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렸다!3대 마승은 하현 앞에서 종잇장처럼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대승을 제외한 두 마승은 그 자리에서 바로 죽었고 대마승만이 땅바닥에 널브러져 곧 죽을 듯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는 방금 싸움을 끝낸 사람 같지 않게 옷에 피 한 방울 없이 여전히 깨끗한 옷차림이었다.“하현! 당신을 꼭 죽이고야 말 거야! 반드시 죽이고 말 거라구!”두 마승이 하현의 손에 죽는 것을 보고 대마승은 마지막 남을 힘을 끌어내 발악했다.그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지니고 있던 총을 꺼내 발포하려고 했다.“퍽퍽퍽!”그러나 그가 총을 꺼내들자마자 화풍성은 아무런 표정 없이 총을 꺼내 들었다.정교한 예술품같이 생긴 총 한 자루가 그의 손에 있었고 그가 방아쇠를 당기자 십여 개의 납탄이 그대로 대마승의 급소를 뚫어버렸다.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화풍성은 그대로 총을 거둬들인 후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골동품을 대하듯 조심스럽게 총을 닦기 시작했다.하현의 눈썹이 찌푸려졌다.그리고 그는 이미 저세상으로 간 대마승에게 시선을 옮겼다.방금 발사한 납탄으로 대마승의 몸 여기저기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대마승은 그 자리에서 바로 목숨을 잃었다.이런 사격술은 절대 하루 이틀에 연마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적어도 수십 년은 연마해야 시전할 수 있는 실력이었다.“어르신, 솜씨가 아주 대단하십니다.”하현은 진심으로 감탄했고 능구렁이 같은 화풍성의 면모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동시에 하현은 이제 세 명의 마승이 도박왕을 어찌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예전에 어디선가 도박왕 화풍성이 3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그 소문을 떠올리자 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누가 그런 헛소문을 퍼트렸을까?소문을 퍼트린 그 사람이 지금 이 장면을 봤다면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어르신!”하현이 고개를 돌렸을 때 저쪽에서 총을 든 경
하현은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를 힐끔 보고 시간이 충분함을 확인하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좋습니다. 어르신이 이렇게 정중히 청하시니 바로 가서 부딪혀 보겠습니다. 어서 가시죠.”“우리 집이 여기서 그리 멀지 않다네.”화풍성은 손짓을 하며 안내했다.그는 차를 따로 부르지 않고 하현을 데리고 조용히 길을 따라 걸었다.하현은 담담하게 앞쪽을 바라보며 뒤따랐다.그의 눈에 비친 화풍성의 모습은 마치 폭풍전야와도 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검은 기운이 왠지 감돌고 있는 듯한, 아니 죽음의 기운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오는 길은 그리 길지 않았다.화풍성과 하현은 어느새 화 씨 가문 저택에 도착했다.앞에서 길을 안내하며 걸어오는 화풍성을 보고 대문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화들짝 놀라며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목례를 했다.경호원들은 문을 열어 화풍성과 하현을 안으로 들였다.“하 지회장, 여기가 우리 집이라네. 사람이 살 만한 집인지 어떤지 잘 좀 봐 주시게.”...하현과 화풍성은 곧바로 응접실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하현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앉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화천강, 화소붕, 화옥현, 그리고 많아 봐야 열여덟쯤으로 보이는 소녀까지.하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화 씨 집안 삼 형제는 짐짓 못마땅한 얼굴을 하며 하현을 노려보았다.그리고 열여덟쯤으로 보이는 소녀는 삼 형제 못지않은 표독한 표정으로 하현을 째려보았다.“당신이 바로 우리 둘째 오빠 손을 다치게 하고 셋째 오빠 발을 밟고 넷째 오빠 얼굴을 때린 사람이에요?”이 소녀는 분명 화 씨 집안 다섯째 화소혜일 것이다.그 뒤에 서 있는 여자는 화옥현의 약혼녀 허빈우.방금 허빈우는 화소혜의 귓가에 뭐라고 귓속말을 했다.아마도 하현의 신분에 대해 귀띔을 해 줬을 것이다.이들 화 씨 집안 자제들 외에도 큰 응접실에는 의문의 여인이 또 한 명 있었다.도포를 입었지만 빼어난 몸매는 여실 없이 드러나
