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총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고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만약 엽신공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저런 말을 했었다면 주먹이 먼저 날라갔을 것이다. 그는 분노를 억지로 누르며 “엽 선생님, 자세히 한번 더 봐주십시오.” 라고 그에게 말했다. 엽신공은 웃으며 답했다.“가짜는 아무리 꾸며도 가짜입니다. 이건 진품이 아닙니다.” 엽신공의 단호한 태도에 서총은 어쩔 줄 몰라 했다. 게다가 서예 업계에서 최고봉으로 불리는 서성의 평가였기에 반박할 수도 없었다. 이 ‘가품’ 을 위해 거금 19억을 썼다는 생각에 그는 심장을 파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엽신공은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가품 치고는 디테일이나 여러방면에서 모두 우수합니다. 문화 재물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5800만원 정도의 가치는 있을 겁니다.” 19억이 순식간에 5800만원으로 바뀌었다. 이때, 정계산은 “엽 선생님, 이것도 좀 봐주시겠습니까?” 라며 강책이 가져온 서예 작품을 펼쳤다. 한 번 가품을 보았던 엽신공 이라 아무렇지 않았다. 게다가 당백호의 작품이 이런 서민들의 손에 있을 리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엽신공은 정계산에게서 작품을 건네 받고는 무심한 눈빛으로 살펴보았다. “응?!” 작품을 살펴보는 그의 눈빛이 긴장과 흥분으로 바뀌었다. 엽신공은 작품에 눈을 가까이 대고는 위에서부터 천천히 아래로 살피기 시작했다. 글자 그 다음으로 종이, 그 다음으로 질감, 그 다음 모서리 디테일까지 전부 살피기 시작했다. 엽신공의 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강책이 가져온 작품을 손에 들고는 흥분해하며 소리질렀다.“이...이건 진품입니다! 당백호의 작품입니다!” ‘진품’이라는 소리에 저녁내내 표정이 좋지 않던 정계산의 얼굴이 순식간에 기쁨으로 가득 찼다. 아무리 입방정을 떨어도 ‘진품’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지금까지 쇼를 하면서 정가 집안을 계속 까내렸는데, 정가 집안이 가져온 작품이 38억 가치가 있는 진짜 당백호의 작품이라는 말을 듣고 앞에 앉아 있던 왕가 집안 세명 모두 눈썹을
서성이 자신에게 부탁을 하다니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정계산은 기뻤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아니요.” 라며 답했다. 그의 답변에 엽신공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 왕지영은 이때다 싶어 큰 소리로 말했다.“정계산, 너 너무 잘난 척 하지마. 작품을 가지고 있는다고 해도 나중에 파손되면 어떻게 관리하고 보관하는 지 알기나 하는 거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엽선생님 제안을 거절 하는거야?” 정계산은 웃으면서 엽신공에게 말했다.“엽 선생님, 제 뜻에 오해가 없으셨길 바랍니다. 방금 제 답변은 팔지않고, 그냥 드리겠다는 뜻 이였습니다.” 이건..무슨..옆에 앉아있던 왕지영은 마치 똥이라도 먹은 것처럼 불쾌해했다. 정계산의 행동은 ‘소인의 마음으로 군자의 마음을 가늠하다’라는 말이 적절했다. 왕지영은 마음속으로 ‘지랄하네’ 라며 그를 욕했다. 엽신공의 두 손이 떨기 시작했다. 38억이란 돈은 그에게 있어 큰 돈은 아니 였지만 상대방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준다고 하니 기분 좋아 미칠 것 같았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하하, 이건 제가 서성에 대한 존경이라고 생각하시고 받아주십시오. 저야말로 서성께 선물이라도 드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 받아주십시오.” 엽신공은 서예작품을 걷고는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 지요?”라며 물었다. 정계산은 “제 명함입니다.” 라고 명함을 꺼내 그에게 주었다. 엽신공은 정계산의 명함을 받고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정계산에게 주며 말했다.“이건 엽씨 서예협회의 회원카드입니다. 이게 있으면 언제든지 엽씨협회에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그가 건넨 것은 서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누구나 다 갖고 싶은 카드였다. 모든 인맥을 총동원했지만 한 장 조차 받지 못한 것을 이렇게 받다니, 정계산은 기뻐 날아갈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엽 선생님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이런 귀한 작품을 아무런 댓가도 바라시지 않고 스스럼 없이
