게 된 거야? 강지 할아버지는 왜 같이 안 왔어?"이 말을 들은 강영은 침묵에 빠졌다. 그녀는 이미 집안에서 버려졌고, 강지는 가문의 이익을 선택했다."할아버지한테도 사정이 있어요."강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가주로서 한 사람을 위해 가문 전체를 희생할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가주라고 해도 가문의 이익을 우선시할 거예요."비록 강지는 강영와 강서준을 포기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죽을 각오로 서경으로 갔으니, 살아 돌아올 수 있어서 고마울 따름이었다."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강서준이 물었다.강영은 그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도 딱히 뾰족한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당연히 죽을 것으로 생각하고 집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과연 집으로 돌아가도 되는지 헷갈렸다."서준 씨, 신약 레시피 좀 만들어줘요."서청희가 끼어들며 말했다."백년그룹에서 매일 같이 신약을 내놓고 있어요. 우리 GS도 언제까지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는 없죠.""알겠어요."강서준은 머리를 끄덕였다.강영이 강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오빠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강서준은 약간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지금껏 여기저기 끌려다니기만 했으니, 이제는 공격할 때도 됐지. 백년을 손에 넣은 고지민은 무조건 고독을 연구하고 있을 거야.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고독 연구를 막아야 해. 슬슬 고 선생을 만나러 가야겠군."지금까지 일어난 대부분 일은 다 고 선생이 꾸민 것이었다. 하지만 강서준은 그의 생김새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실력이 대폭 증가한 이상 두려울 건 없었다. 그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존재를 서서히 처리해 가겠다고 생각했다
강영은 6단 진기화형에 대해 소개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진기화형이란 진기를 밖으로 내보내 원하는 형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은 검이 될 수도 있고, 총이 될 수도 있었다."오빠, 이참에 한 번 시도해 봐요."강서준의 단계가 궁금했던 강영이 말했다.사실 강서준 본인도 자신의 단계를 모르고 있었다. 그에게 단계에 관해 설명해 준 적 있는 사람이 없었으니, 경맥을 뚫는 게 5단이라는 것밖에 모르는 것도 당연하였다.강서준은 진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기가 팔을 따라 흘러 손바닥에 모여서는 눈부신 하얀 빛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그 빛은 금세 흩어졌다.강서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야?"강영이 설명했다."오빠의 단계는 5단 장성인 것 같아요. 진기의 상태로 볼 때, 6단으로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예요. 남궁철과 겨룰 때는 진기가 6단보다 짙을 뿐만 아니라 금강신공까지 있어서 이길 수 있었던 모양이에요.""그래? 아직 5단 장성밖에 안 된다고?"강서준은 잔뜩 실망한 표정이었다. 7단 장성의 진기를 흡수했으니 당연히 더 높을 줄 알았다.강서준의 표정에 강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5단 장성으로 만족해요. 오빠 나이에 5단에 오른 사람이 얼마나 적은지 알아요? 게다가 아직 미처 흡수하지 못한 진기도 있어서 두 달 안에 무조건 6단으로 돌파할 거예요."강서준은 이제야 미소를 지었고 강영이 이어서 말했다."진기는 이만하면 됐으니, 이제는 무술에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남궁십절장은 할아버지마저 두려워하는 기술이에요. 남궁십절장 비적이 제가 남궁문파에 시집가야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꼭 제대로 수련해야 해요.""알겠어."강서준이 머리를 끄덕였다.남궁십절장의 위력이라면 강서준도 충분히 느꼈다. 만약 완벽하게 수련해 낸다면 이 세상 최고 고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말이다."하아..."한쪽에 있던 송나나가 한숨 쉬더니 질투 섞인 말투로 말했다."모두가 진기를 수련해 냈는데 저
강서준이 물었다."너 많이 다쳤어? 내가 맥을 짚어볼게."강영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심한 문제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요. 며칠 쉬면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강영은 강서준을 바라보며 이어서 말했다."오빠, 저 이만 교토로 돌아갈래요.""돌아간다고?"강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강지는 너를 버렸어. 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운이 좋아서야. 만약 내가 감옥에서 진기를 받지 못했다면 넌 이미 서릉산에서 죽었어. 그리고..."강서준은 김초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초현 씨는 왜 그렇게 무모해요? 3단 주제에 어떻게 감히 6단인 남궁 가주를 상대하려 해요?""저도 서준 씨가 걱정돼서 그런 거죠. 그러게 빠져나왔으면 좀 빨리 알려주지 그랬어요.""강지가 과연 올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요. 그리고 남궁문파의 속셈도 관찰해야 하고요.""두 사람 다 그만 해요."강영이 그들의 말을 끊었다."