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책은 이창진의 도발에도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 “모두 제 말은 근거 없는 헛소리라고 생각하고 믿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부처님이 저에게 준 증거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 증거를 보시면 제 말을 믿으실 겁니다.”이창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증거? 어디 한번 봅시다!”이창진은 장훈의 말보다 믿을 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이때, 강책이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상자 안에는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가 들어있었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진주를 한눈에 알아봤다. “사리다!”강책은 말했다. “맞습니다. 사리입니다. 이건 제가 강룡 나한이 된 후에 받은 사리입니다. 부처님께서 꿈에서 저한테 주셨습니다. 이 사리는 사악한 기운과 원한을 없애고 전화위복할 수 있게 해줍니다. 게다가 용맥의 기운을 북돋아 줍니다!”사리를 본 사람들은 갑자기 강책의 말에 신뢰가 갔다. 사리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득도한 고승이 좌화해야만 사리를 가질 수 있다. 수백 년 된 절의 수많은 승려들도 사리를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사리는 절의 보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다. 비즈니스를 하는 강책은 불교의 교리를 배운 적도 없는데 어떻게 사리를 얻은 것일까?즉, 강책이 전생에 득도한 고승으로 좌화하여 사리를 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강책은 강룡 나한으로 환생했기 때문에 부처가 사리를 맡겼다는 것이다.그렇다면 강책을 연산에서 쫓아내는 것이 아닌 극진하게 대접해 줘야 한다! 그야말로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창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이게 웬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일까?이창진은 장훈에게 말했다. “하실 말씀 없으세요?”장훈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을 더듬거렸다. “아… 저기… 그게…”장훈도 강책의 말에 어리둥절하여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장훈은 정말 말문이 막힌 건지 척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이때, 무리들 사이에서 김호석이 화를 내며 말했다. “참나, 이렇게 상황을 역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뭐?사람들의 시선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도대체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강책 편을 드는 걸까?게다가 자기가 진짜라고 하면 진짜인가?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이창진도 누구인지 확인하려고 갔다가 당사자를 보는 순간 목까지 차올랐던 말을 삼켰다. 이 사람에게는 절대 대들어서는 안 된다. 바로 자운절의 주지 스님이었다!!!연산에서 주지 스님의 지위는 장훈보다 높다. 게다가 주지 스님 역시 만인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운절에 가서 향을 피우고 복을 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주지 스님이 부처님이다! 이제 됐다. 장훈은 신의 화신, 주지 스님은 부처의 화신. 두 사람의 말이 정반대라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연산 시민들은 물론이고 이창진과 이용진 그리고 김호석도 모두 넋을 잃었다. 이들은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는 주지 스님이 강책을 도와주러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모두가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다. 이창진은 머쓱하게 웃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지 스님, 저 사리를 자세히 보셨습니까? 강책이 가지고 있는 사리가 정말 진짜가 맞습니까?”주지 스님은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주지 스님의 말 한마디에 모두들 어리둥절했다. 그렇다면 강책이 정말 세상을 구제할 사람이라는 말인가?지금까지는 아무것도 아니다. 더욱 깜짝 놀랄만한 광경이 펼쳐졌다!주지 스님은 천천히 강책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책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공손하게 말했다. “스승님, 드디어 돌아오셨습니까?”스승님? 돌아와?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30살도 안 된 강책이 주지 스님의 스승님이라니?주지 스님의 나이는 올해 60세가 넘지 않았나?!이게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인가? 심지어 강책도 주지 스님이 왜 자신에게 ‘스승님’이라고 부르는지 알 수 없었다. 이용진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잠시 후, 이용진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제가 지어낸 이
