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구 2인자를 알게 되다니 하 아무개의 영광입니다.”심재철은 차갑게 말하며 말했다. “히죽거리지 마!”“너랑 이슬기의 일은 알고 있어.”“너 때문에 내 조카딸은 심씨 집안과 관계가 틀어졌고, 방현진과의 소개팅도 거부했어.” “이전 같았으면 너희 젊은이들의 일에는 참견하지 않았을 거야.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겠지.”“근데 지금은 달라. 너는 용의자야. 나는 네가 지금부터 슬기와 거리를 두기를 바라.”“남에게 피해주지 마!”심재철은 냉담한 기색이었다. 남원에서 운 좋게 작은 돈을 번 촌놈이 살인 사건에 연루되고는 해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뒤꽁무니를 빼려고 하다니?심재철은 이런 사람을 뼛속까지 미워했다.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심재철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에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심 선생님, 선생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든 간에 두 가지 일을 설명해 드리고 싶네요.” “첫째, 살인 사건은 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둘째, 저와 이슬기씨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너……” “입은 살아있구나!”이때 입을 연 하현을 보며 심재철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젊은 나이에 부잣집 도련님답네. 사람을 죽이고도 인정하지 않다니?이런 인간은 정말 극악무도하다! 하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선생님께서 믿든 안 믿는 간에 저는 이번에 유 경찰서장님을 찾아왔고, 서장님이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기를 바랄 뿐입니다.”“아무도 마음대로 저를 위해 혐의를 벗기지 않도록 해 주세요.”“아무도 이 일에 함부로 손 대지 못하게 해주시고요.”“저는 어떤 사사로운 정에 얽매여 법을 어기길 바라지 않아요. 단지 공정하게 판단해 주시기 만을 바랍니다!” “헛소리하고 있네!”심재철은 바보를 쳐다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하현의 말을 황당무계한 소리라고 생각했다. “너의 그 사악한 속임수에 속은 임 선생님 말고 또 누가 네 헛소리를 믿겠어?”“
심재철은 오는 것도 빨리 오더니 가는 것도 빨리 갔다. 임복원이 연경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재철 이 2인자는 대구 관청의 전반적인 업무를 책임져야 했다. 그의 말 한마디가 유홍민의 수많은 말보다 더 유용했다.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단순히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 만으로도 아무도 감히 이 일에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하현은 원래 서두르지 않고 기회를 틈타 이 사건 뒤에 도대체 어떤 잡귀신들이 관련 되어 있는지 보고 싶어했었다. 이제 심재철이 뛰쳐나온 이상 그는 상대방의 영향력을 이용해 이번 일을 주저 없이 더욱 공정하게 처리하도록 했다. 안색이 검게 변한 심재철과 얼굴빛이 이상했던 유홍민이 떠난 후 변광섭은 제일 먼저 성대한 아침 식사를 배달시켰고, 동시에 하현의 수갑을 풀어주며 그에게 어느 정도 자유를 주었다. 그리고 예의를 갖춰 질문을 이어나갔고, 더 이상 거드름 피우며 우쭐대던 이전의 태도는 없어졌다. 다들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위쪽에서 선인들이 어떻게 싸우든 하현의 힘과 인맥은 여기서 드러났다. 지금이라도 자세를 바로 잡지 않고 법과 규정에 따라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감투가 벗겨지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의 태도가 좋아지니 하현도 자연히 협조적이었다. 그는 그날 밤 후지와라 미우가 자신의 방에 와서 한 말을 포함해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전부 진지하게 말했다. 무슨 부잣집 오빠도 이런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말이나, 무슨 남자는 이런 일에 손해를 보지 않는 다는 등등……이런 말들은 변광섭과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그들의 인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그들은 하현이 강요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하현이 설명한 일들이 진실에 가깝고 더 합리적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의 신분과 지위로 볼 때 여자를 원한다면 손짓만 해도 될 일이었다. 어디 이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가 있겠는가?다만 하현을 무죄라고 할 만한 명확한 증거를 찾기 전까지는 그들도 함부로 하현
