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모토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아니라 심재욱 세자의 작품이에요.” “아침 식사시간 때 무심코 이 일에 대한 얘기를 꺼낸 것 같아요.”“심재철이 이 일에 대한 얘기를 듣고 제일 먼저 사람들을 데리고 대구 경찰서 제1지국으로 갔어요.”“방금 임복원의 측근인 유홍민은 떠났고 더 이상 하현의 일을 처리할 수 없다는 소식이 왔어요.”“임복원과 임정민 두 사람은 모두 연경에 있고요. 그 쪽 일이 까다로워서 당분간은 돌아올 수 없을 거예요.”“지금 하현이 아무리 힘이 있고 지위가 있다고 해도 별 소용 없어요. 그는 나올 수 없는 운명이니까요.”미야모토는 심재욱이 마음에 든다는 듯 이때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심재욱 세자의 이 수법은 아주 효과적이고 강력해요!” 방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미야모토, 섬나라 사람은 정말 대하어를 못하는 거 같아.”“너 정말 내 말뜻을 이해 못 한 거야? 아니면 시치미를 떼는 거야?”“너희들은 일을 성사시키기는커녕 망칠 수 있다고 말한 건데 못 알아 들은 거야?”미야모토는 살짝 어리둥절했다. 정말 못 알아 들은 것이다. 방현진은 무덤덤한 기색으로 말했다. “심재철을 이 일에 개입시켜서는 안돼.”미야모토는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방 도련님, 이해를 못하겠어요. 관청 2인자의 개입이 없었다면 대구 경찰서 1인자 유홍민이 하현을 꺼내는 건 몇 분이면 될 일이에요!”“이렇게 되면 그 동안 우리가 준비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겠어요?”방현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첫째, 심재철이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손을 대게 하면 우리가 심가와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하현에게 말해주는 꼴이 돼서 좋지 않아.” “둘째, 하현을 감옥에 갇히게 하는 건 어렵지 않아. 그를 평생 풀려나지 못하게 하는 게 어렵지.”“그래서 나는 원래 임복원이 유홍민에게 일을 맡기는 건 전혀 걱정 없었어. 유홍민이 사리사욕을 챙겨 법을 어기도록 하는 게 내 목적이니까!” “그가 그렇게 하기만 하
방현진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가 말을 내뱉자 주변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다행히 그는 곧 오른손을 놓아주었고, 창가 쪽으로 걸어가 멀지 않은 곳에 우뚝 솟아 있는 대구 센터를 바라보았다. “너희가 잊고 있는 게 하나 있어.”“심가와 심재철이 꼭 같은 마음일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거야.” “심재철은 관청 일에 전념해 최근 몇 년 안에 빠르게 승진했어.”“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는 그의 능력과 배경 말고, 어느 누구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고 일을 아주 공정하게 처리한다는 거야.”“10대 최고 가문도, 평범한 서민도, 그는 똑같이 공평하게 대해.”“너희들이 그를 이 일에 끌어들여 우리로서는 운수를 짐작할 수 어렵게 됐어.” “그는 확실히 임복원을 이 일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고 증거 사슬을 고정시킬 거야.” “또 다른 한편으로 말하면 우리는 지금이라도 다른 행동들은 멈춰야 돼. 더 이상 어떤 흠집이나 장애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해!” “그렇지 않았다가 심재철에게 잡혀가면 우리는 다 잃게 될 거야!”“현재 증거 사슬은 분명하지만 이걸 깨뜨리는 것도 어렵진 않아.” “다만 사람들이 부분적인 것에 쏠려 전체를 보지 못하면 발견하지 못하게 될 수 있을 뿐이야.” “우리 쪽도 움직이기는 어려워. 왜냐면 일단 유일한 장애물을 해결하면 이 일이 하현에 대한 계략이라는 것을 심재철에게 말해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야.” 방현진은 분명하게 말하고는 안타까워했다. 지혜로운 사람이 아무리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도 한 번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는 비록 며칠 동안 계획을 세웠지만 현 시점에서 그가 원하는 최소한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하늘만 알 뿐이다. 방현진의 말을 듣고 미야모토는 안색이 점점 더 안 좋아지더니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섬나라가 수년간 대하를 침략하려고 해도 성공할 수 없었던 건 당연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른 건 말할 것도 없고 단순히 방현진의 심성과 계획을 고려해 볼 때,
