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산 별장은 대구에서 가장 좋은 별장이야. 가격이랑 환경을 한 번 살펴보려고 시현이를 데리고 왔어. 이렇게 하면 앞으로 일하는 데 힘이 날 거 같아서!”주건국은 흐뭇한 표정이었다. 자신의 딸은 이렇게 지기 싫어하는 기질이라 이틀만에 몇 억을 벌었고 게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대성그룹에서 일자리를 잃지 않게 되었다. 이것은 진중한 주건국을 매우 만족시켰다. 주시현은 이때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 걱정 마세요. 저한테는 돈을 긁어 모아다 줄 오빠가 있잖아요. 기껏해야 몇 달이면 이곳 별장을 살 수 있을 거예요.”오늘 주시현은 블랙 샤넬 투피스를 입고 시크하기 그지없는 메이크업으로 매력적이고 더없이 자신감 있어 보였다. “아이고, 둘이서 뭐 하는 거야?”“돈 많다고 자랑하는 거야?”이소연은 부녀의 말을 끊었다. “몇 십억짜리 물건을 하현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어?”“평생 이렇게 큰 돈은 벌 수 없을 텐데!”“게다가 이렇게 계속 자랑을 하고 있으면 하현의 마음이 힘들지 않겠어?”“가장 중요한 건 내일 하현은 출근을 해야 한다는 거야. 그의 일자리는 시현이가 마련해 준 거잖아. 그가 어떻게 생각하겠어?”이소연은 자랑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하현 앞에서는 하고 싶지 않았다. 만에 하나 이 놈이 그들 일가를 잡아 먹으려고 이것 저것을 요구하면 어떻게 되겠는가?그리고 한 가지 안 좋은 점은 하현이 죽마고우라는 핑계로 주씨 집안의 데릴사위가 되려고 끈질기게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자기 남편이 죽어서도 체면치레로 고생하게 될 것이다. 정말 두 사람 사이를 맺어주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에 이소연은 이 무서운 미래를 생각하며 벌벌 떨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재빨리 화제를 바꾸었다. “하현, 미안해. 아저씨하고 시현이가 네 기분을 신경 쓰지 않고 여기서 자랑 질을 하다니. 절대 마음에 담아 두지 마!”“그리고 너 우리한테 말도 안하고 여기는 어떻게 나타난 거야!”“방금 네가 향산 별장으로
하현은 살짝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아저씨, 이 집은 정말 제 거예요. 제가 거짓말 할 필요가 없죠. 아니면 저랑 같이 들어가 보실래요?”“됐어. 하현아, 우리 앞에서 뭘 그렇게 뻐겨?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너의 사정을 우리가 모르겠어?”“너 이렇게 하면 재미있어?”이소연은 하현을 보며 빈정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별장은 분명 임씨 1인자 건데 자기 체면 차리느라고 정말 뻔뻔하게 구네.” “너 이 별장이 소남 임씨 집안에서 너한테 준거라고는 절대 말하지 마!”이때 이소연은 하현을 쳐다보는 표정에 비아냥거림이 가득했다. 풀 뿌리는 풀 뿌리네. 이 상류층 사람들 앞에서 체면 차리느라고 이런 말까지 내뱉다니 정말 슬프고 한탄스럽고 또 가소롭다! 하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 “이 곳은 정말 임복원 선생이 나한테 준 곳이에요.”“자, 하현, 더 이상 말하지 마!”주건국은 하현에 대한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 암담한 눈빛이었다. “아저씨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가 않아. 나는 단지 네가 착실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야.”이때 그의 마음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만약 하현의 부모가 하현이 지금 이렇게 성장했다는 걸 알면 얼마나 속상하고 실망스러워 했을까! “만약 네가 아직도 나를 윗사람으로 생각한다면!”“그러면 내일 얌전히 출근해. 이런 일은 생각도 하지 마!”“소위 네 별장이라고 하는 곳에는 난 안 들어갈 거야!”말을 마치고 주건국은 별장 단지를 구경도 하지 않고 뒷짐을 진 채 정색을 하고 떠났다. “주씨, 이 놈은 너무 허영심이 심해. 앞으로 우리한테 달라 붙을 거 같아.”이소연은 재빨리 주건국을 따라갔다. “당신 그때는 이 어린애를 직접 잡아 찢어 버려야 돼. 절대 이 놈이 우리한테 빌붙게 해서는 안돼!”주건군은 냉소하며 말했다. “농담한 거뿐인데 누가 그걸 진담으로 받아들여?”이소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말하는 사람은 무심코 말했어도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게 들을 수 있어……