미야모토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아니라 심재욱 세자의 작품이에요.” “아침 식사시간 때 무심코 이 일에 대한 얘기를 꺼낸 것 같아요.”“심재철이 이 일에 대한 얘기를 듣고 제일 먼저 사람들을 데리고 대구 경찰서 제1지국으로 갔어요.”“방금 임복원의 측근인 유홍민은 떠났고 더 이상 하현의 일을 처리할 수 없다는 소식이 왔어요.”“임복원과 임정민 두 사람은 모두 연경에 있고요. 그 쪽 일이 까다로워서 당분간은 돌아올 수 없을 거예요.”“지금 하현이 아무리 힘이 있고 지위가 있다고 해도 별 소용 없어요. 그는 나올 수 없는 운명이니까요.”미야모토는 심재욱이 마음에 든다는 듯 이때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심재욱 세자의 이 수법은 아주 효과적이고 강력해요!” 방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미야모토, 섬나라 사람은 정말 대하어를 못하는 거 같아.”“너 정말 내 말뜻을 이해 못 한 거야? 아니면 시치미를 떼는 거야?”“너희들은 일을 성사시키기는커녕 망칠 수 있다고 말한 건데 못 알아 들은 거야?”미야모토는 살짝 어리둥절했다. 정말 못 알아 들은 것이다. 방현진은 무덤덤한 기색으로 말했다. “심재철을 이 일에 개입시켜서는 안돼.”미야모토는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방 도련님, 이해를 못하겠어요. 관청 2인자의 개입이 없었다면 대구 경찰서 1인자 유홍민이 하현을 꺼내는 건 몇 분이면 될 일이에요!”“이렇게 되면 그 동안 우리가 준비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겠어요?”방현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첫째, 심재철이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손을 대게 하면 우리가 심가와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하현에게 말해주는 꼴이 돼서 좋지 않아.” “둘째, 하현을 감옥에 갇히게 하는 건 어렵지 않아. 그를 평생 풀려나지 못하게 하는 게 어렵지.”“그래서 나는 원래 임복원이 유홍민에게 일을 맡기는 건 전혀 걱정 없었어. 유홍민이 사리사욕을 챙겨 법을 어기도록 하는 게 내 목적이니까!” “그가 그렇게 하기만 하
방현진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가 말을 내뱉자 주변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다행히 그는 곧 오른손을 놓아주었고, 창가 쪽으로 걸어가 멀지 않은 곳에 우뚝 솟아 있는 대구 센터를 바라보았다. “너희가 잊고 있는 게 하나 있어.”“심가와 심재철이 꼭 같은 마음일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거야.” “심재철은 관청 일에 전념해 최근 몇 년 안에 빠르게 승진했어.”“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는 그의 능력과 배경 말고, 어느 누구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고 일을 아주 공정하게 처리한다는 거야.”“10대 최고 가문도, 평범한 서민도, 그는 똑같이 공평하게 대해.”“너희들이 그를 이 일에 끌어들여 우리로서는 운수를 짐작할 수 어렵게 됐어.” “그는 확실히 임복원을 이 일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고 증거 사슬을 고정시킬 거야.” “또 다른 한편으로 말하면 우리는 지금이라도 다른 행동들은 멈춰야 돼. 더 이상 어떤 흠집이나 장애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해!” “그렇지 않았다가 심재철에게 잡혀가면 우리는 다 잃게 될 거야!”“현재 증거 사슬은 분명하지만 이걸 깨뜨리는 것도 어렵진 않아.” “다만 사람들이 부분적인 것에 쏠려 전체를 보지 못하면 발견하지 못하게 될 수 있을 뿐이야.” “우리 쪽도 움직이기는 어려워. 왜냐면 일단 유일한 장애물을 해결하면 이 일이 하현에 대한 계략이라는 것을 심재철에게 말해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야.” 방현진은 분명하게 말하고는 안타까워했다. 지혜로운 사람이 아무리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도 한 번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는 비록 며칠 동안 계획을 세웠지만 현 시점에서 그가 원하는 최소한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하늘만 알 뿐이다. 방현진의 말을 듣고 미야모토는 안색이 점점 더 안 좋아지더니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섬나라가 수년간 대하를 침략하려고 해도 성공할 수 없었던 건 당연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른 건 말할 것도 없고 단순히 방현진의 심성과 계획을 고려해 볼 때,
