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정과 재석이 약간 화가 풀리는 것 같자 이때 육혜경이 이를 갈며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씨, 너 이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방 도련님이 대구를 떠나 연경으로 돌아간 건 어느 눈으로 본 거야?”“그리고 설령 죽이려고 방 도련님이 손을 댔다고 하더라도!”“너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네가 선을 망쳐서 그런 거 아니야? 네가 뺨을 때려서 그런 거잖아!”“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한 마디로, 간단히 말해서, 이 모든 건 다 네 책임이야!”“지금, 당장, 즉시, 꺼져!”“은아는 우리가 알아서 돌볼 거야. 유아도 우리가 알아서 돌볼 거고!”“제발 자비를 베풀어 이혼 합의서에 서명을 해줘. 은아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마. 알았지?”말을 하면서 육혜경은 또 희정의 가방에서 이혼 합의서를 꺼내 하현 앞에 내던졌다. 그들은 여러 부를 준비한 것이 분명했다. 하현이 찢는 것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원래 화가 조금 풀렸던 희정도 다시 반응을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맞아. 혜경이의 말이 맞아!”“어찌됐든 이 모든 건 다 너 때문이야!”“빨리 물러가. 향산 1호 별장도 더 이상 들여보내주지 않을 거야!”“은아가 대구 정가 아홉 번째 수장이 됐다고 너도 덕 볼 생각은 하지마!”“데릴사위 주제에 끝도 없이 욕심을 부리려고 하네. 퉤!”하현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시끄러운 복도를 한 번 쳐다보았다. 가끔씩 와서 말리려고 해도 감히 말리지 못하고 있는 간호사들을 쳐다보았다. 하현은 한숨을 쉬며 설재석을 한번 쳐다보고 말했다. “장인어른, 다녀올게요!”“은아와 유아를 잘 보살펴 주세요.”“제 근처에 일손이 배치돼 있으니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저에게 전화 주세요.”그는 정말 계속 다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은아와 유아 두 사람의 진료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 설재석은 조금 냉정을 되찾고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걱정 마. 내가 내 딸들을
“지회장님, 부인 쪽은 어때요?”“심하게 다쳤나요? 문제는 없어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큰 일은 아니예요. 장북산 선생님이 계셔서 분명 큰 일도 작은 일로 끝날 거예요.”“근데 주아 쪽은 당분간 장 선생님을 모시고 올 수 없을 거 같아요.”“수고스럽겠지만 왕 부회장님이 신경을 좀 더 써주세요.”왕화천은 다소 평온한 기색을 회복했다. 그는 자신의 딸이 하현의 마음 속에서 자리를 차지 하지 못하고 노리개에 불과할까 봐 걱정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퍽______”몇 사람이 말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병실 문이 발길에 차이며 열렸다. 그리고는 제복을 입은 수십 명의 남자들이 몰려 들어왔다. 마치 공기가 그대로 굳어버린 것처럼 그들은 무서운 살기를 퍼뜨렸다. 살벌한 얼굴의 살기 등등한 이 남자들을 보고 왕화천과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멍해졌다. 얼굴에는 한 줄기 두려움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퍽퍽퍽______”낭랑한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병부 제복을 입은 몇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선두에 선 사람은 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였는데 어떻게 보면 방현진과 좀 닮았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젊은 남녀들이 있었다. 나이가 많지는 않았지만 계급은 아주 놀랄 정도였다. 하현은 살짝 실눈을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구 병부 사람?”“누가 하현이야!?”팀을 이끌고 온 남자가 자기 머리에 씌워진 모자를 눌러 쓰고는 경멸하는 시선으로 전장을 훑어보더니 하현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방금 섬나라 대사관에서 편지와 함께 외빈인 미야모토가 강에 가라앉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보내왔어. 섬나라 대사관가 대구 측에 해명을 요구했어!”“사태가 심각하고 사안이 복잡한 점을 감안해 이 일은 특수한 절차를 밟을 거야. 지방 관청에서 손을 댈 수 없어. 용옥과 용전, 용문 등 기초석도 개입할 수 없어!”“우리 병부만이 이 일을 단독으로 처리할 권한을 갖고 있
