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준이 물었다."너 많이 다쳤어? 내가 맥을 짚어볼게."강영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심한 문제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요. 며칠 쉬면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강영은 강서준을 바라보며 이어서 말했다."오빠, 저 이만 교토로 돌아갈래요.""돌아간다고?"강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강지는 너를 버렸어. 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운이 좋아서야. 만약 내가 감옥에서 진기를 받지 못했다면 넌 이미 서릉산에서 죽었어. 그리고..."강서준은 김초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초현 씨는 왜 그렇게 무모해요? 3단 주제에 어떻게 감히 6단인 남궁 가주를 상대하려 해요?""저도 서준 씨가 걱정돼서 그런 거죠. 그러게 빠져나왔으면 좀 빨리 알려주지 그랬어요.""강지가 과연 올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요. 그리고 남궁문파의 속셈도 관찰해야 하고요.""두 사람 다 그만 해요."강영이 그들의 말을 끊었다."오빠, 초현 씨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오빠를 위해 천절십삼검까지 수련하기 시작했어요. 원래는 남궁철한테 겁만 주려고 했는데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 줄은 저희도 몰랐어요. 만약 오빠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더라면..."강영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강서준도 김초현을 나무라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생각해줘서 고마워요."강서준의 짧은 인사에도 김초현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그녀는 강서준의 손을 잡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서준 씨를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할 수 있어요."강영은 눈치껏 자리에서 일어났다."저도 쉬러 가야겠어요. 내일 아침 교토로 돌아갈 거예요."강영까지 가고나자 거실에는 강서준과 김초현만 남게 되었다.강서준은 소파에 기대앉았고, 김초현은 그의 손을 꼭 잡았다."여보, 우리 언제 다시 결혼해요?"강서준은 김초현을 힐끗 봤다. 그도 김초현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고 있었다."제가 은퇴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 줘요."강서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모든 일을 해결하고 새로운
김초현이 말했다."이건 제 잘못이에요. 애초에 서준 씨한테 못되게 대하지만 않았어도 청희가 끼어들지 않았을 것이고 서로 마음 주는 일도 없었을 거예요. 다 제가 아내 노릇을 제대로 못해서 일어난 일이에요."김초현은 자책하기 시작했다. 예전의 그녀는 강서준이 자신을 위해 한 희생을 전혀 알아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녀는 잃은 다음에야 소중한 줄을 알았다."서준 씨는 잘못한 게 없다는 거 잘 알아요. 저라도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잘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을 움직였을 거예요. 두 사람 아직도 만나기 시작하지 않을 걸 보면 저를 아직 잊지 않았다고 믿어요.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테니 꼭 기다려 줘요."김초현은 열정적으로 말했다.강서준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그만 말하고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자러 가요. 저는 내일 아침 강영이랑 교토로 갈 거예요. 고 선생 상황도 알아보고 정아 씨도 만날 겸 말이에요.""네."김초현은 머리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었다.두 사람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 강서준은 당연히 따로 자려고 했지만 김초현이 떨어지려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같은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에서 강서준은 책상 앞에 앉아 의경 하권의 천강기공과 금강신공 부분을 읽었다. 이때 샤워를 끝낸 김초현이 수건만 두르고 밖으로 나왔다.김초현은 강서준의 뒤에서 그를 껴안더니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옷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졌다."여보, 우리 결혼한 지도 한참 됐는데 오늘 밤은 아내 노릇 좀 하게 해주면 안 돼요?"