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연의 응원에 힘입어 강책이 핸들을 꽉 잡았다. ‘끼익~~~’브레이크를 밟자 차 뒤쪽이 들리며 커브길을 돌았다. 코너를 돌 때 차가 들리는 건 당연하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속도가 너무 빠르다. 빠른 속도로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고 코너를 도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엄청난 원심력에 차가 날아갈 지경이었다. 그 모습을 본 관중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탄식했다. 눈앞에서 큰 사고가 일어날 것 같았다.그때 그 순간…차의 뒷바퀴가 살짝 들렸지만 앞바퀴는 여전히 안정적이다!커브길이 끝나자 강책은 악셀을 밟아 쏜살같이 질주했다.커브길을 순조롭게 지났다!차 사고? 재난? 하하,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관중석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느 팀 팬이라 할 것 없이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물리학에서 벗어난 일이 도대체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 누구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모르겠어, 저렇게 속도가 빠르면 차가 날아가는 게 정상인데.”“그리고 취 뒷바퀴가 들렸는데 앞바퀴는 어떻게 안 들리지?”“나도 모르겠어, 도저히 이해가 안 가.”관중들은 물론 프로 레이서들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강책이 은경사를 따라잡았다는 것이다!강책은 짧은 커브길에서 거리를 좁혔다. 은경사는 속도를 줄이고 강책은 속도를 올려 커브길에 진입했다. 그렇게 격차가 좁혀졌다. 아직 격차가 있지만 커브길이 9홉개나 남아있었다. 커브길이 모두 험준해 은경사가 추월당할 수 있었다. 강책은 빠르게 질주했다. 두 번째 커브, 세 번째 커브, 네 번째 커브.그리고 다섯 번째 커브에 진입했을 때 강책은 이미 은경사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은경사가 수많은 경기를 했지만 이런 경기는 처음이다. “말도 안 돼, 귀신이야?”“속도를 내면서 커브를 도는데 어떻게 안 날라가?”여섯 번째 커브길에 진입했다. 강책과 은경사가 동시에 커브길에 진입했다. 역시 은경사는 산길이 험준해 속도
배수구의 접지력을 통해 차가 날아가지 않게 하는 작전이였다. 하나의 방법이였지만 생명을 내놓고 하는 방법이였기에 정작 실행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만약 배수구의 접지력이 부족, 또 들어가는 타이밍이 안 맞거나 또.. 조금의 오차에도 강책은 바로 묵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남다른 실력을 발휘하여 ‘만약’이라는 상황에서 벗어난 것 이였다. 어쩌면 ‘차의 신’은 강책을 뜻하는 게 아닐까? “차의 신이다!차의 신이야!”“차의 신 만세!”“저 선수들 실력이 왜 저래? 차의 신 한테 지는 건 뻔하네.”“웃긴 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졌잖아.”“저 팀, 보기에도 창피하다!” 열염호 무리들은 관중들에게 욕을 먹어도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실력 앞에서 처참하게 짓 밟힌 상황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레이스에서는, 차들이 치열하게 코너를 돌고 있었다. 포르쉐가 GTR보다 2순위나 더 앞서갔고,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GTR이 지는 것은 뻔한 전개였다. “아, 안돼.”“질수 없어.” 은경사는 레이스에서 단 한번도 진 적이 없었다. 수 많은 막강한 상대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오른 자리였기에 이렇게 쉽게 아마추어 선수에게 패배를 당하는 건 자신에 대한 모욕에 가까웠다. “절대. 지지 않아.” 하지만 지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던 은경사도 마지막 아홉 번째 코너에서 포르쉐와 마찬가지로 속도를 낮추지 않았다. 오히려 속도를 더 올렸고 GTR의 마력이 세지기 시작하면서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 덕에 코너에서 포르쉐를 제치고 앞장 서서 달리기 시작했다.“강책, 이렇게 쉽게 우승 자리를 내줄 것 같아? 꿈도 꾸지 말라고!” 두 차 동시에 빠른 속도로 코너에 들어갔다. 포르쉐의 앞 바퀴가 배수구를 잡고 접지력을 통해 원심력을 이겨내고 재빠르게 코너를 돌았고, GTR은 포르쉐와 마찬가지로 같은 방법을 썼지만 차의 무게로 인해 속도가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차 바퀴와 배수구의 접지력이 맞춰지지 않아 차
