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단은 사무실 문 앞에서 계속 발을 굴렀다. 초인종과 노크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억지로 문을 열려고 해도 문 안에서 잠구는 바람에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양자리가 강책에게 식사를 전해주는 시간 외에는 어느 누구도 강책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이번 사건이 강책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는 지 알 수 있었다. 정단은 강책의 건강과 정신상태를 걱정하며 한편으로는 강책이 안 좋은 선택을 할까 두려웠다. 많은 회장들이 회사가 파산위기에 처하면 자살을 선택하듯이, 강책이 사무실 안에 있는 창문을 통해 자살을 선택할까봐 초조했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그때 한승재와 강책의 면담을 안내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만약 강 회장님이 죽는다면 나도 같이 따라갈래.” 이때, 양자리가 남은 밥을 가지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정단은 건든 흔적이 없는 밥과 반찬들을 발견했다. 그게 강책의 심리가 불안정하여 입맛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양자리 씨!” 정단이 양자리에게 뛰어가 물었다.“강 회장님 지금 어떠십니까? 많이 불안정하시나요?” 양자리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냥 그렇습니다.” “뭐가 그냥 그렇다는 겁니까? 양자리 씨, 저희는 강 회장님을 잘 돌봐드려야하는 의무가 있어요. 절대로 다른 일이 생기면 안된다는 겁니다. 아니면 정신과 의사라도 불러볼까요?” 양자리는 고개를 젓고는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켰다.“정신과 의사를 찾는 다고 해도 저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상황에 강책은 그 누구와도 만나지 않을 것이다. 양자리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지금은 회장님께서 혼자 회복하실때 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들으려 하지 않을 거에요.” 정단은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 강책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책의 아내가 임신 중에 있으니, 쉽게 건드렸다가는 더 안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남은 금액을 청산하는
모두의 예상외로 강책은 멀쩡했다. 수염이 자라고, 정리 안된 모습이 아니라 깨끗한 모습으로 그들 앞에 섰다. 하지만 이 일을 겪고 얼굴에 안색은 딱히 좋지 않았다. 곧이어 양자리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 로비로 내려갔다. 정단은 강책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파왔다. 강책의 비서 역할을 하며 지내온 시간들을 즐겼던 그녀로써 강책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정단은 이 순간 조차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신이 참 미웠다.“강 회장님!” 정단은 눈물을 흘리며 크게 강책을 불렀다. 회사에 남은 직원들도 모두 눈물을 머금었다. 사실 이 모든 건 강책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강 회장님, 저희가 응원하겠습니다!”“포기하지 마시고, 꼭 일어나셔야 합니다.”“따가운 시선에도 넘어지지 마세요, 저희가 끝까지 함께 가겠습니다!” 직원들은 강책에게 하나둘씩 따뜻한 응원의 한마디를 꺼냈다. 강책은 옆으로 보지도 않은 채 귀가 안들리는 사람처럼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모두 강책이 충격 때문에 반응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사를 나오고, 강책은 차에 탔다. 어떠한 사람도 데려가지 않고, 그저 양자리만이 한광 하이테크로 가는 길을 함께했다. 만약 매수를 하겠다고 결정을 내렸더라면 재무부서 직원이 적어도 한명은 따라가야 했다. 하지만 단 한명도 따라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강책은 계약 파기를 결정한 것이 분명했다. 매수를 한다고 해도 결국 로형민의 돈장난에 속아 220억이라는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게다가 모리 하이테크도 겨우 6-7억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270억을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계약 파기가 제일 정확한 선택이다. 하지만 계약 파기로 인해 매수가 무산된다면 5년동안 매수금지령이 떨어질 것이고, 경성에서 쫓겨나 다른 곳에서 모리 하이테크를 키워야 한다. 파산은 곧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직원들 모두 로비로 달려갔다. 멀어져가는 강책을 바라보며 억울한 감정이 그들을 휘감았다. 좋은 인품을 가진 회장이
