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이 말들을 듣고 상동수는 흠칫 놀라며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다른 여자 연예인들도 하나같이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볼 때 눈꺼풀이 미친 듯이 펄쩍펄쩍 뛰었다. 하현이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루나 시네마를…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로 이렇게 빠르게 무너뜨리다니.이 녀석은 도대체 누구인가?어떻게 이렇게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삐걱______”잠시 후 누군가 병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 앞장선 형사는 그 곳에 있던 정세민은 무시하고 상동수에게 곧장 다가갔다. “상 선생, 방금 18명의 여자 연예인들이 동시에 우리에게 신고를 했습니다. 당신이 그들에게 강압적으로 굴었다고 하더라고요!”“수사에 협조해 주세요!”“참, 그들이 옷가지를 포함에 영상 등 충분한 증거 자료를 제시했습니다.”“간단히 말씀 드리자면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르셨습니다.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우리와 함께 가셔야겠습니다. 만약 이 일이 확실하게 설명되지 않으면 밖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선두에 선 형사의 손에 들린 명령문을 보며 상동수는 온몸을 떨었고 손에 들고 있던 시가를 바닥에 ‘탁’하고 내던졌다. 여럿이 우르르 몰려와 상동수를 체포했다. “상 선생, 이 세상에서는 항상 좋은 일만 있지도, 나쁜 일만 있지도 않아. 선한 사람은 보상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은 감옥에 가둬야 해!”하현은 앞으로 나서서 손을 뻗어 상동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시작에 불과해. 이제 나는 너의 가장 큰 빽 간석준을 찾아가서 놀거야.”“나를 믿어. 그는 너를 구할 시간이 없을 거야.” 말을 마치고 하현은 그 여자 연예인들의 뺨을 한 대씩 때리고 천명진을 발로 걷어 차 병실에서 쫓아냈다. 임복원과 사람들은 실감이 안 나는 듯 담담한 기색이었다. 사람들이 떠나고 나서야 임복원은 하현 앞으로 다가가 한숨을 내
간석준은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다. 그는 대구 여섯 세자 중 한 사람으로 여섯 세자 중 가장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가 바둑을 두고, 그림을 그리고, 거문고를 치고, 무술을 연마할 때는 아무도 감히 그를 방해하지 못했다. 지금 그가 바둑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화가 계속 울린다는 것은 큰 일이 났다는 것을 말해준다. 일어나 핸드폰을 들고 간석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말해.”그의 언짢은 말투에 전화 맞은 편의 비서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세자님, 정 서장과 상동수에게 일이 생겼습니다!”“그들이 하현을 괴롭히러 병원에 갔을 때 마침 그 자리에서 임복원과 임정민 부녀를 만났습니다.” “결국 정 서장은 그 자리에서 감투가 벗겨졌고 상 선생은 다시 들어갔습니다.”“이 외에 루나 시네마도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을 맞았습니다. 상대방이 손을 떼지 않으면 아마 파산할지도 모릅니다.”“또 제가 이번에 특별히 회색지대의 소식통을 찾아 하현의 내력을 알아보았는데요.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그는 남원에서 왔는데, 남원에 있을 때 신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하 세자입니다!”“강남 하 세자!”이 몇 글자를 입 밖으로 내 뱉을 때 이 비서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다. 시간이 너무 촉박해 그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지만 강남 하 세자라는 이 몇 글자로 문제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세자라고 불리는 사람이 어디 그렇게 단순한 물건이겠는가? 강남에는 하 세자 딱 한 사람 뿐이었다. 이미 이것으로도 그의 신분과 지위를 설명해 주기에 충분했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이었구나? 나는 무슨 대수롭지 않은 작은 인물인 줄 알았네.”“그렇다면 상동수는 그에게 못 당하지. 그럴 만도 하네.”간석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근데 그게 또 뭐 어때서?”“하 세자가 강남의 유일한 최고 가문인 하씨 가문을 혼자 힘으로 무너뜨렸다는 말을 나도 들어 본 적 있어.”“하지만 하씨