왕가 집안은 이 자리에 있는 것 조차 불편해졌다. 대화 주제가 가품, 회원카드로 더 이상 가지않기 위해 서총이 나서서 분위기를 바꿨다.“큼큼, 아, 맞다! 이번에 ‘안녕,파더’ 라는 드라마가 인기 잖아요. 혹시 다들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정계산은 그의 말을 듣고는 어깨를 더 치세웠다.“당연히 봤지요. 그 작품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나 같이 드라마 안보는 사람도 본방시간에 티비앞에 떡하니 앉게 만드는데, 말 다 한거요.” 정몽연은 눈을 치켜세우고는 마음속으로 이게 뭐가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 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르신, 그럼 어떤 배우를 제일 좋아하십니까?” “그게 무슨 질문입니까? 당연히 국민 며느리 능요아니겠습니까! 아이고, 그 여배우 정말 귀엽고 똑부러져서 눈이 가게 만드는 그런 배우 더라고요. 30살만 더 젊었어도 내가 가서 들이댔을 거요.” 정몽연은 어이가 없어서 정계산을 꼬집었다. 그 바람에 그가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앞에 앉아있던 서총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였다. 걸렸네! 서총은 가방에서 CD한 장을 꺼내고는 웃으며 “아버님, 어르신, 이게 뭔지 아십니까?” 라며 물었다. 모두의 시선이 CD로 향했다. 그 CD위에는 싸인이 그려져 있었고 그것은 능요의 친필싸인이였다. 정계산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다급하게 그에게 “이거..능요의 친필싸인 아닙니까?”라며 물었다. “네, 맞습니다.” “어,,어떻게 받으신 겁니까?” “히히,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며칠 전에 능요가 저희 회사 활동에 게스트로 참석하셨어요. 제가 게스트 담당이라서 능요씨랑 연락을 주고 받다가 싸인을 받게 된 겁니다.” 연락을 주고받다가 싸인까지? 그의 말에 정계산은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CD는 그렇다 쳐도, 능요의 연락처가 부러웠던 것이다. 유명 연예인과 연락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바라던 일 이였기에, 정계산 같은 늙은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서총은 왕지영에게 그 CD를 건네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드리는 두
서총은 강책의 말에서 파고들어와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네? 그쪽 장인어른이 좋아하시는 거 아닙니까? 무슨 사위가 이래요? 자기는 이런 친필 싸인 받을 능력도 없으니까 그런 말 하시는 겁니까? 무례하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왕봉아가 “그러니까 말이야. 원래 못 가진 사람이 더 말이 많다고 하잖아.” 라며 입을 열었다. 그들의 합세공격에도 강책은 평온함을 유지하면서 담담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아버님, 사실 제가 준비한 두번째 선물도 서총씨가 준비한 것과 비슷합니다. 능요씨와 관련이 있는 선물입니다.” 정계산은 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떠졌다.“책아, 너도 친필 싸인을 받고 가져온 것이냐?” 강책은 고개를 흔들며 “그건 아니에요.”라며 답했다. 서총은 웃으며 다시 그를 비꼬았다.“왜, 몇 푼짜리 화보라도 가지고 오셨 나봐요?창피하지도 않으세요?” 강책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계산에게 말했다.“아버님가 능요씨를 굉장히 좋아 하시잖아요. 그래서 제가 능요씨를 초대했습니다. 오셔서 노래 한 곡 불러 주실거에요. 좋아하셨으면 좋겠네요.” 뭐라고? 유명 연예인 능요를 강책이 무슨 수로 초대했다는 거지? 정계산 뿐만 아닌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의 말을 듣고는 멍을 때렸다. 왕가 집안, 심지어 정가집안도 강책이 그런 큰 능력이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 정계산은 눈살을 찌푸리고 살짝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책아, 해야 할 말이 있고 하면 안되는 말이 있단다.” 강책은 그래도 의지할 수 있는 사위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무책임한 행동을 보고 정계산은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 이였다. 정몽연은 강책을 째려보고는 “뭐라고 하는거야? 예전에 나한테도 비슷한 장난 치더니, 지금은 우리 아빠한테 그런 장난 치려고 하는거야? 이러면 아빠 체면이 뭐가 돼..!”라며 화를 냈다. 강책은 그들의 반응에 그저 웃으면서 손목시계를 확인 할 뿐 이였다.“딱 8시반이네요. 저는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능요씨가 곧 도착할 거라서요. 아버님, 오늘 능요