하현은 주시현을 무시했고 그녀가 떠난 뒤에야 설유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설유아는 잠시 전화를 받았다. 유아가 한 장면을 더 찍으러 촬영장에 가야 해서 한동안 별장에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잠시 후 그는 또 변백범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쪽에 사람들을 보내 설유아를 지키도록 했다. 이 모든 것을 마친 후에야 하현은 배달 상자를 들고 향산 별장 단지로 들어갔다. 1호 별장 문 앞에 이르렀을 때 하현은 출입카드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난 후 그는 대문을 발로 걷어 차며 뒤로 반 발자국 물러섰다. “휙휙휙______”묵직한 소리가 나더니 방금 하현이 서 있던 곳에 화살 세 발이 꽂혔다. 살의가 순식간에 퍼져나가더니 별장 단지 전체를 뒤덮었다. 하현은 이미 이 장면을 예상한 듯 화살이 발사됨과 동시에 손에 든 배달 상자를 방안으로 던지고는 동시에 발을 움직여 발코니 가장 자리를 잡고 오른손의 힘으로 원숭이처럼 2층으로 올라갔다. 날아간 배달 상자가 전등 스위치를 눌러 순간 전등이 켜졌다. 2층 구석에 잠복해 있던 킬러들은 검은 야행복을 입고 머리까지 싸맨 채 입과 코, 눈만 드러냈다. 불빛이 켜지는 순간,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하현은 방금 그 배달상자 안에서 젓가락을 꺼내 이미 손에 들고 있었다. “휙휙휙______”그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세 명의 킬러는 목을 감싸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하현은 순간 자신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시체를 끌어 당겨 그의 앞에 놓았다. “휙휙휙______”또 세 발이 발사 되었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하현은 오른발로 바닥에 떨어진 화살을 주워들어 각각 다른 방향으로 쏘았다. 묵직한 소리가 나더니 또 세 명의 킬러가 2층 베란다에서부터 떨어져 1층 거실로 떨어졌다. 거실에 있는 이 시체들을 마구잡이로 발로 차버리고 나서야 하현은 테이블 위의
1호 별장 전체를 수색했으나 벨라루스의 고수들 외에 적수는 오직 하현 한 사람뿐이었다. 대진은 이때 싸늘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분명 그날 저녁 하현 때문에 큰 피해를 입고 난 후 대진은 잠시 숨을 고르며 줄곧 오늘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하현은 그들의 포위망에 빠져있었다. 대진이 보기에 하현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잠복한 사람들도 아무도 없고, 보안 시스템도 다 우리한테 해제됐어. 간단히 말해 너는 아무런 대책이 없어.”“네가 감히 내 앞에 서 있다니 네 용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네.”“나를 기다렸다고? 뭐 하려고 기다린 거야? 내가 너를 죽이기를 기다린 거야?”정호준은 하현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하현은 너무 급하지도 너무 느긋하지도 않게 물을 한잔 마시며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담담하게 말했다. “종민우랑 부딪혀 그가 정성껏 준비한 계획을 내가 다 망쳐놨어. 나는 그 김에 그에게 용문 대구 지회 사람을 죽이라고 했지……”“그리고 너희들은 다이아몬드 흔적을 찾았고.”“오늘 너희들은 또 왕화천이 나를 의도적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도 알게 됐고.”“너희들은 내가 왕화천의 눈에 들까 봐 무서웠던지 아니면 나 때문에 정용이 왕화천에게 접근해 용문 대구 지회를 조종하려는 계획이 실패할까 봐 두려운 거잖아.”“그래서 지금 정용이 아직 연경에서 돌아오기도 전에 기다리지 못하고 나를 찾아 온 거지.”“정용이 연경에서 한 노력이 헛되지 않으려면 나를 먼저 죽여야 된다고 생각한 거야?”“내가 일부러 왕화천이 나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소식을 퍼뜨렸거든. 보아하니 너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던 거 같네.”“정호준이 이렇게까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할 줄은 몰랐네. 내가 소식을 퍼트린 지 한 시간도 안됐는데 여기까지 오다니.”“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은 성공할 수 없어!”하현은 차가운 기색이었다. 정호준의 얼굴에는 미소가 점차 사라졌고 눈동자에는 살의가 더해졌다. “종민우