”게다가 하현은 방금 태국 3대 마승의 손에서 날 구출해 주었어!”“그런데 지금 네가 하현을 총으로 쏴 죽이려 하다니?!”“소혜, 너 행동이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구나! 우리 화 씨 집안이 너의 배은망덕한 행동 때문에 온 천하의 손가락질을 받았으면 좋겠느냐?”“사과하거라! 지금 바로 하현에게 사과하라구!”“사과하지 않으면 바로 집에서 내쫓아 버릴 것이야!”“우리 화 씨 집안에는 너 같이 옳고 그름도 분간 못하는 분별없는 자식은 필요 없다!”화풍성은 진심으로 화가 많이 나 보였다.자신을 구해준 하현에게 분별없이 대하는 딸의 모습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화옥현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의아한 눈빛으로 화풍성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하현과 화풍성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화풍성이 대노하며 그를 감싸는 것일까?하지만 그런 호기심도 잠시 대부분의 화 씨 집안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화풍성을 포함해서 그의 부인과 자식들 모두는 하현에 대한 악감정 때문에 그를 찾아 혼을 내주려고 궁리를 하고 있었다.그런데 지금 화풍성은 애지중지하는 딸 화소혜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그것도 하현을 대하는 화소혜의 분별없는 행동 때문에.이를 지켜보던 화 씨 가족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찻잔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화소혜의 얼굴에는 어느새 하현에 대한 분노는 온데간데없이 두려움에 휩싸였다.오냐오냐하며 컸던 그녀에게 화풍성이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처음이었다.그러나 이 광경을 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이가 있었으니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차가운 아우라를 풍기고 있던 바로 그 여도사였다.그녀는 아무런 표정 없이 일어서서 화소혜 곁으로 다가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르신, 소혜는 순간적으로 흥분해서 그만 철없이 행동했을 뿐이에요.”“이제 열일곱 여덟 살 소녀라구요. 무슨 나쁜 마음이 있어서 그랬겠어요?”“이분이 어제 용전에서 용전 항도
”그래, 소혜야 너무 풀이 죽어 있을 필요는 없어.”“사람이 잘못했으면 인정해야 하는 거야!”“앞으로는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여도사는 미소를 머금고 화소혜를 위로했다.화소혜는 교활하고 제멋대로였지만 여도사의 말은 잘 따랐기에 더 이상 그녀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화풍성도 더 이상 화소혜를 꾸짖지 않고 미소를 띤 채 하현을 한 번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하현, 내가 가정 교육을 그리 엄하게 하지 못해서 미안하오. 용서하시게.”“아, 어떻게 하다 보니 소개가 늦었구만.”“이분은 오매 도교 사원의 사송란이라네. 내 여식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네.”“내 여식 소혜도 오매 도교 사원 문하에서 수행을 하고 있다네.”“우리 집안 사정을 듣고 이분이 와서 돌봐주고 있어.”“사송란, 이미 알고 있다시피 이분은 하현이야. 하 세자, 하 지회장이시지. 지금 항성과 도성에서 가장 귀한 분이셔.”화풍성은 두 사람을 서로에게 소개하며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하현은 예의상 오른손을 내밀었다.“사송란, 반가워요.”하지만 하현은 조금 놀랐다.오매 도교 사원은 그도 들은 적이 있다.오매 도교 사원은 200년 전에 세워졌으며 강남 지방의 무예 성지였다고 한다.오매 도교 사원이 배출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영충권이었다.그는 강남 지방에서 천하무적이라 불렸다.이 여도사는 그런 명망 있는 오매 도교 사원에서 왔던 것이다.그러니 그 기질이 보통 여자와 달랐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하 세자, 반가워요.”사송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내밀었다.하현과 잠시 눈을 마주 보는 그녀의 눈에 경계의 빛이 돌았다.게다가 하현을 심하게 의식하는 듯한 눈빛도 스쳐 지나갔다.사소란은 화풍성에게 시선을 돌리며 당당한 태도로 거침없이 말했다.“어르신, 화 씨 집안에 일어난 일에 대해 우리 성녀께서 이미 들어서 알고 계십니다.”“성녀께서 어르신 집안의 일을 해결하라고 특별히 절 보내셨습니다.”“괜찮