‘슬기’라는 두 글자를 듣고 방현진은 마침내 고개를 돌려 담담하게 미야모토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난 후 그는 흥미로워하며 말했다. “이 여자 확실히 재미있네.”“아마 그녀는 상류층의 이름난 규수집 따님 중에서도 성격이 있는 편일 거야. 머리도 있고.” “그녀는 분명히 하현을 엄청 걱정했어. 내가 거래를 제안했을 때 마음이 움직이긴 했지만 결국은 거절했어.”“내가 보기에 그녀는 하현을 사랑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그녀는 하현에 대한 무한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서 자기도 모르게 하현은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고 말했어.” “우리에게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야.”방현진은 유감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슬기가 이토록 자신만만한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 명확하게 조사 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이 좀 불편했다. 하현의 신분으로 볼 때 그는 쉽게 판을 뒤집을 자격이 없었다. 어쨌든 이 곳은 용과 뱀이 뒤섞여 사는 정세가 급변하는 대구였다. 국내외 수많은 시선이 이 순간 집중되었다. 이 곳에서 소동을 부리려면 남원 3분의 1의 땅에서 보다 몇 배나 어려워질지 모른다. 미야모토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방 도련님, 이 여자가 진작에 우리의 의도를 간파한 것은 아닐까요?”방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의 의도를 간파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이런 유혹을 뿌리치기는 어려울 거야.”“내가 제안한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더라도 그녀는 받아들여야 했어야 맞아.” “하지만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거절했고, 우리가 하현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했어.”“너무 아쉽다!”미야모토는 고개를 약간 끄덕였고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현장의 분위기는 어색하고 엄숙해졌다. 한참 후에야 미야모토는 원래 모습을 회복했고 애교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 도련님, 기왕 이렇게 됐는데, 앞으로 정말 아무 것도 안 할 건가요?”“그러면 제가
“내 딸을 살려내라! 정의를 실현하라!”“하늘도 무심하지! 부모가 자녀를 먼저 보내게 하다니!”“하현을 중죄로 처벌하라!”“돈 좀 있다고 함부로 할 수 있는 거냐!?”거대한 현수막이 늘어져 있었는데 한 장 한 장마다 피범벅이 된 큰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두 장의 거대한 막에는 프로젝트 장비를 이용해 후지와라 미우의 일련의 짧은 영상과 이전에 하현이 체포되는 화면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적지 않은 국내외 관광객들은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결국 다들 천성적으로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이것은 가장 큰 볼거리였다. 곧 몇몇 아주머니들이 확성기를 들고 피눈물을 흘리며 외쳐대기 시작했다. “정의를 실현하라! 내 딸을 살려내라!”간간이 외치는 소리는 더없이 처량했다. 이때 적지 않은 아줌마들은 후지와라 미우의 초상화를 들고 다니며 전단지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곧 이 일은 빠르게 확산되었고 일부 언론 기자들은 이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분명 이것은 여론이 경찰서와 관청 쪽에 엄청난 압력을 가해 일을 크게 만들어 이번 일을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것이었다. 만약 충분한 조사와 증거 자료가 없다면 기존의 증거 사슬에 따라 하현은 판을 뒤집기 어려울 것이다. 이 방법은 간단하고 매우 저급했지만 아주 유용했다.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약자를 동정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알려지면 여론의 압박이 심해져 경찰서 쪽에서 사건 처리에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개자식, 이 아줌마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이건 지회장님을 죽이려는 거야!”“그리고 이때 만약 누군가가 지회장의 정체를 밝히면 우리 용문 대구 지회도 순식간에 풍비박산 날 거야!”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달려온 조남헌의 안 좋은 기색은 극에 달했다. 그는 곁에 조씨 집안의 경호원들 수십 명을 데리고 있어 자기도 모르게 달려들려고 했다. “조남헌, 충동적으로 굴지마!”벤츠 마이바흐
