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복원 선생님?”하현은 웃었다. “너무 무섭네!”“아니면 이번에는 게임 방법을 바꿔서 내가 너 대신 전화를 걸어보는 건 어때?”말을 하면서 하현은 방수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직접 전화를 걸고는 스피커를 켰다. 곧 맞은편에서 쾌청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아우님, 어떻게 형에게 전화할 시간이 났어?”“나 아직 연경에서 회의 중이야. 무슨 심부름시킬 일 있으면 정민이한테 시키면 되잖아!”형?아우!?이 순간 방수미는 일순간에 안색이 변했고 안 좋은 기색이 극에 달했다. “임 선생님, 사실 무슨 큰 일은 아니고요.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요.”“방수미 아가씨라는 분이 있는데 형님께 저를 밟아 죽여달라고 하려고 그러더라고요.”“형님이 이 여자를 도와주실 수 있으실지 모르겠네요?”“밟아 죽여? 방수미?”임복원은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우님, 방가 아랫사람일 뿐인데 누가 그 여자의 체면을 세워준 거야?”“게다가 내가 여기서 말하는데, 누가 감히 내 이름으로 너랑 맞서려고 하는 거야? 그 여자는 자기가 어떻게 될지 결과를 알고 있는 거야?” “오, 그럼 알겠어요. 제가 이렇게 시비를 가릴 줄 모르는 사람한테 무릎을 꿇게 해서 사과하라고 하는 게 너무 과한 건 아니죠?”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임복원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그 여자가 싫다면 무릎 꿇지 않아도 되지. 하지만 앞으로 방가는 대구에서 지낼 필요가 없게 될 거야!”간단히 이 한 마디 말로 방수미의 운명이 선포되었다. 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고 흥미로운 얼굴로 자기 앞에 있는 땅을 가리켰다. 방수미는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잠시 후 그녀의 핸드폰이 갑자기 급하게 울리기 시작하더니 화면에 방가라는 글씨가 뜬 것을 어슴푸레 볼 수 있었다. 방수미는 부들부들 떨며 전화를 받았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전화가 끊겼고, 그녀는 이를 악물고 ‘털썩’ 소리를 내며 하현 앞에 무릎을 꿇
수많은 사람들이 아부를 떨려고 하는 방수미, 10대 최고 가문의 방수미는 지금 개처럼 하현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고 있었다. “퍽!”하현은 방수미를 발로 걷어차 바닥에 쓰러뜨린 뒤 손뼉을 치며 장내를 한 바퀴 훑어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섬나라 두 여자를 데리고 가는데 감히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죠?”이번엔 아무도 감히 한 마디도 하지 못했고 뛰쳐나오지 못했다. 사람으로 따지면, 하현 주변에는 아직 수십 명이 있었다. 무력으로 따지면, 암살 대사는 불구가 되었다. 힘으로 따지면, 하현의 전화 한 통에 장세경이 직접 팀을 이끌고 왔다. 인맥으로 따지면, 방수미는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어느 모로 보나 이번엔 방수미와 이은미 두 사람이 졌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완전히 졌다! 미야모토는 이때 더욱 절망적인 얼굴이었다. 왜냐하면 대하 사람들을 의지해 자신을 구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호강 크루즈 부두. 하현 앞에는 바비큐 그릴이 놓여 있었고, 앞에는 양꼬치가 끊임없이 구르며 솔깃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하현은 양꼬치를 한 입 베어 먹은 후, 친절하게 입을 열었다. “미야 아가씨, 하나 줄까? 이건 우리 대하의 특산물 중 하나야.”“너희 섬나라의 옹졸한 모양의 버섯 구이에 비하면 몇 배 더 맛있는지 몰라.” “입맛 없어.”미야모토는 하현이 당분간은 자신을 죽일 생각이 없다는 것을 간파한 듯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하현, 가격을 제시해!”“우리 자매를 가게 해줘. 우리 자매를 살려줘!”“원하는 가격을 말해봐!”하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양꼬치를 먹으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야 아가씨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야?”“너 지금 내 포로라는 걸 잊었어?”“너 무슨 자격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거야?”“신당류는 대구에서 이미 나한테 뽑혔어!”“방수미는 이미 연경으로 물러갔고.”“대구 전체에서 너를 도와줄 수 있
