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에 강책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정중이 그를 남긴 이유는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였다. 정중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또 다시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강책, 아무래도 큰 실수를 한 것 같은데.” 강책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실수요?” “네 실력이 대단하다는 건 너도 알고 있겠지만, 왜 그 실력으로 아직도 이렇게 가난한지, 네 마누라집에서 먹고 사는 그런 사위로 살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생각 안 해 본 거냐? 네 차 실력, 전투 능력, 의지력 모두 흠잡을 곳이 없는 데, 왜 가난에서 못 나오는 지 알고는 있느냐?” “저한테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네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원만하게 해결하거나 쉽게 해결하는 일이 없기에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가난에서 벗어 날 수 없는 것이다. 이 쪽에서는 당문호한테 많이 배울 수 있을 게다. 당문호도 너처럼 군인 생활을 해본 적도 있었기에 눈치도 있고, 잘 어울려서 지금 그 자리에 오른 것이야. 그 반대로 너는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구나. 이름도 없고, 돈도 없고, 인맥도 없고 말이야. 아무것도 없는 너는 네 재능만 믿고 거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런 태도로 어떻게 잘 어울릴 수 있겠어? 강책, 져 줘야 할 때는 져 줘야 하는 것이다.” 져 주라니, 강책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서서 죽더라도 절대로 무릎 꿇고 살지 않겠다는 서경 ‘전쟁의 신’ 앞에서 그의 말은 한낱 웃음거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강책은 차갑게 그에게 “어르신과 저의 뜻이 달라 아무리 말씀 하셔 봤자 시간낭비 일 뿐입니다.” 라고 말했다. 정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그래, 가르쳐 봤자 내 입만 아플 뿐. 하지만 이건 알아둬야 할 것이야. 네가 몇 번 이겨 놓고 날 전부 이겼다고 생각하지는 말거라. 너는 그래도 내 손 안이야. 또한 몽연이가 주식5%를 가졌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내가 준 것이니, 내가 다시 뺏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강책, 다음부터는 스스로 눈치를 잘 살피며 행동 하거라.” 라며
해가 지고, 노을의 붉은 빛이 큰 창문에 내비췄다. 그 탓에 바닥,회사 안, 사무실, 의자도 모두 붉은 빛으로 변했다. 강책은 슬픈 표정으로 의자에 기대어 앉아 고개를 살짝 들어 그의 전우 신기와 같이 지냈던 시절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의사였다. 같은 부서는 아니 였지만 강책과 수 없이 많은 고비들을 이겨 낸 전우였다. 매번 다칠 때 마다 신기는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해주었다. 그는 소문난 명의로 성품, 수술 실력 모두 흠잡을 곳 없었기에 그에게 직접 부탁하러 찾아오는 사람도 많았다. 신기는 그런 사람들도 모두 정성껏 치료를 해주었다. 그의 눈엔 신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으며, 전쟁을 증오했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 이였다. 신기는 강책이 믿고 의지하는 사람 중 한명이였다. 강책이 몇 번이나 적에게 당하고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와도 신기가 직접 그를 치료 해주었고, 강책은 농담으로 “신기, 네가 있는 한 난 죽는 것도 무섭지가 않아. 아무리 다쳐도 네가 다 치료해 줄 거잖아?”라고 그에게 말했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명의, 평화주의자였던 신기는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강책은 그의 죽음을 받아 들일 수 없었고, 한 동안 침묵을 유지했다.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신기는 어떻게 죽은 거야?” 목양일이 그에게 답했다.“신기의사집안에는 유전으로 내려오는 병이 있다고 합니다. 매년에 딱 한번 나타나는 데, 그 강도가 점점 세져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신기의사는 항상 약한 방법으로 치료하였다고 합니다. 맞는 치료법인지는 모르지만 고통을 살짝 낮추는 치료만 했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고통에서 몸부림을 치셨다고 합니다. 젊었을 때는 그래도 이겨 낼 수 있었으나 나이가 들고 나서는 점점 버거워 지기 시작했으며, 신의사가 10가지 유전병 치료 방법을 가지고 나타나는 증상에서 신의사는 약한 방법이 아닌 10가지 치료 방법 모두 실행했다고 합니다. 10가지 모두 부담이 큰 치료 방법 이였습니다. 보통사람이면 한 가지 방법에도 아파서 몸부림을 쳤
