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왕을 위해 천추의 위업을 달성할 것이다! 위대한 태국 왕을 위하여!”“오늘 너와 화풍성은 함께 황천길을 가는 것이야!”대마승은 입가의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고는 위풍당당하게 입을 열었다.하현은 손에 쥐고 있던 휴지를 아무렇게나 던지고는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하나씩 덤빌 거야? 아니면 같이 덤빌 거야?”화풍성은 이 장면을 보면서도 조금도 긴장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다.하현의 솜씨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현이 용문 대구 지회장을 맡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을 설명해 주었다.화풍성은 담담한 눈빛으로 대마승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하현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어? 무고한 사람 괴롭히지 말고 어서 썩 꺼져!”“당신들의 목적은 어차피 날 죽이는 거잖아? 왜 이런 시기에 문제를 일으키려고 하는 거야?”“어서 꺼져!”화풍성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자 대마승들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달아올랐다.“화풍성, 당신 같은 늙은이가 무슨 힘이 있다고 우리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만약 당신이 우리 태국 왕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어!”“그랬으면 우리가 이렇게 나설 일도 없었고 우리 태국이 강대국으로 클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을 거야!”“안타깝게도 당신이 우리 태국 왕에게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은 오늘 죽어야 해!”대마승의 말이 떨어지자 다른 두 마승들도 성난 표정으로 화풍성을 노려보았다.태국이라는 나라는 동남쪽 해역의 강대국이긴 했지만 기껏해 봐야 좁은 그 일대만 주름 잡을 정도였다.이 나라는 인재 양성을 위해 투자나 지원조차 하지 않으니 경제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전적으로 도박왕 화풍성에게 기대고 있었다.결국 도박왕 화풍성 집안은 한 나라의 부와 맞먹을 정도의 강력한 부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태국인들은 뻔뻔스럽게도 도박왕 같은 인물은 그들을 도와야 하고 그들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도성도 자신들과 같은 동남쪽 해역
”죽이지 못한다고?”대마승은 화풍성의 말을 듣고 세상 가장 우스운 소리라고 생각했다.“우리 셋이 당신을 보름 넘게 지켜봤어. 기회를 찾아 드디어 당신을 죽이러 온 거야!”“이미 당신을 점찍어 두고 벼르고 별러서 온 거라고. 이번엔 반드시 당신을 죽이고 말 거야!”다른 마승도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화풍성, 걱정하지 마. 당신을 죽인 후 당신 아들도 죽일 거야. 그리고 살아남은 당신 딸을 화 씨 집안 후계자 자리에 올릴 거라고!”“그리고 나서 당신 딸을 우리 태국 왕과 결혼시키는 거야. 그럼 그때는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화 씨 가문 재산은 모두 우리 태국의 것이 되는 거야!”“이건 전적으로 당신들 대하 법에 따른 것이어서 그 누구도 우릴 어떻게 할 수 없지! 조금도 법을 어기지 않았으니까!”또 다른 마승이 냉소적으로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그러니 오늘 당신이 여기서 죽더라도 걱정하지 마. 우리가 당신 딸을 잘 돌본 다음에 값을 잘 매겨서 태국으로 데리고 갈 테니까.”“그리고 하현, 당신은 여기서 살아나갈 생각은 하지도 마. 우리 셋을 당신이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절대! 꿈도 꾸지 마!”“당신이 우리 태국의 은밀한 비밀을 안 이상 우린 반드시 당신을 죽여야 해!”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왜 대하 주변의 황금 삼각지에 이렇게 흉악한 도적떼가 많은지 이해가 갔다.소위 동남해 제 1 강국이라고 하는 태국조차도 이런 도둑 심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 다른 나라들이야 오죽하겠는가.하현은 이내 침착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들 셋, 상대하기 싫으니까 그냥 가. 시간 낭비하지 말고.”“당신들을 얼른 처리하고 난 어르신을 모시고 풍수를 보러 가야 하니까.”“이 건방진 놈!”“내 네놈의 목부터 따 줄 테다!”“그리고 화풍성!”대마승은 흉악한 표정으로 화풍성에게 말했다.“이렇게 시간을 지체하고 있으면 혹시나 경비원들이 당신을 발견하고 구하러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절대 그
