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준비를 마친 임정민은 한 무리의 심복들을 데리고 달려왔다. 그들 중에는 임가의 개인 의사들도 몇 명 있었다. 하현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고, 임정민과 사람들에게 설은아와 설유아를 대구 국제공항으로 보내라고 했다. 장북산이 곧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현은 장북산의 검사를 거쳐야만 정말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임정민이 사람들을 데리고 떠난 후 조남헌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지회장님, 저희가 크루즈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용문 자제들은 이미 왕주아 아가씨를 찾았어요.” “우리 사람들이 제때에 가서 왕주아 아가씨는 아무일 없었습니다.”“근데 미야모토 그 여자는 도망쳤어요. 부하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네요!”하현은 왕주아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 순간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만 괜찮으면 됐지.”“먼저 왕주아를 공항으로 보내고 장북산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게 해.”하현은 전화를 끊고 난 후 담담한 기색으로 나카노 다로 앞으로 다가가 담담하게 말했다. “미야모토는 어디 있어?”나카노 다로는 창백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온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말 할게요! 말 할게요!”나카노 다로는 바로 미야모토를 팔았다. “미야모토 아가씨는 웨스틴 호텔로 갔어요!”“방 도련님이 거기서 손님을 접대하고 있거든요!”“미야모토 아가씨는 당신이 복수할까 봐 무서워하고 있어요. 미야모토는 방 도련님만이 그녀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하현은 담담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웨스틴 호텔?”“네. 대구 교외에서 얼마 전 개발한 랜드마크 건물은 방가가 투자한 호텔이에요.” “이 호텔은 깊이 패여 있는 온천 옆에다 지었는데 투자금이 2백조 원에 달해요.”“게다가 이 웨스틴 호텔 주인은 방현진의 사촌 누나예요!”하현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조남헌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맞은편에서 조남헌은 깍듯이 말했다. “
웨스틴 호텔 맨 위층, 로얄 스위트룸. 옷을 갈아입은 미야모토는 이때 얼굴색이 극도로 창백해졌다. 그녀는 뜨거운 물로 목욕을 했어도 여전히 온몸이 심하게 떨렸다. 화면을 사이에 두고도 하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야야, 너 오늘의 치욕은 반드시 기억해야 해!”“전설의 대하 대장이 우리 신당류를 이렇게 몰아넣었어!”“앞으로 기회를 봐서 그의 뼈를 다 가루로 만들어 버릴 거야!” “대하를 우리 섬나라 기병대에게 복종하게 만들어야만 전날의 치욕을 벗을 수 있어!” 미야모토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내뱉는 말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오늘 밤 다행히 마지막 고비에서 왕주아를 버리고 미야사야와 함께 도망쳤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녀는 분명 부하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용문의 손에 넘어갔을 것이다. 동시에 신당류 대구 도관이 짓밟혔다는 소식이 그녀의 귀에 전해졌다. 신당류는 대구에서 여러 해 동안 운영을 해 왔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 후회에는 약이 없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녀도 미야모토를 때려 죽인다고 해도 하현의 머리를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언니, 하현이 정말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까?”미야사야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런 사람의 눈에 우리는 땅강아지일 뿐이야!”“우리가 정말 이렇게까지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방 아가씨의 호텔에 숨어있어야 하나?”“우리가 섬나라 대사관에 머무르면 아무 문제 없지 않을까?”“우리가 내일 첫 비행기로 대하를 떠나버리면 되잖아. 설마 섬나라까지 쫓아와 죽이겠어?”미야사야는 호사스러운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녀는 강인한 자기 언니가 한 남자 때문에 놀라 이렇게 방가 호텔에 숨어 벌벌 떨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설령 상대가 전설의 거물이라도 해도 이렇게까지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었다!“그리고 언니, 우리도 기회가 전혀 없는 건 아니야!”“적