“눈치가 있네!”용천웅은 담담한 기색이었지만 하현을 쳐다보는 눈빛엔 거만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내가 용가에서 왔다는 것을 안 이상 내 신분은 짐작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대구 병부 강철대, 부지휘관 용천웅이 바로 나야!”“네가 누구든 충고 한 마디만 할게. 뻐기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렇지 않고서 내 검에 눈이 안 달렸다고 탓하지 마.” 하현은 평온한 기색으로 용천웅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거야?”“병부 사람들이 민간인들 일에 개입을 하려고?”“세자 도련님들을 위해 총을 만들어서 우리 평범한 백성들을 괴롭히려고?”용천웅은 입을 삐죽거리며 멋들어진 얼굴로 말했다. “하씨, 헛소리 하지마!”“알다시피 우리 강철대는 대하 9대 최고 군대 중 하나야!”“노심태님이 우리 지휘관님이야! 대구 병부 전신의 우두머리, 노 전신!”“나와 맞서는 건…… 강철대와 맞서는 거야!”“우리 노 전신과 맞서는 거고!”“너 결과를 한 번 생각해봐!”“내가 먼저 처형을 하고 보고를 한다고 해도 네가 죽으면 아무 소용없잖아.”“그러니 너 지금 네가 뭘 해야 하는 지 알겠지?”용천웅 뒤에 있던 몇몇 럭셔리한 옷차림의 사람들도 경멸하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풀뿌리 하나가 연경 네 도련님 중 하나인 방현진과 맞서려고 하다니. 설마 방현진 같은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는지, 인맥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건가?아무렇게나 전화 한 통이면 이 풀뿌리는 역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죽을 때까지 자신과 방 도령의 차이를 알지 못할 것이다. 이 하현은 정말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용천웅은 건방지게 앞으로 나서더니 하현의 얼굴을 내리치려고 했다. 조남헌은 자기도 모르게 앞으로 나서서 엉겨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용천웅, 네가 우리 하 도련님의 정체를 알고 있으니, 너는 안돼……”“퍽!”용천웅은 화기를 꺼내 조남헌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곧 군장을 한 네 명의 남자들이 화기를 들고 에워싸더니 멀리서 긴 손잡이가 달린 총기를 들고 하현의 머리를 향해 겨누며 언제든 총을 쏠 것 같은 포즈를 취했다. 용천웅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전화를 걸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미 아가씨, 다행히 명령을 완수했습니다. 현장에 와서 보시겠어요?”“날뛰던 놈이 찌그러진 걸 보면 며칠 동안은 즐겁게 지내실 수 있을 거예요.”“좋아! 곧 갈게!”전화 맞은편에서 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머지 않아 방수미와 이은미 두 사람이 지방시 블랙 미니스커트를 입고 꽃처럼 미소를 지으며 병동으로 들어왔다. 얼마 전 웨스틴 호텔에서 제멋대로 날뛰던 하현이 지금 포로로 잡혀있는 것을 보고 방수미와 이은미 두 사람은 모두 놀리는 표정을 지었다. 원래는 하현을 죽이려면 일정 시간이 준비 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시간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방 도령은 진작에 계획을 하고 있었다!하현이 솜씨가 좋으면 또 어떤가?힘이 좀 있다고 해서 또 뭐가 어떤가?인맥이 있다고 또 무슨 소용인가?진정한 국가 폭력 조직 앞에서 이 모든 것은 산산조각 나 짓밟혔고, 이 모든 것은 찌꺼기가 되었다!진주희 등 사람들은 이때 하나같이 화가 나 이를 갈았다. 용천웅과 눈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일부러 하현을 겨냥해 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용문 대구 지회의 지회장이 이렇게 뺨을 맞다니?누가 참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문제는 용천웅은 용가 출신으로 용문 문주가 있는 가문이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다른 사람들은 용문을 두려워할 수 있지만 용천웅은 절대 용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방현진이 이 바둑을 시작한 목적은 아주 간단하다. 하현의 군대를 거느리기 위해서였다. 전략은 장막 안에서 세우고, 승리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결정된다. 연경 도련님은 역시 능력과 수단, 힘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그는 굉장히 침착했고, 전략이 하나 하나 긴밀
십여 분 후, 병실 밖에서 하이힐이 소리가 들렸고 검은 양복을 입은 여자가 다소 오만한 기세로 사람들을 깔보며 걸어왔다.그녀는 예쁘게 생겼지만 섬나라 특유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섬나라 대사관 대표, 이시카와 유키코였다. 이때 그녀는 차가운 기색이었다. 싸늘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에드워드 병원 같은 작은 곳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시카와 유키코는 발을 들여놓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이시카와 유키코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용천웅은 웃으며 말했다. “이시카와 대표님.”방수미와 이은미 두 사람도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이시카와 언니, 오셨어요?”