한숨을 내쉬고 강책은 천천히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한 장의 편지와 책 한 권이 있었다. 강책은 편지를 꺼내어 펼쳤다.‘책, 미안하다. 네가 다시 서경에 올 때까지 못 버틸 것 같아서 이렇게 사과의 편지라도 보내. 사람 일 이라는 게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는 거잖아. 또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것 처럼, 나도 내가 얼마 살지 않을 걸 잘 알고 있어. 그래서 말인데, 나 마지막 부탁이 있어.’팔괘기침’은 내가 평생을 바쳐 써낸 의학 책이야. 나랑 같이 묻기에는 너무 아까워. 책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게 내가 죽으면 이 책을 내 가족에게 전해줘. 그리고 내가 10가지 치료방법으로 딱 한 가지, 우리집 유전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해냈어. 나는 지금 더 이상 힘이 없어서 실행해 옮기지는 못하지만, 이 방법도 내 가족에게 꼭 전해줬으면 해. 그럼 남은 가족은 그 고통에서 벗어 날 수 있어. 그 방법은 그 책 제일 마지막에 적혀 있어. 마지막으로, 책, 못 기다려줘서 미안해. 다시 평화를 되찾자고 한 그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난 널 다시는 못 보겠지만, 넌 남아서 내 마지막 소원을 꼭 완성시켜줘. 잘 있어라 책, 잘 있어라 서경. 사랑해.’ 편지를 보고 난 강책은 더욱 착잡했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뱉고는 고개를 숙여 상자 안에 있는 책 ‘팔괘기침’을 바라보았다. 이 책은 신기가 한 평생을 바쳐 써온 의학 책으로 의학계에 큰 획을 그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안에는 신기 집안의 유전병에 관한 내용이 자세하게 적혀져 있었으며, 대가로 신기의 목숨과 ‘되바꾼’ 방법이였다. 강책은 ‘팔괘기침’을 쓰다듬으며 전우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강렬해졌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숨을 또 한번 더 내쉰 뒤 “신기한테 다른 가족이 있다는 건 찾았어?” 라고 물었다. 목양일은 “네, 찾았습니다. 현재 신의사에게 남아있는 가족은 2명, 아버지 신자민, 여동생 신온입니다.” 라고 말한 뒤 잠시 머뭇거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신가집안은 오래 전부터
저녁, 가홍로 1182번지, 인지병원 앞. 검은 링컨 차 한대가 멈춰 섰다. 강책이 차에서 나와 고개를 들어 병원을 바라보았다. 크지는 않았지만 고박하고 진실된 분위기가 느껴졌다. 바로 신가 집안의 병원 이였다. 이 병원은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강남시에서 제일 오래된 병원 이였다. 간판에는 금색으로 칠한 ‘명손회춘’ 이라는 네 글자가 적혀있었다. 신가의 의술에 대한 증거였다. 병원 문 앞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이 사람들 중 그저 병원 안을 둘러보고 싶은 사람도 적지 않았고 운을 시험해 보려는 의사들도 있었다. 신자민의 유전병 증상은 나날로 심해 져갔고 요즘에는 고통에 몸부림 치는 게 일상이 되어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했다. 거기에 그의 나이까지 생각하면 고통으로 죽을 수 있는 가능성도 상당히 높았다. 신온은 방법을 총동원하여 시도해 보았지만 자신 부친의 고통을 줄일 수 없었다. 그 유전병은 더더욱 고칠 수 없었다. 사실, 그렇게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 이였으면 오래전부터 이미 사라졌을 병 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100년이 넘도록 명의들이 못해낸 일들을 신온이 손 쉽게 해낼 수 없었지만, 신가 집안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못한다는 건 아니 였기에 그녀는 어떤 의사라도 찾기 위해 ‘영웅구함’이라는 전단지를 뿌렸다. 모든 의학계에 자신의 부친 신자민의 유전병을 고치는 사람에게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인지 병원의 반을 주겠다고 알렸다. 게다가 그녀는 만약 상대방이 결혼의 요구가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약속까지 한 것 이였다. 인지병원은 ‘100년 병원’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기에 그것의 가치는 상상 그 이상이며 이 병원의 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이익을 들이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 것 이였다. 또 이 기회에 신가 집안에 내려오는 의술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과 ‘여화타’ 신온처럼 미인인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의학계 사람들에게는 큰 유혹 이였다. 신온의 외모와 분위기는 의학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유명했다.