오빠, 초현 씨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오빠를 위해 천절십삼검까지 수련하기 시작했어요. 원래는 남궁철한테 겁만 주려고 했는데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 줄은 저희도 몰랐어요. 만약 오빠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더라면..."강영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강서준도 김초현을 나무라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생각해줘서 고마워요."강서준의 짧은 인사에도 김초현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그녀는 강서준의 손을 잡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서준 씨를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할 수 있어요."강영은 눈치껏 자리에서 일어났다."저도 쉬러 가야겠어요. 내일 아침 교토로 돌아갈 거예요."강영까지 가고나자 거실에는 강서준과 김초현만 남게 되었다.강서준은 소파에 기대앉았고, 김초현은 그의 손을 꼭 잡았다."여보, 우리 언제 다시 결혼해요?"강서준은 김초현을 힐끗 봤다. 그도 김초현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고 있었다."제가 은퇴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 줘요."강서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모든 일을 해결하고 새로운
김초현이 말했다."이건 제 잘못이에요. 애초에 서준 씨한테 못되게 대하지만 않았어도 청희가 끼어들지 않았을 것이고 서로 마음 주는 일도 없었을 거예요. 다 제가 아내 노릇을 제대로 못해서 일어난 일이에요."김초현은 자책하기 시작했다. 예전의 그녀는 강서준이 자신을 위해 한 희생을 전혀 알아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녀는 잃은 다음에야 소중한 줄을 알았다."서준 씨는 잘못한 게 없다는 거 잘 알아요. 저라도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잘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을 움직였을 거예요. 두 사람 아직도 만나기 시작하지 않을 걸 보면 저를 아직 잊지 않았다고 믿어요.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테니 꼭 기다려 줘요."김초현은 열정적으로 말했다.강서준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그만 말하고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자러 가요. 저는 내일 아침 강영이랑 교토로 갈 거예요. 고 선생 상황도 알아보고 정아 씨도 만날 겸 말이에요.""네."김초현은 머리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었다.두 사람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 강서준은 당연히 따로 자려고 했지만 김초현이 떨어지려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같은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에서 강서준은 책상 앞에 앉아 의경 하권의 천강기공과 금강신공 부분을 읽었다. 이때 샤워를 끝낸 김초현이 수건만 두르고 밖으로 나왔다.김초현은 강서준의 뒤에서 그를 껴안더니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옷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졌다."여보, 우리 결혼한 지도 한참 됐는데 오늘 밤은 아내 노릇 좀 하게 해주면 안 돼요?"김초현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강서준이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라든 그를 붙잡아야만 했다.강서준은 혈기 왕성한 남자였기에 김초현의 유혹에 약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책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초현 씨, 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요.""싫어요."김초현은 진기로 강서준을 들어 올리더니 힘껏 침대로 향해 던졌다. 그녀가 몸을 가리고 있던 수건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하얀 피부가 완전히 드러났다.강서
서청희는 자신의 눈물을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계속 이불 안에 숨어있었다. 눈물은 침대보를 흠뻑 적셨다.다른 방의 베란다에서 강영은 얇은 잠옷을 입고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도 강서준의 옆방을 쓰고 있었는데, 무술인으로서 두 사람의 소리를 듣지 않는 게 더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흐뭇한 표정을 짓기만 했다.강영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두운 밤하늘만 물끄러미 바라봤다.누군가는 행복하고 누군가는 절망하는 밤이 고요하게 지나갔다.강서준이 개운하게 자고 일어났을 때, 하늘은 이미 완전히 밝았다. 그는 자신의 곁에서 깊게 담든 김초현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강서준은 김초현을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김초현은 바로 눈을 뜨더니 몽롱한 표정으로 물었다."벌써 가는 거예요?""네."강서준은 옷을 입으며 말했다."최대한 빨리 교토로 가봐야 해서요. 하루빨리 고 선생의 정보를 얻지 못하면 앞으로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거예요."김초현은 이불로 자기 몸을 가리며 일어나 앉았다. 그러고는 얼굴을 붉히며 멀리에 있는 속옷을 가리켰다."저것 좀 전해줄래요?"강서준은 김초현이 가리키는 곳을 힐끗 보더니 진기로 옷가지를 휘말아 올려 그녀에게 전해줬다. 