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화소혜는 이미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하현을 노려보았다.“하 씨, 당신 이게 무슨 짓이에요?”“방금 송란 언니가 날 옹호하는 말을 했다고 지금 불만을 품고 오매 도교 사원의 귀한 물건을 부숴 버린 거예요?”“화가 났으면 나한테 분풀이를 했어야죠! 우리 송란 언니가 뭘 어쨌다고 이러는 거예요?”“이 풍수판에 문제가 있어요”하현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화소혜를 바라보았다.“아니면 풍수판의 재질에 문제가 있든가요.”“하현, 그게 무슨 뜻이에요?”사송란은 매서운 눈빛으로 하현을 쏘아보았다.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숨길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우리 오매 도교 사원의 풍수판은 거의 200년 가까이 전승되는 보물이에요. 천금과도 바꿀 수 없다구요!”“매번 밖으로 풍수를 보러 갈 때마다 이 풍수판을 사용해야 해요. 그리고 이 풍수판 덕분에 그동안 우리 오매 도교 사원이 많은 일을 해결했구요!”“지금 우리 오매 도교 사원의 풍수판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이 일은 지금 분명히 말하지 않으면 절대 넘어갈 수 없어요!”화소혜는 냉랭한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방금 하현이 사송란의 풍수판을 망가뜨리는 걸 보고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다.어떻게 감히 사송란의 풍수판을 던져버릴 수가 있는가?아무리 마음을 진정시키려 해도 도무지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하현, 오매 도교 사원은 무예의 성지이지만 의술, 풍수, 관상 등에도 선대에서 내려오는 공력이 대단한 곳이에요. 보통의 풍수사나 의사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구요.”“이 풍수판은 나도 여러 번 본 적이 있는데 오매 도교 사원의 보물임에 틀림없어요.”말을 아끼고 있던 화풍성이 결국 앞으로 나서서 입을 열었다.“방금 자네가 부순 것은 선조 대대로 내려오는 오매 도교 사원의 풍수판이 확실하다네.”“만약 하현이 잘못 보았거나, 실수로 이런 거라면 내가 대신 보상하겠네. 우리 서로 아는 사이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렇게 처리하면 안 되
”이런 무례가 어디 있어요?”“오매 도교 사원이 어떤 곳인지 알고나 하는 거예요?”“우리 오매 도교 사원은 강남 지방의 무예 성지라구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싶어 하는지 알기나 해요? 10년 동안 노력해도 들어오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냐구요?”“그리고 어르신은 매년 우리 사원에 많은 돈을 기부하시고 있어요. 그만큼 어르신과 우리 사원은 돈독한 사이라는 거죠!”“그래서 항상 우리 사원은 화 씨 집안을 물심양면으로 지켜주고 도와주고 있다구요!”“당신이 지금 하는 짓은 우리 사원과 어르신과의 관계를 이간질하는 거예요!”“당신이야말로 무슨 꿍꿍이가 있는 모양이군요! 속이 아주 시커먼 사람이네요!”사송란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달아올랐다.화풍성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얼른 미소를 띠며 말했다.“사송란, 당신이나 하현이나 모두 내 사람들이야. 서로 이렇게 얼굴 붉히지 마. 하현도 그런 뜻이 아닐 거야. 좋은 마음으로 한다는 것이 그만...”“좋은 마음?!”사송란은 화풍성의 말을 잘랐다.“이게 어디 봐서 좋은 마음이에요?”“어르신, 저는 오매 도교 사원에서 핵심 인물은 아니지만 어쨌든 사원에서 수련한 제자입니다!”“외부에서는 제가 오매 도교 사원을 대표한다는 말이에요!”“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의심을 받고 귀중한 보물까지 망가졌으니 제가 어떻게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있겠어요?”“저 사람이 우리 오매 도교 사원을 모함한 것은 바로 어르신을 모함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그러니까 하 씨!”사송란은 하현에게 매서운 시선을 옮기며 단호하게 말했다.“당신이 실증을 제시하지 않는 한 우리 오매 도교 사원의 풍수판에 음기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어요!”“당신이 증명해 보이지 않는다면 우린 당신을 사원으로 데려가서 처단할 겁니다!”“하 씨. 능력이 있거든 어디 증거를 내놓아 보세요!”“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많은 돈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오매 불교 사원 문 앞에