미야사야는 잠시 긴장을 푼 후 갑자기 또 다른 일이 생각났다. 그녀는 창 밖의 불빛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또 다른 일이 생각났어!”“하현의 신분과 힘으로 볼 때 우리가 지금 웨스틴 호텔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 같아!”“그가 바로 쳐들어올까!?”“우리 그냥 몰래 떠나야 하는 거 아니야?”미아모토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넌 너무 여려!”“하현에겐 용문 대구 지회장이라는 또 다른 신분이 있다는 걸 잊지마!”“그가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우리가 몰래 빠져나가려고 해도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게 될 거야!”“지금으로선 방가 호텔에 잠시 머물러 있다가 내일 아침 첫 비행기를 타는 게 가장 좋아!”“걱정 마. 방 도련님이 우리를 위해 신분이 있으신 분을 잘 준비해 두셨으니까!”“가장 중요한 건 방 도련님이 연경 네 도련님 중 하나라는 거야. 그의 사촌 누나인 방 아가씨 신분은 더 특별해서 용전의 배경을 가지고 있어!”“이런 배경, 인맥, 힘, 관계가 더해졌으니 이 웨스틴 호텔은 보통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야!”“하현이 대장이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는 한 용문 대구 지회장이라는 신분에만 의존해봐야 아무 소용 없어!”“근데 그가 자기 신분을 폭로할까? 그럴 리가 없지!”“그러니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안다고 해도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그가 감히 여기에 올 수 있겠어? 연경 방가를 괴롭히는 건 용전을 괴롭히는 거나 마찬가지야!”“우리는 손을 댈 필요가 없어. 용전과 연경 방가가 그를 가만 놔두지 않을 테니!”“어쨌든 그들은 그분이 전설의 대장이라는 걸 모를 거야!”“이렇게 하면 그들끼리 싸우게 할 수 있어. 개가 개를 물게 하면 우리는 손해보지 않을 거야.” 미야모토는 여전히 오늘 결말이 날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었다. 미야사야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나는 방 도련님이 우리를 보호해 줄 거라고 믿어. 그들이 하현을 막지
한편, 웨스틴 호텔 입구에는 도요타 차량 열 대가 일렬로 늘어선 채 호텔 귀빈 통로를 막아 섰다.하현은 차에서 담담하게 내려왔다. 그의 뒤편에는 변백범, 진주희 두 사람이 바짝 따라 붙어서 걸어오고 있었다. 이때 하현은 걷는 동안 자신만의 아우라를 풍겼다. 감히 사람들이 직접 쳐다볼 수 없게 하는 기품이 있었다. 웨스틴 호텔 정문 앞에 있던 보안 요원 몇 명이 이 모습을 보고 하나같이 화기를 잡고는 빠른 걸음으로 올라왔다. “여러분, 오늘은 우리 웨스틴 호텔 개업식입니다!”“초대장이 있으신 손님들만 받습니다!”“만약 없으시면 나가주세요!”말을 하면서 앞장선 보안요원은 허리에 찬 화기를 만지작거렸다. “퍽______”변백범은 이 사람들에게 화기를 꺼낼 틈을 주지 않았다. 손등으로 앞장 서있던 보안요원의 뺨을 때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난 후 변백범은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나갔고 한 걸음씩 뗄 때마다 보안 요원 7, 8명의 뺨을 때려 날려 버렸다. 그들은 얼굴을 감싼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대구 내에서 총기 불법 소지는 심각한 범죄입니다!”진주희는 대구의 규칙을 깊이 알고 있었다. 이때 그녀는 웃을 듯 말 듯한 얼굴로 뒤에 있던 용문 자제들에게 화기를 치우라는 신호를 보냈다. “오늘 밤 우리 지회장님 기분이 별로 안 좋으셔서 저도 시간 낭비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한 가지만 물을 게요. 미야 성을 가진 섬나라 두 여인은 어디에 있나요?”선두에 선 보안 요원은 방가의 충견이었다. 이때 그는 호통을 치며 말했다. “당신들,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건지 알아?”“당신들, 여기가 어딘지 알아?”“방가에 미움을 사면 어떻게 되는 지 알아?”“퍽!”진주희는 상대방을 발로 걷어 차 바닥에 쓰러뜨렸다. 그리고는 상대의 손목을 발로 밟아 부러뜨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어디있어?”보안 요원은 아파서 온몸을 떨며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개업식에 참가하러…… 로비에……”하현은 담