이시카와 유키코는 어지러운 상황은 무시하고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수미야, 은미야, 우리 섬나라 귀인을 습격한 범인이 잡혔다고 나한테 전화한 거야?”이은미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시카와 언니, 이 놈이 바로 그 놈이에요. 미야 자매들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방 도련님에게 미움을 샀어요. 천웅 형님이 그를 잡았어요!”“걱정 마세요. 저희가 반드시 귀국에 넘겨 드릴 테니까요!”용천웅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이은미 이 놈은 정말 바보였다. 말을 할 때 뇌를 거치지 않았다. 함부로 말했다가는, 그것도 섬나라 사람 앞에서 함부로 말했다가는 방현진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 방현진은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 주변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용천웅은 지금 어쩔 수 없이 한 마디를 덧붙이며 말했다. “하현은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 혐의를 받고 있어요. 제가 그를 데리고 가서 확실히 조사한 뒤 각 방면에서 공의롭게 처리하겠습니다.”“이시카와 대표님께서 여기에 오시는 건 좀 그렇잖아요!”말을 하면서 용천웅은 이은미를 힐끗 쳐다보았고, 속으로는 약간 성난 기색이었다. 이은미 이 놈은 일을 할 때 머리를 쓰지 않는다. 강철대가 출동한 상황에서 섬나라 사람들이
하현은 흥미로운 얼굴로 이 섬나라 여인을 한 번 쳐다보고는 섬나라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뭘 얻고 싶어 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이시카와 유키코는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는 하현을 잡아 먹을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를 우리 섬나라 고수에게 양보하기만 하면 돼.”“우리 섬나라는 너에게 더 이상 어떤 책임도 묻지 않을게!”“심지어 방 도련님에게 전화를 걸어서 너를 놔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어. 어때?”이 말이 나오자 진주희와 사람들은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섬나라 사람들의 야망이 이렇게 클 줄은 생각도 못했다. 용문 대구 지회를 차지하려고 하다니. 솔직히 말해서 이것은 대구의 길바닥의 모든 힘을 장악하고 대하의 동남쪽 문을 활짝 열려고 하는 것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섬나라 사람들은 도둑놈 심보를 버리지 못한 것이다!용천웅도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비록 방현진과 같은 스타일이긴 했지만 병부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어떤 일들에는 아주 민감했다. 이때 이시카와 유키코의 요구를 듣자마자 그는 순간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았다. 용천웅은 당연히 하현이 지회장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보기에 이것은 용가가 하현에게 은혜를 베푼 것이었다.지금 은혜를 받은 하현이 살기 위해 이 신분을 내 놓을 것인가?그는 아주 흥미로웠다. 이시카와 유키코의 요청에 방수미와 이은미 두 사람은 놀리는 얼굴에 거들먹거리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시카와 유키코가 이렇게 한 것은 사람을 죽이는 것 외에도 마음까지 말살시키려고 한 것이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하현이 정말로 지회장 자리를 넘겨주겠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러면 그는 죽을 것이다!그가 지회장 신분으로 버티고 있는 동안은 방현진도 그를 손 봐줄 수는 있어도 꼭 죽이리라는 법은 없었다!하지만 지회장이라는 신분이 없어지면 방현진이 하현을 짓밟아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 밟아 죽이는 것보다 간단할 것이다. 그러자 모두가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
섬나라 천황 자리!?이 말을 듣고 장내는 혼란스러워졌다. 섬나라는 군주제 국가이다. 섬나라 천황은 섬나라의 정신적인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이기도 했다. 하현은 뜻밖에도 이시카와 유키코에게 섬나라 천황 자리와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이건 놀리는 정도가 아니라 섬나라의 존엄성을 짓밟는 것이었다. “개자식!”이은미가 제일 먼저 폭발했다!그녀는 하현을 정면으로 가리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씨, 너 섬나라 천황의 신분이 얼마나 귀한지 알아? 네가 감히 섬나라 천황을 모욕하다니!?”하현은 웃을 듯 말 듯 이은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섬나라 천황 신분이 아무리 귀하다고 해도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나는 대하인이야!”“내가 보기에 지금 내 자리랑 섬나라 천황 자리를 바꾸면 내가 손해야!”