뭔가 있었던 일을 본 것처럼 말하는 하현을 보고 화 씨 가족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화소혜가 냉소적인 표정으로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하현, 무슨 점쟁이라도 된 것처럼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반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다고 그러는 거예요?”하현은 담담한 눈길로 화소혜를 쳐다보았다.“넌 아직 공부 중이라 평일에는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잖아?”“너한테는 음산한 기운이 없어.”화소혜는 하현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하지만 다른 화 씨 가족들은 다들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그러다가 누구랄 것도 없이 표정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맞아. 요즘 도박장에 가기만 하면 잃는다니까.”화천강은 가벼운 기침을 여러 번 하더니 얼굴이 창백해졌다.화 씨 집안 부녀자들도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확실히 그들은 예전보다 자주 아팠다.비록 가벼운 병치레 정도라서 약을 먹고 금방 나아지긴 했지만 말이다.사람들은 저마다 곰곰이 되새겨보면 볼수록 오싹한 느낌이 엄습해 왔다.화 씨 가족들의 체질상 항상 귀한 보양식을 일 년 내내 복용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일 년에 한 번 아플까 말까 했다.화풍성도 곰곰이 생각에 잠긴 뒤 슬슬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그래, 맞아. 지난 반년 동안 나도 몸이 좀 안 좋았어. 각혈도 여러 번 해서 살 날이 석 달도 안 남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하현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저도 들었습니다.”사송란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당신 말이 옳다고 치자구요. 화 씨 집안에 음기가 가득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우리 오매 도교 사원 풍수판에 음기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해요!”“우리 풍수판이 화 씨 가족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은 더더욱 증명되지 않았어요!”하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송란, 만약 이것이 정말로 증명된다면 그건 너무나 큰 비극입니다. 사람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니까요.”“하지만 당신의 풍수판에 음기가 짙게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후 화소붕은 화 씨 집안 주치의에게 응급처치를 받았다.그러나 분위기는 순식간에 무거워졌다.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풍수판 조각을 보고 있자니 화 씨 가족들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이제 믿겠어?”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화소혜는 얼굴이 굳어지며 말했다.“하현, 셋째 오빠가 쓰러진 건 우연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 이것으로 실증되었다고 할 수 없다구요!”“실증까지 해야 해?”하현은 소리 없이 웃으며 조각을 집어 들어 손가락으로 튕겨 다시 떨어뜨렸다.한낮의 빛나는 햇살이 조각 위에 부서졌다.이윽고 ‘피'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소리가 났다.검은 음기가 하늘로 치솟아 흉악한 몰골을 한 귀신의 형상을 만들었다.마치 원망과 독기가 가득 서린 귀신의 비명 소리를 내며 햇빛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차롹.”음기가 가시는 순간 남은 조각이 살짝 요동치더니 한 덩어리 가루가 되어 연기처럼 사라졌다.“이게 실증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현은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파편일 뿐인데 이 정도야. 만약 가족 중 누군가가 이 풍수판을 건드렸다면 아마도 큰 재난이 벌어졌을 거야!”“그리고 이 풍수판으로 보는 풍수에는 절대 음기가 깃들어 있어. 설령 이 풍수로 현재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임시방편에 불과해!”“아무런 실마리도 찾지 못한 채 3년 혹은 5년 뒤 가족이 하나둘 병으로 죽을 수도 있어.”“나도 오매 도교 사원이 일부러 이 일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우연이었으면 좋겠어...”하현의 말을 듣고 화풍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 모습에 사송란의 얼굴이 순식간에 얼어 버렸다.“아버지, 왜 이렇게 하현을 믿으세요?”화소혜가 불만스러운 듯 투덜거리며 화풍성을 바라보았다.“지금 보고도 모르시겠어요? 하현은 지금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라구요! 우리 집안과 오매 도교 사원을 이간질하려는 수작이에요!”화소혜는 지금 정말로 하현의 목이라도 조르고 싶은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