”철퍼덕!”두 마승 모두 온몸에 충격을 받고 그대로 튕겨져 나와 입에서 검붉은 피를 토했다.하현은 여세를 몰아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 그들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재빠른 발놀림으로 그들을 걷어차 버렸다.그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대마승을 향해 숨 돌린 틈 없이 발길질을 했다.대마승은 한번 제대로 힘도 써 보지 못하고 그대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퍽!”하현은 대마승의 얼굴에 발을 갖다 대고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대마승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화풍성은 바람처럼 이리저리 몸을 놀리는 하현의 모습을 보며 감탄해 마지않았다.이윽고 화풍성은 하현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하 지회장, 괜찮으신가?”“괜찮습니다. 보시다시피 아무 이상 없습니다.”하현이 전장에 있을 때는 백 명의 적도 상대한 적이 있었다.수백 명의 군왕을 손쉽게 무찌른 하현에게 지금 세 명의 마승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화풍성 앞에서 자신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고자 하현이 마음먹었다면 고작 뺨 몇 대로도 세 마승을 때려눕힐 수 있었다.대마승은 괴로운 표정으로 얼굴을 가리며 두 마승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모두 괜찮아?”두 마승도 얼굴을 가린 채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입가에서는 아직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들은 분한 듯 흐르는 피를 거칠게 훔쳤다.그들이 비록 타격을 입긴 했지만 아직 손쓸 힘은 남아 있었다.지금 세 마승의 얼굴에는 하현을 향한 분노로 들끓었다.하현의 힘이 이 정도일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런 괴력의 사나이는 도저히 존재할 수 없었다.지금껏 이런 존재가 있었다면 대하가 더욱 강해졌을 것이다.태국 입장에서는 대하에 이런 총교관급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대마승, 당신들이 고작 이 정도라면 정말 실망인데!”하현은 뒷짐을 지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다 같이 덤벼 봐!”“시간 낭비하지 말고.”“어서 덤벼 보라니까!”대마승은 마뜩잖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렸다!3대 마승은 하현 앞에서 종잇장처럼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대승을 제외한 두 마승은 그 자리에서 바로 죽었고 대마승만이 땅바닥에 널브러져 곧 죽을 듯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는 방금 싸움을 끝낸 사람 같지 않게 옷에 피 한 방울 없이 여전히 깨끗한 옷차림이었다.“하현! 당신을 꼭 죽이고야 말 거야! 반드시 죽이고 말 거라구!”두 마승이 하현의 손에 죽는 것을 보고 대마승은 마지막 남을 힘을 끌어내 발악했다.그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지니고 있던 총을 꺼내 발포하려고 했다.“퍽퍽퍽!”그러나 그가 총을 꺼내들자마자 화풍성은 아무런 표정 없이 총을 꺼내 들었다.정교한 예술품같이 생긴 총 한 자루가 그의 손에 있었고 그가 방아쇠를 당기자 십여 개의 납탄이 그대로 대마승의 급소를 뚫어버렸다.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화풍성은 그대로 총을 거둬들인 후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골동품을 대하듯 조심스럽게 총을 닦기 시작했다.하현의 눈썹이 찌푸려졌다.그리고 그는 이미 저세상으로 간 대마승에게 시선을 옮겼다.방금 발사한 납탄으로 대마승의 몸 여기저기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대마승은 그 자리에서 바로 목숨을 잃었다.이런 사격술은 절대 하루 이틀에 연마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적어도 수십 년은 연마해야 시전할 수 있는 실력이었다.“어르신, 솜씨가 아주 대단하십니다.”하현은 진심으로 감탄했고 능구렁이 같은 화풍성의 면모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동시에 하현은 이제 세 명의 마승이 도박왕을 어찌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예전에 어디선가 도박왕 화풍성이 3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그 소문을 떠올리자 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누가 그런 헛소문을 퍼트렸을까?소문을 퍼트린 그 사람이 지금 이 장면을 봤다면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어르신!”하현이 고개를 돌렸을 때 저쪽에서 총을 든 경
