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른 설은아가 말했다.“넷째 도련님, 정말 날 이렇게 모함할 생각이세요?”“도련님은 분명 알아두셔야 할 거예요. 난 대구 정 씨 집안 아홉 번째 안주인이란 걸요.”“당신이 나에게 이렇게 하고도 대구 정 씨 집안의 보복이 두렵지 않아요?”“대구 정 씨 집안?”허빈우는 가소로운 듯 비웃으며 설은아에게 다가가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설은아, 당신 왜 이렇게 순진해?”“당신의 그런 머리로 어떻게 그 자리에 앉게 되었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는군.”“우리가 아무 믿는 구석도 없이 당신한테 이런 짓을 한다고 생각해?”“아마 믿을 수 없겠지만 오늘 내가 당신을 죽인다고 해도 대구 정 씨 집안은 당신을 모른 척할 거야...”“왜냐하면, 당신은 남의 앞길을 막았으니까!”말을 마치자마자 허빈우는 뒤로 물러서며 한껏 설은아를 비웃었다.설은아는 머리가 얼얼했다.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분명 그녀는 바보가 아니다.허빈우가 이런 말까지 했는데 이해 못할 그녀가 아니다.최희정이 납치된 후 그녀는 천리를 달려 도성에 왔다.그리고 오늘 이런 꼴을 당하게 되었다.모든 일들이 나무뿌리처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처음 도성에 올 때만해도 그녀는 상대의 칼끝이 하현을 향해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상대방의 칼끝은 자신을 향해 있었던 것이었다.아홉 번째 안주인인 자신의 존재가 많은 사람들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당시 대구 여섯 세자 중 한 명이었던 정용이 남긴 것은 아홉 번째 안주인이라는 자리였다.기름진 고기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의 군침을 자극하는 법이다.이 기름진 고기 한 덩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입에 넣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지 모른다.심지어 대구 정 씨 집안 고위층 인사들까지도...대구에 와서 처음으로 서로를 만났을 때 느꼈던 보이지 않는 냉대와 뜨거운 경계의 눈초리를 떠올리자 설은아의 얼굴이
”십, 구, 팔, 칠...”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설은아의 난감한 표정을 보면서 허빈우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화 씨 경호원은 이미 거리낌 없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곧 설은아의 경호원 중 한 명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것이다.정의를 위해 물심양면 뛰어다녀야 할 도성의 경찰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돌아서서 딴청을 피우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설은아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뭔가 결심을 한 듯 크게 한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좋아요.”“이렇게 된 이상 인정할게요!”“절대옥패는 내가 훔친 거예요. 잘못을 저지른 대가로 대구 엔터테인먼트 지분 50%를 기꺼이 내려놓겠어요.”설은아는 괴로운 심경을 감출 수 없었다.그러나 달갑지 않더라도 도성 이곳은 화 씨 집안이 장악한 곳이었다.여기서 어떻게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겠는가?“여러분 다 들으셨죠?”허빈우가 박수를 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대구 정 씨 집안 안주인께서 죄를 인정했으니 대구 엔터테인먼트 지분 50%를 내어놓으며 죗값을 치르는 건 당연한 일이죠.”“외부인이 화 씨 집안을 공격했으니 자업자득인 셈이에요.”“사람은 잘못을 했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게 응당한 이치 아니겠어요?”허빈우의 말에 모두들 눈을 반짝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비록 모두가 도성 화 씨 집안의 횡포와 잔악함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잇속을 차리고 이득을 챙기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잖은가!경찰들조차 모르쇠로 일관하며 딴청을 부리는 현장에서 누가 나서서 궁지에 몰린 설은아를 구해줄 수 있겠는가?솔직히 말해서 대구 정 씨 집안은 화옥현과 합작했을 때 이런 위험성을 고려했어야 했다.설은아는 한숨을 쉬며 지분 포기 각서에 서명할 준비를 했다.“펑!”바로 그때 별장 입구에서 화 씨 경호원이 발길질을 당해 맥없이 날아갔고 그 뒤로 누군가가 유유히 들어왔다.“퍽퍽퍽퍽!”총기를 든 화 씨 집안 경호원들이 발길질에 힘도 써 보지 못하고 일제히 날아갔
