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언은 태어나서 단 한번도 자신의 계획이 어긋난 적이 없었다. 그의 원래 계획대로라면 강책은 여기에 잡혀서 꼼짝도 못하고, 다른 사람이 그를 찾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책의 부하 2명이 찾아왔다니! 이건 그의 계획에서 벗어난 일이였다. 그는 강책을 바라보며 물었다.“언제부터 그 위치추적기를 달아놓은 거죠?” 강책은 웃으며 “글쎄요?” 라며 답했다. 강책은 처음부터 위치 추적기를 달아 놓은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느 순간에 달아놓은 건데, 스크린으로 계속 강책을 지켜보고 있었던 손재언은 분명히 발견했을 것이 분명했다. 손재언은 계속해서 인상을 썼다. 혹시 강책은 손재언이 그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 그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을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손재언은 그에게 물었다.“강책, 어째서 처음부터 위치추적기를 설치해 놓은 거죠? 다른 이유가 없잖아요. 난 다른 증거를 남겨두지도 않았는데, 당신의 의심에서는 벗어난 사람이 아닌가요?” 강책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그래서, 더 의심이 갔죠.” “무슨 뜻이죠?” “그러니까, 손영정 저 놈은 항상 계획하면 어딘가 모르게 바보 같은 면이 있어요. 증거를 어마무시하게 남겨두죠. 하지만 이번 계획은 어딘가 모르게 성숙하고, 교활하고, 많이 해본 솜씨 같았어요. 분명히 손영정이 한 게 아니다, 분명 또 다른 자가 있을 거다. 라고 생각이 들었죠. 제가 할 건, 그 사람이 누군지 밝히는 거였죠.” 이 순간, 손재언은 자신이 완전히 저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일부로 저의 계획에 뛰어들었다는 소리인거죠? 저한테 잡히려고?” “그럼 제가 왜 나타났겠습니까?” 대단하다. 손재언은 강책의 지혜에 감탄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어떤 면에서도 손재언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였다. 괴물과 다름없었다! 손재언은 심장박동수가 급격히 올라갔다. 어릴때 부터 지금까지 계획에 한 번도 실패를 한 적이 없는 그에게 있어 ‘패배’라는
철장 안에 갇혔는데도 불구하고 죽지 않다니? 죽여도 죽이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이때, 한 부하가 그들에게 달려갔다.“손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그 두 사람이 같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아? 무슨 소리야, 지금 부하가 몇 명인데, 두 사람을 못 쳐내?!” “손사장님, 사실입니다. 못 막는 다고요!” 옆에 있던 손재언은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위치추적기를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부하가 단 2명밖에 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이상함을 감지했다. 강책은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처녀랑 쌍둥이는 불교와 악마 같은 조합 입니다. 저여도 저 두 사람의 공격은 막지 못합니다. 아마 목양일이 조금 과한 듯 한데..” 불교와 악마라니?손재언은 바로 자리를 뜨고 다시 어두운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손영정은 서문준에게 “강책을 지켜보고 있어.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고 올테니까.” 라며 명령을 내렸다. 그는 손재언을 따라 어둡고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남북방향에 깔린CCTV를 확인했다. 그 부하의 말대로 두 남자가 살기가득한 포스를 내뿜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남쪽문에는 불교인 처럼 장엄하게 생긴 한 젊은이가 있었다. 목에는 염주를 하고, 눈썹 정중앙에는 빨간 점이 찍혀 있으며, 한 쪽 손만으로 사람들을 쓰러뜨리거나 다치게 만들었다. 북쪽문에는 남쪽문과 정반대 였다. 마치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험악하게 생긴 남자의 두 손과 볼에는 새빨간 피가 묻어 있었다. 함부로 건들면 손, 발이 부러지거나 심지어 목숨을 내놓아야했다. 불교와 악마의 조합은 상상을 뛰어 넘었다. 손영정은 “뭐, 처녀? 쌍둥이?” 라며 짜증섞인 말투로 말했다. 손재언은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을 직시하고는 “졌네.” 라며 말했다. “뭐? 무슨 소리야 지금? 고작 두 명이잖아. 저 두 명도 처리 못하면 너랑 나 여기서 끝내야해.” 손재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옷을 챙긴 뒤, 유골함을 내려놓았다. “지금 나랑 같이 가면 네 목숨은 겨우 부지할 수 있을거야