정호준이 너스레를 떨고 있는 것을 듣고 옆에 있던 대진은 조금 짜증이 났다. 그는 회칼 한 자루 뽑아 들고 입을 열었다. “어르신, 죽은 귀신과 왜 그렇게 쓸데없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까?”“이놈이 심하게 날뛰니 제가 오늘 단칼에 그를 쳐서 죽을 ‘사’자를 어떻게 쓰는지 알게 해주겠습니다!”말을 하면서 그는 시큰둥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놈의 정체는 제가 이미 다 확실히 조사했습니다. 그는 확실히 남원에서 돈도 조금 있고 약간의힘도 있는 것 같아요.” “문제는 여기는 대구지 남원이 아니라는 거죠!”“외지 놈이 우리 3분의 1의 땅에 넘어오려고 하다니요? 그럴 수 있겠어요?”“자격이 있어요?”하현이 벨라루스에 있을 때 그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그의 주변에 있던 고수들이 처리되긴 했지만 대진은 하현이 자신을 상대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때 정세를 따르지 않았더라면 대진은 이미 하현을 죽였을 것이다. 하현은 펄쩍펄쩍 뛰고 있는 대진은 무시하고 정호준을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 “정 사장, 너랑 나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내가 왜 이런 계략을 써서 너를 죽이려는지 설마 물어 보지도 않으려고?”정호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물어보면 네가 말해 줄 거야?”하현은 진지하게 잠시 생각을 한 후 말했다. “해줄 수 있지. 반드시 말해 줄 거야. 다만 지금은 아니고 네가 죽기 직전에.”“내가 좋은 사람이 돼서 네가 죽는 이유를 잘 알도록 해줄게!” “내가 죽는 이유를 알려 준다고?” 정호준은 냉소했다. “인마, 네가 남원에서 무슨 힘이 있든지 우리 대구에서는 강한 용이라도 토박이 뱀을 제압하기는 어렵다는 걸 알아야 해!”하현은 컵에 담긴 물을 다 마시고 담담하게 말했다. “근데 너 한 가지를 잊은 거 같네.”“강한 용이 강을 건너가려는 게 아니야.”“대구는 연못 물이 너무 얕아서 나 같은 용을 가둘 수가 없어!”“허……”정호준은 조롱하는 듯한 웃음을 지어
“챙______”회칼과 젓가락이 부딪히자 순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공포의 힘이 퍼졌다. 대진의 팔뚝 살갗이 터졌다. 입은 찢어지고 팔뚝은 순간 몇 동강이 났는지 모른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회칼도 순간 두 동강이 났다. “아______”처참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진은 자기도 모르게 몸이 날아갔고 날다가 6, 7명의 동료들과 부딪혀 바닥에 쓰러졌을 때에는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 불구가 됐다!한 수였을 뿐이었는데!대진의 안색은 극도로 창백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젓가락이었을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무서울 수가?”“대진 형님이 상대를 너무 얕잡아 본 거 아니야!?”하현이 젓가락 하나로 대진을 불구로 만든 것을 보고 동료들은 전부 어안이 벙벙해졌고 온몸이 굳어졌다. 그들은 자신들이 본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대진 같은 인물이 하현에게 일격을 당하다니!?담배에 불을 붙인 정호준 조차도 지금 안색이 변했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이때 대진은 자신의 팔을 감싸고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억지로 비명을 억눌렀다. “네가 감히 날 불구로 만들다니!?”“너 살기 싫구나!?”비록 화를 내고 있었지만 대진의 마음속에는 끝없는 두려움만 남아 있었다. 이런 강적은 그를 제압하기가 너무 쉬웠다!그는 자신이 절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다. “내가 말했잖아……”하현은 아무렇게나 반쯤 남은 회칼을 주워들었다. “너희들이 여기에 온 건 내가 너희들을 오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야.”“너 죽으려고 작정을 했구나!”대진은 이를 악물고 서서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그를 죽여!”“죽여!”나머지 여섯 명의 동료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들은 길바닥의 고수들이었다. 부하들이 많았기에 설령 속으로는 두렵더라도 지금은 뒤돌아 볼 수 없었다. 그들의 회칼은 순식간에 휘날렸고 불빛에 반짝이며 빛이 났다. “싹싹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오른손을 내밀고는 검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럼 네가 얼마나 대단한 지 좀 보자.”“허______”정호준은 가볍게 웃더니 온몸을 떨었고 상의가 폭발하더니 힘찬 근육이 드러났다. 