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님을 잘못 건드린 결과

제1화

당시 내가 사귀었던 남자 친구의 집안은 형편이 꽤 어려웠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나는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뛰면서 허리띠를 졸라맸다. “지윤아, 내가 꼭 너와 행복하게 잘 사는 가정을 만들 거야.”남자친구가 꼭 나에게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주겠다는 이 약속을 믿었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며 피곤하게 일하는 것이 별로 힘들지 않았다.하지만 그 약속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어느 날 술집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나는 뜻하지 않게 남자친구와 친구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야, 근데 너 진짜 아직도 그 여자 만나고 있는 거야?”“어쩔 수 없지. 내기였잖아. 처음부터 관심도 없었는데, 져서 어쩔 수 없이 만난 거라고.”“와, 진짜 대단하다. 네가 그래도 강씨 가문의 황태자 강태섭인데, 그런 애랑 5년이나 만나 준 것도 용하다.”그 순간, 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내기였다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그저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 거야?’강태섭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퍼주면서도, 나와 함께 먹는 것은 늘 쌀죽 한 그릇뿐이었다.‘대체 이 사람에게 나란 존재는 뭐였지? 그냥 심심풀이? 인간 본성을 시험하는 도구?’나는 강태섭과 함께했던 5년이라는 세월이 부질없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모든 걸 정리하기로 결심했다.결국, 나는 그를 떠났다. 진심으로 사랑해온 시간이 모두 한낱 물거품이 된 기분이었다. 그런데도 강태섭은 매일 밤 내 뒤를 따라다녔다.“지윤아, 제발... 내가 잘못했어. 돌아와 줘...”...새벽 1시 3분.밀크티 가게에서의 아르바이트를 끝마치고, 나는 폭우를 뚫고 술집으로 뛰어 들어갔다.“또 늦었어? 이번 달만 몇 번째야? 일할 거야, 말 거야? 못 하겠으면 당장 나가!”매니저의 싸늘한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숙이며 급히 사과했다.“매니저님,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안 늦을게요.”잔뜩 화가 난 매니저가 한숨을 쉬더니, 차갑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