하현은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를 힐끔 보고 시간이 충분함을 확인하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좋습니다. 어르신이 이렇게 정중히 청하시니 바로 가서 부딪혀 보겠습니다. 어서 가시죠.”“우리 집이 여기서 그리 멀지 않다네.”화풍성은 손짓을 하며 안내했다.그는 차를 따로 부르지 않고 하현을 데리고 조용히 길을 따라 걸었다.하현은 담담하게 앞쪽을 바라보며 뒤따랐다.그의 눈에 비친 화풍성의 모습은 마치 폭풍전야와도 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검은 기운이 왠지 감돌고 있는 듯한, 아니 죽음의 기운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오는 길은 그리 길지 않았다.화풍성과 하현은 어느새 화 씨 가문 저택에 도착했다.앞에서 길을 안내하며 걸어오는 화풍성을 보고 대문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화들짝 놀라며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목례를 했다.경호원들은 문을 열어 화풍성과 하현을 안으로 들였다.“하 지회장, 여기가 우리 집이라네. 사람이 살 만한 집인지 어떤지 잘 좀 봐 주시게.”...하현과 화풍성은 곧바로 응접실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하현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앉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화천강, 화소붕, 화옥현, 그리고 많아 봐야 열여덟쯤으로 보이는 소녀까지.하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화 씨 집안 삼 형제는 짐짓 못마땅한 얼굴을 하며 하현을 노려보았다.그리고 열여덟쯤으로 보이는 소녀는 삼 형제 못지않은 표독한 표정으로 하현을 째려보았다.“당신이 바로 우리 둘째 오빠 손을 다치게 하고 셋째 오빠 발을 밟고 넷째 오빠 얼굴을 때린 사람이에요?”이 소녀는 분명 화 씨 집안 다섯째 화소혜일 것이다.그 뒤에 서 있는 여자는 화옥현의 약혼녀 허빈우.방금 허빈우는 화소혜의 귓가에 뭐라고 귓속말을 했다.아마도 하현의 신분에 대해 귀띔을 해 줬을 것이다.이들 화 씨 집안 자제들 외에도 큰 응접실에는 의문의 여인이 또 한 명 있었다.도포를 입었지만 빼어난 몸매는 여실 없이 드러나
”게다가 하현은 방금 태국 3대 마승의 손에서 날 구출해 주었어!”“그런데 지금 네가 하현을 총으로 쏴 죽이려 하다니?!”“소혜, 너 행동이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구나! 우리 화 씨 집안이 너의 배은망덕한 행동 때문에 온 천하의 손가락질을 받았으면 좋겠느냐?”“사과하거라! 지금 바로 하현에게 사과하라구!”“사과하지 않으면 바로 집에서 내쫓아 버릴 것이야!”“우리 화 씨 집안에는 너 같이 옳고 그름도 분간 못하는 분별없는 자식은 필요 없다!”화풍성은 진심으로 화가 많이 나 보였다.자신을 구해준 하현에게 분별없이 대하는 딸의 모습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화옥현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의아한 눈빛으로 화풍성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하현과 화풍성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화풍성이 대노하며 그를 감싸는 것일까?하지만 그런 호기심도 잠시 대부분의 화 씨 집안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화풍성을 포함해서 그의 부인과 자식들 모두는 하현에 대한 악감정 때문에 그를 찾아 혼을 내주려고 궁리를 하고 있었다.그런데 지금 화풍성은 애지중지하는 딸 화소혜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그것도 하현을 대하는 화소혜의 분별없는 행동 때문에.이를 지켜보던 화 씨 가족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찻잔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화소혜의 얼굴에는 어느새 하현에 대한 분노는 온데간데없이 두려움에 휩싸였다.오냐오냐하며 컸던 그녀에게 화풍성이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처음이었다.그러나 이 광경을 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이가 있었으니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차가운 아우라를 풍기고 있던 바로 그 여도사였다.그녀는 아무런 표정 없이 일어서서 화소혜 곁으로 다가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르신, 소혜는 순간적으로 흥분해서 그만 철없이 행동했을 뿐이에요.”“이제 열일곱 여덟 살 소녀라구요. 무슨 나쁜 마음이 있어서 그랬겠어요?”“이분이 어제 용전에서 용전 항도
