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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8장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른 설은아가 말했다.

“넷째 도련님, 정말 날 이렇게 모함할 생각이세요?”

“도련님은 분명 알아두셔야 할 거예요. 난 대구 정 씨 집안 아홉 번째 안주인이란 걸요.”

“당신이 나에게 이렇게 하고도 대구 정 씨 집안의 보복이 두렵지 않아요?”

“대구 정 씨 집안?”

허빈우는 가소로운 듯 비웃으며 설은아에게 다가가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설은아, 당신 왜 이렇게 순진해?”

“당신의 그런 머리로 어떻게 그 자리에 앉게 되었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는군.”

“우리가 아무 믿는 구석도 없이 당신한테 이런 짓을 한다고 생각해?”

“아마 믿을 수 없겠지만 오늘 내가 당신을 죽인다고 해도 대구 정 씨 집안은 당신을 모른 척할 거야...”

“왜냐하면, 당신은 남의 앞길을 막았으니까!”

말을 마치자마자 허빈우는 뒤로 물러서며 한껏 설은아를 비웃었다.

설은아는 머리가 얼얼했다.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분명 그녀는 바보가 아니다.

허빈우가 이런 말까지 했는데 이해 못할 그녀가 아니다.

최희정이 납치된 후 그녀는 천리를 달려 도성에 왔다.

그리고 오늘 이런 꼴을 당하게 되었다.

모든 일들이 나무뿌리처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처음 도성에 올 때만해도 그녀는 상대의 칼끝이 하현을 향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상대방의 칼끝은 자신을 향해 있었던 것이었다.

아홉 번째 안주인인 자신의 존재가 많은 사람들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대구 여섯 세자 중 한 명이었던 정용이 남긴 것은 아홉 번째 안주인이라는 자리였다.

기름진 고기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의 군침을 자극하는 법이다.

이 기름진 고기 한 덩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입에 넣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지 모른다.

심지어 대구 정 씨 집안 고위층 인사들까지도...

대구에 와서 처음으로 서로를 만났을 때 느꼈던 보이지 않는 냉대와 뜨거운 경계의 눈초리를 떠올리자 설은아의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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