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미는 하현이 돌아서서 떠나는 모습을 보고 이때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특히 변백범과 진주희 두 사람의 놀리는 표정을 보고 이때 방수미는 분노가 차올라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다. “하현!”방수미는 이를 갈았다. “넌 장 어르신에게 의지해 작은 일 하나 해결하고 신세를 졌을 뿐이야!”“너 정말 네 능력으로 나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해?”하현은 원래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때 고개를 돌려 흥미로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굴복하지 않겠다는 거야?”“맞아! 난 굴복할 수 없어!”방수미는 은니를 깨물었다. “네가 굴복하지 않는다면 네가 굴복할 때까지 밟아버리겠어.”하현은 바닥에 있는 핸드폰을 방수미 앞으로 걷어찼다. “내가 전화할 기회를 줄 테니 얼마든지 걸어봐.”“너의 비장의 카드가 날 제압할 수 있다면 미야모토를 너에게 넘겨줄게.”“자, 걸어봐!”“이건 네가 스스로 모욕을 자초하는 거야!”방수미는 이를 갈았다. 곧이어 그녀는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아주 빠르게 맞은편에서 꽤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석준입니다. 누구세요?”방수미는 순간 전화에 대고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혔다. “간 세자님, 저예요. 방수미요!”“제가 웨스틴 호텔에서 괴롭힘을 당했어요……”“누가 널 괴롭혀? 그 사람이 네가 연경 방가 사람이라는 걸 몰라?”간석준의 목소리에는 의심이 가득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 “상대방에게 전화 받으라고 해봐. 내가 몇 마디 할게.”하현은 뒷짐을 지고 담담하게 말했다. “동생, 말할 필요 없어. 나 네 큰 형이야, 하현……”이 말이 나오자 방수미의 얼굴에 번져있던 미소가 갑자기 굳어졌다. 전화 맞은편의 사람은 금정 간씨 집안 대구 혈통의 세자, 간석준이었다!대구에서의 신분은 연경 네 도련님과 견줄 만했다!이 사람은 정말 조용하면서도 또 힘이 넘치는 거물이었다! 방수미가 볼 때 하현이 아무리 허풍을 떨어도 장세경이 이미 떠난 이상
“임복원 선생님?”하현은 웃었다. “너무 무섭네!”“아니면 이번에는 게임 방법을 바꿔서 내가 너 대신 전화를 걸어보는 건 어때?”말을 하면서 하현은 방수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직접 전화를 걸고는 스피커를 켰다. 곧 맞은편에서 쾌청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아우님, 어떻게 형에게 전화할 시간이 났어?”“나 아직 연경에서 회의 중이야. 무슨 심부름시킬 일 있으면 정민이한테 시키면 되잖아!”형?아우!?이 순간 방수미는 일순간에 안색이 변했고 안 좋은 기색이 극에 달했다. “임 선생님, 사실 무슨 큰 일은 아니고요.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요.”“방수미 아가씨라는 분이 있는데 형님께 저를 밟아 죽여달라고 하려고 그러더라고요.”“형님이 이 여자를 도와주실 수 있으실지 모르겠네요?”“밟아 죽여? 방수미?”임복원은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우님, 방가 아랫사람일 뿐인데 누가 그 여자의 체면을 세워준 거야?”“게다가 내가 여기서 말하는데, 누가 감히 내 이름으로 너랑 맞서려고 하는 거야? 그 여자는 자기가 어떻게 될지 결과를 알고 있는 거야?” “오, 그럼 알겠어요. 제가 이렇게 시비를 가릴 줄 모르는 사람한테 무릎을 꿇게 해서 사과하라고 하는 게 너무 과한 건 아니죠?”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임복원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그 여자가 싫다면 무릎 꿇지 않아도 되지. 하지만 앞으로 방가는 대구에서 지낼 필요가 없게 될 거야!”간단히 이 한 마디 말로 방수미의 운명이 선포되었다. 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고 흥미로운 얼굴로 자기 앞에 있는 땅을 가리켰다. 방수미는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잠시 후 그녀의 핸드폰이 갑자기 급하게 울리기 시작하더니 화면에 방가라는 글씨가 뜬 것을 어슴푸레 볼 수 있었다. 방수미는 부들부들 떨며 전화를 받았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전화가 끊겼고, 그녀는 이를 악물고 ‘털썩’ 소리를 내며 하현 앞에 무릎을 꿇