미야모토는 안색이 변하더니 잠시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 도령, 하 대장.”“여기가 전쟁터도 아니고, 생사를 다투는 곳도 아닌데 어른들의 세계에서 좀 성숙해야 하지 않겠어?”“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 영원한 적과 친구는 없어. 내 말이 맞지?”“더구나 내 죽음은 너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잖아?”하현은 양꼬치와 맥주를 마시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니. 의미가 있어.”“예를 들어 넌 내 정체를 알고 있잖아.”“네가 지금까지 내 정체를 팔지 않은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비밀을 너희 섬나라 천황에게 팔면 넌 쉽게 출세할 수 있었기 때문이야!”“심지어 훗날 너희 섬나라가 우리 대하를 상대로 군사를 쓰려고 할 때 내 대장 신분이 노출되면 대하는 수동적인 입장이 될 거야.” “내 말이 맞지?”미야모토는 미친 듯이 안색이 변하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하 대장, 난 우리 천황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어. 난 절대 네 신분을 누설하지 않을 거야!”“만약 누설되면 우리 섬나라 천황은 천벌을 받게 될 거야.”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맹세를 믿지 않아. 맹세하는 방법이 유용하다면 세상에 경찰서는 없어도 될 거야. 그렇지?”“게다가 너희 섬나라 사람들은 항상 웃음 속에 칼을 품고 있어서 나는 정말 네 말을 믿을 수가 없어.” “만에 하나 내가 지금 널 놔줬는데 네가 돌아서서 날 팔아버리면 어떡해?”미야모토는 눈을 빙빙 돌리더니 잠시 후 이어서 말했다. “대장, 나는 별장에 고급차도 있고 미국에도 재산이 있어. 전부 다 줄게!”“그리고 이 안에는 5조 5천억의 현금이 있으니 이것도 같이 가져가!”“나에게 주던 안 주던 넌 이것들을 가지고 갈 수 없어.”하현은 검정색 은행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조금도 의미가 없어.” “참, 너도 살길이 전혀 없는 건 아니야. 예를 들어 네가 너희 섬나라의 다른 배치된 것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나에게 말해주면
“건방지게!”“우리 스승님은 네가 모욕할 수 있는 분이 아니야!”“어르신께서 산을 떠나지 않으시는 이유는 무술의 최고 경지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야!”“만약 스승님이 손을 쓰시려고 하면 신당류 종주의 실력으로 단칼에 너를 죽일 수 있을 거야!”미야모토는 연신 야유를 퍼부었다. 심지어 하현의 얼굴을 정면으로 가리키기까지 했다. 자신이 포로로 잡혀 있다는 것을 조금도 자각하지 못했다. “퍽______”하현은 군말 없이 뺨을 후려 갈겼다. 순간 미야모토는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 갑판에 부딪혔고 입가에는 피가 흘러내렸다. “하현, 너 정말 나랑 끝까지 싸울 거야?”“너 우리 스승님이 산에서 나와 너를 상대할까 무섭지 않아?”미야모토는 분노가 극에 달했다!“너 설마 네가 내 스승님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걸 모르는 거야?”“퍽!”하현은 또 뺨을 후려 갈기며 담담하게 말했다. “미야모토, 너희 섬나라 사람들은 머리에 구멍이 나 있니?”“죽음이 코앞에 있는데 목숨을 구걸하지는 못할 망정 소란을 피우는 거야?”“널 죽이면 어쩌려고?”“네가 그렇게 대단해?”“큰 물고기를 잡으려고 작은 미끼로 널 남겨두고 있는 거야. 정말 내가 널 강에 던지려고 밤까지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아?”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여색을 좋아하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미야모토가 일어서기도 전에 앞으로 나가 그녀를 발로 걷어 차 날려 버렸다. 그러자 그녀는 죽은 개처럼 갑판에 엎드러졌다. 미야모토는 이를 악물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네가 지금 이렇게 날뛰는 건 네가 우리 스승님이 누군지 몰라서 그래!”“우리 스승님은 텐푸 쥬시로야! 전설의 텐푸 쥬시로!”“너 지금 무섭지?”이 이름을 듣고 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섬나라 천황이든, 텐푸 쥬시로든 그의 눈에는 모두 길가의 고양이나 개처럼 보였다.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그러나 하현 뒤에 서 있던 진주희의 눈꺼풀은 펄쩍 뛰었다. 용문 대
