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데!”나는 빗속에서 그대로 서 있었다. 퍼붓는 빗줄기가 온몸을 적셨지만 개의치 않았다. 오늘만큼은 마음껏 울고, 마음껏 분노하고 싶었다.‘내일 아침이 되면, 나는 새로운 서지윤으로 다시 태어날 거야.’한참 울고 나니,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 버렸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눈물을 훔치고, 나는 캐리어를 다시 손에 쥐었다. 하지만 이제 어디든 가서 몸을 말리고, 쉴 곳을 찾아야 했다.그때, 돌아선 내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낯익은 실루엣, 차가운 눈빛. 주연경이었다.그는 우산을 쓰고 서 있었다. 나와 불과 몇 걸음 거리에 서 있었다. 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런 가장 처참한 모습을 주연경에게 들켰다는 사실에 가슴 한구석이 저릿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캐리어를 끌며 그를 지나쳤다.‘이 사람도 알아서 못 본 척하겠지.’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내가 지나가려는 순간, 손목이 단단히 붙잡혔다.“정말 한심하군.”남자의 목소리에는 씹어 삼킬 듯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고작 남자 하나 때문에, 네가 이렇게까지 망가져야 했어?”나는 피식 웃으며 남자의 손을 내려다보았다.“제가 창피하다면, 그냥 못 본 척 지나가지 그랬어요?”하지만 주연경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한 번에 나를 당겨 우산 안으로 끌어들였다.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나는 중심을 잃고, 거의 남자의 품에 안길 뻔했다.나는 반사적으로 물러서려 했지만, 주연경의 손이 내 팔을 단단히 잡았다.“가만히 있어.”차가운 남자의 목소리에는 어딘가 날카로운 경고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너, 지금 열나는 거 모르겠어?”그는 내 이마를 짚어 보았다. 남자의 손끝이 차가웠지만, 내 뺨에 스치는 그 감촉이 묘하게 기분 좋았다.“이렇게 뜨겁다고?”주연경이 인상을 찌푸렸다.“이 정도면 거의 불덩이인데, 강씨 집안 그 자식은 네가 이러고 있는 것도 모르고 있나 보지? 그런 놈을 위해 이렇게까지 고통받을 필요가 있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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