수많은 사람들이 아부를 떨려고 하는 방수미, 10대 최고 가문의 방수미는 지금 개처럼 하현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고 있었다. “퍽!”하현은 방수미를 발로 걷어차 바닥에 쓰러뜨린 뒤 손뼉을 치며 장내를 한 바퀴 훑어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섬나라 두 여자를 데리고 가는데 감히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죠?”이번엔 아무도 감히 한 마디도 하지 못했고 뛰쳐나오지 못했다. 사람으로 따지면, 하현 주변에는 아직 수십 명이 있었다. 무력으로 따지면, 암살 대사는 불구가 되었다. 힘으로 따지면, 하현의 전화 한 통에 장세경이 직접 팀을 이끌고 왔다. 인맥으로 따지면, 방수미는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어느 모로 보나 이번엔 방수미와 이은미 두 사람이 졌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완전히 졌다! 미야모토는 이때 더욱 절망적인 얼굴이었다. 왜냐하면 대하 사람들을 의지해 자신을 구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호강 크루즈 부두. 하현 앞에는 바비큐 그릴이 놓여 있었고, 앞에는 양꼬치가 끊임없이 구르며 솔깃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하현은 양꼬치를 한 입 베어 먹은 후, 친절하게 입을 열었다. “미야 아가씨, 하나 줄까? 이건 우리 대하의 특산물 중 하나야.”“너희 섬나라의 옹졸한 모양의 버섯 구이에 비하면 몇 배 더 맛있는지 몰라.” “입맛 없어.”미야모토는 하현이 당분간은 자신을 죽일 생각이 없다는 것을 간파한 듯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하현, 가격을 제시해!”“우리 자매를 가게 해줘. 우리 자매를 살려줘!”“원하는 가격을 말해봐!”하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양꼬치를 먹으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야 아가씨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야?”“너 지금 내 포로라는 걸 잊었어?”“너 무슨 자격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거야?”“신당류는 대구에서 이미 나한테 뽑혔어!”“방수미는 이미 연경으로 물러갔고.”“대구 전체에서 너를 도와줄 수 있
미야모토는 안색이 변하더니 잠시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 도령, 하 대장.”“여기가 전쟁터도 아니고, 생사를 다투는 곳도 아닌데 어른들의 세계에서 좀 성숙해야 하지 않겠어?”“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 영원한 적과 친구는 없어. 내 말이 맞지?”“더구나 내 죽음은 너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잖아?”하현은 양꼬치와 맥주를 마시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니. 의미가 있어.”“예를 들어 넌 내 정체를 알고 있잖아.”“네가 지금까지 내 정체를 팔지 않은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비밀을 너희 섬나라 천황에게 팔면 넌 쉽게 출세할 수 있었기 때문이야!”“심지어 훗날 너희 섬나라가 우리 대하를 상대로 군사를 쓰려고 할 때 내 대장 신분이 노출되면 대하는 수동적인 입장이 될 거야.” “내 말이 맞지?”미야모토는 미친 듯이 안색이 변하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하 대장, 난 우리 천황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어. 난 절대 네 신분을 누설하지 않을 거야!”“만약 누설되면 우리 섬나라 천황은 천벌을 받게 될 거야.”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맹세를 믿지 않아. 맹세하는 방법이 유용하다면 세상에 경찰서는 없어도 될 거야. 그렇지?”“게다가 너희 섬나라 사람들은 항상 웃음 속에 칼을 품고 있어서 나는 정말 네 말을 믿을 수가 없어.” “만에 하나 내가 지금 널 놔줬는데 네가 돌아서서 날 팔아버리면 어떡해?”미야모토는 눈을 빙빙 돌리더니 잠시 후 이어서 말했다. “대장, 나는 별장에 고급차도 있고 미국에도 재산이 있어. 전부 다 줄게!”“그리고 이 안에는 5조 5천억의 현금이 있으니 이것도 같이 가져가!”“나에게 주던 안 주던 넌 이것들을 가지고 갈 수 없어.”하현은 검정색 은행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조금도 의미가 없어.” “참, 너도 살길이 전혀 없는 건 아니야. 예를 들어 네가 너희 섬나라의 다른 배치된 것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나에게 말해주면
“건방지게!”“우리 스승님은 네가 모욕할 수 있는 분이 아니야!”“어르신께서 산을 떠나지 않으시는 이유는 무술의 최고 경지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야!”“만약 스승님이 손을 쓰시려고 하면 신당류 종주의 실력으로 단칼에 너를 죽일 수 있을 거야!”미야모토는 연신 야유를 퍼부었다. 심지어 하현의 얼굴을 정면으로 가리키기까지 했다. 자신이 포로로 잡혀 있다는 것을 조금도 자각하지 못했다. “퍽______”하현은 군말 없이 뺨을 후려 갈겼다. 순간 미야모토는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 갑판에 부딪혔고 입가에는 피가 흘러내렸다. “하현, 너 정말 나랑 끝까지 싸울 거야?”“너 우리 스승님이 산에서 나와 너를 상대할까 무섭지 않아?”미야모토는 분노가 극에 달했다!“너 설마 네가 내 스승님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걸 모르는 거야?”“퍽!”