다른 사람도 이창진과 같은 생각이었다.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주지 스님의 말조차도 믿을 수 없었다. 때문에 주지 스님은 합당한 이유를 말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 “스님, 저희가 납득할 수 있을 만한 합당한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이창진은 주지 스님에게 말했다. 주지 스님을 두 손을 모은 후 말했다. “좋습니다! 원래 이 일은 절대 비밀이지만 지금 여러분에게 말씀드리지 않으면 제 말을 믿지 않으시겠죠? 제가 왜 강책 씨를 스승님이라고 부르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잠시 후, 주지 스님은 사람들을 쓱 훑어보고 말했다. “바야흐로 30년 전, 저의 스승은 회공 스님이었습니다. 여러분, 회공 스님이 30년 전에 입적하시고 고목나무에 사리를 두었다는 것은 모두 알고 계시죠?”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주지 스님은 계속해서 말했다. “회공 스님께서 입적하신 날 밤, 저에게 비밀 하나를 알려주셨어요. 그 비밀은 바로, 회공 스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대라 금선의 환생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사리로 바른길로 인도하고 용맥을 복원하기 위해서 한 평생 열심히 수련을 하셨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저에게 30년 후에는 새로운 신분으로 연산에 갈 거라고 하셨습니다. 연산이 가장 어려울 시기에 반드시 연산으로 돌아올 거라고 하셨죠. 회공 스님께서 연산으로 돌아오실 때쯤 고목나무에 있던 사리는 스님의 손으로 돌아갈 것입니다!”잠시 후, 주지 스님은 이창진을 쳐다보고 말했다. “강책 스승님이 꿈에서 사리를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라 30년 전에 이미 정해진 것입니다! 스승님께서 연산으로 돌아오신 이유는 회공 스님 생전에 다하지 못한 뜻인 연산과 용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저희 스승님께서 강책 스승님으로 환생하셨습니다. 제가 강책 사부님이라고 부르는 게 무슨 문제 있습니까?”이창진은 주지 스님의 언변 솜씨에 깜짝 놀라 말문이 막혔다. 주지 스님의 스승님이 강책으로 환생했으니 강책을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사리가 어떻
장훈의 꼴에 이창진은 그에게 더 이상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그럼… 이제 어떡하지?이창진은 두리번거리다가 사람들 속에 서있는 이용진에게 시선이 닿았다. 이 모든 건 애초부터 이용진이 계획한 것이기에 그가 반드시 나서서 수습해야 한다!마음이 급한 이창진과 달리 이용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저 주지 스님 참 대단하네. 저 사람 말이 전부 거짓말인 걸 알면서도 이 상황에서 저 사람의 거짓말을 까발릴 수가 없다니. 거 참, 답답하네.”이때, 곁에 서있던 김호석이 이용진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중얼거렸다.“형님, 저에게 강책 저놈을 무너트릴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그래? 말해봐.”김호석은 낮은 목소리로 이용진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구구절절 얘기했고 김호석의 말을 들은 이용진은 환하게 웃더니 김호석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대답했다.“너 이 자식 대단하네! 아주 좋은 방법이야. 네가 말한 대로 준비해.”김호석이 깍듯하게 인사를 올린 뒤, 밖으로 달려나갔다.한편, 주지 스님이 사람들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여러분 지금 강 선생님을 오해하고 계신 겁니다. 강 선생님은 용맥을 훼손시킨 범인이 아닐 뿐만 아니라 되레 용맥을 지킨 은인입니다!”주지 스님의 말에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이 지경까지 된 상황에서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이창진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강책을 끌어내릴 수 있었는데 사리 한 알과 스님 한 명 때문에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다니.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이창진이 이 일에 더 이상 반전이 일어나지 못할 거라고 실망하고 있을 때, 예상 밖의 상황이 펼쳐졌다.김호석이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 나와 주지 스님을 보며 말했다.“주지 스님, 강책 저 사람이 스님의 스승이라고 하셨죠?”주지 스님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호석이 말을 이어갔다.“죄송합니다. 제가 주지 스님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이 사실이 너무 황당해서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이
