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책의 마지막 한 마디에 신온은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의술을 모르신다고요? 그럼 오신 이유가 무엇이죠? 오셔서 풍경구경하러 오신 겁니까?!” 강책은 오해가 생겼다고 생각하여 “어, 제 뜻은 그게 아니라, 저한테 당신 집안 유전병을 고칠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가져온...” 이라며 급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그가 다 말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석문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말했다.“입 다물어!” 강책은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 석문병을 바라보았다. 석문병은 옷을 정리하면서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입 열자마자 다 들통이 나네요. 집안에서 내려오는 의술도 아니고, 의과 대학에서도 공부해 본 적이 없다면 의술에 대해 알지도 못할 텐데 무슨 자격으로 여기 와서 큰 소리 이신거죠? 고칠 방법이 있다고요? 허허, 장난 치시는 겁니까? 의술도 모르는 외문한이 의학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해결 못 한 고질병을 고칠 수 있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하.. 신아가씨, 아가씨께서 부친의 병을 고치기 위해 내놓은 희생적인 조건에 이런 파리들이 꼬이니 난감하시겠습니다.” 신온은 화가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부친의 병을 고치는 것이기에 강책을 무시하고 바로 석문병에게 물었다.“석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소개는 필요 없으십니다. 의학사 사장님의 아들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여기까지 와 주셨으니, 저도 기대해보겠습니다.” “네, 믿어주십시오.” 석문병은 강책을 흝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과는 다를 것 입니다. 신 아가씨, 제가 들은 바로는 아가씨 집안의 유전병은 보기 드문 ‘한질’이라고 들었습니다. 상생상극의 논리로 제가 ‘염화 치료법’을 연구해냈습니다....”이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석문병은 치료방법을 구사하였고, 신온은 열심히 그의 말을 들었다.두 사람 모두 쓸만한 치료법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 였다. 위험한 것 빼고, 치료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때 침묵을 지키고 있던 강책이 입을 열었다.
신온은 책상을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가리키며 “당장 나가세요!” 라며 소리질렀다. 아니 어떻게 된 거지? 오빠 이름을 듣고 그리워하는 게 아니라 화를 낸다니? 강책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다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전 그쪽 오빠 분과 전우 사이였습니다. 유전병의 증상이 악화되었지만 항상 하던 약한 치료법은 하지않고, 새로운 치료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10가지나 되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어요. 방금 말씀하신 그 방법도 그 10가지 안에 있었고요. 증상이 더욱 더 악화되어 당신 오빠 분은 죽을 수 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죽기 전에 신기가 유전병 치료법을 찾았어요. 그 치료법을 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면서 부탁한거고요. 신 아가씨, 당신 오빠의 마음을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그의 목숨과 맞바꾼 거에요.” 그리고는 ‘팔괘기침’을 꺼내 책상에 두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이 책 마지막 페이지에 당신 오빠가 연구해낸 치료법이 담아 져 있습니다. 받아주세요.” 마지막 한마디는 꽤 감동적 이였지만 신온의 얼굴에는 변동이 없었다. 그녀는 오히려 화를 내었다.“ 신기? 허허, 누가 그런 놈을 보고싶기라도 한데요?! 저의 집안에 기둥 이였어요, 아버지가 늙고 나서 모든 집안의 책임은 그 놈이 지기로 했는데, 집안일은 모두 제쳐두고 서경으로 도망갔어요. 그 탓에 아버지는 계속해서 일을 하셨고, 은퇴는 계속 미루 시다가 지금 증상이 더 악화됐어요. 그래요, 이건 그렇다고 쳐요. 하지만 제일 용서 못하는 건, 3년 전 모친이 병에 위급할 때, 저희 집안 모두 그 놈을 데리고 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썼지만 오지도 않았어요!엄마는 죽기 전까지도 자기 아들 얼굴 모습도 못 보고 그냥 돌아 가신 거에요. 사람이 할 짓 이에요 그게? 자기 엄마 장례식도 안 오고, 허허 오빠라고 하셨죠? 저는 그런 자기밖에 모르는 파렴치한 인간 오빠는 없어요! 죽었다고 하셨죠? 그거 다 벌 받은 거에요! 인정도 없고 의리도 없고 불효막심한 사람이 일찍 죽는 건 오히려 다행