하현은 또 뺨을 후려 갈기며 담담하게 말했다. “미야모토, 너희 섬나라 사람들은 머리에 구멍이 나 있니?”“죽음이 코앞에 있는데 목숨을 구걸하지는 못할 망정 소란을 피우는 거야?”“널 죽이면 어쩌려고?”“네가 그렇게 대단해?”“큰 물고기를 잡으려고 작은 미끼로 널 남겨두고 있는 거야. 정말 내가 널 강에 던지려고 밤까지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아?”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여색을 좋아하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미야모토가 일어서기도 전에 앞으로 나가 그녀를 발로 걷어 차 날려 버렸다. 그러자 그녀는 죽은 개처럼 갑판에 엎드러졌다. 미야모토는 이를 악물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네가 지금 이렇게 날뛰는 건 네가 우리 스승님이 누군지 몰라서 그래!”“우리 스승님은 텐푸 쥬시로야! 전설의 텐푸 쥬시로!”“너 지금 무섭지?”이 이름을 듣고 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섬나라 천황이든, 텐푸 쥬시로든 그의 눈에는 모두 길가의 고양이나 개처럼 보였다.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그러나 하현 뒤에 서 있던 진주희의 눈꺼풀은 펄쩍 뛰었다. 용문 대
“잘 들어!”“나는 신당류 종주, 섬나라 6대 검도 성인 중 하나인 텐푸 쥬시로야!”“미야모토는 내 마지막 제자야. 누구든 감히 내 제자를 해치면 그 가족을 전부 다 죽여 버릴 거야!”“나는 네가 어떤 사람이든, 어떤 신분을 가지고 있든 상관하지 않아. 내가 지금 명령하는데, 순순히 풀어줘. 그리고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어르신이 직접 가서 네 가족을 다 죽여버릴 거야!”이때 텐푸 쥬시로의 말투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기고만장한 분위기에 그의 이름만 대도 하현을 놀라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최근 몇 년 동안 텐푸 쥬시로는 자신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놀라 죽게 했는지 모른다. 이번에도 그는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의외로 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대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말을 마치고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두 용문 자제들은 돌에 묶인 미야모토를 짊어지고 마대 속으로 집어 던졌다. “선생님, 선생님, 조심하세요. 그의 정체는……”“뽀그르르______”미야모토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는 벌써 물 속으로 던져져 빠르게 가라앉았다. 지금 이 순간 미야모토의 머릿속에는 후회만 가득했다. 만약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하현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제길!”전화 맞은편에서 텐푸 쥬시로는 노호했다. “새파란 놈이! 너무 심하네!”“너 어르신을 기다려. 한 달 안에 어르신이 반드시 대구에 가서 네 개보다 못한 목숨을 빼앗을 테니!”하현은 군말 없이 텐푸 쥬시로와 직접 영상통화를 연결해 미야모토가 물 속에 가라앉는 모습을 목격하게 했다. “털컥______”영상 맞은 편에서 핸드폰이 으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화면은 까맣게 되었다. 하현은 웃으며 핸드폰을 강물에 마음대로 던졌다. “우리 섬나라 검도 성인이 심성이 좋지가 않네……”……하현이 미야
“방 아가씨, 노여움을 가라앉히세요.”결국 이은미가 머뭇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우리가 하현을 이기지 못한 게 아니라 상대편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와서 우리 허를 찌른 거예요.”“속셈이 있었던 터라 우리가 무너진 거예요!”“제가 이미 알아봤는데, 이번에 그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이 놈은 점술에 능통한 거 같아요. 전에 임복원의 주택 풍수 문제를 해결하고, 또 장 옥주의 손녀를 구한 적이 있어요……”“이런 작은 수법들 때문에 오늘 이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었던 거예요!”“하지만 방 아가씨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신세는 계속 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대구에 뿌리가 없는 데릴사위가 몇 사람에게 기댄다고 우리를 짓누를 수 있겠어요?”“이 모든 건 다 그의 일시적인 운일 뿐이에요!”이은미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하현 이 놈은 우리 연경 이가 뿐 아니라 연경 방가에도 미움을 샀어요.”“지금 섬나라를 화나게 했어요!”“또 인도 고승에게도 미움을 샀고요!”“이 정도면 우리에게 일정한 시간만 준다면 그는 반드시 죽을 거예요!”이은미가 분석하는 말을 듣고 방수미는 냉정을 되찾았다. 