“허허, 석문병이 안 왔으면 성공이라도 했을 줄 알고?” “쯧쯧쯧, 석문병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네. 의학사는 의학계에서 제일 이잖아. 안에 대단한 사람들이 얼마 많은 지 알지? 특히 그 의학사장, 의술쪽에서는 거의 신이라고 불리잖아. 사장아들은 어릴 때부터 천재라고 불리우고, 젊어도 중의술쪽에서는 이길 자가 없데. 신온이라고 해도, 석문병한테는 뭐라고 못할 것 같은데.” “내가 봤을 때, 석문병이 신온보다 강해.” “석문병은 나이도 젊지. 의술, 잘생긴 외모 어디 하나 빠진 게 없어. 신자민 병을 치료 못하더라도, 신온이 결혼 허락할 것 같은데 말이야.” 군중들의 수군거림 속에 강책은 아무런 미동도 없이 줄 뒤에 서서는 병원으로 들어갔다. 들어갔더니, 집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자리를 안내했다. 강책은 석문병과 자리 하나를 두고 앉았다. 석문병은 강책을 보고 처음 보는 얼굴이라 그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이때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병풍에서 나온 소녀가 두 사람 앞으로 다가갔다. 여리여리 하지만 차가움이 깃들어 있고, 자세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압도적 이였다. 만약 여리여리한 겉모습에 속았다면 큰 코 다칠 수 있는, 대화 말고 겉모습으로만 보아도 이 여자는 외유내강인 사람, 바로 여화타 ‘신온’ 이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다크써클도 있었으며 부친을 보살피는 데에 큰 힘을 쏟아 부은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강책을 보고는 살짝 실망한 표정을 보였다. 요새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들 중 강책처럼 처음 보는 사람들의 얼굴이 많았다. 열에 열은 모두 평범한 사람 이였다. 그녀는 강책을 보고 명의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실망을 한 것 이였다. 시선을 옮겨 석문병을 본 그녀의 눈에서는 희망의 빛이 맴돌았다. 강남시에서 신가집안의 유전병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석가집안의 사람이였다. 그저 신자민이 병원을 운영하던 시절, 석가의학사를 짓눌러서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기에 석가의학사와 신가 병원은 별로 친하지
강책의 마지막 한 마디에 신온은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의술을 모르신다고요? 그럼 오신 이유가 무엇이죠? 오셔서 풍경구경하러 오신 겁니까?!” 강책은 오해가 생겼다고 생각하여 “어, 제 뜻은 그게 아니라, 저한테 당신 집안 유전병을 고칠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가져온...” 이라며 급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그가 다 말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석문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말했다.“입 다물어!” 강책은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 석문병을 바라보았다. 석문병은 옷을 정리하면서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입 열자마자 다 들통이 나네요. 집안에서 내려오는 의술도 아니고, 의과 대학에서도 공부해 본 적이 없다면 의술에 대해 알지도 못할 텐데 무슨 자격으로 여기 와서 큰 소리 이신거죠? 고칠 방법이 있다고요? 허허, 장난 치시는 겁니까? 의술도 모르는 외문한이 의학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해결 못 한 고질병을 고칠 수 있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하.. 신아가씨, 아가씨께서 부친의 병을 고치기 위해 내놓은 희생적인 조건에 이런 파리들이 꼬이니 난감하시겠습니다.” 신온은 화가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부친의 병을 고치는 것이기에 강책을 무시하고 바로 석문병에게 물었다.“석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소개는 필요 없으십니다. 의학사 사장님의 아들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여기까지 와 주셨으니, 저도 기대해보겠습니다.” “네, 믿어주십시오.” 석문병은 강책을 흝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과는 다를 것 입니다. 신 아가씨, 제가 들은 바로는 아가씨 집안의 유전병은 보기 드문 ‘한질’이라고 들었습니다. 상생상극의 논리로 제가 ‘염화 치료법’을 연구해냈습니다....”이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석문병은 치료방법을 구사하였고, 신온은 열심히 그의 말을 들었다.두 사람 모두 쓸만한 치료법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 였다. 위험한 것 빼고, 치료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때 침묵을 지키고 있던 강책이 입을 열었다.