“잘 들어!”“나는 신당류 종주, 섬나라 6대 검도 성인 중 하나인 텐푸 쥬시로야!”“미야모토는 내 마지막 제자야. 누구든 감히 내 제자를 해치면 그 가족을 전부 다 죽여 버릴 거야!”“나는 네가 어떤 사람이든, 어떤 신분을 가지고 있든 상관하지 않아. 내가 지금 명령하는데, 순순히 풀어줘. 그리고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어르신이 직접 가서 네 가족을 다 죽여버릴 거야!”이때 텐푸 쥬시로의 말투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기고만장한 분위기에 그의 이름만 대도 하현을 놀라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최근 몇 년 동안 텐푸 쥬시로는 자신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놀라 죽게 했는지 모른다. 이번에도 그는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의외로 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대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말을 마치고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두 용문 자제들은 돌에 묶인 미야모토를 짊어지고 마대 속으로 집어 던졌다. “선생님, 선생님, 조심하세요. 그의 정체는……”“뽀그르르______”미야모토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는 벌써 물 속으로 던져져 빠르게 가라앉았다. 지금 이 순간 미야모토의 머릿속에는 후회만 가득했다. 만약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하현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제길!”전화 맞은편에서 텐푸 쥬시로는 노호했다. “새파란 놈이! 너무 심하네!”“너 어르신을 기다려. 한 달 안에 어르신이 반드시 대구에 가서 네 개보다 못한 목숨을 빼앗을 테니!”하현은 군말 없이 텐푸 쥬시로와 직접 영상통화를 연결해 미야모토가 물 속에 가라앉는 모습을 목격하게 했다. “털컥______”영상 맞은 편에서 핸드폰이 으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화면은 까맣게 되었다. 하현은 웃으며 핸드폰을 강물에 마음대로 던졌다. “우리 섬나라 검도 성인이 심성이 좋지가 않네……”……하현이 미야
“방 아가씨, 노여움을 가라앉히세요.”결국 이은미가 머뭇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우리가 하현을 이기지 못한 게 아니라 상대편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와서 우리 허를 찌른 거예요.”“속셈이 있었던 터라 우리가 무너진 거예요!”“제가 이미 알아봤는데, 이번에 그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이 놈은 점술에 능통한 거 같아요. 전에 임복원의 주택 풍수 문제를 해결하고, 또 장 옥주의 손녀를 구한 적이 있어요……”“이런 작은 수법들 때문에 오늘 이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었던 거예요!”“하지만 방 아가씨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신세는 계속 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대구에 뿌리가 없는 데릴사위가 몇 사람에게 기댄다고 우리를 짓누를 수 있겠어요?”“이 모든 건 다 그의 일시적인 운일 뿐이에요!”이은미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하현 이 놈은 우리 연경 이가 뿐 아니라 연경 방가에도 미움을 샀어요.”“지금 섬나라를 화나게 했어요!”“또 인도 고승에게도 미움을 샀고요!”“이 정도면 우리에게 일정한 시간만 준다면 그는 반드시 죽을 거예요!”이은미가 분석하는 말을 듣고 방수미는 냉정을 되찾았다. 이은이의 말처럼 하현이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운과 신세를 진 것 때문이었다. 진정한 힘은 없고 뿌리가 약한 사람이 어떻게 이런 일을 몇 번이나 해낼 수 있겠는가?한 번 아니면 두 번 이겠지?방수미는 이 점을 깨닫고 이전의 이름난 규수 집 따님의 기개를 회복했다. 그녀는 창문 앞으로 가서 앞쪽의 절벽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그가 운이 좋은 신세를 졌든 어쨌든 너는 알고 있어야 해!”“이번에 그가 이렇게 우리의 체면을 구겼으니 이번 일은 끝나지 않을 거야!”“그를 죽여 버릴 거야!”이은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방 아가씨, 걱정 마세요. 저도 똑같이 그를 죽이고 싶어요!”“제가 방금 벌써 두 가지 일을