“왜 섬나라 사람들은 아무 말도 안 하는데 너만 무슨 쓸데없는 소리가 그렇게 많아?”“설마 너 네 어르신에게 기대서 섬나라 영주권을 얻은 거야? 아니면 정신적으로 섬나라 사람이 된 거야?”“너, 너네 집 어르신을 화나게 할까 무섭지 않아!?”“이씨 집안은 원래 10대 최고 가문 중에서 최하위권인데, 지금 또 너 같이 조상을 잊어버린 놈이 있으니 곧 10대 가문에서 떨어질 거 같네……”“너! 개자식!”이은미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하현에게 뺨을 한 대 때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현, 너 농담하는 거야?”이시카와 유키코는 비교적 침착했다. 비록 그녀의 우뚝 솟은 가슴은 끊임없이 들썩였지만 이때도 하현을 응시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도대체 네 처지를 알고 있는 거야?”“만약 네가 우리 섬나라의 새로운 귀족이 되고 싶다면 허락해줄 수 있어!”“하지만 기껏해야 예비 남작일 뿐이야.”“하지만 다른걸 생각한다면 너는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거야!”“그리고 네가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큰지 모르는 거야?”“게다가 넌 방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렸
하현은 뒷짐을 지고 담담하게 말했다. “살길은 항상 스스로 찾는 거지.”“다른 사람이 주는 게 무슨 살길 이겠어?”“용기가 대단하네……”용천웅은 손을 뻗어 하현의 오른쪽 뺨을 두드렸다. “아쉽지만 아무리 용기가 대단해도 내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기왕 네가 이시카와 유키코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다고 하니, 그럼 나랑 같이 가자.”“우리는 앞으로 할 말이 많을 거야!”말을 하면서 용천웅은 섬뜩한 눈빛을 보냈고, 입에서는 뜨거운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일단 하현이 그와 함께 가면 사느니 차리리 죽는 게 더 나을 것이 분명했다. 줄곧 뒤에 있던 왕화천은 이때 끝내 참지 못하고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용 지휘관님, 이렇게 하는 건 아무래도 좋지 않을 거 같은데……”“쾅______”용천웅이 손가락을 튕기자 순간 누군가가 왕화천의 발에 총을 쏘았고 이 용문 대구 지회의 부회장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너 나를 가르치려는 거야?”“용가에서 키우는 개 한 마리 주제에,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하현은 안색이 점점 더 심각해졌다. 용천웅은 끊임없이 그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었다. “왜? 하 도령, 아직 굴복하지 않은 거야?”용천웅이 다시 한 번 손짓을 하자 순간 두 사람은 왕주아의 머리에 화기를 들이대며 안전장치를 풀었다. “하 도령이 이렇게 강하게 나오다니. 먼저 무릎을 꿇고 방 아가씨와 이 아가씨에게 사과를 하는 게 어때?”“칼에는 눈이 달려 있지 않아. 화기가 발사되고, 홍안지기가 죽으면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몰라.” 방수미와 이은미는 놀리는 얼굴로 상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오늘 밤 웨스틴 호텔에 있을 때 얼마나 창피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주 득의양양했다. 그들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이놈이 언제까지 강하게 나오는지 보려고 했다.노 전신을 대표하는 용천웅 앞에서 모든 것은 찌꺼기이고 다 산산조각 날 것이다. 하현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차갑
김나나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하현은 설은아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도중에 설은아는 하현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일이 이렇게 정리되었으니 더 이상 만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차가 교외로 빠져나왔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언뜻 눈을 들어보니 엄도훈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건너편에서 다급한 엄도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현 형님! 큰일 났습니다!”하현은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큰일 날 게 뭐가 있어?”엄도훈은 못마땅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명원 그놈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그는 고성양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 모자를 죽이려고 했습니다!”“아주 날을 잡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셈이었던가 봐요!”“그런데 오늘 아침에 정홍매와 고성양을 가두어 놓은 곳에 가 보니 이미 아무도 없었다는군요.”“정홍매와 고성양이 아주 사라졌어요!”