“이 새끼!”“감히 대구 센터에 무단침입을 하다니!”“너 죽고 싶구나!”이때 한 무리의 경호원들이 몰려와 손에 든 화기들의 안전장치를 모두 열고 하현을 향해 겨누었다. 뒤편 통로에서 여기저기 비명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이 경호원들은 비록 흉악해 보였지만 하현을 쳐다볼 때 두려움이 가득했다. 분명 오는 길에 하현이 이 경호원들에게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게 했을 것이다. 이 경호원들은 무시한 채 하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둑판 앞으로 다가갔고, 그는 흥미롭게 흰 돌을 하나 주워 들었다. 돌을 내려놓자 검은 돌의 길이 모두 막혀버렸다. 그리고 난 후 하현은 또 흰 돌을 손에 쥐고 담담하게 말했다. “간석준. 간 세자는 한 세대의 효웅으로 무대 뒤에서 바둑을 두는 사람으로 실력이 비할 데가 없다고 세상에 소문이 자자 하던데.” “오늘 보니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구나.”간석준은 잠시 경호원들에게 물러가라는 손짓을 하고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웃으며 말했다. “하현? 하 세자?”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나 같은 하찮은 사람이 간 세자의 눈에 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대구 여섯 세자 중 하나인 간 세자가 나를 한 눈에 알아 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무서워해야 하나?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간석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랑곳 하지 않고 앉아서 차를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후 그는 하현에게 차를 한 잔 타주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 세자, 겸손하네.”“강남 3분의 1의 땅을 빈틈없이 운영하는 사람이 어찌 보잘것없는 간석준을 무서워할 수 있겠어?”“근데 하 세자가 강남에서는 진정한 용이지만 지금 수심이 깊은 대구에 와서 굴복을 할지 모르겠네?”“굴복하지 않을 거라면 내가 하 세자에게 조언 한 마디 할게.”하현은 찻잔을 집어 들고 한쪽에서 가볍게 웃었다. “간 세자가 무슨 가르침을 주려는 지 모르겠네?”“배상하고,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면 굴복하
간석준은 어깨를 으쓱해 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네가 원하는 건 뭔데?”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원하는 건 너처럼 그렇게 과하지 않아. 네가 지면 오늘부터 내 동생이 되는 거야.”“나는 형이 되는 거고. 내가 너보고 살라고 하면 살고, 죽으라고 하면 죽는 거지!”간석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손뼉을 치며 직원에게 앞으로 나오라는 신호를 보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계약서를 써.”곧 아름다운 비서가 다가와 창백한 얼굴로 이른바 계약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위의 조건을 보고 이 비서의 안색이 바뀌고 또 바뀌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당한 대구 여섯 세자 중 한 사람인 간석준이 외지인과 이런 내기를 하다니. 다만 그들 같은 하인들은 그를 말릴 용기가 없었다. 곧 계약서가 작성되었고 간석준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쓱쓱쓱 자기 이름을 쓰고는 지장을 찍었다. 그리고 난 후 그는 오른손을 흔들며 계약서를 하현 앞에 떨어뜨렸다. 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아무렇게나 자신의 이름을 쓰고는 그 비서에게 계약서를 던졌다. 하현과 간석준의 신분으로 이미 서명을 했으니 이 계약은 반드시 이행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앞으로 각자 이 울타리에서 지낼 수 없게 될 것이다. 한 가운데로 가서 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동생, 너는 뭐로 싸울 거야? 칼이나 화살 같은 거? 아니면 화기? 네 마음대로 해. 나는 뭐든 다 당해낼 수 있으니.”하현이 말한 호칭을 듣고 간석준은 살짝 눈을 치켜 세웠다. 그는 적잖이 날뛰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지만 대구 여섯 세자의 다른 다섯 세자들이라도 하현이 날뛰는 것만큼은 날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간석준의 심성으로 볼 때 하현이 지금 맨주먹으로 나서니 그도 당연히 어떤 병기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는 몸을 날려 그대로 덤벼들었고 장권으로 하현의 얼굴을 겨누었다. 손을 대겠다고 말을 함과 동시에 손을 휘둘렀고, 몸은 빛처럼 스쳐 지