“퍽!”흥청거리는 잔치 분위기 속에서 큰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걷어차는 듯 큰 소리가 들렸다. 전장의 음악 소리가 순간 끊기더니 모든 사람의 웃음 소리가 이 순간 멈췄다. 하현은 뒷짐을 진 채 무덤덤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아니면 침입했다고 해야 할까?수많은 사람들이 정면으로 보지 못하고 곁눈질을 했다! 다들 문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보았고 완전 무장을 한 열 몇 명의 방가 호위병들이 이때 고통스럽게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광경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선두에 선 이 녀석이 정말 대단한 건지 아니면 순수한 바보인지 모르겠다. 이것은 연경 방가 명의의 5성급 호텔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감히 웨스틴 호텔 개업식에서 문제를 일으키다니!이것은 자신의 목을 매겠다는 것이다. 오래 사는 것이 싫은 것이다!“쾅_____”많은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냉소적으로 비웃으려고 하고 있을 때 수십 명의 용문 정예들이 흩어져 모든 출입로를 가로 막았다. 이 모습은 그 자리에 있던 이름난 규수 집 따님들을 모두 아연실색하게 했고, 어떤 사람은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설마, 전설의 강도인가?이 사람들은 전부 인질이 된 건가!?군중 속의 미야모토는 얼굴빛이 변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그녀는 하현이 세상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접 여기까지 쫓아 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게다가 그의 태도를 보면 공개적으로 그녀를 체포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순간 미야모토는 정신이 아찔할 뿐이었다. 설마 자신의 모든 추측이 틀린 것인가?이런 스타일이야 말로 전설의 그분 스타일인가?날뛴다!포악하다!거리낌이 없다!5대 강국을 제압하고 대하를 세계 민족의 숲에서 일으킨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인가?미야모토는 마음속에 두려움이 솟아올라 소름이 돋았다. 이때 장내에 남아있던 보안 요원들은 허리에 차고 있던 화기를 만지며 무전기로 빠르게 지원
“하현,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미야모토는 이때 정신을 차리고 군중 속을 빠져 나와 가까스로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 차가운 눈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는 거겠지?”“여기는 방가네 구역이야. 오늘은 웨스틴 호텔 개업식이고!”“여기에 나타난 사람들은 모두 각지 관청과 비즈니스 계에서 거물들이야!”“네가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소란을 피우려면 자신이 방가의 적수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 가늠은 해봐야지!”“너 대하 10대 최고 가문의 간판만 내걸면 사람들이 무서워할 거 같아?”“너 내 말 잘 들어. 빨리 내 여동생 풀어줘!”“그렇지 않았다가 방 도련님이 화 나시면 결과는 아주 심각해 질 거야!”미야사야도 화가 나서 말했다. “맞아. 놔줘! 하씨, 너 이렇게 행패를 부리면 방 도련님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하현은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내 아내에게 독을 먹이고 내 홍안지기를 인질로 잡다니. 미야모토, 너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야? 내가 이렇게 널 놔줄 거 같아?”만약 자신이 만전을 기하지 않았다면 이번에는 정말 섬나라 사람들에게 속았을 것이다. “젊은이,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넌 웨스틴 호텔 개업식에 무단 진입을 했어!”“방 도련님에게 무례하게 군 정도가 아니라 법을 어겼어!”뒤룩뒤룩 살찐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미인을 구하는 영웅처럼 늠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한 마디 충고하겠는데, 손에 든 무기는 다 내려놓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나서 묶여 있어!”“그렇지 않으면 결과가 심각해질 거야!”“너 보기 흉하게 죽을 수 있어!”수백 명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계속 고개를 끄덕였고, 모두들 경멸하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놈은 멍청하고 법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았다. 웨스틴 호텔이 네가 소란을 피울 수 있는 곳이야?방가든 용전이든 너를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 죽이는 것만큼 간단해. “이건 섬나라