”그래, 소혜야 너무 풀이 죽어 있을 필요는 없어.”“사람이 잘못했으면 인정해야 하는 거야!”“앞으로는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여도사는 미소를 머금고 화소혜를 위로했다.화소혜는 교활하고 제멋대로였지만 여도사의 말은 잘 따랐기에 더 이상 그녀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화풍성도 더 이상 화소혜를 꾸짖지 않고 미소를 띤 채 하현을 한 번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하현, 내가 가정 교육을 그리 엄하게 하지 못해서 미안하오. 용서하시게.”“아, 어떻게 하다 보니 소개가 늦었구만.”“이분은 오매 도교 사원의 사송란이라네. 내 여식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네.”“내 여식 소혜도 오매 도교 사원 문하에서 수행을 하고 있다네.”“우리 집안 사정을 듣고 이분이 와서 돌봐주고 있어.”“사송란, 이미 알고 있다시피 이분은 하현이야. 하 세자, 하 지회장이시지. 지금 항성과 도성에서 가장 귀한 분이셔.”화풍성은 두 사람을 서로에게 소개하며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하현은 예의상 오른손을 내밀었다.“사송란, 반가워요.”하지만 하현은 조금 놀랐다.오매 도교 사원은 그도 들은 적이 있다.오매 도교 사원은 200년 전에 세워졌으며 강남 지방의 무예 성지였다고 한다.오매 도교 사원이 배출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영충권이었다.그는 강남 지방에서 천하무적이라 불렸다.이 여도사는 그런 명망 있는 오매 도교 사원에서 왔던 것이다.그러니 그 기질이 보통 여자와 달랐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하 세자, 반가워요.”사송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내밀었다.하현과 잠시 눈을 마주 보는 그녀의 눈에 경계의 빛이 돌았다.게다가 하현을 심하게 의식하는 듯한 눈빛도 스쳐 지나갔다.사소란은 화풍성에게 시선을 돌리며 당당한 태도로 거침없이 말했다.“어르신, 화 씨 집안에 일어난 일에 대해 우리 성녀께서 이미 들어서 알고 계십니다.”“성녀께서 어르신 집안의 일을 해결하라고 특별히 절 보내셨습니다.”“괜찮
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화소혜는 이미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하현을 노려보았다.“하 씨, 당신 이게 무슨 짓이에요?”“방금 송란 언니가 날 옹호하는 말을 했다고 지금 불만을 품고 오매 도교 사원의 귀한 물건을 부숴 버린 거예요?”“화가 났으면 나한테 분풀이를 했어야죠! 우리 송란 언니가 뭘 어쨌다고 이러는 거예요?”“이 풍수판에 문제가 있어요”하현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화소혜를 바라보았다.“아니면 풍수판의 재질에 문제가 있든가요.”“하현, 그게 무슨 뜻이에요?”사송란은 매서운 눈빛으로 하현을 쏘아보았다.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숨길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우리 오매 도교 사원의 풍수판은 거의 200년 가까이 전승되는 보물이에요. 천금과도 바꿀 수 없다구요!”“매번 밖으로 풍수를 보러 갈 때마다 이 풍수판을 사용해야 해요. 그리고 이 풍수판 덕분에 그동안 우리 오매 도교 사원이 많은 일을 해결했구요!”“지금 우리 오매 도교 사원의 풍수판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이 일은 지금 분명히 말하지 않으면 절대 넘어갈 수 없어요!”화소혜는 냉랭한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방금 하현이 사송란의 풍수판을 망가뜨리는 걸 보고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다.어떻게 감히 사송란의 풍수판을 던져버릴 수가 있는가?아무리 마음을 진정시키려 해도 도무지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하현, 오매 도교 사원은 무예의 성지이지만 의술, 풍수, 관상 등에도 선대에서 내려오는 공력이 대단한 곳이에요. 보통의 풍수사나 의사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구요.”“이 풍수판은 나도 여러 번 본 적이 있는데 오매 도교 사원의 보물임에 틀림없어요.”말을 아끼고 있던 화풍성이 결국 앞으로 나서서 입을 열었다.“방금 자네가 부순 것은 선조 대대로 내려오는 오매 도교 사원의 풍수판이 확실하다네.”“만약 하현이 잘못 보았거나, 실수로 이런 거라면 내가 대신 보상하겠네. 우리 서로 아는 사이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렇게 처리하면 안 되
우다금은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일어서더니 하현에게 달려왔다.“당신 여기 뭐 하러 왔어? 어?”“설마 당신 장모가 우릴 미행이라도 하라고 시켰어?”“떠도는 소문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 당신 처가는 이제 파산이야!”“그래서 우리를 따라다니며 어떻게든 우리 덕을 보려고 하는 거지!”우다금은 최희정 일가에 대한 미움이 최고조로 달한 것 같았다.도움이 필요할 때는 그렇게 도와주지 않으려고 하더니 이제 자기 딸이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으니까 사위를 대동해 뭐라도 덕을 보려고 치근덕거리다니!무슨 말도 안 되는 짓거리야!“썩 꺼져! 꺼지라고!”우다금은 먹이를 앞에 두고 다툼을 벌이는 사자처럼 포효했다.“어쨌든 형 씨 가문 그룹에서 너 같은 놈을 경비로 부를 일은 없어!”“형 씨 가문 그룹이 어떤 곳인지나 알아?”“제대로 된 졸업장이 없으면 발도 들이지 못할 그룹이야!”