다음 순간 그가 한 발을 디디자 나무 바닥이 그대로 갈라졌다. 하현이 반응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오른발을 휘두르자 바닥의 나무 판자가 하현의 얼굴 쪽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갔다. 동시에 정호준은 하현의 얼굴을 향해 죽일 듯이 공격해왔다. 그는 대구의 큰 보스라 직접 손을 대는 일은 드물었지만 매번 싸울 때마다 결코 사양하는 법이 없이 일격에 죽였다. 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바닥에 있던 회칼을 오른발로 튕기더니 퉁탕거리며 사방의 나무 판자들을 모두 부숴버렸다. 바로 이때 정호준은 이미 그의 앞까지 와 있었다. “이놈아, 내 형제를 죽이고 내 손발을 다치게 했으니 넌 오늘 반드시 죽을 거야!”말을 마치고 주먹이 하현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 하현은 냉담한 기색이었고 눈동자에는 전혀 요동함이 없었다. 다만 정호준의 주먹이 떨어졌을 때 그의 오른쪽 주먹도 갑자기 폭격을 했다. “퍽______”주먹 대 주먹. 둔탁한 소리와 함께 기세 등등했던 정호준은 땅을 쿵쿵쿵 디디며 세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한 걸음씩 뒤로 물러 설 때마다 땅에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거대한 힘이 전해졌고 정호준의 얼굴 빛은 놀람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만약 그가 억지로 참지 않았다면 이때 그는 분명 피를 한 모금 내 뿜었을 것이다. 반대편에서 산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 하현을 보고 정호준의 마음속에는 보통 사람은 생각해 낼 수 없는 황당무계한 생각이 떠올랐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그는 대구의 큰 보스이다. 군중 전신급 실력에 가까운 백전백승의 정호준이다. 그런데 어떻게 자기가 하현에게 질 수가 있지?설마 자기가 눈이 멀었던 것인가?이 순간 정호준의 눈동자에는 꺼림직한 빛이 떠올랐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쓱______”화산을 쪼갤 듯한 정호준의 이 한 수는 전력을 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도 상처를 입더라도 하현을 물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하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고, 손에 든 칼을 여전히 내려치고 있었다. “챙______”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정호준의 손에 들려 있던 회칼이 두 동강 나자 그의 얼굴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떠올랐다. “재미있네.”하현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손에 회칼을 들고 다시 휘둘렀다. 정호준은 이때 이미 간담이 서늘해져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아니……”“그만해!”대진도 안색이 크게 변했고 하현에게 멈추라고 소리를 질렀다. 다만 그의 목소리가 떨어지기도 전에 하현의 칼은 정호준의 목구멍을 찌르려고 했다.“넌 보스를 죽일 수 없어! 너는 그를 해칠 자격이 없어!”“너 보스가 누군지 알아?”이 말을 듣고 하현은 손에 들고 있던 회칼을 정호준의 목구멍에 닿기 직전에 멈췄고 찌르지 않았다. 그는 흥미롭게 대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자,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 봐. 내가 그를 무서워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 번 보자.”“만약 나를 놀라게 할 수 있다면 오늘 그는 죽을 필요가 없지!”대진은 흉악한 얼굴로 잠시 머뭇거리다가 잠시 후에야 이를 악물고 말했다. “보스는 벨라루스의 사장일 뿐 아니라 정 세자의 제1전장이기도 해!”“이것 말고도 우리 뒤에는 섬나라 신당류가 있어!”“보스는 더욱이 신당류 제1검의 의형제야!”“네가 감히 보스를 건드리다니 넌 죽게 될 거야. 천하에 네가 살 길은 없을 거야!”“하씨, 너는 정 세자와 신당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해!”지금 정호준은 배경과 빽을 다 들이댔지만 그의 마음속은 오히려 괴로웠다. 요 몇 년 동안 그는 줄곧 더 없이 강했었다. 하지만 오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뒤에 있는 빽을 공개해야 한단 말인가? 이것은 수치였다!하현은 이 말들을 듣고도 표정에 큰 변화가 없었고 웃으며 말했다.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