강책이 자리를 떠나자 석문병은 차가운 미소를 보이며 “개나소나 다 와서 지껄이네. 의술에 ‘의’도 모르는 사람이 이래라 저래라 하다니.” 라며 중얼거렸다. 신온은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생활에서 느끼는 부담에서도 힘들어서 숨이 턱턱 막혔는데, 오빠 신기의 소식을 들으니 화가 나 참을 수 없었다.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야 그녀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방금 그 분은 못 봤던 걸로 하고, 저희는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석선생님, 저희 부친유전병에 관해 더 알고 있는 게 있습니까?” “하하, 네. 당연합니다. 열에 열 이라고 하면 너무 가짜 같으니, 구에 구라고 합시다.” 석문병이 ‘구에 구’라고 말하는 당당함을 보고 마음의 위로를 얻은 신온은 얼굴에 기쁨이 들어났다. “석선생님, 그럼 제 부친 잘 부탁드립니다. 당장 치료하러 가시죠.” 석문병은 헛기침을 하고는 “저, 그 전에 신아가씨께서 약속하신 조건 아직도 유효 합니까?” 라며 물었다. “유효합니다! 제 부친의 병만 고쳐 주신다면 이 병원의 반은 선생님께 될 것입니다.” “아니요. 조건이 하나 더 있지 않습니까.” 신온은 멈칫하고는 바로 석문병의 뜻을 깨달았다. 신온을 바라는 것이였다. 사실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영웅이 미인을 사랑하는 것, 모든 남자의 로망 이기도 하고 석문병 역시 남자였기에 미인을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일 이였다.신온은 입술을 깨물었다. 석가집안과 자신의 집안 싸움이 작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에 석문병에게 큰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부친의 병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기로 다짐을 한 것 이였다. 사실, 석가집안도 큰 집안이며 석문병 부친도 의학계에서는 잘 나가는 인물이였기에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 였다. 신온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네, 유효합니다.” 라며 답했다. “좋아요!” 석문병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약물은 제가 다 가져왔습니다. 치료 시작할까요?” 라고 말했다. 신온은 손을 내밀고는 “이쪽으로” 라고 하며 자리를 안내했다. 그녀의 지도아
”별말씀을요, 이건 기본적인 약물일 뿐이고, 그다음 단계가 있을……”그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신자민이 갑자기 울부짖기 시작하며 침대 위에서 고통스러운 듯 발버둥 쳤다.“아빠!!!”신온은 다급하게 신자민을 불렀다.“아빠, 왜 그래?”그녀가 손을 뻗어 신자민의 몸을 만지자, 손에서 펄펄 끓는 주전자에 닿은 것만 같은 열기가 느껴졌다!‘한질’은 분명 제거되었지만, 온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신온은 고개를 돌려 석문병을 바라보며 소리쳤다.“저, 저, 저는……모르겠습니다.”석문병은 땀을 뻘뻘 흘렸다, 그는 이러한 방법으로 이때까지 많은 ‘한질’ 환자를 치료해 오면서 신자민처럼 이상한 병세를 보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한질’을 치료했는데, 어떻게 다시 열병이 도질 수 있단 말이지?신자민은 뜨거운 물에서 목욕을 하고 나온 듯 온몸이 새빨갛게 변해 있었고, 팔과 얼굴, 다리에 발진이 나기 시작했다.신자민은 아프고 간지러운 걸 참지 못하고 손으로 긁기 시작했고, 긁자마자 고름이 터지며 피가 흘러나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속을 메스껍게 했다.이 광경을 본 신온은 매우 다급해졌다.그녀는 의사였고, 눈앞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안가 아버지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석문병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식은땀만 줄줄 흘릴 뿐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이럴 수는 없어.”“저는 이전에 각종 ‘한질’을 치료해 왔었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신온은 그제서야 석문병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이 돌팔이 의사는 신 씨 집안의 유전병을 일반적인 ‘한질’과 혼동했던 것이다.만약 일반적인 한질이었다면, 신 씨 집안의 능력으로 그 많은 조상들 중 누구라도 치료법을 생각해 낼 수 있지 않았을까.신 씨네 집안의 유전병은 워낙 특이해서 백 년째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신온은 눈물이 날 정도로 초조해졌고, 순간 그녀는 강책이 했던