“모두가 우리 딸처럼 능력이 뛰어난 줄 알아?”하현은 무지막지하게 퍼붓는 우다금의 억지에는 대꾸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하현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우소희는 옆에서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한껏 떠올리며 말했다.“하 씨! 들었어?”“이곳은 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빨리 꺼져! 안 꺼져?!”“어서 꺼지라고! 우리가 당신 같은 사람을 안다는 걸 무 팀장님이 알기라도 한다면 우리 품위가 완전히 떨어진다고!”말을 하면서 그녀는 하현을 밀치려고 했다.하현의 존재가 그녀들에게는 피나 빨아먹는 거머리처럼 보였던 것이다.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그녀가 형 씨 가문 그룹에서 어떻게 잘생긴 갑부들을 낚을 수 있겠는가?하현이 한 발짝 물러서며 우소희의 손을 피했다.그녀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혐오스러워서였다.그는 소위 말하는 몰상식한 사람들과는 조금도 접촉하고 싶지 않았다.하현이 감히 자신의 손을 피하는 것을 보고 우소희는 자존심이 확 상했다.뭔가 모욕당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그녀는 프런트 데스크 직원
두 모녀를 본 하현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예정대로라면 우소희는 오늘 아침 일찍 출근 보고를 하러 올라갔을 텐데 왜 로비에 이렇게 있는 것인가?결국 하현은 우다금이 전화기에 대고 울먹거리며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인사팀 팀장님 맞으시죠?”“안녕하세요. 저는 우소희 엄마, 우다금입니다.”“아, 맞아요. 맞아요. 바로 오늘 출근하려던 우소희예요! 좋은 연봉으로 입사하게 된 우소희요!”“사실은 어제 너무 기뻐서 온 가족이 축하하느라 우리 딸이 술을 너무 먹어서 오늘 알람 맞추는 걸 깜빡했지 뭐예요!”“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어쨌든 우리 소희는 인재잖아요! 그러니 좀 너그럽게 봐주시면 어떨까 해서요.”하현은 어이가 없었다.정말로 가지가지 하는 진상 모녀였다.어렵게 형 씨 가문 그룹에 취직을 시켜줬더니 지각을 해?그러고도 자신들이 아주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거야?“아,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마세요.”“우리 딸이 여기 입사하겠다고 했으니 다른 데 가지는 않을 거예요.”우다금은 여전히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우리가 여기 로비에 있는데 팀장님이 좀 내려와서 데려가 주면 안 될까요?”“아, 그리고 점심은 너무 오버할 필요없이 고위층 몇 명과 자리를 마련해서 인사시켜 주면 됩니다.”“참고로 우리 딸은 82년산 라피트만 마셔요. 피부가 상할까 봐 고급술만 마시죠.”“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말을 마친 우다금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전화를 끊은 뒤 우소희를 쳐다보았다.“걱정하지 마. 그렇다고 많이 늦은 것도 아니잖아?”“우리 딸 같은 출중한 인재를 모셔가는 형 씨 가문 그룹이 이 정도도 못 참으면 어쩌겠다는 거야?”“네가 이 회사에 오지 않는다면 형 씨 가문 그룹은 석 달도 안 되어서 문을 닫을 거야!”“아마 무 팀장이 곧 내려와서 우릴 맞이할 거야.”우다금의 말에 프런트 데스크의 예쁜 직원과 잘생긴 경비원은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어이없다는 눈빛을 주고받았
한바탕 휘몰아치고 맞이한 밤은 모두에게 평온함을 쉽사리 가져다주지 못했다.최희정은 가끔 이를 악물었다가 화가 나서 헐떡거렸다가 도저히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일찌감치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난 뒤 옷을 갈아입고 간민효와 풍수관 일을 상의하기 위해 나서려고 했다.그런데 그가 대문을 나서자마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하현이 전화를 받자마자 형나운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사기꾼...”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또 맞고 싶어?”하현의 말속에 은근하게 퍼지는 매서운 기운을 감지한 형나운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시간 좀 있어요?”하현은 무심하게 내뱉었다.“시간 없어. 가게를 보러 가야 해. 바빠.”“당신이 원하는 가게, 나한테 없을 것 같아요?”형나운은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당신이 원하는 걸 말해 봐요. 내가 삼백 개는 더 보여줄 수 있어요.”“아니야. 필요없어. 내가 찾을 수 있어.”하현은 단칼에 거절했다.“무슨 일로 전화했어? 할 말 없으면 끊어.”“아, 정말 이럴 거예요? 당신이 어제 나한테 부탁한 일 다 처리해 줬는데 이제 와서 입 싹 닦을 거예요?”