“이 일은 형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폭로가 된다면...”점점 어조가 무거워진 엄도훈은 결국 말을 끝맺지 못했다.“정홍매 모자가 형님한테 폐를 끼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하현은 엄도훈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내뱉었다.“정말 쓸모없는 인간들이군!”정홍매와 고성양이 누군가에게 구출되었다면 그들의 실력이 아주 범상치 않다는 것을 뜻한다.자신을 찾아와 복수할 확률도 크다는 얘기다.자신에게 복수하는 것은 아무 상관없지만 문제는 설은아에게 손을 댄다면 조금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설은아는 옆에서 지켜보며 하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지 의아해하며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쾅!”바로 그때 뒤에서 갑자기 트럭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설은아는 놀라서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했는데 순간 그녀가 몰던 차의 속도가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느려졌다.“조심해!”하현은 순간적으로 설은아의 몸을 덮친 뒤 핸
하현은 펄쩍펄쩍 뛰는 김나나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그런 말을 하면 체면이 덜 깎일 것 같아서 그래?”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가슴이 철렁해서 급하게 그의 곁으로 다가와 손을 잡아당겼다.“하현, 그만하면 됐어. 그 정도로 해. 나나는 어쨌든 내 친구야.”“김나나, 너도 내 말 좀 들어봐. 이제 그만 하현에게 사과하고 이 일은 그냥 넘어가면 안 돼?”그녀는 하현이 이런 식으로 김나나를 몰아붙이는 건 결국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호의가 김나나의 눈에는 하현을 비호하려는 의도로 보였다.김나나는 콧대를 한껏 치켜세우며 차갑게 말했다.“설은아, 이 쓰레기한테 사과하라고? 너 머리에 물 들어갔어?”“사과를 하라니?”“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김나나의 말에 주위에 있던 예쁜 여직원들이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다들 하현을 무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현이 너무 잘난 척한다고 생각한 것임이 틀림없다.하현은 김나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조 행장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조 행장님은 끝까지 내 말을 무시할 생각인가 봅니다.”“강남에 있는 천일그룹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금정까지 손을 뻗칠 수 없는 건 사실이죠.”“영향력이 부족할 수 있죠.”조 행장도 이에 맞장구를 쳤다.“확실히 영향력은 떨어지죠.”“그럼 이러면 어떻습니까? 이래도 부족합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명함 한 장을 꺼내 조 행장 앞에 툭 내던졌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 장천중.조 행장의 얼굴빛에 살짝 균열이 생겼다.“이래도 부족하냐고 물었습니다.”“조 행장님, 뒷배가 아주 든든한가 봅니다.”하현은 마지막 명함을 꺼내 조 행장의 눈앞에 철썩 내리쳤다.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할 그 이름, 간민효라는 석 자가 명함에 박혀 있었다.이를 본 순간 조 행장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휘청거리기까지 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다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도 조 행장의 표정을 보고 사과하지 않으면 상황이 곤란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미안해.”“미안하다고?”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날 조롱하고 모욕했으며 내 아내를 불러서 내 체면을 뭉개버리려고 했지.”“지금 와서 마지못해 사과하면 모든 것이 다 없던 일로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정말로 사과 한마디로 해결될 것 같냐고?”김나나는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차갑게 내뱉었다.“하현! 설령 이 돈이 당신 계좌에 있다고 해도 결국 빌린 돈일 뿐이잖아!”“돈을 빌린 것뿐이야! 결국 갚아야 되는 돈이라고! 알기나 해!”“자기가 정말로 뭐 거물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지?!”“적당히 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날뛰는 꼴이라니!”설은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됐어. 이건 오해였어.”“나나는 김 씨 가문 사람이니까 화해한 걸로 치고 좋게 생각해.”“김 씨 가문 사람?”하현은 헛웃음을 지었다.“김 씨 가문이든, 간 씨 가문이든 내 앞에서 함부로 행동할 자격은 없어!”