사람들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하며 거대한 정사각형 두루마리 그림을 쳐다보았고 그 두루마리 그림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卍”자가 써져 있었다!그 그림을 쳐다보던 사람들은 심지어 어지러움을 호소하기까지 했다.이건 무슨 뜻이지?주지 스님이 제일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선생님, 이 두루마리 그림으로 뭘 증명하라는 겁니까?”“주지 스님, 그리고 여러분, 보시다시피 이 두루마리 그림에는 ‘卍’자가 가득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그림은 세로 만 줄, 가로로 만 줄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에는 1억 개의 ‘卍’자가 있는 셈이죠!”김호석이 웃으면서 대답했다.1억 개?이건 말도 안 될 정도로 현실적이지 않은 숫자였지만 확실히 이 두루마리 그림에는 그 정도의 “卍”자가 있었다.모든 “卍”자들은 엄청 작았으니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면 빽빽하게 모여 있는 파리 같기도 했다.환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보자마자 구토를 유발할 정도였다.이때, 김호석이 말을 이어갔다.“이 1억 개의 ‘卍’자 중에는 딱 하나의 배신자가 있습니다. 그 배신자는 ‘卍’자가 아니라 ‘卐’입니다!”말을 하던 김호석은 종이 한 장을 꺼내 “卍”자와 “卐”자를 적었다. 두 글자는 거의 똑같았지만 방향이 서로 반대였다.두 글자를 한데 놓고 자세하게 보지 않으면 구별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卐”자 하나를 1억 개의 “卍”자 속에 넣으면 그건 아무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사람들은 김호석의 의도를 조금씩 눈치채기 시작했다.아니나 다를까 김호석은 사람들의 추측대로 입을 열었다.“’卍’자는 매우 특별한 글자로 불교에서만 쓰는 글자입니다. 만약 강책 저 사람이 정말 살아 돌아온 나한이면 절대 저 1억 개의 글자 속에 배신자가 숨어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 생각은, 강책 저 사람이 이 1억 개의 글자 중에서 단 하나의 배신자 ‘卐’자를 찾아내기만 하면 전 강책 저 사람과 주지 스님의 말을 인정하도록 하겠습니다.”아니… 이건… 사람을 일부러 괴롭히
십 분이라니,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였다.그 짧은 시간 안에 “배신자”를 찾기엔 고사하고 1억 개의 글자조차도 채 읽지 못할 것이다.어찌 됐든 강책은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 살아 돌아온 나한이라는 말은 조금 과장해서 하는 소리인데 십 분 안에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어려운 도전을 하라고 하는 건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해낼 수가 없는 일이다. 절대 해낼 수가 없을 것이다.아무도 강책이 해낼 거라고 믿지 않았으며 심지어 물고기자리도 연신 고개를 저으며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요구예요? 이건 일부러 사람 괴롭히는 거잖아요! 차라리 하늘로 날아오르라고 하지 그래요?”물고기자리의 말에 김호석이 웃었다.“제 요구가 무리한 가요? 다른 글자 하나를 찾으라고 했을 뿐인데. 불교를 믿는 사람이 다른 글자 하나쯤 찾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만약 이렇게 작은 어려움 하나도 극복하지 못하면 어떻게 자신을 살아 돌아온 대라 금선이라고 칭할 수 있겠어요? 용맥은 또 어떻게 복원시키고요?”김호석은 강책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이때, 주지 스님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는 상대방이 이 정도로 교활하고 사악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했으면 이런 더러운 잔머리를 굴릴 거라고 예상도 못 했다.곁에 있던 이창진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보탰다.“제가 보기엔 이 형제분의 말이 일리가 있는 거 같아요! 강 회장님, 이 도전에 성공하시기만 하면 저희가 회장님 말을 인정하고 더 이상 퇴위도 요구하지 않을 겁니다. 어때요? 도전하겠어요?”이창진은 강책이 실패할 거라고 확신했다. 조금 전에 이창진도 다른 글자 찾기에 시도했지만 두루마리 그림을 5초 정도 쳐다보다가 하마터면 어지러워서 쓰러질 뻔했던 것이다.다른 글자 찾기는 고사하고 정신을 잃지 않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일이다.하지만 그들은 강책을 너무 만만하게 보았다.강책이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도전성이 강
