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책이 말했다. ”나 선생님을 실망시키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강남의 연예업계에 새로운 미래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선생님께서 30곡이나 작곡 해주시겠다고 하셨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요, 제가 보수금이라도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을 들은 나성은 눈을 크게 뜨더니 “보수금?필요 없습니다! 강은인님, 저는 은인님을 위해 작곡을 하겠다고 했지, 보수금을 위해 도와주는 것이 아닙니다. 돈으로 저를 모욕하지 말아주세요.”라며 말했다. 어..강책은 민망한 듯 웃었다. 돈이 모욕 이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돈에 죽고, 돈에 사는데, 어쩌면 돈에 모욕당하고 싶은 사람도 대다수 일지도 모른다. 강책은 “아, 죄송합니다. 제일 우수한 인재를 뽑아 선생님의 노래에 먹칠할 일 없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나성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래요, 이게 맞습니다. 저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 들어가서 쉬어야 겠네요. 강은인님, 저는 그럼 이만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책은 “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라며 그를 배웅했다. 나성이 자리를 뜨고, 연예인들도 그를 따라 자리를 떴다. 정단정이 물었다.“강책, 근데 나성이 왜 너를 ‘강은인’이라고 부르는 거야?” 강책은 그녀의 질문에 웃으며 “안 말해. 말하면 안돼.” 라고 답했다. 정단정은 “말하기 싫으면 됐어, 듣고 싶지도 않아.” 라며 손을 흔들고는 자리를 떴다.... 한편 천정 그룹의 이사장 사무실에서는 서문준과 백신광이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 탁자 앞에 서있다. 이사장 손영정은 손에 쥐고 있는 호두를 계속 만지작거리더니 “말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라고 그들에게 소리질렀다. 손영정의 고함소리에 두 사람 모두 깜짝 놀라 몸을 떨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손영정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고함을 질렀다.“서문아, 내가 너한테 사람 좀 불러서 기모엔터테인먼트 개업파티를 망치라고 했었지? 근데 조산영 같은 쓰레기 한테 부탁해? 정신이
꽃 냄새가 풍기는 화창한 날씨, 강책은 가위로166번지 원앙식당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식당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람이 바글바글 한게 보였다. 식당 안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자리가 없었고, 밖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강책은 “허, 밥 먹을 시간도 안됐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식당이 잘 되나 본데.” 라고 중얼거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섭소운이 자신의 아버지를 도와 서빙을 하는 장면 이였다. 마치 웰시코기가 뛰는 것 처럼 짧은 다리가 바쁘게 움직였다. 강책은 뿌듯했다. 섭소운은 서빙을 하는 도 중에 강책을 발견하고는 “아저씨!!!” 라고 하며 그에게 달려갔다. 강책은 “오냐~” 라고 대꾸하고는 몸을 숙여 그의 뽀얀 볼살을 꼬집었다. 섭정은 기척에 주방에서 나와 상황을 살피고는 둘을 향해 웃었다. 그리고는 가게에 있는 손님들에게 말했다.“죄송하지만 저희 재료가 다 떨어 져서요, 이미 주문하신 음식은 만들어 드리지만 아직 주문 못하신 분들은 다음에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주문을 못한 손님들은 실망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원앙식당은 이 거리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 이였고, 강남구에서 제일 맛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였다. 손님들 모두 입소문을 듣고 식당을 직접 찾아 왔지만 재료부족으로 주문을 못한 손님들은 더더욱 안타까워 했다. 손님들이 하나 둘 씩 나가고, 섭정은 남은 주문을 얼른 해치우더니 깨끗한 테이블로 강책을 안내했다. 그리고는 바로 작은 반찬 몇개 만들고 맥주를 가져와 강책과 한 잔씩 건배했다. 섭정이 물었다.“형님, 제 식당을 찾아 오시다니 시간이 많으신가 봅니다?” 강책은 땅콩을 입에 넣고는 웃으면서 “네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찾아 온거야.” 라며 답했다. 섭정은 웃으면서 “하하, 감사 할 따름이네요.” 라고 말했다. 강책은 반찬 한 입, 술 한 잔을 들이키면서 식당을 슥-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장사가 잘 되는구나.” 섭정은 웃으며 말했다.“네, 어느정도는