방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밖으로 나와 가게 문 쪽을 바라보았다.5분정도 가만히 기다렸지만, 가게에 들락날락 하는 사람만 많을 뿐 능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서총은 웃으며 “강책 씨, 능요는요?” 라며 물었다. 그의 비웃음에도 강책은 “저녁에 차가 막히나봐요.” 이라고 평온하게 답했다. “하하하하, 보자 하니 강책 씨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인가 봅니다. 어르신, 사위를 바꾸셔야 겠는데요? 몽연씨같은 여자가 이런 무능력하고 허세만 있는 사람이랑 산다니요! 정말 괜찮으세요?” 서총은 말을 끝내고는 강책을 더 이상 상종하기 싫어 나온 사람들을 다시 안으로 안내했다. 이때 갑자기 문 주위로 사람들이 시끌 벅적 모이기 시작했다. 가게를 지나가던 사람도 몰려왔다. 보디가드들이 동그랗게 둘러서 모인 사람들을 막고, 직원이 레드카페를 깔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여기저기서 환호소리가 들려왔다.“아~~!!! 능요다!!!”“능요,능요,능요”“능요언니! 사랑해요!!” 환호소리가 점점 커지자 밖에 있는 사람들도 안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서총과 무리들은 환호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보디가들이 원을 이뤄 여자 한 명을 가게 안으로 안내했다. 그녀는 레드카페를 밟으며 가게 안 무대로 향했다. 서총은 며칠 전 같이 행사를 한 덕에 가게로 들어오는 그 여자가 능요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진짜야?” 능요의 모습을 보고는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방금 전 까지 강책을 신명나게 비웃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얼굴이 화끈 거렸다. 강책이 정말로 능요를 초대 한걸까? 아니, 그럴리가 없어. 150밖에 못 보는 거지가 무슨 수로 제일 유명한 연예인을 오라 말아 하는 거지? 하지만 그의 눈 앞에 보이는 상황으로는 강책의 말이 허풍이 아니였다는 사실이였다. 이때 서총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정계산은 눈살을 찌푸리며 “왜 웃으십니까?” 라며 물었다. 서총은 강책을 가리키며 말했다.“허허, 진짜 똑똑하신 분 인 것 같
강책의 표정은 여전히 호수처럼 잔잔했고,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그는 조용히 무대 쪽을 바라보며 정계산에게 말했다.“아버님, 집중하세요. 능요가 곧 아버님을 위해 노래를 들려드릴 겁니다.”일이 이렇게까지 흘렀는데도 인정하지 않는다고?정계산은 순간 강책의 ‘인품’에 회의감을 품었고, 이러한 사람에게 자신의 딸을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었다.어쩔 수 없이 그는 강책을 다시 쳐다보고 싶지 않아 무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이때, 수많은 인파를 뚫고 능요가 무대 위로 올라왔고, 치마를 살짝 정리한 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Hello,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여러분들의 귀요미, 능요예요.”그녀가 소개를 마치자마자 무대 아래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능요, 사랑해요~~”“진짜 능요야, 내가 능요를 실물로 볼 줄이야,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하늘이시여, 땅이시여, 저 아름다운 여신님께서 직접 강림을 하시다니요?!”몹시 흥분한 무대 아래 관중들을 본 능요는 손을 입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이어서, 그녀가 마이크를 들어 말했다.“오늘 제가 여기 온 이유는, 한 노신사 분께 나성하 선생님께서 저를 위해 써주신 ‘행복은 사실 가지고 있었어’라는 곡을 불러 드리기 위해서입니다.”“이 곡은 아직 정식 발매 전이고, 저도 오늘 처음 대중분들 앞에서 부르는 곡이니 많이 좋아해 주세요.”무대 아래 사람들은 모두 넋을 잃고 말았다, 능요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횡재인데, 그녀의 노래까지 들을 수 있다니?사실 많은 사람들이 능요를 배우로만 알고 있고, 그녀가 노래도 한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오늘 능요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다니, 정말 운이 좋았다.왕지영은 무엇인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어떻게……어떻게 일이 강책이 말한 대로 흘러가는 것 같지? 설마……왕지영은 더 이상 끔찍한 생각을 하기도 싫은 듯 제발 강책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기를 속으로 기도했다.하지만 사람 일이란 뜻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능요의 곡에 맞춰 리듬을 타고 있었지만, 왕가 사람들만이 벌레를 삼킨 것처럼 괴로워했다.박수 소리가 우레와 같이 울리며, 사람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넘쳐흐르고 있었다.정계산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뻐했고, 능요의 노랫소리에 맞춰 두 팔을 흔들고 있었다.