오전 10시, 한광 하이테크 회의실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회의에 참석한 한광 하이테크의 고위층 임원들은 강책을 하찮은 사람 쳐다보듯 이상한 눈빛과 무시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한승재 회장은 이전의 점잖은 모습과 달리 삐딱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한승재는 껄렁하게 다리를 꼬은 채 담배를 물고 있었다. 이전의 억울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 상황에서는 더 이상 숨길 필요도 없었다. 한승재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맞은편에 앉은 강책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강 회장님, 오늘은 왜 한 명만 데리고 왔어요? 게다가 저 사람은 재무팀 직원도 아니지 않습니까?”강책은 대답하지 않았다. 한승재는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 한광 하이테크의 시가총액은 270억입니다. 강 회장님, 아직도 인수하실 생각이 있습니까?”한승재는 알면서도 강책에게 물었다. 재무팀 직원도 데리고 오지 않은 강책이 어떻게 인수를 하겠는가?강책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희는 현재 한광 하이테크의 시가총액을 인수할 능력이 안 됩니다. 오늘 이 이야기를 드리러 온 겁니다.”강책의 말에 한승재는 웃음이 터졌다. 다른 사람의 주눅 든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통쾌하다!한승재는 비웃으며 말했다. “강 회장님, 정말입니까?”“네.”한승재가 손가락을 ‘탁’하고 치자 정부 당국 측 사람 두 명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한승재는 일어나서 두 사람을 맞이하고 자리에 앉혔다. 한승재는 계속해서 말했다. “강 회장님, 소개 드릴게요. 이 두 분은 정부 당국에서 인수 심사 처리를 담당하고 계신 법률가입니다. 공증인으로 두 분을 불렀습니다. 오늘 강 회장님께서 인수를 포기하면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불법 계약이므로 잠시 후에 법률가 두 분이 법적 처벌을 내릴 겁니다. 강 회장님, 의견 있습니까?”강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없습니다. 그런데 가짜 회장 한승재 씨는 이제 그만 나가보셔도 되지 않습니까? 저는 당신 배후에 있는 진짜 회장을 만나고 싶습니다.”당황한 한승재는 문 쪽을
“당신은 마음이 너무 약하고, 자부심이 강해요. 마음이 약하면 본인이 책임지지 않아도 될 위험까지 떠안아야 하죠. 그리고 자부심이 강하면 눈이 멀어 진상을 볼 수 없게 되죠.” 로형민은 기침을 하고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저는 강책 씨가 대단한 것 같네요. 당신은 유일하게 처음으로 저를 이 지경까지 몰아넣은 사람이니 정말 대단합니다. 저를 이렇게 대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저를 이렇게 진지하게 상대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강책 씨, 끝까지 온 힘을 다해 저를 상대한 것만으로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세요. 억울하게 진 것이 아닙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것을 알아두세요. 강책 씨 위에 제가 있으니 비참하시겠어요.”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한때 대단하고 총명했던 강책을 비웃으며 쳐다봤다. 이것으로 이 세상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발 한 번 잘못 들였다가 경성의 우두머리에게 잡아먹힐 것이다. 이것은 무적의 강책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강책은 감탄하며 로형민에게 말했다. “로형민 씨, 허술한 틈을 타 주식을 저격할 생각해 내다니, 머리가 참 좋군요. 저의 약한 마음을 잘 이용하셨네요. 게다가 의향 계약서 계약 기간도 2주나 벌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하지만 정당하게 쓰이지 못해 안타깝네요.”로형민은 웃으며 말했다. “저한테는 당신을 상대하는 것이 정당하게 쓰는 겁니다. 됐습니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이제 빨리 진행합시다. 강책 씨, 방금 뭐라고 하셨죠? 한광 하이테크 인수를 포기하신다고 하셨죠?”강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저는 한광 하이테크를 인수할 돈이 없기 때문에 인수를 포기하겠습니다.”“네.” 로형민은 법률사들에게 물었다. “두 분은 어떻게 처리하실 건가요?”법률사들은 매우 신중하게 실태를 확인했다. 한 법률사가 대답했다. 강책 씨는 이미 인수의향서에 서명을 하셨고, 한광 하이테크에서 어떠한 계약 위반 행위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강책 씨가 자금 부족으로 인수를 포기한 것은