이 두 주먹을 보고 하현은 조금 진지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고 다만 머리를 좌우로 살짝 흔들었을 뿐이었다. 때마침 아주 미세한 차이로 간석준의 필살기를 피했다. 간석준의 얼굴빛은 변하지 않았고, 이 순간 주먹의 기세 역시 변함이 없었다. 하체는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자세로 세우고, 양 주먹은 각도를 바꾸어 하현의 관자놀이를 강한 힘으로 공격했다. 하현은 여전히 평온한 기색이었고, 이번에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더니 또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했다. “쾅______”간석준은 봐주지 않고 기세를 몰아 이번에는 하현의 가슴을 향해 다시 주먹을 날렸다. 이 수법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일단 맞으면 하현의 갈비뼈가 몇 개 부러질 것이다. 하현은 다시 손을 썼는데 이번에는 주먹을 날리지 않고 오른손으로 간석준의 주먹을 누르자 몸 전체가 왼쪽 뒤로 튕겨 나갔다. 일련의 공격에도 하현은 손을 쓰지 않았고 계속 피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하현은 이미 불리한 위치에 있어 반격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 간씨의 경호원들은 하나같이 연이어 갈채를 보냈다. 그들이 보기에 자기네 간 세자는 누구도 당해내지 못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보잘것없는 하현이 어찌 그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재미있네.”몇 번을 놓쳤지만 간석준은 오히려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움직였다. 이번 동작은 방금 전 보다 조금 더 빨랐다. 허리는 활, 주먹은 화살이 되어 매번 일격을 가할 때마다 대지를 부수는 기운을 품고 있었다. 만약 방금 전까지는 간석준이 떠보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진짜 불을 뿜어내고 있었다.이런 일격은 하현에게 조금 더 흥미를 느끼게 했다. 그는 갑자기 멈추더니 몸을 돌려 발을 휘둘렀다. 이 일격은 아무런 기교도 없고 밋밋하기 그지없었지만 이 순간 간석준의 얼굴빛은 오히려 광변했다. 단순한 발길질이었지만 그의 유일하게 노출된 취약한 부분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만약 계
“퍽!”간석준은 안 좋은 기색으로 발바닥으로 땅을 세게 디디더니 순간 몸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바닥에 깔린 대리석 타일은 그에게 밟혀 금이 갔다. 하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다음 순간 간석준은 벌써 하현 앞에 다다랐고 오른손 손톱을 치켜 세우더니 하현의 얼굴을 향해 곧장 떨어졌다. 매의 손톱. 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휘두르며 침착하게 대처했다. “퍽퍽퍽______”두 사람은 순간 교차하며 지나갔다. 다음 순간 간석준은 몸이 휘청 하더니 순식간에 날아갔다. 땅에 떨어졌을 때 몇 걸음 비틀거리다 겨우 몸을 바로 세웠다. 하현은 여유로웠다. “네가 졌어. 기억해. 앞으로 넌 내 동생이야.”간석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이어 안색이 급변했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그의 단전 아랫배에 발자국이 하나 더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하현이 조금만 더 힘을 썼더라면 자신은 이미 불구가 되었을 것이다. 이 발자국을 보며 간석준은 안색이 변하고 또 변했다. 결국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요. 제가 확실히 졌어요.”“하 세자의 자비에 감사 드려요.”하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하 세자가 아니야. 큰 형님이지.”“그리고 큰 형님의 루나 시네마 그룹을 잊지마.”“오늘부터 형님이 살라고 하면 살고 죽으라고 하면 죽어야 돼!”“어쨌든 큰 형님이 말한 대로 할게요.”감석준은 안색이 살짝 검게 변했지만 그는 효웅급 인물이라 지금 이 모든 것을 약속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곧 직원 몇 명이 루나 시네마의 모든 지분을 하현의 명의로 바꾸었다. 간석준은 하현이 큰 형님이라고 부르라고 몇 번 다그치자 핑계거리를 찾았다. 그와 같이 굽힐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비록 이번에 완전히 지긴 했지만 진심으로 승복을 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병원에서는 임복원 사람들과 변백범이 설유아를 돌보고 있어 하현은 일이 생길까 걱정되지는 않았다.