왕주아, 조남헌, 진주희 등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동시에 안색이 변했고, 상대방은 하현의 신분을 폭로해 K.O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하지만 하현의 정체가 드러나면 결과는 재앙이 될 것이다. “와르르______”현장의 분위기가 극에 달한 순간,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았는데 사방 베란다에서 갑자기 수많은 알록달록한 지폐가 떨어졌다. 모르는 누군가가 손을 뻗어 얼굴에 붙은 지폐를 없애니 곧이어 엄청난 포효가 터져 나왔다.“돈!”“돈이다!”“맞아! 엄청나게 많은 돈이야!”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을 미친 듯이 열광했고 눈처럼 쏟아지는 지폐를 보며 모두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이때 누가 무슨 뉴스에 신경을 쓰겠는가? 무슨 진실에 마음을 두겠는가? 무슨 하현의 정체를 관심을 가지겠는가?그 언론사 기자들을 포함해 모두 더없이 흥분했다. 큰 뉴스 하나 보도하면 보너스가 얼마인가? 15만원 아니면 18만원?그런데 지금 이 알록달록한 지폐는 운이 좋으면 1분에 한 달치 월급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 아줌마들은 잠시 멍하니 이 광경을 쳐다보다가 잠시 후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확성기를 던지고 돈을 줍는 대열에 뛰어들었다. 이른바 길거리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던 행렬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거리가 점점 지폐로 뒤덮이면서 이것은 이미 전국민 축제로 변했다. 흩어진 지폐들과 함께 길거리는 더욱 혼잡해졌고 모든 사람들은 원래 목적을 잊어버렸다. 왕주아와 사람들은 이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잠시 후 모두 납득을 했다. 돈보다 더 유용한 폭력적 수단이 뭐겠는가? 계략을 써서 아주머니들을 완벽하게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순식간에 터져 나오는 큰 뉴스를 모두 압도했다. 예쁘다! 몇 사람은 연식 감격해 하며 흥분한 기색이었다. ……지폐가 뿌려지는 동안 렉서스 LS 한 대가 대구 교외의 제국 스타일의 다른 별장 앞으로 천천히 달려갔다. 다만 이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스타일
이때 오경미는 길거리에서 아무에게나 고래고래 욕지거리를 하는 막돼먹은 여자의 이미지를 회복했고, 일을 성사시키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이 늙은 여자들을 한 바탕 해치우고 싶었다. 이런 일은 첫 번째만 가장 효과적이고 일단 한 번 실패하고 나면 다시 하려고 해도 관청에서 허락 해주지 않았다. 오경미는 악담을 다 퍼붓고 난 후 고개를 들고 슬기를 쳐다보았다. 슬기는 여자가 봐도 몸매와 자태 모두 비할 데 없이 질투가 날만한 여인이었다. 슬기는 앞으로 나가 후지와라 미우에게 향을 피웠다. 그러나 그녀는 무릎을 꿇거나 절을 하지 않았고 대신 아무렇게나 향을 피운 뒤 오경미 맞은편으로 걸어가 망설임 없이 자리에 앉았다. “오 여사님, 사람은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어요. 어쨌던 이 슬픔을 견디셔야 해요.”“이 아가씨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오경미는 분명 슬기를 알고 있었다. 이때 그녀는 손을 흔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물러 가라는 표시를 했고 그 후에야 담담하게 말했다. “아가씨가 나랑 거래를 하자고 했는데 무슨 거래를 하려고 하는 지 모르겠네요?”슬기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하현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원해요.”오경미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잠시 후 벌컥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 “이슬기! 너 네가 심가성의 외손녀라고 밖에서 네 맘대로 행동 할 수 있다고 생각해?”“너 네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하현이 내 딸을 죽였는데 그가 결백하다는 증거를 나한테 찾으러 온 거야?”“너 머리가 나쁜 거야? 아니면 우리 오씨 집안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거야?”이때 오경미는 얼굴이 흉악해졌고, 직접 손으로 슬기를 찢으려는 듯했다. 그녀는 진정 막돼먹은 여자였다. “오 여사님, 떳떳한 사람은 뒷말을 하지 않아요……”“여사님은 대구에서 유명한 상류층의 기 센 여자고, 저는 작은 여잔데 어디 감히 여사님을 괴롭힐 수 있겠어요?”이슬기는 핸드백에서 사진을 몇 장 꺼내 오경미 앞에서 튕기며 천천히 말했다. “