섭쟁은 매우 불쾌했다.강책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말했다.“소문을 듣고 직접 찾아오셨다는데, 나 때문에 장사를 망치면 안 되지. 명성을 쌓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아는데 나 신경 쓰지 말고 어서 준비해 드려.”섭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럼 형님, 먼저 드시고 계시면 금방 다시 오겠습니다.”“그래.”섭쟁은 몸을 일으켜 화상용이 있는 테이블로 걸어갔고, 걸어가면서 상대방을 쳐다보았다.그러자 섭쟁은 미간을 찌푸림과 동시에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이 여자……그는 화상용 앞으로 가자마자 몸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원래는 그녀가 못 먹는 것이 있는지, 단 음식과 매운 음식 중 뭘 더 좋아하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화상용은 고개를 들어 섭쟁을 바라보았다.“저기, 사장님 왜 그러세요. 밥 달라고 했는데 앞에서 뭘 하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화상용도 몸이 굳어버렸다.그녀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놀란 눈으로 섭쟁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두 사람의 몸은 모두 떨리고 있었다.“너야?”화상용은 쓴웃음을 지었고, 밥을 먹으러 와서 우연히 그녀의 전 남편을 마주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섭쟁 또한 전 부인이 자신의 식당에 밥을 먹으러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눈치였다.그들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맴돌았다.“엄마~~!!!”섭소운의 밝고 명랑한 소리가 그들의 침묵을 깨트렸고, 그녀는 화상용에게 달려갔다.여기저기서 이상하다는 듯 눈초리를 보내왔고, 식당에 있던 손님들 모두 믿기 힘들다는 듯 화상용을 쳐다보았다.“엄마? 결혼을 했다고? 심지어 아이도 있어?”“모르겠어, 아직 22살밖에 안 됐는데. 대학교도 얼마 전에 졸업했고 연애도 한 번 안 해봤다 하지 않았어?””“허 참, 요즘 여자 연예인들은 낯짝이 너무 두꺼워. 아이가 이렇게 컸는데도 시치미나 떼고 있고 말이야.”온갖 쓴소리가 귀에 들어왔다.화상용은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섭소운에게 쏘아붙이듯 말했다.“누가 네 엄마야? 저리 가!”
이 세상에서 모성애만큼 위대한 게 없으며 아무리 사람이 간사해도 자신의 자식에게만큼은 못되게 굴지 않는다고 하는데, 화상용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듯했다. 그녀는 자신의 딸은 안중에도 없었고,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었다.만약 그녀가 이혼을 했고 자식이 있다는 걸 다른 사람이 알았다면, 청순가련한 그녀의 이미지는 분명 없어지고 그녀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남자들은 모두 떠날 것이었다.그러니, 화상용에게 전 남편과 딸은 그녀의 적이나 다름없었다!섭쟁은 매우 차분하고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화상용이 자신의 딸에게 한 각박한 말을 듣자 마음속의 분노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정말 독하다, 네 딸에게도 그렇게 모질게 굴다니, 네가 사람이야?”“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야?”화상용이 급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딸? 헛소리 그만해, 난 딸 같은 건 없다고!”그러자 섭쟁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그래, 운이는 내 딸이지, 너랑은 상관이 없네.”“너 같은 머저리랑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게 당연하지.”그녀는 한쪽 손을 펴 보였고, 그녀의 다섯 손가락에는 모두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이거 보여?”“무려 5개의 다이아 반지라고! 난 지금 모든 남자들이 바라는 여신이야.”“내가 가끔가다가 ‘잘생긴 오빠’라고 달콤하게 부리기만 해도 금세 나한테 돈 한 뭉치가 떨어진다니까. 내 작업실에는 매일 수백 송이의 꽃이 배달된다고, 알아들어?”화상용은 섭쟁을 훑고는 말을 이어갔다.“다시 너를 봐, 고작 요리사 주제에, 게다가 손이 하나밖에 없는 요리사에다가 출세도 못한. 만약에 그때 내가 당신 같은 폐물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가난한 가정주부로 매일 접시나 닦고 있었겠지.”“섭쟁, 말해봐, 왜 이렇게 폐물이 된 거야?”섭쟁은 비록 화가 났지만 어떻게 그녀의 말에 반박할지 알지 못했다.하물며 섭쟁이 가진 재산은 화상용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화상용이 말했다.“됐어, 쓸데없는 말도 그만할래. 원래 배고팠는데 이젠 화나