도성의 경찰 두 명이 갑자기 얼굴을 드러내었다.그들은 방금까지 아무것도 못 본 척하다가 얼굴색이 확 바뀌며 펄쩍펄쩍 뛰었다.“당장 꺼져!”“당신 눈에는 법도 뭣도 없는 거야?”“죽고 싶어 환장했어?!”이 경찰들은 원래 화 씨 집안 뒤를 봐주던 소위 앞잡이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었고 오늘도 ‘정의 실현'이라는 구호를 보란 듯이 내걸며 화 씨 집안 앞잡이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그런데 뜻밖에도 하현이라는 외부인에게 일격을 당한 것이었다.경찰관들은 하나같이 분노에 몸을 떨었다.비록 그들이 평소에 횡포를 부렸지만 아무도 그들을 거역할 수 없었다.“법? 당신들의 눈에 법이란 게 있어?”하현은 냉랭한 목소리로 경찰들을 관통하기라도 할 것처럼 매섭게 노려보았다.“절대옥패를 가지고 와서 훔친 척 일부러 죄를 뒤집어씌우고 정 씨 안주인을 압박해서 주식 포기 각서에 서명하게 하고 그 죄를 인정하라고 협박하고 있었어. 이 모든 것이 그녀의 잘못이야?”“당신들 낯짝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아니면 앞잡이 노릇을 하는 데 아주 신이 난 거야?”“천하의 모든 이익을 당신들이 차지해야 직성이 풀리겠어?”하현은 서릿발 같은 기세로 주변을 제압했다.“죄를 인정하고 말고 할 것 없어. 이 집에는 24시간 CCTV가 돌아가고 있어. CCTV영상은 실시간으로 국내 서버에 올라와!”“그 말인즉슨 방금 당신들이 CCTV본체를 부셨지만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지.”“어때? 함께 법정에 나가 따져 볼까?”“아니면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려서 다 같이 평가받아 보는 건 어때?”하현의 말에 얼굴을 매만지며 일어난 화옥현과 허빈우의 얼굴이 그대로 얼어버렸다.그들은 이번에 일사천리로 작전을 진행시켰다.심지어 설은아의 긴장을 늦추게 하려고 어제는 일부러 그녀를 극진히 대하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애썼다.그런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르는 한 녀석 때문에 완전히 모든 작전이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
허빈우는 얼굴을 감싸쥐고는 비꼬며 말했다.“설은아,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물건을 훔친 도둑이 감히 조건을 제시하다니, 참 어이가 없어서.”“그게 가당키나 한 것 같아?”설은아는 허빈우의 말을 무시한 채 화옥현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넷째 도련님, 내 조건은 간단해요. 우리 엄마 풀어주는 거. 그것만 해 주면 사인하고 바로 돌아갈게요.”“그리고 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안주인의 이름으로 맹세할게요. 절대 이 일에 대해서 앞으로 묻지 않겠다고.”화옥현의 눈빛이 번뜩였다.“당신 엄마를 풀어달라?”“그래요. 내 조건은 간단해요.”설은아는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넷째 도련님,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부인할 필요 없어요.”“당신도 알고 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대구 엔터테인먼트는 단지 내가 가진 일부일 뿐이에요. 비록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지라도 내가 직접 카지노를 운영할 가치는 없어요.”“도성에 납치되어 끌려온 내 엄마를 구하는 것이 내가 도성에 온 근본적인 목적이에요.”“당신은 사람을 풀어주고 난 서명한 문건을 건네주고, 그러면 아무 문제없잖아요?”“모녀가 아주 정이 뚝뚝 떨어지는군. 정말 감동적이야.”화옥현은 감동받은 시늉을 하며 손뼉을 쳤다.“그런데 이것 참, 안타깝게도 난 당신 어머니를 몰라. 당신이 지금 납치 어쩌구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허빈우는 한껏 비웃으며 끼어들었다.“설은아, 아직도 넷째 도련님한테 얼토당토않는 수작을 부리는 거야? 재밌어?”“얼른 서류에 서명해. 우리는 우리의 탄탄대로를 갈 테니까 당신은 당신의 외나무다리로 가든가!”하현에게 두들겨 맞았던 경찰도 거들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얼른 서류에 서명해. 그렇지 않으면 너희 연놈들 둘 다 폭력 혐의로 감옥에 처넣을 거니까!”설은아는 넋을 잃은 표정으로 화옥현을 바라보았다.화옥현이 최희정의 납치를 인정하지 않을 줄은 몰랐던 것이 분명했다.하현의