이은이의 말처럼 하현이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운과 신세를 진 것 때문이었다. 진정한 힘은 없고 뿌리가 약한 사람이 어떻게 이런 일을 몇 번이나 해낼 수 있겠는가?한 번 아니면 두 번 이겠지?방수미는 이 점을 깨닫고 이전의 이름난 규수 집 따님의 기개를 회복했다. 그녀는 창문 앞으로 가서 앞쪽의 절벽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그가 운이 좋은 신세를 졌든 어쨌든 너는 알고 있어야 해!”“이번에 그가 이렇게 우리의 체면을 구겼으니 이번 일은 끝나지 않을 거야!”“그를 죽여 버릴 거야!”이은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방 아가씨, 걱정 마세요. 저도 똑같이 그를 죽이고 싶어요!”“제가 방금 벌써 두 가지 일을
방수미와 이은미 두 사람이 어떻게 복수할지를 고민하던 중 하현은 조남헌에게 진행 중인 일을 처리하라고 맡겼다. 하현은 벌써 공항 근처에 있는 대구 국제 병원에 도착했다.하현은 복도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응급실을 쳐다보며 세 사람의 진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설은아와 설유아 자매는 체내 독이 제거됐다고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몸이 허약해 전방위적인 검사가 필요했다. 왕주아 쪽은 피부 외상은 없었지만 큰 충격을 받았고 물에 빠졌었기 때문에 입원을 해서 한 동안 지켜봐야 했다. 다행히도 왕화천은 제일 먼저 왕주아를 데리고 에드워드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곧 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장북산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하현은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오늘 있었던 일을 전반적으로 생각해 볼 때 조금 두려웠다. 그가 진작에 준비하지 않았다면 이번엔 아마 벌써 방현진에게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은아랑 유아가 어떻게 병원에 오게 거야!?”밤 9시쯤, 설재석과 최희정과 몇 사람은 마침내 소식을 접했다. “오늘 우리가 떠날 때 두 자매는 멀쩡하지 않았어?”“어떻게 지금 응급실에 있는 거야!?”희정은 응급실 입구를 한 바퀴 돌다가 두 명의 간호사에게 저지를 당해 다시 돌아온 후 하현의 멱살을 잡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 설은아는 그녀의 돈줄이었고 그녀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원천이었다. 설은아에게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 희정은 정말 하현을 목 졸라 죽이고 싶어했다!어쨌든 그녀의 눈에 하현은 일을 성사시키기는커녕 망치기만 하는 폐물이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 “누군가가 저를 죽이려고 했는데 은아와 유아 두 사람을 우연히 만나 독약을 먹였어요. 근데 벌써 해독을 했어요. 앞으로는……”“퍽______”희정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하현의 뺨을 내리치고는 노기충천한
”당신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설 씨 집안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는데도 그걸로 모자라?”“그래서 이젠 은아의 돈까지 훔쳐 쓰려고 하는 거야?”“그 돈으로 뭘 할 생각이야? 설마 내연녀 명품백이나 사 주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김나나는 싫은 티를 팍팍 내며 하현을 도둑만도 못한 남자 보듯 헐뜯었다.은행 직원들과 고객들도 모두 하나둘씩 고개를 갸웃거리며 데릴사위 주제에 주제를 모른다는 둥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얘기 다 끝났어?”하현은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할 말 다 했으면 저리 가. 업무 방해하지 말고!”만약 상대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하현은 벌써 뺨을 후려갈겼을 것이다.“경고하는데! 잘 들어!”“3일 주겠어!”“3일 안에 은아 곁에서 사라져!”“재결합이라니! 흥 재결합이라니?!”“꿈도 꾸지 마!”“내 말 똑똑히 들어. 은아는 당신이 그렇게 갖고 놀 여자가 아니야!”김나나는 세상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치켜세웠다.눈을 아래로 한껏 내리깔고 하현을 바라보던 그녀는 매서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무엇보다 우리 오빠가 이제 곧 퇴원해.”“우리 오빠가 보는 앞에서 감히 당신이 은아한테 찝쩍거린다면 우리 오빠한테 혼쭐날 거야! 알아?!”하현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 김나나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곧장 VIP 창구로 가서 블랙골드 카드를 건네며 말했다.“안에 돈이 입금되었는지 확인해 주세요.”“솩!”하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나나는 얼른 돌진해 그의 카드를 중간에서 가로챘다.“내가 부행장이야. 어디 당신 카드나 좀 보자고!”“뭐? 블랙골드?”고혹적인 빛을 띠는 블랙골드 카드를 보며 김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블랙골드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은 신분이 아주 높거나 재산이 많다.금정 같은 곳에서도 블랙골드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은 상류층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잠깐만! 블랙골드에 당신 이름이 여기