‘슬기’라는 두 글자를 듣고 방현진은 마침내 고개를 돌려 담담하게 미야모토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난 후 그는 흥미로워하며 말했다. “이 여자 확실히 재미있네.”“아마 그녀는 상류층의 이름난 규수집 따님 중에서도 성격이 있는 편일 거야. 머리도 있고.” “그녀는 분명히 하현을 엄청 걱정했어. 내가 거래를 제안했을 때 마음이 움직이긴 했지만 결국은 거절했어.”“내가 보기에 그녀는 하현을 사랑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그녀는 하현에 대한 무한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서 자기도 모르게 하현은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고 말했어.” “우리에게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야.”방현진은 유감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슬기가 이토록 자신만만한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 명확하게 조사 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이 좀 불편했다. 하현의 신분으로 볼 때 그는 쉽게 판을 뒤집을 자격이 없었다. 어쨌든 이 곳은 용과 뱀이 뒤섞여 사는 정세가 급변하는 대구였다. 국내외 수많은 시선이 이 순간 집중되었다. 이 곳에서 소동을 부리려면 남원 3분의 1의 땅에서 보다 몇 배나 어려워질지 모른다. 미야모토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방 도련님, 이 여자가 진작에 우리의 의도를 간파한 것은 아닐까요?”방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의 의도를 간파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이런 유혹을 뿌리치기는 어려울 거야.”“내가 제안한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더라도 그녀는 받아들여야 했어야 맞아.” “하지만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거절했고, 우리가 하현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했어.”“너무 아쉽다!”미야모토는 고개를 약간 끄덕였고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현장의 분위기는 어색하고 엄숙해졌다. 한참 후에야 미야모토는 원래 모습을 회복했고 애교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 도련님, 기왕 이렇게 됐는데, 앞으로 정말 아무 것도 안 할 건가요?”“그러면 제가
“내 딸을 살려내라! 정의를 실현하라!”“하늘도 무심하지! 부모가 자녀를 먼저 보내게 하다니!”“하현을 중죄로 처벌하라!”“돈 좀 있다고 함부로 할 수 있는 거냐!?”거대한 현수막이 늘어져 있었는데 한 장 한 장마다 피범벅이 된 큰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두 장의 거대한 막에는 프로젝트 장비를 이용해 후지와라 미우의 일련의 짧은 영상과 이전에 하현이 체포되는 화면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적지 않은 국내외 관광객들은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결국 다들 천성적으로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이것은 가장 큰 볼거리였다. 곧 몇몇 아주머니들이 확성기를 들고 피눈물을 흘리며 외쳐대기 시작했다. “정의를 실현하라! 내 딸을 살려내라!”간간이 외치는 소리는 더없이 처량했다. 이때 적지 않은 아줌마들은 후지와라 미우의 초상화를 들고 다니며 전단지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곧 이 일은 빠르게 확산되었고 일부 언론 기자들은 이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분명 이것은 여론이 경찰서와 관청 쪽에 엄청난 압력을 가해 일을 크게 만들어 이번 일을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것이었다. 만약 충분한 조사와 증거 자료가 없다면 기존의 증거 사슬에 따라 하현은 판을 뒤집기 어려울 것이다. 이 방법은 간단하고 매우 저급했지만 아주 유용했다.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약자를 동정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알려지면 여론의 압박이 심해져 경찰서 쪽에서 사건 처리에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개자식, 이 아줌마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이건 지회장님을 죽이려는 거야!”“그리고 이때 만약 누군가가 지회장의 정체를 밝히면 우리 용문 대구 지회도 순식간에 풍비박산 날 거야!”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달려온 조남헌의 안 좋은 기색은 극에 달했다. 그는 곁에 조씨 집안의 경호원들 수십 명을 데리고 있어 자기도 모르게 달려들려고 했다. “조남헌, 충동적으로 굴지마!”벤츠 마이바흐