그는 말을 하면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조 행장님. 제가 기회를 드렸는데도 당신들은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는군요.”“그렇다면 다시 한번 선택의 기회를 드리죠.”“지금 이 자리 당신이 꺼지든지, 아니면 저 여자가 꺼지든지.”“결정하시죠!”김나나는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당신 뭐 잘못 먹었어?”“정말 당신이 뭐 대단한 거물이라도 된 줄 알아?”“내가 꺼지든지, 아니면 행장님이 꺼지든지 하라고?!”“허! 드라마는 아주 많이 본 모양이지! 어디서 갑질 회장님 흉내를 내려고 해?!”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천일그룹을 이용해 이들을 밀어붙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전화 한 통으로 끝날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조 행장은 천일그룹을 경외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두려운 대상은 아니었다.어쨌든 천일그
”뭐라구요?”김나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안색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행장님,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에요?”“우리가 알고 있는 그 천일그룹이 하현한테 이천억을 보냈다구요?”“그럴 리가요?”“말도 안 돼요!”조 행장은 싸늘해진 얼굴빛으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현 이 사람은 당당한 풍채에 실력까지 갖춘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천일그룹 회장님도 믿고 돈을 보낸 거겠죠!”“하 세자가 하현에게 이천억을 빌려준 건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말도 안 돼요!”김나나가 버럭 화를 냈다.“데릴사위이자 여자한테 빌붙어 벌어먹는 놈이 어떻게 천일그룹 하 세자와 인연이 있겠어요?”“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김나나는 하현이 블랙골드 카드의 소유자에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조 행장님, 다시 한번 전화해서 분명하게 물어보세요. 뭔가 착오가 있을 거예요!”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신분이 상당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여전히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게다가 하현이 이천억을 준비했다니!설은아는 자신을 향한 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김나나, 하현과 천일그룹의 하 세자는 몇 번 만난 적이 있어.”“게다가 하 세자를 도와주었으니 그가 이 사람한테 돈을 빌려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야.”“됐어! 설은아, 이 쓰레기 같은 남자 두둔하려고 애쓰지 마. 하현이 무슨 속셈으로 이러는지 모르겠어?”김나나는 아예 믿으려 하지 않았다.“하 세자가 누구야? 강남에서 손꼽히는 거물인데 그가 못할 일이 뭐 있겠어?”“하현같이 쓸데없는 인물이 하 세자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말을 마치자마자 김나나는 진지하고 엄정한 얼굴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행장님, 다시 한번만 더 확인해 보세요.”“정말 이 쓰레기 같은 남자가 이천억을 받은 게 맞다면 우리가 모든 책임을 떠안을게요!”
김나나는 하현이 가지고 있던 블랙골드 카드의 발행연도가 몇 년 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마 데릴사위가 신분을 숨긴 거물인 건가?그러자 김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벌벌 떨다가 이내 정신을 다잡았다.대단한 거물이 뭐 하러 남의 집 데릴사위를 해?말도 안 되지!김나나는 실상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알겠어. 분명 몇 년 전에 어디서 돈을 훔친 거야. 틀림없어!”“사건이 탄로 날까 봐 몇 년 동안 쓰지도 못하고 감춰둔 거고.”“이제 모든 것이 잠잠해지자 움직일 준비를 한 거지!”“정말 음흉하고 간교한 놈이야!”김나나는 비아냥거리는 태도로 일관하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왜 이렇게 어리석었을까?”“블랙골드 카드에서 돈을 출금하게 되면 은행은 그 돈의 출처를 조회한다는 사실은 몰랐던 모양이지?”“당신이 그 돈을 함부로 썼다가는 아주 끝장나는 거야!”“이 정도면 감옥에 처넣기 충분해!”설은아는 무심결에 하현에게 시선을 휙 돌렸다.“하현, 이게 도대체...”하현은 설은아를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며칠 전 밥을 먹다가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서 부랴부랴 돈을 좀 준비해 두라고 했어. 오늘 그 돈이 잘 입금되었는지 확인하러 온 거야.”“이 안에 이천억이 들어 있으니 당신이 겪고 있는 자금난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야.”하현은 이 일을 설은아에게 선뜻 말하기 어려워 일부러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기회를 봐서 말하려고 했는데 결국 이런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게 되었다.“은아의 자금난을 해결해?”“이천억을 단번에 준비했다고?”김나나는 코웃음을 쳤다.“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이천억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어? 지금 드라마 찍는 줄 알아?”“당신 바보야? 아님 우리를 바보로 아는 거야?”이때 조 행장은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말했다.“어제 이천억이 우리 은행에서 발행된 블랙골드 카드에 입금된 건