화상용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원하는 액수를 직접 써.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된 것도 있으니 너희 부녀에 대한 보상이라고 칠게.”“하지만 잘 알아들어야 할 거야. 돈을 챙겼으면 잔꾀 부릴 생각 말고 곧장 떠나. 만약에 아직 강남구에 남아 있는 게 발견된다면 널 찾아 죽일지도 모르니까.”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섭쟁을 깔보고 있었다. 밥밖에 지을 줄 모르는 빈털터리인 그는 한 평생 그녀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었다.섭쟁은 이를 꽉 깨물었고, 속에서는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또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욕을 하자니 섭쟁은 그녀를 욕으로도 이길 수 없었고, 때리자니 그의 손은 요리를 하는 손이었고, 여자를 때린 게 소문이라도 나면 영향이 매우 컸다.그렇다면 정말로 돈을 받고 떠날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어렵사리 단골 고객들도 만들고 이제야 겨우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오고 있는데 정말로 모두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걸까?그는 엄두가 나지 않았고, 화가 나면서도 달리 방법 또한 없었다.이때, 강책이 섭소운을 안은 채로 걸어왔고, 화상용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당신도 인기 연예인으로 친다고? 근데 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지?”“조문문, 장습우, 녹혁곤보다 더 인기 있어?”그의 말을 들은 화상용의 얼굴빛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인기로 따지자면 그녀는 아직 그들에게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녀는 남자들의 팬심으로 생방송 무대에서야 많은 팬을 확보할 뿐이지 아직 톱스타의 축에는 끼지도 못했다.화상용은 고개를 들어 자신 있게 말했다.“하, 아직 그런 톱스타들과는 거리가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과 같은 선상에 있을 거라고.”“오? 이렇게 자신이 있으시다고?”“당연하지. 난 내일 기모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할 거거든. 기모 엔터테인먼트라고 알지? 얼마 전 강남시를 발칵 뒤집은 엔터테인먼트 기업 말이야. 기모 엔터테인먼트와 계약만 하면 그들의 막강한 세력과 나의 뛰어난 미모로 얼마든지 톱클래스가 될 수 있지 않겠어?
화상용은 원래 화가 잔뜩 나 있었지만, 강책의 마지막 말을 듣고는 웃음을 금치 못했다.“What? 한 번 더 말해 볼래?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이 못생기고 궁상떠는 사람이 대스타가 된다고? 이 사람이 뭘 할 줄 아는데?”“노래, 댄스, 연기, 예능, 어느 것 하나 할 줄 모르는데 기모 엔터테인먼트가 미쳤다고 이 사람과 계약을 하게?”유숭도 끊임없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젊은 청년, 나도 당신 마음이 불편한 거 알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이 사회야. 당신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당신같이 가난하고 못생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발아래에 있는 게 당연한 거야. 당신들은 기어오르려고 하면 안 돼, 그럴수록 더 심하게 밟힌다니까.”그의 말은 섭쟁뿐만 아니라 가게에 있던 다른 손님들도 모두 불쾌하게 했다.그들은 모두 서민이었고, 돈도 없고 얼굴도 특출나지 않은 평범하게 태어난 사람들이었다.하지만 돈이 있고 얼굴이 반반하다고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건가? 왜 모두 당신에게 밟혀야 하지?손님들은 모두 손에 든 젓가락을 내려놓고 하나둘씩 매섭게 화상용과 유숭을 노려보며 당장이라도 그들에게 달려들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하지만 강책은 한결같이 평온했고,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거드름 피우는 건 아무것도 아니지. 난 당신들과 언쟁 따윈 하지 않아, 그냥 지켜봐.”“내일 당신들이 기모 엔터테인먼트에 가서 계약 면접을 보기로 했지? 좋아, 나와 섭 사장도 같이 가서 면접을 진행하지.”“난 기모 엔터가 정말로 엔터테인먼트를 잘 꾸려나갈 생각이 있다면 분명 당신이 아닌 섭쟁 사장을 고를 거라고 믿어.”화상용은 강책이 정말로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듯 순간 얼어붙었다.“좋아, 가고 싶다면 가야지. 어쨌든 그때 돼서 망신을 당하는 것도 내가 아니니까.”유숭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젊은 청년, 왜 충고를 알아듣지 못하는 거야? 머리를 부딪히고 피를 흘려 봐야지 그제서야 후회할 건가? 기모 엔터테인먼트가 어떤 데