신온은 책상을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가리키며 “당장 나가세요!” 라며 소리질렀다. 아니 어떻게 된 거지? 오빠 이름을 듣고 그리워하는 게 아니라 화를 낸다니? 강책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다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전 그쪽 오빠 분과 전우 사이였습니다. 유전병의 증상이 악화되었지만 항상 하던 약한 치료법은 하지않고, 새로운 치료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10가지나 되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어요. 방금 말씀하신 그 방법도 그 10가지 안에 있었고요. 증상이 더욱 더 악화되어 당신 오빠 분은 죽을 수 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죽기 전에 신기가 유전병 치료법을 찾았어요. 그 치료법을 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면서 부탁한거고요. 신 아가씨, 당신 오빠의 마음을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그의 목숨과 맞바꾼 거에요.” 그리고는 ‘팔괘기침’을 꺼내 책상에 두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이 책 마지막 페이지에 당신 오빠가 연구해낸 치료법이 담아 져 있습니다. 받아주세요.” 마지막 한마디는 꽤 감동적 이였지만 신온의 얼굴에는 변동이 없었다. 그녀는 오히려 화를 내었다.“ 신기? 허허, 누가 그런 놈을 보고싶기라도 한데요?! 저의 집안에 기둥 이였어요, 아버지가 늙고 나서 모든 집안의 책임은 그 놈이 지기로 했는데, 집안일은 모두 제쳐두고 서경으로 도망갔어요. 그 탓에 아버지는 계속해서 일을 하셨고, 은퇴는 계속 미루 시다가 지금 증상이 더 악화됐어요. 그래요, 이건 그렇다고 쳐요. 하지만 제일 용서 못하는 건, 3년 전 모친이 병에 위급할 때, 저희 집안 모두 그 놈을 데리고 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썼지만 오지도 않았어요!엄마는 죽기 전까지도 자기 아들 얼굴 모습도 못 보고 그냥 돌아 가신 거에요. 사람이 할 짓 이에요 그게? 자기 엄마 장례식도 안 오고, 허허 오빠라고 하셨죠? 저는 그런 자기밖에 모르는 파렴치한 인간 오빠는 없어요! 죽었다고 하셨죠? 그거 다 벌 받은 거에요! 인정도 없고 의리도 없고 불효막심한 사람이 일찍 죽는 건 오히려 다행
강책이 자리를 떠나자 석문병은 차가운 미소를 보이며 “개나소나 다 와서 지껄이네. 의술에 ‘의’도 모르는 사람이 이래라 저래라 하다니.” 라며 중얼거렸다. 신온은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생활에서 느끼는 부담에서도 힘들어서 숨이 턱턱 막혔는데, 오빠 신기의 소식을 들으니 화가 나 참을 수 없었다.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야 그녀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방금 그 분은 못 봤던 걸로 하고, 저희는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석선생님, 저희 부친유전병에 관해 더 알고 있는 게 있습니까?” “하하, 네. 당연합니다. 열에 열 이라고 하면 너무 가짜 같으니, 구에 구라고 합시다.” 석문병이 ‘구에 구’라고 말하는 당당함을 보고 마음의 위로를 얻은 신온은 얼굴에 기쁨이 들어났다. “석선생님, 그럼 제 부친 잘 부탁드립니다. 당장 치료하러 가시죠.” 석문병은 헛기침을 하고는 “저, 그 전에 신아가씨께서 약속하신 조건 아직도 유효 합니까?” 라며 물었다. “유효합니다! 제 부친의 병만 고쳐 주신다면 이 병원의 반은 선생님께 될 것입니다.” “아니요. 조건이 하나 더 있지 않습니까.” 신온은 멈칫하고는 바로 석문병의 뜻을 깨달았다. 신온을 바라는 것이였다. 사실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영웅이 미인을 사랑하는 것, 모든 남자의 로망 이기도 하고 석문병 역시 남자였기에 미인을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일 이였다.신온은 입술을 깨물었다. 석가집안과 자신의 집안 싸움이 작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에 석문병에게 큰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부친의 병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기로 다짐을 한 것 이였다. 사실, 석가집안도 큰 집안이며 석문병 부친도 의학계에서는 잘 나가는 인물이였기에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 였다. 신온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네, 유효합니다.” 라며 답했다. “좋아요!” 석문병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약물은 제가 다 가져왔습니다. 치료 시작할까요?” 라고 말했다. 신온은 손을 내밀고는 “이쪽으로” 라고 하며 자리를 안내했다. 그녀의 지도아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