도가 집안, 도국영은 새로운 소식을 듣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강책은 이제 끝났어요! 법률가 측에서 강책을 경성에서 추방한다고 발표했대요. 이번에는 저희가 완전히 이겼어요!”도국영의 말에 도영승의 얼굴에는 몇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꽃웃음이 피었다. 도영승은 수염을 만지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로형민, 실력이 아주 대단하네.”도영승은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강책이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끝날 때까지 마음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달랐다. 신비롭고 기이한 존재의 강책은 드디어 마력을 잃게 되었다. 도영승은 말했다. “강책, 너는 굴복하고 조용히 내 밑에서 일하면 돼. 그래도 혈연관계이니 너를 도와줄 수도 있지. 그런데 기어코 나한테 맞서다니, 하하!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줄도 모르고 주제넘는 짓을 하다니, 도가 집안이 왜 경성 3대 가문 중 하나로 불리는 줄 알아? 도가 집안의 명성이 쉽게 만들어진 줄 알아? 고작 네 힘으로 도가 집안을 물리치려 하다니, 꿈 깨!”도국영은 도영승에게 와인 잔을 건네받고 말했다. “할아버지, 건배해요. 눈엣가시인 강책을 처리한 것을 위하여!”도영승은 웃으며 와인 잔을 건네받고 건배를 했다. 마치 모든 것이 이렇게 끝난 것 같았다. 그 시각 한광 하이테크 회의실, 한승재는 사람들과 축하를 즐기고 있었다. 법률가는 강책에게 말했다. “저희가 내린 처벌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불만이 있습니까?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법률가가 강책을 배려하고 한 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법률가가 강책의 반격을 유도하려는 속셈인 줄은 아무도 몰랐다. 진정한 반격이 시작됐다!강책은 갑자기 의기양양하게 두 눈을 번뜩 떴다. 마치 잠에서 깬 사자처럼 늠름한 자태였다. 강책의 눈빛으로 시끌벅적했던 회의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맞은편에 있던 로형민은 가슴이 덜컹했다. 강책의 번뜩이는 눈빛을 볼 때마 안 좋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뭔가 느낌이 좋지 않
“알겠습니까? 베르 하이테크이든 모리 하이테크이든, 또는 강책 씨의 다른 회사이든 모두 다 경성을 떠나야 합니다.”로형민은 미소를 지었다. 베르 하이테크가 인수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베르 하이테크는 모리 하이테크의 자회사로 모든 권력과 주식을 강책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강책에게 처벌을 내릴 수 있다.”위험 이전?전혀 그럴 리 없다!법률가는 기침을 하고 말했다. “강 회장님, 방금 로형민 회장님께서 저희를 대신해서 설명해 드렸는데, 혹시 이해되셨나요? 아직도 궁금한 점 있으신가요?”강책은 전혀 조급해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로형민의 웃음기를 잠재울 수 있는 말을 꺼냈다. 강책은 침착하게 말했다. “만약 베르 하이테크가 모리 하이테크의 자회사가 아니라면요? 두 회사가 아무 관계가 없다면 어떻게 됩니까?”‘뭐? 이게 무슨 소리지?’로형민은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한승재를 보고 물었다. “정말이야?”한승재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한승재는 참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저.. 저는 모릅니다. 저는 단지 베르 하이테크 주식 보유자만 알아봤을 뿐이지, 베르 하이테크가 모리 하이테크 소속인지는 알아보지 않았습니다.”“개 같은 놈!” 로형민은 한승재를 발로 걷어찼다. 이때, 강책은 준비된 자료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법률가님, 보십시오. 이 자료는 베르 하이테크와 모리 하이테크가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두 법률가는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회사는 전혀 상관없었다. 로형민은 넋이 나갔다. 설마 강책이 처음부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건가?로형민은 말했다. “베르 하이테크는 모리 하이테크의 소속이 아니지만 강책 씨가 지분 100%를 모두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공증인님, 어떻게 처벌하실 건가요?”두 법률가는 한참을 상의했다. 한 법률가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베르 하이테크는 모리 하이테크에 속하지 않지만 강책 씨가 지분 100