서문준은 멈칫거렸다. 그리고는 총을 강책의 머리에 겨누고는 “지금 무슨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거야?” 라며 물었다. 강책은 담담하게 “네 총으로는 날 죽이지 못하는데 내가 왜 이런 말을 해주겠어? 안 믿겠으면 가서 찾아봐. 손가 형제가 남아있는 지 없는 지 말이야.” 라며 답했다. 서문준은 침을 꼴깍 삼키고는 고개를 돌려 어둡고 작은 방안을 바라보았다. 설마, 손영정이 자신을 버린 것인가?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였다. 서문준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방안으로 들어가 확인을 하려고 하는 찰나, 창고의 문이 한 사람의 발길질에 활짝 열렸다. 손영정 무리의 부하가 한명씩 날라 왔다. 펑펑- 이라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처녀와 쌍둥이, 불교와 악마가 동시에 창고에 도착했다. 서문준은 깜짝 놀라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리고는 총을 들어보였다. 쌍둥이는 바람같은 동작으로 빠르게 서문준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그를 철장에 짓눌렀다. 나머지 손으로는 그의 목을 뾰족한 걸로 찔러 관통하려 했다. 만약 관통하게 된다면 죽는 건 시간 문제였다. 이때 강책은 헛기침을 하며 “저 놈 목숨은 일단 남겨둬.” 라며 입을 열었다. 쌍둥이의 눈에 빛이 돌았고, 잡고있던 서문준의 머리를 마치 쓰레기 버리 듯 내팽겨졌다. 그리고는 철장의 두 봉에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 부숴보려는 듯해보였다. 강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이건 특수조작으로 만들어 진 철장이야. 만약 부숴질 수 있다면 내가 벌써 나갔겠지. 쓸데없는 거에 힘 쓸 필요 없어.” 처녀는 웃으면서 옆으로 다가가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철장을 위로 올렸다. 처녀는 “형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라며 물었다. 강책은 서문준을 가리키며 “일단 가둬, 내가 따로 지시할게.” 라고 답했다. 처녀는 “넵!” 이라고 답하며 서문준에게 다가가 그를 묶었다. 강책은 아무렇지 않게 어둡고 작은 방안으로 들어가 불을 켰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도망치고 없었으며, 모든 자료는 누군가 치운 듯 깨끗했다. 손재언은 꼼꼼한 사람이였기에
강책은 그녀의 모습에 매우 감동했다.그가 밖에서 아무리 힘든 일을 겪고 와도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아내의 사랑을 느낄 수 있으니, 그걸로 만족했다.그는 조심스레 소파 안으로 다가가 숨을 죽이고 몸을 숙여 정몽연의 이마에 키스했다.“앗!!!”정몽연은 깜짝 놀라 펄쩍 뛰었고, 강책인 것을 발견하자 화를 내며 말했다.“돌아왔는데 왜 인기척이 없어? 놀랐잖아.”정신을 차리자, 그녀는 서둘러 강책을 끌어당긴 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찬찬히 그의 몸을 살펴보았다.“좀 더러운 것 외에는 다친 데는 없는 것 같네.”그녀는 말을 마친 뒤 얼른 다시 두 손을 모아 부처상 앞에 꿇어앉아 기도했다.“자비로우신 관세음보살님, 남편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지켜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매일 향을 피워 당신의 은혜에 감사하겠습니다.”말을 하며 그녀는 또 공손히 몇 번 절을 했다.그러자 강책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몽연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정몽연은 그를 노려 보며 대답했다.“웃지 마, 정숙해야 해! 네가 무사히 돌아온 것도 모두 보살님의 보살핌 덕이라고. 얼른, 무릎 꿇고 보살님께 절해.”강책은 그녀의 말에 반항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부처상에 절을 몇 번 했다.모든 것이 끝내자 강책은 비로소 소파에 앉을 수 있었다.“이건 또 어디서 구해온 부처상이야?”강책이 물었다.“어제 네가 화를 내면서 나가는 걸 보고 충동적인 일을 할까 걱정했어. 근데 난 널 도울 방법도 없으니까 부처 상이라도 집으로 가져왔지.”“이 부처상 우습게 보지 마, 이래 봬도 내가 절에 가서 스님에게 직접 받은 거니까.”“스님께서 말씀하시길, 금강경을 81번 읽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다 하셨어.”“네가 돌아온 건 모두 보살님이 지켜주신 덕이니까 앞으로 향도 자주 피우고, 고기는 적게 먹어야 돼, 알았지?”그녀의 말을 듣자 강책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정몽연의 손을 붙들며 물었다.“그래서, 이틀 동안 집에서 날 위해 금강경을 81번이나