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무슨 충고?”“옛날부터 불로장생하는 것과 풍수는 깊은 연관이 있어.”“당신이 그들의 이목을 끄는 거야. 뱀을 동굴에서 나오게 유인하는 거지. 그렇게 되면 증거가 될 만한 뭔가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은 유명한 풍수지리사가 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그래서 말인데, 풍수관을 차리는 건 어때?”“한편으론 조심스럽게 그들의 동태를 살필 수도 있고 한편으론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목을 끄는 거지.”“더욱 중요한 것은 금정이 오래된 고도로서 기괴한 일이 적지 않다는 거야.”“소문난 풍수지리사로 이름을 날리며 금정에 많은 인맥을 쌓는다면 당신한테 나쁠 것도 없잖아?”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리가 있어. 역시 금정 간 씨 가문 아가씨다워!”“풍수지리사라, 흥미로운 직업이지.”“하지만 난 풍수를 전문적으로 보는 풍수지리사가 아니야.”간민효는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당신이 관심만 있다면 내가 나머지는 모두 처리할게!”“가게든, 직원들이든, 자격증이든 모든 것들 다!”“고개만 끄덕여 준다면 다른 건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게 내가 다 준비할게!”하현은 웃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그렇게 해! 아무 문제없어!”말을 하는 사이 차는 어느덧 금정은행 입구에 도착했다.하현은 전에 이슬기에게 현금 이천억을 마련하라고 한 일이 있어서 오는 길에 은행에 들러 확인하려고 한 것이다.설은아는 돈 쓸 곳이 별로 없다고 했지만 불시의 상황에 미리 대비해 놓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금정은행 로비에 들어서자 하현은 로비 매니저를 향해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VIP실이 어디죠?”어쨌든 이런 고액의 업무는 귀빈실에서 처리해야 한다.“어머? 당신 그 데릴사위 아냐?”바로 그때 주변에 향기로운 꽃향기를 풍기며 높은 하이힐만큼이나 콧대를 치켜세운 아름다운 여자가 하현 앞에 나타났다.하현은 눈앞의 여자를 희미한 눈길로 바라보
형나운은 결국 하현을 주인이라 불렀다.그때 간민효가 하현을 데리러 왔고 형 씨 가문 집사가 공손하게 백억짜리 수표를 건네는 것을 보았다.형 씨 가문은 골동품 장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형홍익이라는 거대한 수장이 없다면 형 씨 가문의 사업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따라서 진정한 후계자가 생기기 전까지는 형 씨 가문에게 형홍익의 생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하현이 형홍익을 구한 것은 형 씨 가문 전체를 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그래서 형 씨 가문은 어떤 방법으로든 그에게 사례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비록 돈을 받을 뜻은 없었지만 그래도 성의를 생각해서 받았다.그러고 나서 간민효의 페라리에 올라타 형 씨 가문을 떠났다.차 안에서 하현은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닌 간민효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민효, 당신은 내가 어르신을 구할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액셀을 밟던 간민효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엄도훈의 팔괘경과 삼촌의 구안천주가 같은 곳에서 나온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야.”“당신이 엄도훈의 문제를 해결했으니 삼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어.”하현은 어안이 벙벙한 채 눈을 크게 치켜떴다.“같은 곳에서?”간민효는 담담하게 어조로 말했다.“같은 조직이라고 해야 하나?”“역사의 그늘 속에서 신비롭게 존재하는 조직.”“이번에 그들이 엄도훈과 삼촌한테 이런 짓을 한 것은 아마 십중팔구 금정의 몇 개 은둔가를 직접 겨냥하고 저지른 게 틀림없어.”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장생전?”하현이 이 세 글자를 꺼내자 간민효는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며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았다.차는 굉음을 내며 멈춰 섰고 간민효는 놀란 눈을 한 채 가쁘게 숨을 들이마셨다.“하현, 당신이 어떻게 장생전을 알아?”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말했다.“남양의 페낭에서 이 조직과 한 번 맞붙어 당한 적이 있어.”“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번에 내가 금정에 온 이유가 아내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생