별장 입구, 어느 새 검은 양복을 입은 올백머리 남자가 나타났다. 하현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왕주아가 벌써 대문을 열고 남자를 맞아 들였다. “선배님, 드디어 오셨군요.”“오래 기다렸어요.”올백머리 남자는 기고만장한 기세로 별장으로 들어오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사모님 일은 우리 사부님 쪽에서 이미 알고 있어.”“오늘 너의 전화를 받고 어르신께서 나에게 너를 보호하라고 하셨어.”“후배, 내가 진작에 우리와 고대 무술을 수련했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어?”“만약 수련하기를 원한다면 용문 대구 지회에서도 너를 위한 자리가 있을 거야.”“네 아버지께서도 너에게 이렇게 대하지 못하실 거야.”“이번에 사부님께서 네 어머니를 위해 나를 보내서 너를 보호하라고 하신 거야.”“일이 성사된 후에는 반드시 감사 드려야 해. 어쨌든 어르신은 이미 세상 일에 관여하지 않은 지 오래 됐어.”말을 마치고 이 남자는 별장 거실을 들여다 보았다. 티 테이블 위에 있는 음식 포장 박스를 보았을 때 그의 눈동자에는 한 줄기 불쾌한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거실에 있던 하현을 쳐다보았고 자신이 오랫동안 탐내던 후배가 남자와 단둘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눈동자에 희미한 살의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는 빨리 받아들였고 이때 기침을 하며 말했다. “후배, 내가 말하지 않았어?”“혼자 있을 때는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배달원을 아무렇게나 들여보내면 안돼. 현관까지만 물건을 보내도록 해야지.” “아이고, 너의 이런 모습을 보니 정말 걱정이다.”사종국은 말을 마치고 주머니에서 2천원을 꺼내 바닥에 던지며 담담하게 말했다.“배달원, 이 돈은 너한테 주는 상이야. 돈 가지고 꺼져.”하현은 웃을 듯 말 듯 사종국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면 내가 2천원을 줄 테니 네가 꺼질래?”주객이 전도된 소위 선배라고 하는 사람에 대해 하현은 어떤 호감도 없었다. 거만하고 오만하고 예의가 없었다. 만약 그와
왕주아가 이렇게 설명하는 말을 듣고 하현은 이해를 했다. 자신이 일이 많아 왕주아를 별장에 두고 나갔었다. 아가씨가 혼자 집에서 또 이런 일을 당했으니 아무런 안정감도 없었을 테고, 지인을 찾아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현은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며 말했다. “형님이시죠? 방금은 오해였네요.”“저는 하현이라고 합니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응.”사종국은 여전히 도도한 얼굴로 마지못해 손을 뻗어 하현과 악수를 했다. 마치 하현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은 듯 했다. 하현은 살짝 눈을 가늘게 뜨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음식 포장 상자를 열었다. “형님, 아직 식사 안 하셨으면 같이 식사라도 하실래요?”사종국은 비웃으며 말했다. “하현이라고 했지? 걱정 마. 이제 내가 온 이상 내 후배 주아의 안전은 내가 책임질게.”“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예요?”하현은 왜 이런 말을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내 후배의 의식주는 네가 준비할 필요가 없어. 이런 곳에서는 살 수 없어. 이런 물건들도 우리 후배 신분에는 어울리지 않아.”“주아야, 짐 챙겨서 가자. 선배가 큰 식당에 데리고 갈게.”사종국은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동시에 그는 왕주아와 하현의 관계가 너무 애매모호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자기도 모르게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했다. 하현은 입을 열지 않았고 왕주아를 한번 힐끗 쳐다보았다. 왕주아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선배, 전화로 이미 제가 분명히 말씀 드렸잖아요.”“이번에 제가 선배를 모신 건 선배가 너를 잘 보호해 주면서 동시에 하현을 좀 도와주도록 하기 위한 거예요.”“어쨌든 하현이 저 때문에 정용, 저희 아버지와 그 여자에게 미움을 샀어요.”“만약 지금 제가 가버리면 앞으로 만나지 못할 수도 있어요!”“그래서 저는 갈 수가 없어요.”사종국은 이 말을 듣고 냉소하며 말했다. “후배, 넌 아직 어려서 사람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