김초현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강서준이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라든 그를 붙잡아야만 했다.강서준은 혈기 왕성한 남자였기에 김초현의 유혹에 약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책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초현 씨, 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요.""싫어요."김초현은 진기로 강서준을 들어 올리더니 힘껏 침대로 향해 던졌다. 그녀가 몸을 가리고 있던 수건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하얀 피부가 완전히 드러났다.강서
서청희는 자신의 눈물을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계속 이불 안에 숨어있었다. 눈물은 침대보를 흠뻑 적셨다.다른 방의 베란다에서 강영은 얇은 잠옷을 입고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도 강서준의 옆방을 쓰고 있었는데, 무술인으로서 두 사람의 소리를 듣지 않는 게 더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흐뭇한 표정을 짓기만 했다.강영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두운 밤하늘만 물끄러미 바라봤다.누군가는 행복하고 누군가는 절망하는 밤이 고요하게 지나갔다.강서준이 개운하게 자고 일어났을 때, 하늘은 이미 완전히 밝았다. 그는 자신의 곁에서 깊게 담든 김초현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강서준은 김초현을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김초현은 바로 눈을 뜨더니 몽롱한 표정으로 물었다."벌써 가는 거예요?""네."강서준은 옷을 입으며 말했다."최대한 빨리 교토로 가봐야 해서요. 하루빨리 고 선생의 정보를 얻지 못하면 앞으로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거예요."김초현은 이불로 자기 몸을 가리며 일어나 앉았다. 그러고는 얼굴을 붉히며 멀리에 있는 속옷을 가리켰다."저것 좀 전해줄래요?"강서준은 김초현이 가리키는 곳을 힐끗 보더니 진기로 옷가지를 휘말아 올려 그녀에게 전해줬다. 김초현은 손을 뻗어 옷을 잡더니 빠르게 입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진작에 준비를 끝낸 서청희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깔끔하게 머리를 말아 올렸다. 그녀의 착장은 사람에게 깊은 신뢰를 줬다.강서준과 김초현이 함께 내려오는 것을 보고 서청희는 잠깐 멈칫하더니 금세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두 사람 일어났어요? 저는 이만 출근하러 갈게요."서청희는 대답도 듣지 않고 후다닥 밖으로 나가버렸다.강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혼잣말했다."오늘따라 이상하네..."김초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어젯밤 그녀는 일부러 더 크게 소리를 냈다. 자신이 강서준의 여자임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녀도 물론 서청희가 슬퍼하리라는 것을
교토 공항.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나란히 걸어 나왔다."오빠, 이젠 각자 갈 길 가요. 전 얼른 서릉산에서 발생했던 일을 할아버지한테 알려야 해요."강영은 발걸음을 멈추고 강서준을 한참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걱정 말아요. 오빠 실력에 대해선 일절 말하지 않을 거예요.""그래."강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시간 봐서 나도 강한 그룹에 갈게."그는 강한 그룹으로 가 강지의 진짜 속셈을 알아볼 작정이었다. 30년 전에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강지가 그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 지 자세히 알아볼 작정이었다.김초현이 그에게 강지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긴 했지만 당사자에게 들은 게 아니었기에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저 갈게요."강영은 손을 흔들며 몸을 돌렸다. 그녀는 곧장 택시를 잡아타고 떠났다.강서준은 멀어지는 택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택시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강서준은 휴대폰을 꺼냈다."정아 씨에 대해 알아봐 줘, 뭐든 다 좋아."강서준은 남황에 있는 이혁에게 연락했다.비록 용왕이긴 했지만 그의 권력은 전부 남황으로부터 시작되었다.교토의 정보망은 전부 천자의 손을 거쳤다. 그런 천자가 사망했으니 새로운 적임자가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천수 대신 지금은 부용수가 모든 업무를 맡고 있었지만 그에겐 교토의 정보망에 접근할 권한이 없었다. 