왕주아, 조남헌, 진주희 등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동시에 안색이 변했고, 상대방은 하현의 신분을 폭로해 K.O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하지만 하현의 정체가 드러나면 결과는 재앙이 될 것이다. “와르르______”현장의 분위기가 극에 달한 순간,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았는데 사방 베란다에서 갑자기 수많은 알록달록한 지폐가 떨어졌다. 모르는 누군가가 손을 뻗어 얼굴에 붙은 지폐를 없애니 곧이어 엄청난 포효가 터져 나왔다.“돈!”“돈이다!”“맞아! 엄청나게 많은 돈이야!”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을 미친 듯이 열광했고 눈처럼 쏟아지는 지폐를 보며 모두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이때 누가 무슨 뉴스에 신경을 쓰겠는가? 무슨 진실에 마음을 두겠는가? 무슨 하현의 정체를 관심을 가지겠는가?그 언론사 기자들을 포함해 모두 더없이 흥분했다. 큰 뉴스 하나 보도하면 보너스가 얼마인가? 15만원 아니면 18만원?그런데 지금 이 알록달록한 지폐는 운이 좋으면 1분에 한 달치 월급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 아줌마들은 잠시 멍하니 이 광경을 쳐다보다가 잠시 후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확성기를 던지고 돈을 줍는 대열에 뛰어들었다. 이른바 길거리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던 행렬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거리가 점점 지폐로 뒤덮이면서 이것은 이미 전국민 축제로 변했다. 흩어진 지폐들과 함께 길거리는 더욱 혼잡해졌고 모든 사람들은 원래 목적을 잊어버렸다. 왕주아와 사람들은 이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잠시 후 모두 납득을 했다. 돈보다 더 유용한 폭력적 수단이 뭐겠는가? 계략을 써서 아주머니들을 완벽하게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순식간에 터져 나오는 큰 뉴스를 모두 압도했다. 예쁘다! 몇 사람은 연식 감격해 하며 흥분한 기색이었다. ……지폐가 뿌려지는 동안 렉서스 LS 한 대가 대구 교외의 제국 스타일의 다른 별장 앞으로 천천히 달려갔다. 다만 이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스타일
이때 오경미는 길거리에서 아무에게나 고래고래 욕지거리를 하는 막돼먹은 여자의 이미지를 회복했고, 일을 성사시키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이 늙은 여자들을 한 바탕 해치우고 싶었다. 이런 일은 첫 번째만 가장 효과적이고 일단 한 번 실패하고 나면 다시 하려고 해도 관청에서 허락 해주지 않았다. 오경미는 악담을 다 퍼붓고 난 후 고개를 들고 슬기를 쳐다보았다. 슬기는 여자가 봐도 몸매와 자태 모두 비할 데 없이 질투가 날만한 여인이었다. 슬기는 앞으로 나가 후지와라 미우에게 향을 피웠다. 그러나 그녀는 무릎을 꿇거나 절을 하지 않았고 대신 아무렇게나 향을 피운 뒤 오경미 맞은편으로 걸어가 망설임 없이 자리에 앉았다. “오 여사님, 사람은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어요. 어쨌던 이 슬픔을 견디셔야 해요.”“이 아가씨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오경미는 분명 슬기를 알고 있었다. 이때 그녀는 손을 흔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물러 가라는 표시를 했고 그 후에야 담담하게 말했다. “아가씨가 나랑 거래를 하자고 했는데 무슨 거래를 하려고 하는 지 모르겠네요?”슬기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하현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원해요.”오경미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잠시 후 벌컥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 “이슬기! 너 네가 심가성의 외손녀라고 밖에서 네 맘대로 행동 할 수 있다고 생각해?”“너 네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하현이 내 딸을 죽였는데 그가 결백하다는 증거를 나한테 찾으러 온 거야?”“너 머리가 나쁜 거야? 아니면 우리 오씨 집안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거야?”이때 오경미는 얼굴이 흉악해졌고, 직접 손으로 슬기를 찢으려는 듯했다. 그녀는 진정 막돼먹은 여자였다. “오 여사님, 떳떳한 사람은 뒷말을 하지 않아요……”“여사님은 대구에서 유명한 상류층의 기 센 여자고, 저는 작은 여잔데 어디 감히 여사님을 괴롭힐 수 있겠어요?”이슬기는 핸드백에서 사진을 몇 장 꺼내 오경미 앞에서 튕기며 천천히 말했다. “
”기껏해야 보름이라고?”형나운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더니 버럭 화를 내었다.“개자식, 재주도 없으면서 뭐라고 우리 할아버지한테 저주를 퍼붓는 거야?!”“당신 정말 상종하지 못할 사람이군!“정말 사람이 그러면 안 돼!”“당장 꺼져!”“여기서 더 이상 농간 따위 부리지 마!”“그렇지 않으면 언니의 체면을 봐서 목숨을 살려 두지! 그렇지만 사지는 멀쩡하지 못할 거야!”하현의 충고가 형나운에게 치욕과 분노를 안긴 것이 틀림없었다.“붕!”바로 그때 바깥에서 자동차 굉음이 들렸고 밝고 노란 불빛을 빛내며 도요타 엘파가 멈춰 섰다.곧이어 문이 열리고 여러 명의 젊은 사람들이 문을 박차고 나와 손에 오래된 나무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그들 사이를 비집고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걸어 나왔다.무도복을 입은 모습이 기이하고 범상치 않은 것이 딱 봐도 오랜 연륜이 배인 풍수지리사의 풍모였다.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한 번 그에게 시선을 던졌다가 바로 알아차렸다.