”신고, 신고할 거야!”“갈기갈기 찢어버릴 거라고!”형나운은 계속 발버둥을 쳤지만 발버둥칠수록 하현의 손아귀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놔! 이거 놔! 이 변태야!”형나운은 다시 소리를 질렀다.하현은 형나운을 앞에 놓고 뒤에서 뺨을 몇 대 더 때린 후에야 손을 떼고 웃으며 말했다.“똑똑히 들어. 이건 하녀가 주인의 기분을 상하게 한 벌이야!”“은둔가의 대단한 집안사람이라고 내 앞에서 함부로 날뛰지 마.”“감히 또 그런 짓 하면 그땐 뼈도 못 추릴 정도로 만들어 줄 테니까!”형나운은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을 들고 씩씩거렸다.“이 사기꾼아!”그러나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지만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이상한 감정이 올라왔다.하현을 미워하려고 해도 도저히 미워지지 않았다.“자꾸 왜 이러는 거야?”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 형나운을 바라보았다.“내가 몇 번이나 더 오길 바라는 거야?”형나운은 이 말을 듣고 얼른 뒤로 물러나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이 사기꾼! 개자식!”“딱 기다려!”“내가 반드시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야!”말을 하는 순간 형나운의 얼굴이 터질 듯 벌겋게 달아올랐다.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얼마든지 덤벼. 미녀가 날 가만두지 않겠다니 오히려 기대되는데?!”“어떻게 날 혼내줄 거야?”형나운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하현에게 다시 한번 욕바가지를 퍼부으려고 했다.하지만 순간 그녀는 하현이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을 보고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러자 갑자기 그녀의 마음이 왈랑왈랑해졌고 서둘러 시선을 회피하며 자신도 모르게 그의 시선을 피하려고 했다.하지만 형나운은 이런 상황이 못 견디게 화가 나서 다시 하현을 노려보았다.어쨌든 자신은 형 씨 가문 사람이고 미래 가문의 계승자였다.그런데 어떻게 저런 사기꾼에게 고개를 숙일 수 있겠는가?이런 생각이 스치자 형나운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사기꾼아! 내가
하현의 말에 형나운은 머쓱해져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마치 하현이 몹쓸 짓이라도 할 사람처럼 두려워하며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그러고 나서 겨우 얼굴을 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내가 백억 줄게. 그리고 스포츠카도 한 대 줄게. 아! 집도 한 채 줄게!”“그러니까 그걸로 끝내는 게 어때?”하현은 가벼운 미소를 떠올렸다가 비꼬는 투로 말했다.“뭐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형나운은 하현이 재물에 눈이 벌건 사람이라 생각하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좋아. 그럼 내가 백억 더 얹어줄게. 어때?”“별로야...”하현은 딱 잘라 말했다.“그깟 돈은 내가 얼마든지 벌 수 있어. 아무것도 아니라고.”“그리고 당신이 전 재산을 준다고 해도 나한테는 푼돈일 뿐이야. 그런 걸로는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지!”“은둔가 형 씨 가문 아가씨가 차와 물을 대령하고 청소를 하고 화장실을 관리하며 내 시중을 드는 일이야말로 즐거운 일이지! 정말 모처럼 기분 좋은 일이야!”“돈으로도 살 수 없는 대우지!”“오백억!”하현의 말을 들은 형나운의 얼굴이 더욱 울그락불그락해졌다.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던 그녀는 결국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가격을 제시했다.그녀는 세상에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어르신이 회복되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푹 쉬셔야 해.”하현은 돌아서면서 떠날 준비를 했다.“당신의 효심을 기특하게 생각해서 내가 좀 봐줄게. 이번 주는 어르신을 곁에서 잘 모셔.”하현이 자신을 놀려먹었다는 생각이 들자 형나운은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그녀는 두 손을 허리에 짚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하 씨! 적당히 좀 해!”“내 입에서 정말로 주인이라는 소리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만약 이 소식이 바깥으로 퍼지면 금정에서 나를 따르던 사람들도 다 알게 될 거고 난 완전히 체면을 구기겠지!”“당신 뒷감당할 수 있겠어?”“찰싹!”하현은 형나