정상적으로 데릴사위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는가?블랙골드 카드까지?백억이 무슨 장난인가?몇몇 아리따운 여직원들도 하나같이 입꼬리를 치켜들고 경멸의 빛을 쏘아보냈다.남자가 되어서 여자한테 빌붙어 얻어먹고 사는 것도 모자라 여자의 돈을 몰래 빼내서 블랙골드 카드까지 만들다니!이런 남자는 그 자체로 망신이고 도덕적으로도 완전히 사람 구실을 할 수 없는 존재였다.돼지우리에 가둬야 딱 맞을 정도였다.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안에 있는 돈, 내 돈이야.”“뭐? 당신 돈이라고?”김나나는 냉소를 흘렸다.“밥벌이도 못해서 은아한테 빌붙어 사는 주제에 어떻게 이 많은 돈이 났다는 거야?”“설 씨 집안의 돈을 훔친 게 틀림없어!”“당신, 이거 불법인 거 알아? 하늘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김나나는 핸드폰을 꺼내 설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분명 이 일을 빌미로 하현을 설은아에게서 떼어 놓으려는 속셈인 것이다.그런 다음 정정당당하게 그녀의 오빠를 설은아에게 소개해서 둘을 연결할 생각이었던 것이다.“당신이 이러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야.”하현은 언짢은 듯 눈살을 찌푸렸다.“행장님을 만나야겠어.”“뭐라고? 당신이 만나고 싶다고 하면 행장님이 어서 오세요 하고 만나 준대? 허!”김나나는 혐오와 경멸이 가득 뒤섞인 얼굴로 계속 퍼부었다.“은아가 와서 당신이 설 씨 집안 돈을 훔친 걸 알면 당신은 완전히 끝장이야!”하현과 설은아가 재혼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는 생각을 떠올리자 그녀의 가슴이 벅차올랐다.“나나, 무슨 일이야?”얼마 지나지 않아 입구에 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멈추었고 설은아는 쏜살같이 차에서 내렸다.하현의 얼굴을 보자마자 설은아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감돌았다.“하현, 당신 여기서 뭐 해?”이때 2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띵’소리를 내었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우아한 분위기의 중년 남자가 몇 명의 사람들을 이끌고 걸어왔다.
”당신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설 씨 집안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는데도 그걸로 모자라?”“그래서 이젠 은아의 돈까지 훔쳐 쓰려고 하는 거야?”“그 돈으로 뭘 할 생각이야? 설마 내연녀 명품백이나 사 주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김나나는 싫은 티를 팍팍 내며 하현을 도둑만도 못한 남자 보듯 헐뜯었다.은행 직원들과 고객들도 모두 하나둘씩 고개를 갸웃거리며 데릴사위 주제에 주제를 모른다는 둥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얘기 다 끝났어?”하현은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할 말 다 했으면 저리 가. 업무 방해하지 말고!”만약 상대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하현은 벌써 뺨을 후려갈겼을 것이다.“경고하는데! 잘 들어!”“3일 주겠어!”“3일 안에 은아 곁에서 사라져!”“재결합이라니! 흥 재결합이라니?!”“꿈도 꾸지 마!”“내 말 똑똑히 들어. 은아는 당신이 그렇게 갖고 놀 여자가 아니야!”김나나는 세상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치켜세웠다.눈을 아래로 한껏 내리깔고 하현을 바라보던 그녀는 매서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무엇보다 우리 오빠가 이제 곧 퇴원해.”“우리 오빠가 보는 앞에서 감히 당신이 은아한테 찝쩍거린다면 우리 오빠한테 혼쭐날 거야! 알아?!”하현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 김나나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곧장 VIP 창구로 가서 블랙골드 카드를 건네며 말했다.“안에 돈이 입금되었는지 확인해 주세요.”“솩!”하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나나는 얼른 돌진해 그의 카드를 중간에서 가로챘다.“내가 부행장이야. 어디 당신 카드나 좀 보자고!”“뭐? 블랙골드?”고혹적인 빛을 띠는 블랙골드 카드를 보며 김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블랙골드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은 신분이 아주 높거나 재산이 많다.금정 같은 곳에서도 블랙골드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은 상류층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잠깐만! 블랙골드에 당신 이름이 여기