깊은 밤, 두 사람은 침대 위에 누웠다.정몽연은 강책의 품 안에 안겨 있고, 머리를 그의 어깨에 비스듬히 기대고 긴 머리를 아래로 늘어뜨려 등을 덮었다.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를 껴안고 있었고, 이렇게 둘이서 자 본지가 오랜만이었다.정몽연은 가슴이 두근거리며 강책의 배를 어루만지며 생각했다……그녀가 입을 채 열기도 전에, 강책의 낮은 목소리가 고요한 밤을 깨뜨렸다.“몽연아, 부탁이 있어.”정몽연은 마음을 거둬들이고, 지금은 그 일을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음……나중에 기회가 또 있겠지 뭐.그녀는 웃으며 물었다.“무슨 일인데?”강책은 테이블 위에 있는 유골을 가리키며 말했다.“유골을 가져왔어, 강모의 묘를 새로 짓고 싶은데 장소가 서강 연안 쪽이야.”“그쪽은 본사가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지 않아? 나는 널 도와서 대형 묘지라도 짓고 싶어, 강모 한 사람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다른 필요한 사람들도 모두.”“강모 혼자 너무 외로울 거야. 난 강모가 구천에서 누군가와 동행하게 하고 싶어, 말동무라도 있어야지.”정몽연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어렵지 않아, 내일 내가 회사로 가서 건의해볼게. 원래 계약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네 덕분이었는데, 할아버지가 일부러 널 난처하게 하진 않으실 거야.”하하.정중과 강책의 관계를 봐도, 일부러 난처하게 하지 않을 거라고?강책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넌 힘만 실어주면 돼, 만약에 정말 안 된다면 됐어.”그러자 정몽연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너 지금 날 못 믿는 거야? 흥!”강책은 웃으며 대답했다.“널 못 믿는 게 아니라, 네 할아버지가 소란을 피우실까 봐 그런 거야. 난 네가 조금이라도 억울한 상황을 만드는 게 싫어.”그의 말을 들은 정몽연은 강책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그럼, 만약에 내가 이 일을 처리하면 어떻게 나한테 보답할 건데?”“음……”강책은 정몽연의 뺨을 어루만지며 대답했다.“매일 제때 집에 돌아올게.정몽연의 얼굴이 새빨간 사
강책은 덤덤히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내 진짜 신분이 뭔지 맞출 수 있어?”서문준은 유리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고, 이곳은 관리부서만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즉, 손영정 같은 부자도 이 건물에 들어올 수 없다.그러니……“내가 봤을 때, 넌 분명 강남시에서 높은 직분을 차지하고 있어.”강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서문준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어쩐지 그동안 내가 배치한 사람들이 모두 너 때문에 일을 그르쳤던 거라니, 역시 시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군. 그런데 네 정확한 소속이 어디지?”“행정 관리국? 수리국? 아니면 건설국? 그것도 아니면 경찰국인가?”강책은 고개를 내저었다.“모두 틀렸어.”“뭐라고? 그럼 뭔데?”“힌트를 좀 주지, 나는 이 일을 맡은 지 아직 몇 달 밖에 되지 않았어. 네 기억 속에 몇 달 전에 전근된 관리인이 누가 있지?”“몇 달 전?”서문준은 생각을 했고, 최근 몇 달 동안 전근된 관리인은 많지 않았지만 강책에게 부합하는 자리는 없었다.참, 전근 온 이후로 서문준이 단 한 번도 만날 기회가 없었던 사람이 있었다.현재까지도 그는 상대방의 생김새조차 몰랐다.하지만 그럴 리 없다, 강책은 절대 그렇게 거물급 위치에 오를 수 없는 것이었다.“그분은 서경에서 돌아오신……”그는 말을 하다 말고 멍해졌다, 서경? 강책도 서경에서 돌아오지 않았는가?이 생각을 하자, 서문준은 이때까지 강책이 서경에서 어떠한 직위를 맡았는지 알지 못했다.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당연히 강책은 그저 일개 병사, 기껏해야 소대장이라는 생각을 했다, 큰 직책을 맡았더라면 겉치레 하나 없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실상은 과연 그럴까.서문준은 조금 겁이 났다.“강책, 너, 너 설마……”그는 감히 이 사실을 믿으려 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았다.강책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누군지 맞췄군.”서문준은 가쁘게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네가 그 강남구로 전근 온 지 얼마 안 된 세 개의 구를