김초현은 손을 뻗어 옷을 잡더니 빠르게 입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진작에 준비를 끝낸 서청희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깔끔하게 머리를 말아 올렸다. 그녀의 착장은 사람에게 깊은 신뢰를 줬다.강서준과 김초현이 함께 내려오는 것을 보고 서청희는 잠깐 멈칫하더니 금세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두 사람 일어났어요? 저는 이만 출근하러 갈게요."서청희는 대답도 듣지 않고 후다닥 밖으로 나가버렸다.강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혼잣말했다."오늘따라 이상하네..."김초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어젯밤 그녀는 일부러 더 크게 소리를 냈다. 자신이 강서준의 여자임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녀도 물론 서청희가 슬퍼하리라는 것을
교토 공항.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나란히 걸어 나왔다."오빠, 이젠 각자 갈 길 가요. 전 얼른 서릉산에서 발생했던 일을 할아버지한테 알려야 해요."강영은 발걸음을 멈추고 강서준을 한참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걱정 말아요. 오빠 실력에 대해선 일절 말하지 않을 거예요.""그래."강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시간 봐서 나도 강한 그룹에 갈게."그는 강한 그룹으로 가 강지의 진짜 속셈을 알아볼 작정이었다. 30년 전에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강지가 그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 지 자세히 알아볼 작정이었다.김초현이 그에게 강지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긴 했지만 당사자에게 들은 게 아니었기에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저 갈게요."강영은 손을 흔들며 몸을 돌렸다. 그녀는 곧장 택시를 잡아타고 떠났다.강서준은 멀어지는 택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택시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강서준은 휴대폰을 꺼냈다."정아 씨에 대해 알아봐 줘, 뭐든 다 좋아."강서준은 남황에 있는 이혁에게 연락했다.비록 용왕이긴 했지만 그의 권력은 전부 남황으로부터 시작되었다.교토의 정보망은 전부 천자의 손을 거쳤다. 그런 천자가 사망했으니 새로운 적임자가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천수 대신 지금은 부용수가 모든 업무를 맡고 있었지만 그에겐 교토의 정보망에 접근할 권한이 없었다. 이혁은 그동안 남황에서 일련의 개혁을 진행하고 있었다.비밀리에 정보망을 구축하는 일이 좋은 예였다.비록 구축 단계이긴 하지만 일반인에 대한 조사는 손쉽게 할 수 있었다.강서준의 연락을 받은 이혁은 곧 부하를 보내 윤정아에 대해 알아보게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정아의 신상정보가 강서준의 손으로 넘어갔다.그녀의 가족 관계부터 직업 그리고 수입 등 사적인 일들 전부 조사해냈다.윤정아의 할머니가 며칠 전 입원을 했으나 위독한 상태라는 정보까지 알아냈다.강서준은 한참 동안 자료를 훑어보다 택시를 잡아탔다. "H 병원으로 가주세요."택시는 바로 출발했고 강서준은 좌석에 기대 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윤정아가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이에요?""그래요."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문의 힘으로 외국 의료진을 부르는 건 일도 아니에요. 걱정 말아요. 할머니께서 분명 무사하실 거예요. 간단한 수술이라 금방 끝난다고 하더라고요.""고, 고마워요." 윤정아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해명아, 고맙다. 네가 아니었더라면 진짜 어쩔뻔했니? H 병원도 모자라 해외 전문가 선생님들도 안배해 줘서 너무 고맙다.우리 정아가 복을 타고난 거 같아.""저희 해씨 가문에 정아 씨가 시집을 오면 원하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을 거예요.""정아와 해명이가 천생연분 같구나."병원에 와있던 가족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씩 했다.해명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염려 마세요. 정아 씨한테 제가 잘할게요. 할머니 수술만 무사히 끝나면 바로 약혼식을 하려고요." 해명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윤정아가 얼굴을 찡그렸다.윤정아는 자연스럽게 떠오른 강서준 때문에 한숨을 내쉬었다.윤정도 자신과 강서준과 결혼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용왕의 신분을 가진 강서준의 곁에는 자신보다 훨씬 훌륭한 여자들이 많았기에 자신처럼 평범한 여자는 감히 그의 곁에 있을 수 없다고 여겼다.다시는 강중으로 돌아가 강서준을 찾지 않기로 결심했다.가족들이 주선한 혼사를, 해씨 가문과의 혼사를 치르기로 했다.막 H 병원에 도착한 강서준은 윤정아의 할머니가 입원하신 중환자실로 급히 뛰어갔다. 얼마 뒤, 그는 중환자실 앞에 많은 인파들이 몰린 걸 목격하게 되었다.잠시 멈칫하던 그는 인파들 속에서 홀로 의자에 앉아 있는 윤정아를 발견했다. "정아 씨."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탓에 윤정아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강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강서준이 반가웠던 그녀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 서준 씨, 어떻게 왔어요?"강서준이 입을 열었다. "정아 씨 할머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