이혁은 그동안 남황에서 일련의 개혁을 진행하고 있었다.비밀리에 정보망을 구축하는 일이 좋은 예였다.비록 구축 단계이긴 하지만 일반인에 대한 조사는 손쉽게 할 수 있었다.강서준의 연락을 받은 이혁은 곧 부하를 보내 윤정아에 대해 알아보게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정아의 신상정보가 강서준의 손으로 넘어갔다.그녀의 가족 관계부터 직업 그리고 수입 등 사적인 일들 전부 조사해냈다.윤정아의 할머니가 며칠 전 입원을 했으나 위독한 상태라는 정보까지 알아냈다.강서준은 한참 동안 자료를 훑어보다 택시를 잡아탔다. "H 병원으로 가주세요."택시는 바로 출발했고 강서준은 좌석에 기대 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윤정아가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이에요?""그래요."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문의 힘으로 외국 의료진을 부르는 건 일도 아니에요. 걱정 말아요. 할머니께서 분명 무사하실 거예요. 간단한 수술이라 금방 끝난다고 하더라고요.""고, 고마워요." 윤정아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해명아, 고맙다. 네가 아니었더라면 진짜 어쩔뻔했니? H 병원도 모자라 해외 전문가 선생님들도 안배해 줘서 너무 고맙다.우리 정아가 복을 타고난 거 같아.""저희 해씨 가문에 정아 씨가 시집을 오면 원하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을 거예요.""정아와 해명이가 천생연분 같구나."병원에 와있던 가족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씩 했다.해명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염려 마세요. 정아 씨한테 제가 잘할게요. 할머니 수술만 무사히 끝나면 바로 약혼식을 하려고요." 해명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윤정아가 얼굴을 찡그렸다.윤정아는 자연스럽게 떠오른 강서준 때문에 한숨을 내쉬었다.윤정도 자신과 강서준과 결혼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용왕의 신분을 가진 강서준의 곁에는 자신보다 훨씬 훌륭한 여자들이 많았기에 자신처럼 평범한 여자는 감히 그의 곁에 있을 수 없다고 여겼다.다시는 강중으로 돌아가 강서준을 찾지 않기로 결심했다.가족들이 주선한 혼사를, 해씨 가문과의 혼사를 치르기로 했다.막 H 병원에 도착한 강서준은 윤정아의 할머니가 입원하신 중환자실로 급히 뛰어갔다. 얼마 뒤, 그는 중환자실 앞에 많은 인파들이 몰린 걸 목격하게 되었다.잠시 멈칫하던 그는 인파들 속에서 홀로 의자에 앉아 있는 윤정아를 발견했다. "정아 씨."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탓에 윤정아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강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강서준이 반가웠던 그녀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 서준 씨, 어떻게 왔어요?"강서준이 입을 열었다. "정아 씨 할머니께
해명이 차갑게 말했다. "보긴 뭘 봐요? 그쪽이 뭔데 정아 씨한테 치근덕대는 거예요?""서준 씨, 너무 마음에 두지 말아요." 윤정아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녀의 결혼은 가족들이 나서서 움직인 것이다.전에도 집으로 돌아와 해명과 결혼식을 올려라는 명령이 있었지만 그녀는 들은 체 하지 않고 강중에 계속 머물렀다. 그러다 할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어 어쩔 수 없이 돌아온 것이다.강중에서 발생했던 일은 그녀와 윤종복 둘만의 비밀이었다. 누구도 그 사건에 대해 몰랐다.강서준은 손을 살짝 저으며 말했다. "환자 보러 온 거니 신경 쓰지 말아요.""네, 할머니는 안에 계세요."윤정아는 화색을 띠며 말했다. "제가 데려다줄게요."다른 사람들은 강서준의 정체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그가 고대 무술자인 지도 몰랐고 신의라는 사실도 몰랐다. 강서준의 손짓 한방으로 그녀의 할머니가 완치할 수 있다는 사실도 그녀만 알고 있었다."뭐 하는 거예요?"해명이 급히 나섰다. "정아 씨, 뭐 하는 거예요? 거긴 중환자실에요. 주치의를 제외하고 가족들도 면회할 수 없는 곳이에요. 그런데 지금 외부인을 함부로 안으로 들이겠다는 거예요?"윤정아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서준 씨도 의사예요.""그래도 안 돼요." 해명은 소리 높게 말했다. "어느 병원 소속인데요? H 병원 의사 맞아요? 저 사람은 중환자실을 들어갈 자격이 없다고요."해명은 강서준을 훑으며 수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리고 의사 같지도 않은데."전미진이 급히 나섰다. "정아야, 누구니? 이런 사람과 왜 엮이는 거야? 곧 해명 군과 결혼할 아이가 아무나 만나서 되겠니? 이런 어중이떠중이들과 아는 체도 하지 마.""어머니, 전..."윤정아는 입을 뻥긋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상황을 지켜보던 윤종복이 나섰다. "이분은 의사가 맞으니 걱정 말고 안으로 들어가게 하세요."강서준의 신분을 알고 있는 윤종복이 강서준을 대변했다.그의 의술은 천하제일이었다.하지만 그는 자신과 상