차량이 곧바로 준비되자, 신온은 부하직원에게 계속 신자민을 돌보게 하고 그녀는 기모 엔터테인먼트로 출발했다.가는 길 내내 신온은 마음이 타는 듯 조급해졌다.아버지의 그런 상태를 보니, 한순간 세상을 떠날까 두려웠고 모두 그녀의 탓인 것만 같았다.만약 그녀가 고집을 부리지 않고, 석문병의 말을 믿지 않았더라면 신자민이 지금처럼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이 생각을 하자 신온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자신이 아버지를 ‘살해’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끼익—검은색 링컨 한 대가 비스듬히 옆으로 지나쳐 억지로 길을 막아섰고, 신온의 차는 어쩔 수 없이 멈춰 서며 타이어가 지면과 미끄러지면서 긴 스크래치가 생겼다.급브레이크로 신온은 하머터면 앞 등받이에 부딪힐 뻔했다.그녀는 화가 나서 물었다.“무슨 일이야?”“아가씨, 갑자기 차 한 대가 길 한가운데를 막아서 가질 못합니다!”신자민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갑자기 차 한 대가 길을 막아서니 신온은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그녀는 차 문을 열고 상대방 차 쪽으로 걸어갔다.언제나 이성적인 태도를 보여온 그녀는 이 순간만큼은 욕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차를 왜 이딴 식으로 몰고 있어? 길 막은 거 안 보여? 급한 일 있으니까 빨리 비켜!”하지만 링컨 차량은 움직이지 않았고, 뒷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책 한권을 들고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강책이었고, 그가 들고 있는 책은 ‘팔괘기침’이었다.신온은 순간 멍해졌고, 강책이 덤덤하게 말을 건넸다.“뭘 멀뚱히 서 있습니까? 빨리 차에 타세요, 제 차가 더 빠르니까.”“아……”신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책의 차에 올라탔고, 차는 신가병원으로 향했다.차 안.신온이 물었다.“돌아가지 않은 건가요?”“원래는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분명 다시 절 찾아오실 거라고 생각해서요. 그런데 제가 돌아가 버리면 시간이 지체돼서 당신 아버지의 병환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합니까.”강책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신온의 얼굴이 빨개지며 민망해했다.“
’이 기운은 열기를 가하면 열이 오르고, 한기를 더하면 열이 내리기에 종잡을 수 없는 병이며 제거할 수 없다. 그렇기에 신 씨 집안 유전병의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치료를 반복한다면 치료가 잘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몸을 괴롭히는 격이 되어 목숨까지 잃게 된다.’‘이 때문에 나는 구양 치료법을 개발하였다. 구양은 인체의 아홉 개의 혈도를 기초하여 한질을 혈도 안으로 끌어들인다. 한기가 열기로 변하게 되면 ‘한’의 혈도는 안정을 되찾게 되고, 열기가 한기로 변하면 ‘양’의 혈도 또한 안정을 되찾게 된다.’‘그렇게 되면, 음과 양이 균형 잡힌 미묘한 상태가 되고, 그 기운이 사람의 혈도의 양분이 되어 사람의 몸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모든 책의 묘사를 본 신온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러한 치료법을 생각해 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쉽게 말해, 일반적인 치료는 병을 몸에서 끄집어 내는 것이지만, 신 씨 집안의 유전병은 너무나도 강력해서 꺼낼 수조차 없는 병이었다.결국 신기는 병을 몸에서 빼내지 않고 인체의 9대 혈도에 넣어 음양의 조화를 이뤄 내어 신체의 양분이 되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매우 대담한 방법이었다, 한번 잘못하면 병이 잘 낫지 않고 오히려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때가 되면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었지만 만약 이 방법을 따르지 않는다면 신자민이 살 날은 얼마 남지 않게 된다.신온은 더 이상 많은 것들을 신경 쓰지 않고 직원에게 침을 가져오게 시킨 다음 책에 기록된 내용 그대로 신자민의 몸에 있는 ‘기’를 아홉 개의 혈도에 분산시켰다.곧바로, 기는 모두 사라졌고 신자민은 더 이상 아무런 통증이나 화끈거림이 없이 숨 쉬는 것도 한결 편해졌다.신온은 또 사람을 시켜 외용약을 가져왔고, 신자민의 몸에 난 고름들을 모두 깨끗이 정리하였다.하지만 그녀는 아직 안심하지 못하고 남아서 계속 신자민을 지켜보았다.그 결과 놀랍게도 병의 진행은 정말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기가 완전히 흡수되고 기의 변