서문준의 경계심은 모두 무력화되었고, 강책이 무엇을 묻든지 그는 모두 말해야 했다.불과 30분 만에 그가 알고 있던 것을 모두 털어놓았고, 거기에는 손재언이 왜 손영정을 도와주었는지도 포함되어 있었다.강책은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다가, 순간 눈빛이 반짝였다.강책의 오랜 추종자인 목양일은 자연스럽게 강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곤 웃으며 말했다.“형님, 또 현인을 찾으시는 거죠?”강책은 헛기침을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형님, 지금 당장 사람을 배치해서 그 소접이라는 여자를 찾아내겠습니다. 소접이 있으면, 손재언도 손영정을 도와주지 않겠죠. “강책은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꺼냈다.“소접에게 사람을 보내되 협박은 하지 마, 그럼 난 손영정과는 다른 류의 사람이 되겠지.”그러자 목양일이 물었다.“그럼 형님 계획은 뭡니까?”강책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말했다.“삼국지 제갈량의 지수강유 이야기를 아나?”목양일은 난처한 듯 얼굴을 붉혔다, 그는 군인의 신분으로 책을 몇 권 읽지 못했다.그러자 강책이 목양일을 흘겨보며 말했다.“시간 나면 책 좀 읽어, 매일 술이나 마시고 싸우지만 말고. 제갈량은 강유가 얼마나 유능한지 알고 그를 물리치려고 계획했고, 그를 심복 시켜 제갈 승상을 따라 훗날 촉한의 버팀목으로 세우게 했다는 거지.”“손재언은 유능한 사람이야, 하지만 절대 소접을 인질로 삼아서는 안 돼, 그건 너무 품위가 없지.”“내가 할 일은 그를 완전히 물리치고 스스로 내 손에 들어오게 하는 거야.”목양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그래, 그럼 이만 가봐도 돼.”“네.”모두 물러가자, 강책은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며 기대에 부풀었다.손재언과의 두 번째 거래를 몹시 기대하며, 이렇게 훌륭한 장수가 자신을 위해 목숨 바쳐 충성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해가 중천에 뜬 시각, 신가 병원.요 며칠 신자민은 강남구를 떠나 잠시도 돌아오지 않았고, 인지 병원에는 신온 혼자서 관리를 하고 있었기에 피로가 매우 쌓여
여자라도 그녀의 아름다움에 끌릴 것이다.하늘 아래 이렇게 속세를 벗어난 감동적인 여인이 또 있을까?많은 사람들의 눈길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자 신온은 마치 강책이 보이지 않는 듯 아무렇지 않은 척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사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억누를 수 없을 만큼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있었다.강책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신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남자였다.강책도 좀 의외라고 생각하며, 신온이 연회에 참석하려는 건지 의문이었다.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꾸미는 거지?신온과 정몽연의 아름다움은 제각각이다.한 명은 만년설이 덮인 산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아름다움이었고, 한 명은 봄에 핀 꽃처럼 싱그러운 아름다움이었다.강책은 일어나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며 말을 건넸다.“신온, 할아버님은 집에 계셔?”신온의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지만 기쁨을 억누르고 대답했다.“아니, 아빠는 일이 있어서 강남을 떠났어. 한참 있다가 돌아올 거야.”“아, 그럼 다른 날에 다시 와야겠네.”말을 마친 강책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그러자 신온은 발을 동동 굴렀다, 그가 이러고도 남자라고? 남자라면 왜 자신을 더 봐주지 않는거지?예전 같으면 강책이 떠나도록 놔뒀을 것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잠깐, 잠깐만……”“응?”강책이 몸을 돌렸다.“모르는 문제가 있어서 아빠한테 물어보러 온 게 아니야? 그럼 나한테 물어봐, 나도 알려줄 수 있어.”강책은 조금 의외였다.지난번 신온이 자신을 그렇게 무시해놓고, 무엇을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더니, 왜 오늘은 이렇게 태도가 바뀐 거지?양심에 가책을 느껴서?그는 이렇게 고지식해서, 어찌 여자의 심리를 안단 말인가? 어자는 1분에 100가지 심정이 왔다 갔다 하는데, 어떻게 남자가 다 알아차릴 수 있을까?강책은 신온의 맞은편에 앉아 공책을 꺼냈고, 안에는 인체 수혈 괘도가 있었다.“이 그림인데, 몇 가지 혈을 잘 모르겠어.”신온은 웃어 보였고, 강책의 문제는 신 씨 집안 의술의 중요 포인트였으니 그가 모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