왕 선생은 H 병원의 교수직을 부임하고 있었고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을 강서준이 무시한 것이다. "그것까지 말해야 하냐고요? 말투가 왜 그렇죠? 어느 의대에 누구 밑에서 공부를 한 거죠?"왕 선생은 학술 대회에 자주 참가했기에 국내와 국외를 포함한 여러 의사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그는 강서준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지잡대 출신 같은데."강서준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윤종복은 강서준의 심기를 건드렸을 가봐 얼른 나섰다. "왕 선생님, 이분에게 한 번 맡겨보시는 건 어떨까요?""맡기긴 뭘 맡겨요?" 왕 선생은 화를 내며 말했다. "만약 사고라도 생기면 누가 책임져요? 그쪽이 책임질 거예요?""제가 책임질게요." 강서준이 답했다."그쪽이 뭔데 책임을 왈가불가해요? 뭐로 책임질 건데요?" 왕 선생은 강서준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괜히 상황만 나빠지게 만들지 말고 가세요."윤종복은 초조한 얼굴로 강서준을 바라보았다.윤정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준 씨, 제발 할머니 좀 구해줘요."강서준이 듬직하게 말했다. "걱정 말아요. 최선을 다할게요."강서준은 고민에 잠겼다.교토의 유명한 전문의들에 대해 그는 솔직히 아는 바가 없었다. 주치의가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걸 반대했더라면 그는 어쩔 수 없이 군대에 요청을 했을 것이다."원장님 좀 만날 수 있을까요?"고민에 잠겼던 강서준이 입을 열었다.그의 말을 들은 윤씨 가족들은 웃음을 터뜨렸다."원장님까지 만나려고 하다니, H 병원은 교토 최고의 사립 병원으로 VIP분들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고요. 이 병원의 원장님이 얼마나 대단하고 권위 있는 분인지 모르고 그러는 거죠?""그래요. 해명 군이 저희 가문을 위해 나서주지 않았더라면 이 병원에 얼씬도 할 수 없었을 것이에요."가족들은 해명의 편을 들었고 해명은 뿌듯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됐어요. 그만하세요." 윤종복은 그들을 진정시켰다."아버지, 매제가 모신 분들이 곧 도착하실 거예
사람들의 비아냥거림을 무시한 강서준은 복도에 마련된 의자에 털썩 앉았다.그림자가 H 병원의 병원장에게 연락해 이 사건을 해결해 주길 기다렸다.그림자는 원장을 반드시 5분 안에 이곳에 도착하게 할 사람이었다.윤정아가 그의 앞에 멈춰서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서준 씨, 진짜 미안해요. 저 때문에 괜히... 진짜 미안해요."강서준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별거 아니에요."윤정아가 강서준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해명의 눈에 거슬렸다.'할머니가 위독하지만 않으셨다면 진작에 성사됐을 결혼식이었어. 미뤄진 결혼식 때문에 윤정아만 딴 놈 눈에 들게 생겼잖아.'그는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쳐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원장님을 부르신다고 하더니 언제쯤 원장님을 뵐 수 있는 거예요?"강서준에 대해 해명은 아는 바가 없었다.교토에서 강서준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그는 강서준이 혹시나 원장을 불러올까 봐 내심 걱정이 되었다. 결국 그는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큰 형에게 연락했다."형, 나야. 해명이. 그게, 사실 부탁할 게 있는데 혹시 H 병원의 병원장에 대해 알아? 그분한테 연락해서 10분 뒤에 병원 3층으로 와줄 수 있냐고 부탁 좀 드리면 안 될까..."강서준을 방해하기 위해 그는 결국 가족의 도움을 빌리기로 했다."저런 놈과 똑같게 굴면 어떡해요.""그래요.""해명 씨가 방금 전 10분 뒤에 오라고 했으니 분명 10분 뒤에 올 거예요."윤종복은 이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난감했다.그는 강서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평범하게 보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한 번도 자신의 권위를 내세워 누군가를 억압해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었기에 SA 일가에 들어가 그 긴 시간 동안 데릴 사위로 지낼 수 있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강서준의 신분에 대해 말한다는 건 강서준의 평소 지향하는 삶의 방식에 반기를 드는 행위였다.그리고 강서준은 더 이상 용수가 아니었다. 민간인이 된 그에게 지나간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