”물론 당신이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안 들은 걸로 해도 돼.”“내가 실례가 많았어.”말을 마친 장천중은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미안한 듯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잠시 흥분했나 봐. 그런 건 분명히 비밀스럽게 전수되었을 텐데 말이야. 괜한 말을 해 가지고...”하현은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장 대사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섭섭하게요.”“대사님이 관심이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가르쳐 드릴 수 있습니다. 돈은 무슨 돈입니까? 그냥 가르쳐 드릴 수 있어요.”“공짜로?”이 말을 듣고 장천중의 눈이 오히려 휘둥그레졌다.“공짜로 전수해 준다고?”그는 하현의 말을 듣고도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다.하현의 풍수지리술이 간단해 보이지만 절대로 허투루 볼 수 없는 기술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돈을 받고 이 기술을 전수한다면 몇백억은 족히 벌 수 있을 것이다!심지어 하현이 원하기만 한다면 자신의 대사 건물을 내놓을 의향이 있었다.그런데 이런 값진 기술을 하현이 공짜로 전수해 주겠다니?!순간 장천중은 아무런 반응도 내놓을 수 없었다.“당연히 무료입니다. 난 풍수지리사도 아니구요. 단지 살인술 덕분에 풍수에 관심을 가졌을 뿐입니다.”하현도 솔직하게 터놓고 말했다.“장 대사님이 배우고 싶으시다면 제가 가르쳐 드릴 수 있습니다.”“다만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무슨 부탁인가?”“이 기술을 꼭 사람을 구하는 데만 써야 합니다. 절대로 사람을 해치는 데 쓰시면 안 됩니다.”“내가 가르쳐 드린 기술로 사람을 해치는 데 쓴다는 얘기가 내 귀에 들어온다면 당장 달려가 대사님의 목숨을 빼앗을 겁니다!”하현의 말을 들은 장천중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하현, 걱정하지 마. 우리 같은 사람은 바르게 행동하고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는 걸 무엇보다 중요시해.”“만약 내가 당신의 풍수술로 사람을 해친다면 당신이 날 죽일 필요도 없이 내가 먼저 날 가만두지 않을 거야.”“
하현의 말을 듣고 자신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던 일이 이렇게 쉽게 해결되는 모습을 본 형홍익은 얼굴 가득 감탄해 마지않았다.형홍익은 하현을 향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하현, 내가 이번에 자네한테 너무 많은 신세를 졌어.”“오늘부터 자네는 나 형홍익한테 생명의 은인이야.”“원하는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 보게.”하현은 엷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저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습니다. 아까 내기한 것만 실행되면 됩니다.”하현은 형나운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형나운. 날 이제 주인님이라 불러야지!”하현의 말을 들은 형나운은 순간 숨이 턱 막혔고 온몸의 피가 솟구치는 듯 얼굴이 새빨개졌다.그녀는 눈을 껌뻑껌뻑거리다가 결국 주인이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얼굴을 가린 채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서로 마주 보며 깔깔거렸다.콧대 높은 형 씨 가문 아가씨를 저런 얼굴로 만드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라고 모두 하현을 추켜세웠다.하현은 형 씨 가문 사람들에게 형홍익을 모시고 가서 쉬게 해드리라고 말했다.그러고 나서 집사의 안내로 저택을 몇 바퀴 돌면서 집사에게 골동품 몇 점을 내보내게 했다.결국 이 물건들은 있어야 할 곳에 잘 보내져야 남은 사람에게도 좋다.겨우 형홍익의 몸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았으니 다시는 이런 골동품들이 형홍익의 몸에 해를 가하지 않도록 아예 확실히 없애버려야 한다.하현이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고 있을 때 장천중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그의 표정에는 약간의 망설임과 어색함이 묻어났다.하현은 티슈로 손가락을 닦으며 말을 건넸다.“장 대사님, 무슨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제가 고른 이 골동품들에 문제라도 있나요?”“아, 아니, 아니야. 역시 당신 안목은 뛰어나군.”“내가 특별히 살펴보았는데 당신이 고른 골동품들은 모두 큰 무덤에서 발굴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음기가 아주 짙어.”“이 저택에 남겨두면 좋을 게 없어.”“다른 곳에 보내고 나면 집안