이 사람이 바로 금정 제일의 풍수지리사라고 불리는 장 대사였다!“장 대사님! 드디어 오셨군요!”형나운은 가족들을 거닐고 감격에 겨워 앞으로 나섰다.“마침 딱 잘 오셨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우리집은 사기꾼한테 깜빡 속아 넘어갈 뻔했어요!”“하 씨! 이분은 장 대사님이야! 장천중 대사님!”“국가 공인 풍수지리사인데 큰 행사도 많이 주관하셨지!”“도교의 정수 용호산에서 풍수지리술을 전수받으셨어. 당신 같은 사기꾼이랑은 완전히 달라!”“당신 따위? 흥! 어림도 없지!”“당신은 장 대사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갈 걸!”“그런데도 감히 우리 집안에 망신을 주려고 하다니!”“빨리 썩 안 꺼져! 어서 꺼지라고!”말을 하면서 형나운은 하현을 사납게 노려보았다.하현은 차가운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형나운, 당신은 말끝마다 나더러 사기꾼이라고 하는데.”“그럼 사기꾼이 아닌 사람이 어떻게 진단하는지 어디 한번 보여줘 봐!”형나운은 하현의 말을
하현은 형나운의 말을 듣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어르신의 상황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음기가 몸에 들어온 것뿐입니다.”“그 뿌리만 뽑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예요.”“음기가 몸에 들어왔다고?”형홍익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난 매사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지금까지 음험한 곳에 간 적도 없어.”“게다가 내 집 마당도 모두 풍수지리사의 손을 거쳐서 특별히 설계된 거야. 애초에 지하 공사할 때도 음기가 배어들 만한 음험한 곳은 없었어! 그런데 어떻게 음기가 들어왔을 수가 있어?”“난 여기서 수십 년을 산 사람이야.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일은 없었어!”하현은 돌리지 않고 사실대로 솔직히 말했다.“이 음기가 이 댁에 들어온 것은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죠!”“최근에 우리 집에 들어왔다고?”형나운은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아니, 하 씨! 우리 집안이 아무것도 모르는 천치인 줄 알아?”“음기라는 것은 보통 더럽고 음험한 곳에서 생겨나는 거야.”“우리 집처럼 깨끗한 저택에 어떻게 그런 몹쓸 기운이 들어올 수 있다는 거야?!”“게다가 그 음기가 최근에 들어온 거라고?”“왜? 그 음기의 근원이 할아버지라고 말하지 그래?”하현은 인내심을 갖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음기의 근원은 어르신이 아닙니다. 그게 언제쯤이라고 한다면, 말하기 좀 그렇지만...”형나운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할아버지의 상황이 지금 너무 안 좋아서 우리가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러 다니는 입장이긴 하지만 우리가 바보는 아니야!”“할아버지의 몸속에 음기가 뿌리내렸다면 지금 우리 할아버지가 죽은 사람이라는 뜻이야?”형나운은 얼굴 가득 분노로 가득 차올랐다.그녀는 화가 치밀어 오른 데다 간민효에 대한 원망도 불쑥 치솟았다.이런 헛소리나 하는 사기꾼을 감히 형 씨 가문에 데려오다니!형 씨 가문이 아무리 은둔의 집안이라고 해도 무슨 개나 고양이나 다 데려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허무맹랑한 말로 사람을 치료해
형나운은 형홍익의 면전에서 그날 밤의 일을 한 번 더 언급하고는 하현을 쳐다보며 이를 갈았다.“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했다구요.”“그때 할아버지가 운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벌써 죽은 목숨이 되었을 거예요.”“당신 같은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떠벌리겠지!”“난 당신 같은 사람 상대 안 해!”말을 하는 형나운의 눈동자에는 경멸의 빛이 가득했다.하현은 이를 듣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날 밤 내가 벤츠 차량의 철골 골격을 들지 않았더라면 이 어르신은 차량 밑에 깔렸을 거야.”형나운은 하현의 말을 듣고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개자식! 감히 우리 할아버지 목숨을 두고 뭐라고 하는 거야?”“당신이 한 말, 여러 사람 앞에서 책임질 수 있어?”“당신이 그러지 않았더라면 우리 할아버지는 이틀 동안 입원할 일도 없었을 거라고!”형나운은 얼굴 가득 한기를 드러내며 하현을 쏘아보았다.그날 밤 자신의 할아버지가 하현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스치자 소름이 돋았다.“형나운, 하현은 무술을 익힌 사람이야. 그의 힘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세. 그가 손을 쓴 이상 분명 자신이 있었을 거야.”간민효가 눈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섰다.“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가 손을 쓴 것은 호의로 한 것이지 돈 몇 푼 때문에 한 것이 아닐 거야. 하현은 인격적으로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내가 보장할 수 있어.”“게다가 그는 풍수지리에도 아주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어.”“신사 상인 연합회의 엄도훈이 하마터면 불운하게 죽을 뻔했는데 그를 구한 사람도 하현이고.”“바로 그 때문에 내가 오늘 이 자리에 하현을 데리고 온 거야.”“돈에 관해서는 말도 꺼내지 마! 하현이 필요하다면 내가 언제든지 그에게 백억이든 천억이든 줄 수 있어!”“비행기에서 날 구해 줬기 때문이야!”간민효가 하현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하현의 인품을 인정해서이