화 씨 가문 정무소는 송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산을 등지고 바다를 마주 보고 있어 경치가 매우 빼어났다.화 씨 가문이 도성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도성에서 절대적인 지배권을 행사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15분 후 하현과 설은아 일행은 화 씨 가문 정무소에 도착했다.정무소는 대지가 천 평방미터에 달해 규모부터 어마어마했다.중앙에 우뚝 선 상석 외에도 양옆에는 금실과 녹나무로 만든 의자가 있었고 사방을 둘러싼 벽에는 오래되고 유서 깊은 서화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군데군데 장식해 놓은 오래된 골동품들이 뿜어내는 세월의 염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이 모든 것이 화 씨 집안의 권세와 재력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하현은 점차 이 전설적인 도박왕에 대해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전언에 따르면 도박왕 화풍성은 일찍이 부두에서 짐을 나르던 볼품없는 짐꾼이었지만 당시 도박으로 이름을 날린 장인의 눈에 들어 데릴사위로 이 집안에 들어왔다.도박왕은 자리를 물려받은 후 재산을 몇 배로 불렸을 뿐만 아니라 카지노를 철통같이 운영해 왔다.집안 최고의 자리에 오른 후 전설적인 도박왕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처가를 멸망시키고 아내를 죽인 것이었다.그 후 그는 네 번째 부인과 결혼해서 많은 자손을 낳고 지금의 도성 화 씨 집안을 다지게 되었다.물론 관심은 관심일 뿐 하현이 설은아와 이곳에 온 이유는 도박왕의 넷째 부인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보기 위해서였다.그들이 홀에 들어서자 하현은 어디선가 사람들이 몰려오는 소리를 들었다.곧이어 수십 명의 하인들을 거느린 여자가 걸어 나왔다.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여인은 위엄이 가득한 자세로 그윽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그녀의 손에 있는 에메랄드 팔찌는 언뜻 보기에도 값나가 보였다.그녀의 눈동자는 매의 눈처럼 날카로웠다.얼핏 보는 것만으로도 날카로운 눈매에 베일 것 같은 예리함이 사람들로 하여금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겼다.그녀의 시선이 하현
곽추연은 미심쩍은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바닥에 있는 핸드폰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 하현을 계속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이 증거가 있다고 말했으니 분명 이 안에는 증거가 있어야 할 거야.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증거.”“이 일에 대해 내 반드시 너희들에게 벌을 내릴 것이야.”“어머니...”화옥현은 안색이 일그러졌다.곽추연은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망신스럽긴!”“화 씨 가문 사람으로서 절대옥패를 가지고 싶었으면 스스로 도박을 하거나 사거나 심지어 빼앗을 수도 있어.”“그런데 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모함하는 수법을 쓰고 증거까지 남겼어! 변명의 여지가 있는 거야?”“화옥현, 오늘부터 넌 뒷산에 가서 사흘 동안 꼼짝도 하지 말거라. 내 말 이해할 수 없다면 밖으로 나오지도 마!”화옥현은 분통이 터졌지만 아무런 반발도 하지 않고 그저 몸을 숙이며 대답했다.“알겠어요.”그 말에 주변에 있던 가족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사흘 동안 외출하지 말라는 것뿐인데 이게 무슨 벌이란 말인가?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곽추연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대구 엔터테인먼트 지분 문제에 대해서는.”“방주, 내 아들은 당신 정 씨 가문 정 세자와 계약을 맺었어. 당신이랑 계약을 한 게 아니야.”“규정에 따르자면 정 세자가 죽었으니 우리는 당연히 주식을 회수해야 해.”“하지만 정 씨 집안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우리가 500억 정도 성의를 보이려고 해.”“애초에 정 세자가 주식에 출자한 게 그 정도 액수야.”“방주가 서류에 서명만 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신들은 돈을 가지고 떠날 수 있어.”“안 그러면 방금 저 사람이 우리 사람을 때린 일에 대해 내가 관청에 보고할 거야. 보고한다면 당신들은 체포될 수 있어...”“당신들이 증거가 있다고 하니 말인데, 우리도 증거가 있어.”그녀는 박수를 한번 탁 쳤다.비서 중 한 명이 노트북을 꺼내 동영상을 재생하기 시작했다.영상 속에는 하