산벽 아래로 불이 활활 타올랐다. 스탭들이 달려가 은경사를 불구덩이에서 꺼내 병원으로 옮겼다. 수 많은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달려 들었다. 기자들의 반은 포르쉐를, 반은 불에서 타고 있는 GTR를 찍어댔다. 강책은 차를 출발점으로 옮기고 차를 멈추고는 밖으로 나왔다. 자랑스러운 마음에 정몽연과 정게산이 그에게로 달려갔다. 정계산은 기뻐하며 말했다.“사위야, 네가 이런 쪽에서도 재능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진짜 대단 했어, 오늘 내 어깨를 팍팍 살려주는 구나.” 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다른 한 쪽을 바라보았다. 정중, 정봉성도 기뻤지만 강책을 통해서만 이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졌다. 염열호가 그에게 다가가서는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졌으니까, 약속한 대로 19억..” 염열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책이 손을 들고 말을 끊었다.“19억 필요 없어. 은경사 수술비에 보태.” 염열호는 그의 말에 깜짝 놀라며 “진짜?” 라며 물었다. 강책은 어깨를 올리고는 “원수 져서 좋을 건 없잖아. 내 행동으로 네 팀이 비웃음 거리가 된 것에 그만한 책임은 져야 하니까.”라고 답했다. 강책의 말에 감동을 먹은 염열호는 “감사합니다!!!” 라고 답했다. 그는 강책의 실력, 행동,인품으로 강책에게 존경의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와 그 뒤에 서있던 스탭들은 강책에게 허리 숙여 그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강책은 뒤 돌아 자리를 떴다. 그의 행동은 길이 남을 차의 신의 전설로 모두에게 기억되었다. ... 그 다음 날, 점심이 다가오는 어느 오전. 정가 본부의 사무실 안에는 정중,강책, 정몽연, 정봉성이 같이 있었고, 다른 회사의 핵심인원들이 한명 한명씩 사무실에 도착했다. 정중은 정봉성을 바라보며 계속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는 목을 가다듬고 자리에 참석한 모든 직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스피드 팀이 저희 정가와 계약했던 ‘생사상’ 관련 일은 다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봉성이가 상대선수를
그의 말에 강책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정중이 그를 남긴 이유는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였다. 정중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또 다시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강책, 아무래도 큰 실수를 한 것 같은데.” 강책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실수요?” “네 실력이 대단하다는 건 너도 알고 있겠지만, 왜 그 실력으로 아직도 이렇게 가난한지, 네 마누라집에서 먹고 사는 그런 사위로 살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생각 안 해 본 거냐? 네 차 실력, 전투 능력, 의지력 모두 흠잡을 곳이 없는 데, 왜 가난에서 못 나오는 지 알고는 있느냐?” “저한테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네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원만하게 해결하거나 쉽게 해결하는 일이 없기에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가난에서 벗어 날 수 없는 것이다. 이 쪽에서는 당문호한테 많이 배울 수 있을 게다. 당문호도 너처럼 군인 생활을 해본 적도 있었기에 눈치도 있고, 잘 어울려서 지금 그 자리에 오른 것이야. 그 반대로 너는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구나. 이름도 없고, 돈도 없고, 인맥도 없고 말이야. 아무것도 없는 너는 네 재능만 믿고 거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런 태도로 어떻게 잘 어울릴 수 있겠어? 강책, 져 줘야 할 때는 져 줘야 하는 것이다.” 져 주라니, 강책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서서 죽더라도 절대로 무릎 꿇고 살지 않겠다는 서경 ‘전쟁의 신’ 앞에서 그의 말은 한낱 웃음거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강책은 차갑게 그에게 “어르신과 저의 뜻이 달라 아무리 말씀 하셔 봤자 시간낭비 일 뿐입니다.” 라고 말했다. 정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그래, 가르쳐 봤자 내 입만 아플 뿐. 하지만 이건 알아둬야 할 것이야. 네가 몇 번 이겨 놓고 날 전부 이겼다고 생각하지는 말거라. 너는 그래도 내 손 안이야. 또한 몽연이가 주식5%를 가졌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내가 준 것이니, 내가 다시 뺏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강책, 다음부터는 스스로 눈치를 잘 살피며 행동 하거라.” 라며