형나운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하현은 이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그냥 넘어갈 여자가 아니지.하현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형나운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로 말했다.“나의 주인님, 지금 하녀를 도와줄 시간이 좀 있을까요?”“오늘 아침에 일어나 무술을 연마하는 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어요.”“지금은 머리도 아프지 않고 잠잠해졌지만 불안해서 이대로 있을 수가 없어요.”“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숨이 멎고 식물인간으로 살게 되면 어떻게 해요?”“그래서 이렇게 부탁하는 거예요. 주인님, 오늘 잠시 와서 나 좀 봐주면 안 돼요? 주인님이라면 날 구해 줄 수 있
”너희들은 기껏해야 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이야. 형홍익 같은 사람이 봐줄 사람들이 아니라고!”“데릴사위 따위가 중간에서 역할을 했다고? 그렇게 잘났다고?”“허풍을 떨어도 좀 그럴싸하게 해야지! 흥!”우다금은 이 일에 하현이 중간 역할을 했을 리가 없다고 철석같이 믿었다.“아니, 언니!”우다금이 펄쩍 뛰는 모습을 보고 최희정은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비록 그녀도 하현이 그런 능력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우다금의 말엔 참을 수가 없었다.“자네, 어서 자네가 도와줬다고 말해!”최희정은 우소희의 그 정도 능력으로는 SL그룹에도 못 들어올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어떻게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그래서 하현이 정말로 형홍익과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특히 무성에서의 일을 떠올리자 최희정은 하현이 확실히 어떤 거물과 인연을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하게 되었다.비록 죽일 듯이 하현을 싫어하는 최희정이지만 우다금이 뻔뻔스럽게 모든 일을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설은아의 난처한 표정을 본 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모님...”“이, 이모라니?!”하현이 뭐라고 해명을 하기도 전에 우다금은 앞뒤 따져 보지도 않고 무지막지한 얼굴로 퍼부었다.“이모라니? 내가 어떻게 당신 이모야? 누가 당신 이모냐고?”“데릴사위 주제에 함부로 입 놀리지 마!”“그렇지 않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쓸데없는 말 하지 마!”“우리 소희가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나도 이제 너네들같이 속물 덩어리들과는 상대하지 않을 거야!”“아까는 온갖 이유를 대며 도와주지 않으려고 데릴사위 하나까지 핑계를 갖다 붙이더니 이제 와서 내 딸이 좋은 곳에 들어간다니까 어떻게든 생색내려는 거잖아?”“정말 이렇게 뻔뻔한 사람들은 처음 봐!”“내가 다시는 이 집에 발을 들이나 봐!”“우리 소희가 이제 탄탄대로를 걷게 되었다고 절
말을 하면서 우소희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보였다.결국 형 씨 가문 그룹에서는 그녀의 체면을 세워 주며 높은 급여를 제시한 것이다.이만큼의 연봉을 받는다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우다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소희야. 정말 형 씨 가문 그룹이래? 잘못 들은 거 아니지?”“맞아, 똑똑히 들었어. 인사팀 사람들을 만났었는데 틀림없이 그 목소리가 맞아.”우소희는 만면에 자랑스러운 미소를 띠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형 씨 가문이 정말 눈치 하난 빠르네.”이 광경을 보고 설은아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과 형 씨 가문의 관계가 이렇게 공고하고 깊은 줄은 몰랐다.전화 한 통으로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해결하다니!설마 간민효 때문은 아니겠지?그녀는 방금 하현이 전화할 때 건너편에서 여자 목소리를 어렴풋이 들은 것 같았다.금정에서 형 씨 가문을 이렇게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여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하현은 질투의 그림자가 설은아의 얼굴에 드리워진 것을 눈치채고 쓴웃음을 지었다.그렇다고 형나운에게 전화했다고 털어놓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자신이 또 다른 여자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녀가 안다면 질투의 화신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할지도 모른다!하현과 설은아가 서로 무언의 묘한 눈빛을 주고받는 동안 우다금은 이미 자신의 딸의 운명을 점찍었다.“잘됐어! 정말 잘됐어! 형 씨 가문에 들어가는 일만 남았어!”“하늘이 도왔어!”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일을 기회로 삼아 그녀는 친척들 사이에서 한껏 콧대를 세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언니! 하늘이 도운 게 아니야!”최희정이 어떻게 자신의 체면이 구겨지는 일을 참을 수가 있겠는가?“하현이 언니를 도와준 거야!”이 말을 듣고 하현은 깜짝 놀랐다.최희정의 승부욕이 이토록 강할 줄은 몰랐다.“하현? 그 데릴사위가?”최희정의 말을 들은 우다금은 곁눈으로 하현을 흘겨보면서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귀가