회의실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사람들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책을 귀신 보듯 쳐다봤다. 어떻게 로형민이 농담으로 한 말이 사실이 됐을까?잠시 후. 로형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강 회장님, 농담도 잘하시네요. 강 회장님이 주식 소유자면 한광 하이테크는 강 회장님 회사 아닙니까? 하하, 강 회장님이 하신 농담은 하나도 재미없습니다.”강책은 아무 말 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로형민을 쳐다봤다. 로형민은 무서워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로형민은 온몸이 싸늘해지며 마음이 편안치 않았다. 로형민은 강책의 강렬한 눈빛을 보고 본인이 맞이할 결말을 본듯했다. “절대 그럴 리 없어!”두려움이 극에 달하면 분노가 된다.로형민은 두려움이 극에 달해 분노하기 시작했다. 로형민은 테이블을 ‘탁’하고 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강책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그럴 리 없습니다. 누가 자기 회사도 아닌데 인수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것도 자기 돈으로요? 만약 인수를 성공하면 남 좋기만 한 거 아니에요? 누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합니까? 아니면 강 회장님이 진작에 제 계획을 꿰뚫어 보고 대비한 건가요?”사실 이는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로형민 밑에 한승재가 있다는 사실을 외부인들은 전혀 몰랐다. 게다가 그 당시 한승재와 한광 하이테크의 평판이 모두 좋았다. 강책의 실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는 없다. 적어도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지 않는 한 그럴 리 없다. 로형민의 예리한 질문에 강책은 조용히 대답했다. “못 믿으시겠으면 한광 하이테크 주식 소유자가 누군지 조사해 보세요. 정부 당국에 문의하면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 절대 조작이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강책이 괜한 거짓말로 조작할 필요가 없다. 말문이 막힌 로형민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놀란 눈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강책은 담담하게 말했다. “로형민 씨, 그렇게 놀랄 필요 없습니다. 로형민 씨가 주
“스파이 찾을 필요 없어.” 여자의 간결한 말은 로형민의 가슴에 박혔다. 로형민은 확인할 필요도 없이 여자가 누군지 이미 알고 있었다. 로형민에게 매우 익숙한 목소리였다. 다른 사람이 아닌, 로형민이 밤낮으로 그리워하던 로라였다!“그럴 리 없어.”로형민은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로라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안 돼, 그럴 리 없어, 절대 안 돼.”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말 로라였다. 로라는 의자에 앉아 가만히 테이블을 쳐다봤다.잠시 후, 로라는 매우 차분한 목소리로 깜짝 놀랄만한 진실을 말했다. “나야, 한광 하이테크의 진짜 주식 소유자.”쿵!!!로형민은 로라의 말을 듣고 마치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듯했다. 로형민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준 사람이 바로 가장 사랑하는 로라라니?로형민은 로라를 뼛속까지 사랑했고, 로형민과 로라는 서로가 하나뿐인 가족이었기 때문에 본인 이외에 로라를 보호할 수 없도록 했다.로라는 절대 로형민을 배신할 수 없다. 게다가 로라는 강책과 갈등이 가장 깊은 사람 아닌가? 강책을 죽도록 원망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더욱이 강책과 협력해서 로형민을 속일 리 없다. 로형민은 소리치며 말했다. “로라야, 아니지? 나랑 농담하는 거지?”지금 이 상황에 어떻게 농담을 할 수 있을까?로라는 고개를 돌려 분노와 차가운 눈빛으로 로형민을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로형민은 그제야 사실임을 믿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강책이 로형민을 속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로라밖에 없다. 로형민이 제일 신뢰하는 로라는 모든 플랜이 어떻게 계획됐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로라는 강책에게 첫 단계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모두 알려줄 수 있었다. 로라는 계획을 알려줬을 뿐만 아니라, 강책과 손을 잡고 로형민을 속였다 로라는 자신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베르 하이테크를 강책이 대신 지분을 소유하게 한 후 베르 하이테크로 한광 하이테크를 인수했다. 이렇게 되면 로형민의 함정은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