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무슨 충고?”“옛날부터 불로장생하는 것과 풍수는 깊은 연관이 있어.”“당신이 그들의 이목을 끄는 거야. 뱀을 동굴에서 나오게 유인하는 거지. 그렇게 되면 증거가 될 만한 뭔가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은 유명한 풍수지리사가 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그래서 말인데, 풍수관을 차리는 건 어때?”“한편으론 조심스럽게 그들의 동태를 살필 수도 있고 한편으론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목을 끄는 거지.”“더욱 중요한 것은 금정이 오래된 고도로서 기괴한 일이 적지 않다는 거야.”“소문난 풍수지리사로 이름을 날리며 금정에 많은 인맥을 쌓는다면 당신한테 나쁠 것도 없잖아?”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리가 있어. 역시 금정 간 씨 가문 아가씨다워!”“풍수지리사라, 흥미로운 직업이지.”“하지만 난 풍수를 전문적으로 보는 풍수지리사가 아니야.”간민효는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당신이 관심만 있다면 내가 나머지는 모두 처리할게!”“가게든, 직원들이든, 자격증이든 모든 것들 다!”“고개만 끄덕여 준다면 다른 건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게 내가 다 준비할게!”하현은 웃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그렇게 해! 아무 문제없어!”말을 하는 사이 차는 어느덧 금정은행 입구에 도착했다.하현은 전에 이슬기에게 현금 이천억을 마련하라고 한 일이 있어서 오는 길에 은행에 들러 확인하려고 한 것이다.설은아는 돈 쓸 곳이 별로 없다고 했지만 불시의 상황에 미리 대비해 놓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금정은행 로비에 들어서자 하현은 로비 매니저를 향해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VIP실이 어디죠?”어쨌든 이런 고액의 업무는 귀빈실에서 처리해야 한다.“어머? 당신 그 데릴사위 아냐?”바로 그때 주변에 향기로운 꽃향기를 풍기며 높은 하이힐만큼이나 콧대를 치켜세운 아름다운 여자가 하현 앞에 나타났다.하현은 눈앞의 여자를 희미한 눈길로 바라보
형나운은 결국 하현을 주인이라 불렀다.그때 간민효가 하현을 데리러 왔고 형 씨 가문 집사가 공손하게 백억짜리 수표를 건네는 것을 보았다.형 씨 가문은 골동품 장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형홍익이라는 거대한 수장이 없다면 형 씨 가문의 사업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따라서 진정한 후계자가 생기기 전까지는 형 씨 가문에게 형홍익의 생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하현이 형홍익을 구한 것은 형 씨 가문 전체를 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그래서 형 씨 가문은 어떤 방법으로든 그에게 사례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비록 돈을 받을 뜻은 없었지만 그래도 성의를 생각해서 받았다.그러고 나서 간민효의 페라리에 올라타 형 씨 가문을 떠났다.차 안에서 하현은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닌 간민효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민효, 당신은 내가 어르신을 구할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액셀을 밟던 간민효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엄도훈의 팔괘경과 삼촌의 구안천주가 같은 곳에서 나온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야.”“당신이 엄도훈의 문제를 해결했으니 삼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어.”하현은 어안이 벙벙한 채 눈을 크게 치켜떴다.“같은 곳에서?”간민효는 담담하게 어조로 말했다.“같은 조직이라고 해야 하나?”“역사의 그늘 속에서 신비롭게 존재하는 조직.”“이번에 그들이 엄도훈과 삼촌한테 이런 짓을 한 것은 아마 십중팔구 금정의 몇 개 은둔가를 직접 겨냥하고 저지른 게 틀림없어.”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장생전?”하현이 이 세 글자를 꺼내자 간민효는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며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았다.차는 굉음을 내며 멈춰 섰고 간민효는 놀란 눈을 한 채 가쁘게 숨을 들이마셨다.“하현, 당신이 어떻게 장생전을 알아?”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말했다.“남양의 페낭에서 이 조직과 한 번 맞붙어 당한 적이 있어.”“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번에 내가 금정에 온 이유가 아내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