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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렇다면 재민의 아빠는 누구일까?

심청하는 별로 친구가 없는 것 같았고 예전 동창들과도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 듯했다.

내 기억으로는, 심청하는 가끔 친정에 들르긴 했을 뿐 그 외에는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다.

딩동.

휴대폰 알림 소리가 내 생각을 끊었다.

심청하였다. 하긴 심 씨네 집안도 가만히 있지 못할 만했다. 예전에 심청하가 친정에 갔다 하면 거의 이틀이 지나기 전에 나는 선물을 들고 찾아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5일이나 지났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으니.

심청하의 친정집은 그녀의 부모님과 동생네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꽤 널찍한 편이었다.

하지만 심청하와 재민이가 들어가면 약간 비좁았다. 더군다나 그녀의 부모님 인식 속에 시집간 딸은 다른 집의 사람이었다.

집에 도움을 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너무 오래 친정에서 공짜로 지내는 것은 또 싫어했다.

[태성 오빠, 요즘 바빠? 왜 집에 안 가?]

심청하의 메시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나는 분명히 승진 소식을 심청하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다음 날 윤숙희는 곧바로 찾아와서 승진해서 월급이 올랐는지 물어보았다.

잠시 고민하다가 나는 며칠 휴가를 내서 심청하를 몰래 따라다니려 했던 생각을 포기했다.

나는 인터넷에서 꽤 비싼 탐정을 고용해 정보를 보낸 후, 보증금을 걸고 조용히 기다렸다.

심청하의 친정 쪽은 며칠 더 시간을 끌어야 할 것 같았다.

[네 동생, 돈은 좀 모았어?]

메시지를 보냈지만 심청하는 답장이 없었다. 아마도 내가 그녀가 준 기회를 받아들이지 않고 눈치 없는 행동을 했다고 화가 나서 말도 하기 싫은 모양이었다.

사흘이 지났지만 사설 탐정에게서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심청하는 며칠 동안 친정에 콕 박혀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 뭔가 일거리를 줘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심청하의 남동생 심승우가 그때 나에게 쓴 차용증을 법원에 제출했다.

심청하만 있으면 나를 계속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때 심승우는 나를 달래려고 대충 차용증을 써줬었다.

그 집안사람들은 다 똑같이 자만하고 무지했다.

법원의 소환장이 심씨 가문에 도착하자 집안은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고 윤숙희, 심청하, 심승우는 번갈아 가며 전화를 걸어왔다.

욕설을 퍼붓거나 심청하와 재민을 빌미로 협박하는 내용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청하는 자기 돈을 꺼내서 심승우의 빚을 메꿀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돈 받을 생각을 굳혔다는 걸 알고 난 윤숙희는 심청하를 계속 몰아붙였다.

결국, 심청하는 그 집에서 더 이상 못 버티고 다음 날 새벽 일찍 재민을 데리고 몰래 나갔다.

탐정은 심청하를 계속 따라다녔고 이틀 후 드디어 유용한 정보를 보내왔다.

사설 탐정이 보낸 자료를 읽고 나서 나는 깜짝 놀랐다.

심청하가 바람난 상대는 바로 우리 회사의 전무인 진준규였기 때문이다.

ZQ가 도대체 누구일까 싶어서 내가 아는 성이 Z로 시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생각해 봤지만, 진준규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진준규는 사실 별 능력도 없는 사람이었는데 회사 전무 자리까지 올라간 건 엄 회장의 딸과 결혼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설 탐정에게 진준규를 계속 조사해 보라고 했다.

진준규와 엄하온 사이에 다섯 살짜리 딸이 있다는 건 회사 전체가 다 아는 사실이었기에 자녀가 있는 동료들에게 조금만 물어보면 그들의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을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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