그런데 간민효가 이 노인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그의 뒤에 서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뭔가 언짢은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지금 이런 상태라면 아마도 이 노인은 머지 않아 죽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노인은 자신이 별로 가망이 없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는 듯 옅은 미소를 보였다.“민효야. 나 때문에 슬퍼할 필요없어. 생사는 운명이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 난 진작에 내 몸이 가망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참, 너 며칠 전에 비행기 안에서 피격당했다면서?”“그건 괜찮아?”“나한테 백 년 산삼이 몇 뿌리 있으니 가져가서 기운을 차리는데 써.”노인은 간민효에게 애정이 깊은 듯했다.간민효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삼촌,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괜찮아요.”말을 하면서 간민효는 하현을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삼촌, 소개할게요. 이분은 하현이에요. 바로 이 사람이 비행기 안에서 날 구해 줬어요.”“하현, 이분은 내 삼촌, 형홍익 어르신이야.”“형 씨 가문은 금정 은둔가 중 하나이며 조상 중에는 어느 황실을 모신 적도 있어.”“형 씨 가문은 조용하지만 금정의 정상급 왕 씨 가문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집안이야.”“오늘 내가 당신을 여기 데리고 온 건 당신이 이분의 증상을 좀 도와줄 수 있는지 어떤지 좀 봐줬으면 해서였어.”간민효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자신의 뜻을 밝혔다.“하현, 당신이 비행기 안에서 우리 민효를 구했단 말이야?”형홍익은 하현을 향해 빙긋 웃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마워. 우리 민효의 친구라면 앞으로 우리 형 씨 가문의 친구가 되는 거야.”하현은 서둘러 손을 뻗어 형홍익의 손을 잡았다.“어르신, 그런 말씀 마십시오. 민효한테 소중한 사람은 저한테도 소중한 사람입니다.”잠시 후 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형혹익의 양미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하현의 눈에는 형홍익의
”붕!”15분 후 빨간 페라리 한 대가 설 씨 집안 앞에 멈추었다.차창이 천천히 내려갔고 간민효의 아름다운 얼굴이 고개를 내밀었다.세련된 선글라스를 낀 그녀의 얼굴은 고혹적이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발산하고 있었다.그녀는 하현의 얼굴을 보자마자 환한 미소를 보였다.“하현! 여기!”하현은 이전에 간민효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지금 햇빛 아래서 빛나는 그녀의 매혹적인 자태에 흠칫 놀랐다.설은아가 절세미인이긴 했지만 간민효도 절대 설은아에게 밀리는 얼굴은 아니었다.둘 다 절세미인에 한 떨기 아리따운 꽃이었지만 각기 다른 빛깔과 향기를 지니고 있어서 누가 더 예쁘다고 감히 말할 수 없었다.정상적인 남자라면 절대 둘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 없을 것이다.단지 딱 한마디 할 수 있을 것이다.둘 다!하현은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차 문을 열고 안으로 올라탔다.차 안은 그윽한 향기로 가득 차 있었고 힐끔힐끔 보이는 간민효의 긴 다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설은아에게 인사 안 해도 될까?”간민효는 설은아와 친한 사이라도 되는 양 싱긋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하현은 인사는 무슨 인사냐는 듯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설은아가 질투라도 하면 어쩌려는 것인지?!하현의 맑은 눈빛과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보고 간민효는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지금까지 자신의 매혹적인 모습을 보고 뜨거운 눈빛을 보내지 않은 남자는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알고 있었다.금정은 말할 것도 없고 연경 사람들조차 자신의 외모에 군침을 흘리기 일쑤였다.하지만 하현이 이렇게 냉정하고 침착한 얼굴을 보이다니!정말 이 남자는 특별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이번이 그들의 두 번째 만남이었기 때문에 간민효도 별다른 말 없이 선글라스를 낀 채 액셀을 밟았다.30분 후 페라리는 고즈넉한 호숫가 주택지에 들어섰다.이곳은 넓은 부지를