최희정은 하현이 어디서 이 명함을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맞아. 정말로 형홍익 명함인데?”우다금은 최희정의 말을 듣고 오히려 화를 버럭 내었다.“아휴! 잘난 데릴사위가 형홍익의 명함을 얻었으니 이제는 금정 최고 거물의 명함도 받을 수 있겠군그래!”“설 씨 집안도 대구 정 씨 가문과 연락이 닿아 아홉 번째 집안이 되어 꽤나 번성하고 발전했을 텐데 왜 이렇게 변한 거야?”“도와주고 싶지 않으면 그냥 말로 하면 되지 생색은 한껏 내면서 이런 핑계나 대고 있으니 원!”“정말 실망이야!”“이렇게 우릴 무시할 거면 확실히 말할 것이지! 앞으로 내가 절대 이 집안에 얼씬을 하나 봐! 절대 안 올 거야!’우다금은 노점에서 사 온 선물 꾸러미를 떠올리자 화가 나서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이 쓴 돈을 만회하기 위해 거실에 있는 찻주전자라도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우다금의 말에 최희정과 설재석은 어이가 없어서 몸을 부르르 떨었고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설은아는 이 광경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하현의 손을 잡아끌었다.“하현, 당신이 좀 도와줘. 그렇지 않으면 우리 부모님이 정말...”이쯤 되니 설은아도 자신의 행동이 무리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었다.하현과 최희정은 원래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그런 하현이 최희정을 위해 나서서 우 씨 고모를 도와주려 하겠는가?설은아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듣고 하현은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이런 사소한 일로 형홍익 어르신을 귀찮게 할 필요도 없어. 내 하녀한테... 그러니까 내 친구한테 말 한마디만 꺼내면 돼.”말을 마치며 하현은 핸드폰을 꺼내 형나운에게 전화를 걸어 우소희의 취업 문제를 도와달라고 했다.그는 1분도 되지 않아 전화를 끊었고 우다금 모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잘 해결되었습니다.”“거짓말하지 마!”“어디서 계속 장난질이야!”“데릴사위인 주제에 금정 최고 책임자라도 되는 양 허
”허! 제부! 시도도 안 해 보고 노력도 안 했는데 당신들은 처음부터 안 된다고 못 박고 있잖아요!”“그게 도와주겠다는 사람 태도예요?”우다금은 냉소적인 얼굴로 쏘아붙였다.“당신들이 우릴 친척이라고 생각했으면 어떻게 우리 소희를 도와주지 않을 수 있겠어요?”“제부, 난 관청에서 일하는 사람이에요!”“내가 자존심도 다 버리고 도와달라고 이렇게 애원하는데 사람을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만드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정말 너무 뻔뻔들 하네!”최희정은 자신보다 더 억지를 부리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정신을 다잡고 이를 갈며 말했다.“지금 뭐라는 거야? 우리한테 도와달라고 찾아온 언니를 내가 영광으로 생각하며 대했어야 한다는 거야?”“엄마, 아빠...”설은아는 또 말다툼이 시작되려 하자 걱정스러운 듯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자신도 모르게 하현을 힐끔 쳐다보았다.“하현, 혹시 이모 도와줄 수 있겠어?”설은아는 하현이 금정은행에서 형홍익의 개인 명함을 내놓은 것이 문득 떠올랐다.그렇다면 하현과 형홍익이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얘기였다.그래서 하현이 방금 그런 말을 꺼낸 것이었다는 걸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허풍이 아니라 정말로 도와줄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눈앞의 난처한 상황을 보고 설은아는 어쩔 수 없이 하현에게 입을 열었다.“하현, 정말 도와줄 수 있어?”설은아의 말에 우다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은아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면 안 되겠니?”“네 전 남편이 얼뜨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어?”“도와주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말하면 되지!”“능력이 없다는 둥 변명만 늘어놓더니 이제는 얼뜨기를 내세워 나한테 헛바람이라도 넣으려고 그래?”“놀리는 거야? 놀리니까 재미있어?”“우린 바보가 아니야!”말을 마치며 우다금은 화가 나서 숨을 헐떡거리며 눈을 부라렸다.그녀는 설은아가 자신을 속이기 위해 이런
