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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3화

“건배!”

여섯 사람 모두 잔을 들어 축배를 외쳤다. 남자들은 술을, 여자들은 음료수를 들이켰다. 왕지영은 술 한 잔을 들이키고 반찬을 입에 넣은 채로 웃으면서 “계산아, 너랑 나 같이 일 한지 10년은 넘은 것 같은데?” 라고 물었다. 정계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딱 10년 됐네.”

“와, 우리 처음으로 같이 밥 먹었을 때 기억나? 그때 네 딸 몽연이랑 우리딸 봉아 다 요만했는데, 눈 깜짝 할 사이에 결혼도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네. 시간 참 빠르다 그치?”

왕지영은 그의 사위 서총 에게 눈치를 주었다. 서총은 눈치 빠르게 몸을 일으켜 다시 술잔을 채우고는 정계산에게 말했다.

“인생선배님께 제가 한잔 따라드리겠습니다.”

“아이고 선배는 무슨,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정계산은 서총과 잔을 부딪히고, 차례로 술을 들이켰다. 정계산은 잔을 내려놓으면서 그에게 물었다.

“서총, 듣자 하니 오스트레일리아쪽 화교라면서요?”

서총은 고개를 흔들며 “네, 맞습니다. 제 아버지 고향은 사천이시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사업을 하시다가 아예 그쪽으로 정착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제 어머니와 만나셨고, 저는 그쪽에서 태어나서 오스트레일리아 여권을 받게 된 거구요. 그리고 몇 년 전쯤에 아버지를 따라 귀국해서 지금은 외국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라고 답했다. 말을 끝낸 서총의 입꼬리가 위로 잔뜩 올라가 있었다. 해외 배경, 해외 국적,귀국 후 외국기업에서 발전 등등 모두 국내에 있는 여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춘 사람 이였다. 왕지영도 듣는 내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앞에 앉아있던 정계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매년에 딱 한번 같이 앉아서 밥먹는 자리에서 왕지영은 항상 무엇을 들고 와 비교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정계산이 항상 가진 게 더 많았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번은 달랐다. 왕지영의 해외국적 사위가 자신의 사위에 비해 출신, 배경, 업무 모두 훨씬 위였다. 정계산은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때, 왕지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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