”난 당신들의 돈을 원하지 않아요. 당신들이 내 어머니를 놓아준다면 전 이 주식의 50%를 그냥 포기할 수 있어요.”설은아는 한마디 한마디 당당하게 말했다.“그저 어머니가 무사히 돌아오시기만 하면 돼요.”“촤랑!”방금까지 온화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던 곽추연이 갑자기 손을 뿌리치며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던졌다.“어디서 건방진 소릴 하고 있어!”“방주, 지금 우리 화 씨 가문이 당신 수중의 주식을 손에 넣으려고 당신 어머니를 납치했다는 말이야?”“우리 화 씨 가문 사업체가 이렇게나 큰데 돈으로 뭔들 못할까?”“뭣하러 그런 짓을 벌이겠어?”곽추연의 눈빛이 당장이라도 설은아를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렸다.“당신 아무 데나 가서 물어봐. 우리 화 씨 가문에서 당신 어머니를 납치했다고 떠들어 보라고. 누구 그 말을 믿는지 똑똑히 봐!”“농담하는 거지? 우리 집안이 어떤 가문이야? 도성 최고 가문이야. 그런데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내륙에서 온 두 사람 너무 웃겨? 분명 우리 화 씨 집안에 빌붙어 대구 엔터테인먼트 지분 50%로 먹고살고 있으면서 뭐가 이리 당당한 거야?”“우리 화 씨 가문이 이제 그들과 합작할 생각이 없는데도 뻔뻔스럽게 우릴 자꾸 건드리고 있어. 정말 부끄러움도 모르는 집안이군!”“내륙에서 온 사람들은 욕심이 너무 많아. 여사님이 이미 그들에게 500억을 주겠다고 약속했는데도 돈이 적다고 생각하는지 어머니를 납치했느니 어쩌느니 억지를 부리고 있어...”“돈을 더 받고 싶다면 솔직하게 말해. 안타깝지만 우리 여사님은 이런 수법 전혀 안 통해.”“저 사람들은 여사님이 넷째 도련님처럼 쉬운 상대인 줄 알았나 봐. 팥으로 메주를 만들었다고 해도 덥석 믿을 줄 알았어?”주변에 서 있던 가족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비아냥거리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떠들기 시작했다.그들의 눈에는 하현과 설은아가 욕심만 그득한 소인배로 보이는 것 같았다.돈을 얻기 위해선 무슨 일이라도 할 것 같은 쓰레기라
”여기 서명해.”화옥현은 탁자 위에 있던 몽블랑 만년필을 들고 한껏 가식적인 품위를 드리운 채 설은아의 손에 쥐여 주었다.“서명만 하면 다 끝날 일이야. 더 이상 아무 책임도 묻지 않아.”그 순간 밖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도성 경찰서 형사들이 도착한 것 같았다.허빈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설은아, 아직도 서명 안 하고 있는 거야?”“더 이상 머뭇거린다면 경찰들이 곧 들이닥쳐 하 씨 성 가진 저 남자를 끌고 가 감옥에 가둬버릴 거라구!”설은아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거의 정신을 지배당한 사람처럼 홀린 듯 서명을 하려고 했다.“퍽!”하현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와 몽블랑 만년필을 바닥에 던져버린 다음 탁자 위에 있던 서류를 집어 단숨에 갈기갈기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은아, 서명하지 마!”“화 씨 가문 사람들 행태를 보니 우리가 서명해도 그들은 우릴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들이 절박하게 손에 넣고 싶은 건 당신이 가지고 있는 대구 엔터테인먼트 지분 50%, 그것뿐이야.”“그들이 이런 수작으로 우릴 놀이판으로 끌어들였으니 우리도 저들과 같이 한번 놀아 주자구!”“그렇게 어려운 일 아니야. 우리 지분 50%를 분할해서 도성에 직접 우리가 운영할 수 있는 카지노를 여는 거야!”“난 화 씨 집안이 어떻게 쓰러지는지 두 눈 똑똑히 볼 거야!”화 씨 집안의 카지노 지분으로 또 다른 카지노를 연다고?화 씨 집안과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건가?!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듯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많은 사람들은 한껏 비웃는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그를 분수도 모르는 주제넘은 사람으로 여겼다!화 씨 집안은 도성 최고 가문이다!도성에 있는 여섯 개의 절대옥패 중 네 개가 화 씨 집안의 손에 들어있다!하현은 그야말로 외부에서 들어온 외지인인데 화 씨 집안의 지분을 분할해 새로운 카지노를 열어서 화씨 집안이랑 경쟁을 하겠다니!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말인가?모두가 어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