이런 생각이 스치자 하현은 가만히 시선을 아래로 두며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해 파고들지 않기로 결정했다.그리고 싱긋 웃으며 돌아서서 설은아의 방에서 나갔다.하현의 행동을 보고 설은아는 내심 못마땅한 듯 조용히 콧방귀를 뀌었다.남자가 너무 마음이 약한 거 아닌가 하고 서운한 마음이 밀려왔던 것이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김 씨 가문의 일을 좀 더 조사해 보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나가기도 전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하현은 핸드폰을 힐끔 보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하현,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하지 않으면 연락 안 할 셈이었어?”전화기 맞은편에서 간민효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간민효?”하현은 간민효가 이런 이른 시간에 자신에게 전화할 줄은 몰라 잠시 어리둥절해했다.“아직도 간민효야? 그냥 성 떼고 이름 불러!”간민효의 목소리에는 살짝 비트는 어조가 실려 있었다.“아, 민효.”하현는 간민효의 성화에 응하며 말했다.“아침 일찍부터 웬일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어?”하현은 간민효 같은 사람이 아무 일 없이 아침 일찍 전화할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아침 일찍 차라도 한잔하자고 전화할 리 만무했다.“사실 공항에서부터 당신한테 관심이 많았어.”“그래서 사람을 보내 당신을 좀 살펴보라고 했지.”간민효는 자신의 행동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어쨌든 누군가가 날 상대하려고 당신을 보낸 거라면 나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미리 말하지 않은 점은 미안하게 생각해. 사과할게.”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이해해.”기내에서 C4 총기도 발견되었으니 간민효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럽고 찝찝한 일이었을 것이다.간민효가 사람을 보내 자신을 미행하고 조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래서 요 며칠 동안 당신이 한 일을 난 거의 다 알고 있어.”“그래서?”하현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시선을 올리며 물었다.“친한 어른이 한 분 계신데 한 달 전부터
설은아는 김나나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김나나, 난 네 오빠랑 일면식도 없고 얼굴도 몰라.”“그러니까 그만해.”김나나는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우리 오빠는 훌륭한 사람이야. 우리 김 씨 가문 어른인 김준영의 심복이기도 해!”“금정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우리 오빠와 결혼하고 싶어 안달인 줄 알아?”“난 네가 내 절친이니까 너한테 기회를 주려던 것뿐이야. 우리 오빠 같은 격조 높은 인물을 너한테 주는 거야!”“남들한텐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고!”김나나는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설은아, 너 절대 지금의 행복에 젖어 살지 마!”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베개에 기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이제 그만해. 나 내일 할 일 있어서 그만 자야겠어.”설은아는 김나나와 더 이상 이런 얘기로 왈가왈부하기 싫은 것이 분명했다.“그래, 잘 자.”화면 속 김나나는 빙긋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하지만 설은아, 난 우리 오빠한테 큰소리쳤단 말이야!”“너와 전 남편이 3년 동안 함께 했지만 한 번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그러니 너 절대 엉뚱한 짓 하지 마!”“그렇지 않으면 우리 오빠가 네 전 남편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말을 마친 김나나는 ‘뚝’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설은아는 언짢은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를 지켜보던 하현이 입을 열었다.“김나나는 뭐 전생에 나라를 구했어? 왜 이렇게 거만한 거야?”설은아는 하현이 묻는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김 씨 가문의 출신인 김나나는 예전에 대구에 있을 때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그때 그런대로 사이가 괜찮았어.”“하현, 나나가 좀 거침없는 성격이라 그런 말을 한 거야. 그러니 나나가 한 말, 마음에 두지 마.”“그리고 나나가 자기 오빠에 대해 한 말도 신경 쓰지 마. 난 전혀 본 적도 없는 사람이야!”말을 마친 설은아는 문득 자신이 왜 하현에게 이