뒤룩뒤룩 살찐 남자는 펄쩍펄쩍 뛰었다. “미야 자매님들은 섬나라 외빈들이야. 귀빈들이라고!”“너희들이 함부로 외빈을 잡으려고 하다니!”“설마 이렇게 하면 심각한 외교 사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거야?”“섬나라 쪽에서 항의하면 너희들은 어떻게 될까?”“너희들 지금 당장 이런 터무니 없게 구는 행동은 멈추고,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해!”“대구 관청 쪽에 신고도 할 거야!”지금 뒤룩뒤룩 살찐 이 남자는 의분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 생각에 대구 1인자 임복원은 분명 너희들처럼 국제 대도시에서 국가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법을 무시한 너희들을 전부 체포할 거라고 생각해!”“퍽______”변백범은 쓸데없는 말을 하기가 귀찮아 뒤룩뒤룩 살찐 남자의 뺨을 때려 날려 버렸다. “시끄러워.”이 광경은 장내의 손님들을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그들은 이렇게 난폭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 그들 같은 사람들에게 감히 소리를 지르고 손찌검을 하다니. “건방진 놈들!”하현과 사람들이 미야모토 자매들을 잡아가려고 할 때였다. 위엄 있게 호통치는 목소리가 로비 엘리베이터에서부터 들려왔다. 그리고 난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자줏빛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이 천천히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왔다.뒤룩뒤룩 살찐 남자를 포함해 그 상류층 사람들은 자신이 방금 맞았다는 것을 잊은 것 같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모두 빠르게 다가가서 공손하게 말했다. “이은미 아가씨!”이 호칭을 듣고 하현은 눈을 살짝 가늘게 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자리에 이씨 성을 가진 아가씨가 나타나다니, 하현은 이 아가씨가 연경 이씨 집안에서 왔다는 것을 발바닥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어쨌든 연경 이가와 연경 방가는 아주 가까운 사이었다. 이은미는 수행원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와 하현과 그 자리에 있던 손님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무슨 일이야?”“설마 너희들 오늘 웨스틴 호텔 개업식인 거
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입을 열지 않았다. 이은미는 오히려 거리낌 없이 핸드폰을 꺼내 하현의 사진을 찍어 보냈다. 잠시 후 그녀의 핸드폰이 따르릉 울리기 시작했고 전화를 받은 후 하현을 쳐다보는 표정은 비아냥거림으로 가득했다. “난 또 누군가 했더니 대구 정가 아홉 번째 수장인 설은아의 데릴사위 하현이었네!”“내 기억이 맞다면 남원에 있을 때 우리 이가가 너를 만난 적이 있었을 거 같은데?”“어르신이 너한테 내 사촌언니 이슬기를 멀리하라고 경고하셨을 텐데!”“왜? 지금 멀쩡한 데릴사위 노릇은 하기 싫고, 우리 이가와 방가 공동 호텔 개업식에 와서 소란을 피우고 싶어?”“배짱이 두둑하네!”“오, 그래. 너 방현진 도련님이 네가 마음에 들어 하는 이슬기와 결혼 준비한다는 얘기 듣고 난리 치러 온 거구나?”“하지만 걱정 마. 슬기는 어쨌든 어디까지나 사생아일 뿐이야. 그녀는 아직 방 도련님과 결혼할 자격이 없어!” “연경 이씨 집안에서 방 도련님과 혼인을 맺을 수 있는 사람은 나 이은미 뿐이야.!”이은미는 싸늘한 기색으로 한 마디 한 마디 입을 열었다. 그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대구 정가에 대해 들었을 때 다소 꺼리기도 했지만, 하현이 대구 정가의 데릴사위라는 말을 들은 순간 모두 하나같이 경멸하고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 대구 정가는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이니 당연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문제는 하현이 대구 정가의 직계가 아니라는 것이었다!보잘것없는 데릴사위가 권세를 빌어 위세를 부리러 온 건가? 연경 방가와 연경 이가의 홈그라운드에서 소란을 피우다니?연경 이씨 가문의 직계인 이은미까지 건드리다니, 이건 죽으려고 작정을 한 것이다!이때 많은 사람들이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마치 죽은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하현은 인상을 찡그리더니 잠시 후에야 담담하게 말했다. “이슬기의 체면을 봐서 내가 2백억을 배상할게. 하지만 사람은 반드시 데리고 갈 거야.”“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