정몽연은 얼굴을 가리고 그와 거리를 두었고, 이런 유치한 아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절대 다른 사람이 그가 자신의 아빠인 것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했다.노래 한 곡의 시간은 못해도 3, 4분 남짓이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듯 능요가 좀 더 머무르기를 바랐다.그러자 능요는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음, 제가 더 있고 싶어도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 저의 친구인 강책 씨에게 물어보시는 게 좋을듯합니다.”능요의 손가락 방향을 따라 사람들의 시선이 강책을 향해 몰려들었다.하지만 강책은 웃으며 말을 꺼냈다.“사실 제 말도 효력이 없습니다, 저의 장인어른께서 선택권이 있으시죠. 아버님, 아버님께서는 능요가 계속 남아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좋겠습니까, 아니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습니까?”정계산은 단숨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그는 마치 황제처럼 현장의 사람들을 군림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두가 염원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애원하자, 그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반평생을 살면서 그는 언제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있었나?“능요 아가씨, 다들 이렇게 열정적인데, 좀 더 있다 가시죠!”“참, 평소에 능요 씨와 마주할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같은 날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 주시면 어떨는지요?”그의 말을 듣자 사람들은 기뻐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들은 모두 능요의 친필 사인을 못 받아서 안달 난 사람들이었고, 오늘 정계산의 도움을 받아 사인을 받을 기회를 얻었으니, 얼마나 행운인가!능요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선생님께서 요구하신 이상, 제가 따르지 않을 수 없죠. 사인을 받고 싶으신 분들은 모두 줄을 서 주세
더 이상 할 게 무엇이 있겠는가?그는 오늘 이렇게 큰 망신을 당해 놓았으니 이후에 다시는 정계산과 같이 밥을 먹으려 하지 않을 것이었다.“저는 배가 불렀으니 이만 가볼게요, 내일 회사에서 뵙죠.”왕지영이 싸늘한 어투로 말했고, 정계산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그래, 내일 회사에서 보지.”왕지영은 왕봉아, 서총과 함께 잿빛 얼굴을 한 채 레스토랑을 떠났고, 그들의 얼굴에는 불쾌함이 가득 차서 금방이라고 화가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왕지영은 몇 년 동안 오늘처럼 이렇게 완벽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다.오늘은 특히나 화교 사위까지 데려와 지원 사격을 요청했는데도 참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슬퍼하는 사람이 있으면 기뻐하는 사람도 있는 법, 정계산은 오늘 꽤나 만족스러웠다.그는 왕지영와 여러 해 동안 기싸움을 해왔지만 오늘 이 싸움에서 이긴 것이 가장 통쾌했다!그는 강책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을 건넸다.“책아, 내가 널 정말 잘못 생각했구나.”“네가 나를 위해 능요를 초대해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했을 때, 나는 몇 번이나 널 믿지 않고 또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내가 틀렸다는 걸 증명해 주다니, 너를 믿지 않은 내 잘못이다.”그러자 강책은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습니다, 이런 일은 누구도 한 번에 믿지 못할 거니까요.”“참, 내가 아직 너에게 물어보지 않은 게 있는데, 어떻게 능요 씨와는 아는 사이인 거니?”정계산이 궁금한 듯 물었고, 강책은 마음대로 지어내어 말했다.“제가 침몽 하이테크의 임원을 맡고 있지 않습니까? 얼마 전에 능요가 우리 회사에 와서 최신 제품을 한 개 구매했는데, 제가 전 과정을 그녀와 함께 했고, 꼼꼼하게 분석하고 잘 골라드려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준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저희는 좋은 친구 사이가 되었고요.”“그렇군.”이때, 정몽연은 갑자기 한 가지 일이 떠오른 듯 강책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어제 네가 늦게 들어온 이유가 능요랑 같이 있다고 해서였는데, 이것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