곁에 서있던 이용진마저 닭살이 쫙 돋은 채 점점 흥분되기 시작했다.“허허, 강책, 네가 이번에도 기적을 만들 수 있는지 한 번 지켜보지.”이창진은 핸드폰을 꺼내 10분 타이머를 설정한 뒤 정정당당하게 사람들에게 보여주었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이로써 10분 카운트다운이 정식으로 시작되었다!이 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이 강책과 두루마리 그림 사이에서 오갔고 아무도 아직까지 틀린 글자를 찾아내지 못했다.다들 이렇게 현실적이지 않는 도전에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강책은 굴하지 않았다. 그는 특별한 사람으로서 대뇌가 어마어마하게 발달되었기에 그가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대뇌는 계산기처럼 빠르게 돌아갔다.뿐만 아니라 그의 두 눈은 핸드폰에 달린 카메라 마냥 두루마리 그림 전체를 머릿속에 넣었고 대뇌에서는 신속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물론 십 분 안에 틀린 글자 하나를 찾는 건 시간 상으로 부족했기에 강책은 모험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아주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심했고 그 방법이 바로 중단 전술이었다.이 중단 전술은 강책이 직접 발명한 전술이다. 그는 평소에 전투나 훈련 과정에서도 이 전술을 자주 사용했다.구체적인 분석 없이 단지 육감으로 느끼는 것이며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는 곳이라면 그게 바로 틀린 곳일 가능성이 크다.이 전술은 꽤 유용했다. 모든 게 “정상”이라면 육감적으로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않을 것이고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다는 건 비정상적인 부분이 존재한다는 뜻으로 잘못된 부분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이다.물론 이 전술은 실패할 확률이 크기도 했다. 강책은 평소에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30 퍼센트의 성공률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 상황에서 일단 모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글자마다 분석하고 틀린 부분을 찾은 게 아니라 두루마리 그림 전체를 눈에 넣어 그 글자들을 하나로 보았다.그는 틀린 글자를 찾는 게 아니라 이상한 낌새를 느끼려고 하는 것이다.두루마리 그림 중에 만약 모든 글자가 “卍”
약속한 시간이 되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강책을 쳐다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은 강책이 절대 대답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예상에 누군가는 기뻐하고 누군가는 슬퍼했으며 대부분 사람들이 방관자 역할로 의견을 내지 않았다.이창진이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강 회장님! 틀린 글자 하나가 어디 있는지 얘기해 주세요!”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강책이 길게 숨을 내뱉었고 자리에서 유유히 일어나 눈을 비비더니 앞에 서있던 이창진을 밀어내고 거대한 두루마리 그림 쪽으로 걸어갔다.몇 걸음 가다가 멈춘 강책은 거대한 그림을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그가 가리킨 곳은 두루마리 그림의 왼쪽 구석으로 눈에 띄지도 않고 그냥 스쳐 보내기 쉬운 곳이었다.“유일하게 다른 한 글자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강책의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찾았다고? 그럴 리가 없을 텐데?사람들은 너도나도 핸드폰과 사진기를 꺼내 강책을 찍기 시작했으며 이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려고 했고 일부 사람들은 안경을 고쳐 쓰며 강책이 가리키는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이창진이 고개를 돌려 김호석을 쳐다보았고 겁에 질린 듯한 상대방의 눈빛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강책 저 사람이 설마… 정말…“후…”이창진이 숨을 길게 내뱉더니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허허, 강 회장님, 잔머리 굴리지 마세요. 아무 곳이나 가리킨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거기 딱 가만히 계세요. 제가 한 번 검사해 볼게요!”이창진은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강책은 더욱 잘 보이고 자세히 보이게 하려고 펜으로 그 글자에 표기까지 했으며 이창진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강책이 표기한 글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卐”자가 맞았다! 틀린 글자가 확실했다!이 글자가 바로 그 “배신자”로 절대 틀릴 리가 없었다!강책은 정확하게 10분 안에 불가능한 도전에 성공한 것이다!휘청거리던 이창진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