하현은 끊어진 구안천주를 곁눈질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내 추측이 맞다면 어르신은 전에 불면증이 있었을 거예요. 구안천주를 몸에 지닌 이유도 불교 성물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겠죠?”“맞아. 전에 난 불면증을 심하게 앓았어. 3일을 자도 꼬박 하루치의 잠도 못 잤으니까.”“그러다 나중에 어떤 스님이 말씀하시길 내가 이렇게 불면증을 앓는 이유가 우리 형 씨 가문이 오랜 세월 동안 골동품 사업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시더군”“그런 것들을 많이 접하면 체내에 음기가 남아 돌아서 잠을 푹 자는 데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어.”“그래서 나더러 불교 성물을 하나 몸에 지니고 다니라고 권해서 차고 다닌 거였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상상도 못했어.”형홍익은 도저히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그에게 이런 조언을 해 준 스님은 국내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다.그런데 그의 건의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다니!하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 스님의 조언이 맞습니다. 어르신 체내의 일부 음기는 확실히 오랜 세월 동안 골동품을 접했기 때문에 쌓인 것이긴 합니다.”“다만 이번에 일이 이렇게 된 모든 근원은 이 구안천주에 있습니다!”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구슬의 표피를 쪼개었다.그러자 그 안에서 작은 뼛조각이 나왔다.“아?!”이 광경을 보고 사람들은 모두 등골이 오싹해졌다.불교 성물 안에 어떻게 저런 뼛조각이 있을 수가?“내 추측이 맞다면 아마도 이것은 억울하게 죽은 아기의 손가락뼈일 것입니다.”“갓난아기가 죽으면 한이 서리게 됩니다.”“뼈가 부러진 것을 보니 그 아기는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그 원한이 깊었던 거지요.”“게다가 구안천주 속에 짓눌려 있어서 그 원한이 모여 결국 음기가 되었구요.”“그냥 가끔 만지는 거야 별로 해가 될 건 없지만 이것을 가슴에 오래 지니고 다니면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습니다.”“그래서 말인데요, 어르신.”“이 일
형나운은 일순 성난 황소처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하현, 건방지게 굴지 마!”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왜? 나더러 사기꾼에 거짓말쟁이라고 욕하더니 이제 와서 두려운 거야?”“당신한테도 손해 볼 것 없는 내기잖아?!”“이기면 날 사기꾼 버러지로 본 당신 안목이 대단하다는 게 증명되는 것이고.”“진다면 3년 동안 내 수발을 드는 것뿐이야. 날 3년 동안 주인으로 모셔야겠지만 그 대신 당신 할아버지는 화를 면하고 살 수 있게 되는 거야.”하현은 형나운에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뜨린 것이 분명했다.다른 사람에게 이유 없이 사기꾼 소리를 들었는데 이 정도는 해야 그도 덜 억울하지 않겠는가!도발하는 하현의 자세를 바라보며 형나운은 어금니를 사납게 깨물었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좋아! 내기? 하지 뭐!”“장 대사님과 민효 언니가 증인이 되는 거야!”“내가 지면 군말 없이 당신 하녀가 되겠어!”“좋아!”하현은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사방에서 쏟아지는 매서운 눈초리에도 흔들림 없이 형홍익의 가슴을 압박하고 있는 구안천주를 잡았다.그리고 싱긋 웃으며 형나운을 힐끔 쳐다보았다.“주인이라고 부를 준비 됐어?”말이 끝나자마자 하현은 세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오른손을 세게 쥐고 구안천주를 잡아당겼다.‘뚝’하는 소리와 함께 구안천주가 끊어지며 꿰어 있던 구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동시에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휙휙 눈앞을 어른거리며 형홍익의 온몸을 뒤덮을 듯 꿈틀거렸다.하현은 얼른 왼손 검지를 깨물어 피를 낸 다음 형홍익의 몸 위로 한 방울 떨어뜨렸다.“치익!”굳어 있던 기름이 뜨거운 인두를 만난 듯 칙칙 소리를 냈다.순식간에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는 눈 깜짝 사이에 흰 연기로 변해 장내 곳곳으로 흩어졌다.역겨운 냄새만이 장내에 가득 퍼졌다.“어머! 구안천주의 구슬 안에서 어떻게 저런 검은 연기가 나올 수가 있어?”“구안천주가 음기의 근원이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