”음……”강책은 잠시 멍하니 생각을 하더니 이내 말했다.“현장에 가서 요리를 하나 해.”섭쟁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며 말했다.“기모 엔터테인먼트는 연예인을 구하는 곳이지, 요리사를 구하는 곳이 아닙니다. 제가 만든 요리가 아무리 맛있어도 안 되지 않을까요?”“날 믿어봐, 될 거야.”“하……알겠습니다. 형님 말씀을 듣죠. 제 체면만 구기면 되니 별거 아닙니다.”섭쟁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기모 엔터테인먼트에 가서 요리를 하라고?이런 발상은 강책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일이었다.내일 망신을 크게 당할 것 같은데, 쫓겨나지만 않으면 다행이었다.……하루가 지나고, 이튿날 아침이 되자 섭쟁은 미리 시장에 가서 필요한 식재료들을 꼼꼼히 준비했다.가게에 돌아오자마자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길가에 멈춰 섰다.차창이 열리자 강책이 그에게 타라고 손짓했다.“이게……”섭쟁은 2억을 호가하는 고급차를 보고는 강책이 이렇게 돈이 많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평소에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타는 등 궁상스러워 보였지만 알고 보니 부자였던 것이다.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 강책의 신분이 그렇게 높은데, 돈이 없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는가?차에 오르자 강책이 기사에게 손짓을 했고, 차는 곧장 기모 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가는 길에 섭쟁은 몸을 가만히 놔두지 못하는 등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했고, 평소 담담한 성격과는 정반대로 오늘 일이 그를 얼마나 긴장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하지만 강책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모든 것이 자신의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듯한 눈치였다.곧 차가 기지 정문 앞에 도착했다.섭쟁은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고, 정말로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가득했다.그는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경비들과 협의를 봐서 게이트를 통과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차단기가 바로 내려지고 차는 아무런 제약 없이 그대로 기지 안으로 들어갔고 심지어 경비원은 정중하게 인사까지 했다.“이게 무슨……”섭쟁은 강책을 슬쩍 흘겨보더니 속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감독관이 들어왔고, 화상용과 유숭은 벌떡 일어나 예의 있게 인사했다.하지만 강책은 가만히 앉아 있었고 일어날 기미가 전혀 없었다.화상용은 강책을 노려보며 말했다.“감독관님 오신 거 못 봤어? 아직도 할아버지처럼 앉아 있으니, 예의라는 걸 모르나?”강책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오히려 감독관이 전전긍긍하는 듯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허례허식은 생략하죠, 어느 두 분이 계약 면접을 보러 온 거죠?”화상용과 섭쟁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좋아요, 그럼 여성분 먼저.”섭쟁은 한쪽으로 섰고, 이어서 화상용이 자만하며 말했다.“말하지 않아도 물론 제가 누군지 아시겠죠? 저는 요즘 방송계 일인자 화상용입니다. 노래, 춤, 연기에 능하죠.”감독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준비해 온 걸 보여주세요.”“네.”화상용은 먼저 고풍스러운 전통 춤을 춘 뒤에, “커튼”이라는 노래를 한 곡 불렀다.노래가 끝나자, 화상용은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그녀는 자신의 노래와 춤이 최고라고 생각했고, 지난 생방송에서 그녀가 어떤 노래와 춤을 추던 곧바로 엄청난 양의 후원과 선물들이 마구 쏟아졌기 때문이다.또한 팬들 한 명 한 명이 그녀를 마르고 닳도록 칭찬했다.하지만……감독관은 표정에 변화가 크지 않았고, 담담하게 그녀에게 물었다.“이게답니까?”이게 다냐고?화상용은 조금은 언짢은 듯 말했다.“왜, 제 공연이 좋지 않았나요?”그러자 감독관이 웃으며 대답했다.“나쁜 건 아니었지만, 그냥 비교적 평범했어요. 초심자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요. 방금 전 춤은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고, 동작은 경직되어 있어요. 노래는 박자도 안 맞고 음도 여러 개가 틀렸고요. 일반인보다 조금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좋다’라고 하기에는 아직 좀 많이 부족한 것 같네요.”화상용은 얼어붙었다.그녀가 연예인의 길을 걷고 난 후 단 한 번도 비판을 받아본 적이 없었고, 항상 그녀는 칭찬만 들었다.감독관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