해가 지고, 노을의 붉은 빛이 큰 창문에 내비췄다. 그 탓에 바닥,회사 안, 사무실, 의자도 모두 붉은 빛으로 변했다. 강책은 슬픈 표정으로 의자에 기대어 앉아 고개를 살짝 들어 그의 전우 신기와 같이 지냈던 시절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의사였다. 같은 부서는 아니 였지만 강책과 수 없이 많은 고비들을 이겨 낸 전우였다. 매번 다칠 때 마다 신기는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해주었다. 그는 소문난 명의로 성품, 수술 실력 모두 흠잡을 곳 없었기에 그에게 직접 부탁하러 찾아오는 사람도 많았다. 신기는 그런 사람들도 모두 정성껏 치료를 해주었다. 그의 눈엔 신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으며, 전쟁을 증오했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 이였다. 신기는 강책이 믿고 의지하는 사람 중 한명이였다. 강책이 몇 번이나 적에게 당하고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와도 신기가 직접 그를 치료 해주었고, 강책은 농담으로 “신기, 네가 있는 한 난 죽는 것도 무섭지가 않아. 아무리 다쳐도 네가 다 치료해 줄 거잖아?”라고 그에게 말했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명의, 평화주의자였던 신기는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강책은 그의 죽음을 받아 들일 수 없었고, 한 동안 침묵을 유지했다.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신기는 어떻게 죽은 거야?” 목양일이 그에게 답했다.“신기의사집안에는 유전으로 내려오는 병이 있다고 합니다. 매년에 딱 한번 나타나는 데, 그 강도가 점점 세져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신기의사는 항상 약한 방법으로 치료하였다고 합니다. 맞는 치료법인지는 모르지만 고통을 살짝 낮추는 치료만 했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고통에서 몸부림을 치셨다고 합니다. 젊었을 때는 그래도 이겨 낼 수 있었으나 나이가 들고 나서는 점점 버거워 지기 시작했으며, 신의사가 10가지 유전병 치료 방법을 가지고 나타나는 증상에서 신의사는 약한 방법이 아닌 10가지 치료 방법 모두 실행했다고 합니다. 10가지 모두 부담이 큰 치료 방법 이였습니다. 보통사람이면 한 가지 방법에도 아파서 몸부림을 쳤
한숨을 내쉬고 강책은 천천히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한 장의 편지와 책 한 권이 있었다. 강책은 편지를 꺼내어 펼쳤다.‘책, 미안하다. 네가 다시 서경에 올 때까지 못 버틸 것 같아서 이렇게 사과의 편지라도 보내. 사람 일 이라는 게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는 거잖아. 또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것 처럼, 나도 내가 얼마 살지 않을 걸 잘 알고 있어. 그래서 말인데, 나 마지막 부탁이 있어.’팔괘기침’은 내가 평생을 바쳐 써낸 의학 책이야. 나랑 같이 묻기에는 너무 아까워. 책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게 내가 죽으면 이 책을 내 가족에게 전해줘. 그리고 내가 10가지 치료방법으로 딱 한 가지, 우리집 유전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해냈어. 나는 지금 더 이상 힘이 없어서 실행해 옮기지는 못하지만, 이 방법도 내 가족에게 꼭 전해줬으면 해. 그럼 남은 가족은 그 고통에서 벗어 날 수 있어. 그 방법은 그 책 제일 마지막에 적혀 있어. 마지막으로, 책, 못 기다려줘서 미안해. 다시 평화를 되찾자고 한 그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난 널 다시는 못 보겠지만, 넌 남아서 내 마지막 소원을 꼭 완성시켜줘. 잘 있어라 책, 잘 있어라 서경. 사랑해.’ 편지를 보고 난 강책은 더욱 착잡했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뱉고는 고개를 숙여 상자 안에 있는 책 ‘팔괘기침’을 바라보았다. 이 책은 신기가 한 평생을 바쳐 써온 의학 책으로 의학계에 큰 획을 그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안에는 신기 집안의 유전병에 관한 내용이 자세하게 적혀져 있었으며, 대가로 신기의 목숨과 ‘되바꾼’ 방법이였다. 강책은 ‘팔괘기침’을 쓰다듬으며 전우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강렬해졌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숨을 또 한번 더 내쉰 뒤 “신기한테 다른 가족이 있다는 건 찾았어?” 라고 물었다. 목양일은 “네, 찾았습니다. 현재 신의사에게 남아있는 가족은 2명, 아버지 신자민, 여동생 신온입니다.” 라고 말한 뒤 잠시 머뭇거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신가집안은 오래 전부터