신온의 말을 들은 강책은 놀라 기절할 뻔했다. 수많은 전쟁과 온갖 어려움을 다 겪어도 놀라지 않던 강책이 그 말을 듣고는 몹시 놀랐던 것이다.그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한 뒤 말했다.“그게, 필요 없습니다.”신온은 순간 멍해졌다.“필요 없다니요?”“네, 저는 당신과 결혼하지 않습니다.”그의 대답은 신온에게 매우 의외로 다가왔고, 약간의 화도 났다.그녀 곁에 있는 거의 모든 남자들은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했고, 그녀는 그러한 남자들의 수법에 매우 익숙해졌다.그런 남자를 많이 만나봤기에 그녀는 남자들에게 환멸이 났고, 어떤 남자도 그녀의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그녀는 계속해서 솔로로 지내왔던 것이다.그녀가 보기에도 그녀가 원한다면 어떤 남자라도 가질 수 있었고, 그녀만이 남자를 고를 수 있는 권한이 있을 뿐, 상대방이 자신을 고를 수 있는 가능성은 없었다.하지만 오늘, 강책이 그녀에게 생동감 있는 교훈을 주었다. 그녀의 미모를 거절할 수 있는 남자도 있다는 것을.신온은 기분이 언짢은 듯한 말투로 물었다.“왜, 내가 당신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나요?”“아뇨.”“그럼 내가 예쁘지 않아서?”“그것도 아닙니다.”신온은 미간을 찌푸리며 계속해서 물었다.“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왜 나를 거절하는 거죠?”“그게……저는 이미 아내가 있습니다.”공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신온은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며 그렇게 많이 생각을 했는데 왜 상대방이 이미 결혼을 했다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그녀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몰랐어요……”강책도 매우 어색한 듯 대답했다.“괜찮습니다, 제가 당신을 도와준 것도 그런 약속 때문이 아니라 고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것일 뿐이니까요.”묘한 분위기가 맴돌았고, 두 사람은 어떤 이야기로 말을 이어가야 할지 몰라 하던 때에,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신자민이 드디어 깨어났다.“아빠!”신온은 서둘러 신자민에게 다가가며 자초지종을 낱낱이 털어놓았고, 이를 들은 신자민은 강책에게
사랑이 깊으면 미움도 깊어지는 법.그러한 까닭에 신온은 그렇게나 오빠를 죽도록 미워했었다.이제서야 진실을 알게 된 신윤은 약간의 자책과 함께 오빠에 대한 원한이 깨끗이 사라졌고, 어렸을 적 오빠에 대한 존경심이 다시금 피어났다.신자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다 신기의 운명이었지! 하지만 당신 말을 듣고 나니 신기가 서경에서 우리 신 씨 집안을 부끄럽게 하지 않았을뿐더러 나라의 영웅으로서도 책임을 다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이 드는군. 또한 유전병의 치료법도 혼자서 찾아냈으니 우리 신 씨 가문의 자랑 아닌가!”줄곧 집안의 멸시를 받던 아이는 마침내 인정을 받게 되었다.강책이 다시 말을 건넸다.“신기가 죽기 직전에 두 가지 소원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가족의 유전병을 고치는 것이고, 둘째는 ‘팔괘기침’을 가족에게 물려주어 나중에 빛을 발하는 것이었죠. 제가 이제 이 책을 넘겨 드리면 제 임무는 끝이 납니다.”신자민과 신온은 서로를 바라보며 애통한 표정을 지었고, 신자민은 허탈한 표정으로 강책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마 당신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 것 같소.”“네? 왜죠?”“’팔괘기침’은 신 씨 집안 의술 중 아주 특별한 ‘기술(气术)‘을 바탕으로 진화했고, 신기는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을 하지 못했습니다. 신 씨 가문은 백 년 동안 1세대만 ‘기’가 있었고, 이후에 아무도 없었다가 신기가 그 ‘기’를 가지게 된 겁니다.”“신기는 유일하게 ‘기’를 가진 아이이고, 이 의술은 오직 신기만이 완벽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기술을 연습하려 해도 그럴듯할 뿐이지 통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이 기술이 빛을 발하겠습니까?”신자민이 말을 마치자, 신온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제가 방금 사용한 마지막 장인 ‘구양’같은 경우는 사실 저도 60% 정도 밖에 발휘하지 못했는데, 만약 이 책대로 100%를 발휘한다면 아버지는 이제 침상에서 내려와 뛰어다니실 수도 있어요.”강책은 그제서야 문제점을 깨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