하현은 그 여자를 알지 못해서 살짝 의아해하며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설은아는 금정에 온 이후로 아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어찌 보면 사업상 많은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다.“어머, 설은아. 지금 너 뒤에 있는 사람이 설마 그 소문으로만 듣던 네 남편은 아니겠지?”전화기 건너편에 있던 여자는 하현의 모습을 눈치채고는 갑자기 싫은 티를 팍팍 내었다.“그런 남자를 아직도 방에 들이는 거야?”설은아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내가 말하지 않았어? 그와 재결합한다고.”“설은아! 너 정말 진심이야? 아니면 농담하는 거야?”화면 속 김나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남자 정말 아니잖아! 그건 금정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야! 그렇게 어렵게 이혼했는데 왜 갑자기 또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거야?”“무엇보다 너 내가 한 말 잊었어?”“널 우리 오빠한테 소개해 주려고 한다는 말 잊었냐고?!”“우리 오빠는 김 씨 가문 거물이야!”“너와 우리 오빠가 함께 한다면 완전히 강대강의 연합이라고!”말을 하는 김나나의 얼굴에는 꼭 두 사람을 연결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설은아가 금정 김 씨 가문 사람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이 여자는 설은아를 김 씨 가문 사람과 연결시켜주려고 했다.자신에게 짓밟힌 김탁우를 떠올리자 하현은 이 모든 것이 우연하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하지만 잠시 후 설은아가 하는 말을 듣고 하현의 미간이 다시 한번 살짝 일그러졌다.“내 기억이 맞다면 네 오빠가 김탁우 맞지?”“어? 내가 듣기로는 그가 항성에서 누군가와 이미 약혼했다던데.”“어떤 것들이 그딴 쓸데없는 말을 퍼뜨리는 거야?”김나나는 하현을 향해 시위라도 벌이는 양 소리를 높였다.“설은아, 너 소식이 좀 늦구나!”“우리 오빠가 항성에 있을 때 남영 여자가 우리 오빠한테 첫눈에 반한 건 사실이야.”“하지만 어떤 남자가 달려
왕인걸의 말은 이의진을 탓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더 깊은 뜻이 있었다.순간 이의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왕 사장님이 안 물어보셨잖아요?”“물어봤으면 진작에 알려줬을 거예요.”“그리고 하현과 밥을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씀만 하세요. 내가 왕 사장님을 도와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죠!”말을 마치며 이의진은 자신이 하현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듯 한껏 너스레를 떨었다.그러나 이의진은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자신의 오빠가 최희정을 압박하기만 한다면 데릴사위인 하현이 절대 최희정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의진의 말에 왕인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좋아, 좋아! 내일 내 사무실로 와.”이의진은 눈에는 점점 더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자신의 앞날에 환한 서광이 비치는 듯했기 때문이다.이 씨 가족들도 모두 감격에 겨운 얼굴로 서 있었다.마음속으로는 역시 이의진이 인재는 인재라며 감탄해 마지않고 있었고 훗날 자신들의 뒤를 확실히 봐줄 인물이라고까지 여겼다.이러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밖에!“이의진,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의진을 앞에 두고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고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환상 같은 꿈이 일순 깨져버렸다.“왕인걸, 당신도 성인인데 왜 그렇게 쉽게 속는 거야? 옳고 그름이 분간이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하현, 알겠어!”왕인걸은 허리를 굽신거리며 하현을 배웅했고 이어 몸을 돌려 이의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의진은 낭패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 상황은 전적으로 그녀가 자초한 것이었다.만약 그녀가 몇 마디 하지 않았더라면 하현이 그녀의 면전에서 체면을 뭉개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체면이 뭉개지는 하현의 말에도 이 관계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