저녁, 가홍로 1182번지, 인지병원 앞. 검은 링컨 차 한대가 멈춰 섰다. 강책이 차에서 나와 고개를 들어 병원을 바라보았다. 크지는 않았지만 고박하고 진실된 분위기가 느껴졌다. 바로 신가 집안의 병원 이였다. 이 병원은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강남시에서 제일 오래된 병원 이였다. 간판에는 금색으로 칠한 ‘명손회춘’ 이라는 네 글자가 적혀있었다. 신가의 의술에 대한 증거였다. 병원 문 앞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이 사람들 중 그저 병원 안을 둘러보고 싶은 사람도 적지 않았고 운을 시험해 보려는 의사들도 있었다. 신자민의 유전병 증상은 나날로 심해 져갔고 요즘에는 고통에 몸부림 치는 게 일상이 되어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했다. 거기에 그의 나이까지 생각하면 고통으로 죽을 수 있는 가능성도 상당히 높았다. 신온은 방법을 총동원하여 시도해 보았지만 자신 부친의 고통을 줄일 수 없었다. 그 유전병은 더더욱 고칠 수 없었다. 사실, 그렇게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 이였으면 오래전부터 이미 사라졌을 병 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100년이 넘도록 명의들이 못해낸 일들을 신온이 손 쉽게 해낼 수 없었지만, 신가 집안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못한다는 건 아니 였기에 그녀는 어떤 의사라도 찾기 위해 ‘영웅구함’이라는 전단지를 뿌렸다. 모든 의학계에 자신의 부친 신자민의 유전병을 고치는 사람에게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인지 병원의 반을 주겠다고 알렸다. 게다가 그녀는 만약 상대방이 결혼의 요구가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약속까지 한 것 이였다. 인지병원은 ‘100년 병원’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기에 그것의 가치는 상상 그 이상이며 이 병원의 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이익을 들이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 것 이였다. 또 이 기회에 신가 집안에 내려오는 의술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과 ‘여화타’ 신온처럼 미인인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의학계 사람들에게는 큰 유혹 이였다. 신온의 외모와 분위기는 의학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유명했다.
“허허, 석문병이 안 왔으면 성공이라도 했을 줄 알고?” “쯧쯧쯧, 석문병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네. 의학사는 의학계에서 제일 이잖아. 안에 대단한 사람들이 얼마 많은 지 알지? 특히 그 의학사장, 의술쪽에서는 거의 신이라고 불리잖아. 사장아들은 어릴 때부터 천재라고 불리우고, 젊어도 중의술쪽에서는 이길 자가 없데. 신온이라고 해도, 석문병한테는 뭐라고 못할 것 같은데.” “내가 봤을 때, 석문병이 신온보다 강해.” “석문병은 나이도 젊지. 의술, 잘생긴 외모 어디 하나 빠진 게 없어. 신자민 병을 치료 못하더라도, 신온이 결혼 허락할 것 같은데 말이야.” 군중들의 수군거림 속에 강책은 아무런 미동도 없이 줄 뒤에 서서는 병원으로 들어갔다. 들어갔더니, 집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자리를 안내했다. 강책은 석문병과 자리 하나를 두고 앉았다. 석문병은 강책을 보고 처음 보는 얼굴이라 그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이때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병풍에서 나온 소녀가 두 사람 앞으로 다가갔다. 여리여리 하지만 차가움이 깃들어 있고, 자세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압도적 이였다. 만약 여리여리한 겉모습에 속았다면 큰 코 다칠 수 있는, 대화 말고 겉모습으로만 보아도 이 여자는 외유내강인 사람, 바로 여화타 ‘신온’ 이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다크써클도 있었으며 부친을 보살피는 데에 큰 힘을 쏟아 부은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강책을 보고는 살짝 실망한 표정을 보였다. 요새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들 중 강책처럼 처음 보는 사람들의 얼굴이 많았다. 열에 열은 모두 평범한 사람 이였다. 그녀는 강책을 보고 명의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실망을 한 것 이였다. 시선을 옮겨 석문병을 본 그녀의 눈에서는 희망의 빛이 맴돌았다. 강남시에서 신가집안의 유전병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석가집안의 사람이였다. 그저 신자민이 병원을 운영하던 시절, 석가의학사를 짓눌러서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기에 석가의학사와 신가 병원은 별로 친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