”제부, 희정아, 은아야. 이 일은 아무래도 너네들이 해결해 줬으면 좋겠어!”“어쨌든 너네들은 매일 친구 모임에도 다니면서 여러 거물들과 친분도 있고 인맥도 많을 거 아냐?”“너네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나 같은 과부와 내 딸은 어떻게 살아?”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던 최희정의 식구들은 신세한탄과도 같은 말을 내뱉는 우다금을 보고 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다.“너네들, 우리 소희가 일자리도 없이 집에서 폐인이 되어 가는 걸 차마 볼 수 있겠어?”“양심에 찔리지 않겠냐고?”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우소희는 핸드폰 배터리가 얼마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손을 놓은 뒤 못마땅한 듯 코웃음을 쳤다.“엄마, 희정이 이모나 이모부가 별로 능력이 없는 것 같아.”“이 사람들은 이제 돈이 많아서 우리 같은 가난한 친척들은 아예 상대하지 않으려고 하나 봐!”“돈푼깨나 좀 있다고 잘난 줄 알아?”“능력 있다고 자랑이나 하지 말던가!”하현은 우소희를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머리가 텅텅 빈 데다 당돌하기까지 했다.이 말을 듣고 설은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모, 우리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은 금정에서 확실한 인맥이 없어요.”“게다가 형 씨 가문 그룹은 금정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로 미술품과 골동품을 취급하는 굴지의 그룹이에요.”“매년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수천 명이 넘어요.”“그중에는 배경도 대단하고 능력도 뛰어난 사람도 널렸고요.”“그런데 형 씨 가문이 우리가 뭐라고 우리 요구를 들어주겠어요?”“형 씨 가문 고위층과 아는 사이긴 하지만 취업 청탁을 할 만한 위치는 아니에요. 그럴 능력도 없고요.”“물론 우리도 최선을 다해 볼 거예요!”설은아는 냉정하게 말했다.그녀의 성격은 최희정과는 완전히 달랐다.겉으로 매정한 말을 못 한 채 질질 끌려가지 않았다.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었고 실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지금 이렇게 말한 것도 한편
”나도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가는 게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굽신거리며 여기 온 거잖아요!”우다금은 맡겨둔 물건을 찾으러 온 것처럼 아주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희정아, 긴말하지 않겠어.”“너네 아홉 번째 집안은 곧 파산하겠지만 속담에도 그런 말이 있잖아? 부자가 망해도 3대는 먹고산다고.”“은아가 우리를 형 씨 가문에 다리를 좀 놔주면 되지! 잠시 인사한다고 안면을 트고 물 한 모금 마시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우다금은 아주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물론 너네가 혹시라도 그쪽에 신세지는 게 두려워서 우릴 도와주지 않겠다고 한다면...”“솔직하게 말해!”“난 그럼 친척들한테 가서 그대로 전할 테니까!”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할 말을 잃었다.특히 최희정은 더욱 눈알이 휘둥그레졌다.재물을 탐하는 것 외에 그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체면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가방 하나를 사도 SNS에 올려 자랑하는 사람이었다.그런데 만약 자신이 우다금을 도와주지 않은 일이 사람들한테 알려진다면 앞으로 그녀는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하지만 이 일은 어떤 방법으로도 도와줄 수가 없는 일이었다.그녀가 돕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능력 밖의 일이라는 말이다.금정처럼 오래된 도시에 토박이들이 깊이 뿌리를 내린 곳의 은둔가 형 씨 가문은 금정 간 씨 가문이나 김 씨 가문과도 비견될 만한 존재였다.대구 정 씨 가문도 확실히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이긴 했지만 문제는 설은아가 아홉 번째 집안이고 그것도 파산 직전 상태라는 것이다.이 상황에서 그녀가 형 씨 가문과 조금 친분이 있다고 해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형 씨 가문 그룹에서 이 정도 알량한 친분 때문에 체면을 봐주며 뒷거래를 하겠는가?가능성이 너무나 희박하다는 건 알지만 체면 때문에 최희정은 천천히 설은아의 얼굴에 시선을 돌렸다.최희정은 설은아가 먼저 이 일을 승낙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