슬기는 담담하게 말했다. “오 여사님이 이런 일에도 관심이 없으시다면 제가 오 여사님이 관심 있을 만한 일들을 몇 가지 말씀 드리죠.”말을 하면서 슬기는 또 몇 개의 문서를 꺼냈다. 이 문서는 모두 계좌이체 기록이었다. “이거 오 여사님의 해외 계좌들 맞죠?”“여사님의 딸이 사고를 당하기 전에 여러 돈들이 다른 경로를 통해 송금이 되었어요. 모든 돈 거래에는 명분이 있어요. 제가 다 확인을 해 봤는데 다 허위 거래였어요. 누군가가 돈을 세탁을 하려고 당신의 명의로 돈을 보낸 거죠.” “돈은 얼마 안돼요. 360억 정도일 뿐이에요. 근데 제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었어요.”“얼마 되지도 않은 360억으로 어떻게 자기 딸을 팔 수가 있어요?”“당신이 작년에 도박장에서 진 5500억의 빚이 탕감되었다는 것을 나중에 또 우연히 알게 됐어요.” 말을 하면서 슬기는 또 서류들을 꺼내 오경미 앞에 가지런히 내려 놓았다. 오경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슬기를 쳐다보며 마침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예전엔 다른 사람들이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고 한 말을 믿지 않았어!”“근데 이 아가씨의 스타일을 보고 심가는 역시 이남 갑부라는 걸 알았네!”“원하는 게 뭔지 솔직하게 말해봐!”슬기는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하 회장님이 무사히 나오는 거예요. 그리고 어떠한 명예도 훼손 되어서는 안 되고요.”오경미는 괴상한 미소를 지었다. “네 말 뜻은 나보고 내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증거를 제시하라는 거야? 그리고 그 증거가 하현이 모함을 받았다는 걸 해명해 줘야 된다고?”슬기는 담담하게 말했다. “네!”오경미는 싸늘한 기색으로 슬기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이 아가씨가 하현 그 이방인을 위해서 죽은 사람에게까지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네!”“너 요절할까 무섭지 않아!?”슬기는 담담하게 말했다. “전 두렵지 않아요. 저에겐 또 다른 자료가 있거든요.”“후지와라 미우도 당신 딸이에요.”
“오 여사님이 좋을 딸을 뒀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이슬기는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냥 궁금해서 그러는데 자기 딸로 만든 만두를 먹으면 밤에 잠이 안 오지 않나요?”“이 일에 대해 오 여사님도 성급하게 부인하실 필요는 없어요.”“당신의 표정과 눈빛, 그리고 당신의 몸짓이 저에게 말해주고 있으니까요.”“당신은 이 모든 일의 진상을 알고 있잖아요.”“만약 몰랐다면 당신은 지금 제일 먼저 저를 목 졸라 죽이려고 했겠지 여기서 제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맞죠?”오경민은 안색이 약간 변했다. 잠시 후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이슬기, 만약 네가 하현이 내 딸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했으면 그 자료들을 들고 가서 고소하고 혐의를 벗기면 되잖아!”“왜 여기서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거야?”슬기는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내 손에 있는 이 자료들은 수많은 인맥과 관계 덕분에 비정상적인 경로로 얻은 거예요.”“이 자료를 제공한 사람들은 이를 증언하거나 이 자료들이 그들의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그래서 이것들은 사실 아무 소용 없어요.”오경미는 차갑게 웃었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썩 꺼져.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슬기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제 손에 있는 이것들은 확실히 쓸모가 없지만 여사님에게 있는 건 분명 쓸모가 있을 거예요!”오경미는 갑자기 슬기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씨, 너 그게 무슨 뜻이야?”“내 딸이 죽었어!”“내 손에 살인범의 결백을 입증할 증거가 있다니?”“너 이게 무슨 논리야!?”“네가 이 말을 하면 몇 사람이나 믿을 거 같아!?”슬기는 담담하게 말했다. “확실히 믿을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거 같아요. 경찰서 사람들만 믿으면 됐죠.”“당신 딸의 내력으로 볼 때 똑똑하고 의심이 많지만 이기적인 여자니까요!”“그녀는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이용해 최대한의 이익을 착취했을 거예요!”“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