방수미와 이은미 두 사람이 어떻게 복수할지를 고민하던 중 하현은 조남헌에게 진행 중인 일을 처리하라고 맡겼다. 하현은 벌써 공항 근처에 있는 대구 국제 병원에 도착했다.하현은 복도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응급실을 쳐다보며 세 사람의 진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설은아와 설유아 자매는 체내 독이 제거됐다고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몸이 허약해 전방위적인 검사가 필요했다. 왕주아 쪽은 피부 외상은 없었지만 큰 충격을 받았고 물에 빠졌었기 때문에 입원을 해서 한 동안 지켜봐야 했다. 다행히도 왕화천은 제일 먼저 왕주아를 데리고 에드워드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곧 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장북산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하현은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오늘 있었던 일을 전반적으로 생각해 볼 때 조금 두려웠다. 그가 진작에 준비하지 않았다면 이번엔 아마 벌써 방현진에게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은아랑 유아가 어떻게 병원에 오게 거야!?”밤 9시쯤, 설재석과 최희정과 몇 사람은 마침내 소식을 접했다. “오늘 우리가 떠날 때 두 자매는 멀쩡하지 않았어?”“어떻게 지금 응급실에 있는 거야!?”희정은 응급실 입구를 한 바퀴 돌다가 두 명의 간호사에게 저지를 당해 다시 돌아온 후 하현의 멱살을 잡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 설은아는 그녀의 돈줄이었고 그녀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원천이었다. 설은아에게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 희정은 정말 하현을 목 졸라 죽이고 싶어했다!어쨌든 그녀의 눈에 하현은 일을 성사시키기는커녕 망치기만 하는 폐물이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 “누군가가 저를 죽이려고 했는데 은아와 유아 두 사람을 우연히 만나 독약을 먹였어요. 근데 벌써 해독을 했어요. 앞으로는……”“퍽______”희정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하현의 뺨을 내리치고는 노기충천한
희정이 보기에 방현진이 떠났던 근본적인 이유는 하현이 그의 뺨을 때렸기 때문이었다. 연경 도련님은 하현을 신경 쓰지 않고 화가 나서 떠났던 것인데, 이것은 방현진의 기개와 도량을 설명해 주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대구 정가의 체면을 세워주기에 충분했다. 근데 하현 이 놈은 말썽을 부려 자기 두 딸을 못살게 굴고는 대구 정가의 간판으로 거들먹거리고 다니는 것인가?이런 사람은 죽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하현을 보고 있자니 희정은 하현에게 새로운 원망이 생겨났다. 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지금 하현은 이미 천 번 만 번 죽었을 것이다. 설재석도 하현을 몇 번 쳐다보고는 얼굴 빛이 검게 변해 말을 멈추었다. 불만스러운 얼굴로 입을 삐죽거렸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현는 고개를 쳐들고 반격할 생각은 하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뜨고 희정을 쳐다보며 말했다. “대구회에서 독을 넣은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제가 왜 웨스틴 호텔에 가서 공의를 세우려고 했는지 아세요?”“이 모든 사건 배후에 있는 인물의 성이 뭔지 아세요?”희정은 ‘퍽’하는 소리와 함께 하현 앞에 있는 물컵을 바닥에 내던지며 차갑게 말했다. “난 그 사람이 누구든 상관 안 해!”“넌 지금 증거도 없잖아. 네 말이 사실인지 가짜인지 누가 알겠어!”“하지만 내가 보기에 너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해. 우리 정가에서 꺼져야 해!”말을 하면서 희정은 진작에 준비해 둔 이혼 합의서를 꺼내 하현 앞에 놓고 차갑게 말했다. “서명해!”하현은 눈길도 한 번 주지 않고 그냥 집어 들고는 희정 앞에서 찢어 버렸다. 그리고 난 후에야 차갑게 말했다. “이 모든 건 방현진이 한 짓이에요!”“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그 좋은 사위가 시킨 일이에요!”“그럴 리가 없어!”최희정 뒤에 서서 계속 하현을 노려보던 육혜경은 이때 벌떡 일어나더니 화가 나서 하현을 정면으로 가리켰다. “하씨, 너 구정물을 끼얹으려고 해도 머리를 좀 써야 하지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