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승제가 태연하게 말했다.“그냥 해본 말이에요. 나흘 동안은 여기 있을 생각이니까 방 하나 준비해 주세요. 반씨 가문 쪽에는 제 상황 알리지 마시고요.”“걱정하지 마세요. 반승제씨 비밀이 새어 나갈 일은 없습니다.”이윽고 반승제는 유일한 스위트룸으로 안내되었다.반승제가 나가고 남자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아까 그 말을 다른 사람들이 들었다면 일이 아주 복잡해졌을 것이다.그는 서둘러 청소부를 불러 당부했다.“요 며칠 동안 반승제 씨한테 각별히 신경 써주세요. 원하시는 게 있으면 다 들어 드리고요. 하루 세 끼는 시간 맞춰 꼬박꼬박 드려야 해요, 아셨죠?”“네, 알겠습니다.”반승제는 스위트룸에 들어온 후 창가 옆의 의자에 앉았다.스위트룸은 꽤 조용했다.그는 핸드폰을 꺼내서 성혜인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다. 아마 반씨 가문의 일에 관해서 물어보려고 했을 것이다.그는 자신이 대외로는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는 걸 상기하며 전화를 꺼버리고 한쪽으로 치워버렸다.그러고는 창밖을 바라보며 턱을 괴고는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성혜인이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반승제의 전화기는 이미 꺼져 있었다.그녀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에 예전에 일하면서 알게 됐던 사람들에게 일일이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다들 반승제와 관련된 일이라는 걸 알고는 도우려 하지 않았다.지금 반승제는 거의 범인으로 확정된 상태라 서주혁과 온시환조차 도우려 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도우려 할 리가 없었다.그녀는 마지막으로 진세운을 찾아갔다. 서주혁과 온시환이 바로 그녀를 거절한 데 비해 진세운은 적어도 그녀와 만나 주기라도 했다.그녀는 바로 차를 몰고 병원에 도착해 진세운의 개인 사무실로 들어갔다.진세운은 방금 수술을 끝냈는지 손을 소독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온 것을 보더니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앉으세요.”성혜인이 자리앉자, 진세연은 엉뚱한 말을 꺼냈다.“제가 알아본 데 의하면 성혜인씨는 성씨 가문의 친딸이
때문에 지금 그녀에게 이 문자를 보낸 사람은 배현우를 알고 심지어 배현우와 그녀 둘만의 약속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성혜인은 편지를 열어 그 남자의 따스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그녀는 그가 정말로 죽었는지 알고 싶었다.그건 오랜 시간 동안 그녀를 괴롭힌 수수께끼였고 새벽에 잠을 깨우는 악몽이었다.만약 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고 그의 신분과 진짜 이름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이 반지와 편지는 영원히 그녀의 마음에 혹처럼 남아 있을 것이다.그리고 반승제의 마음에 혹처럼 남을 것이기도 했다.성혜인은 한숨을 쉬며 물건을 상자에 잠가놓고 다시 한번 진세운을 찾아갔다.진세운은 그녀가 떠난 지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찾아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진세운 씨, 정말 반승제 씨가 괜찮을 거라고 확신하시는 거죠? 그에게 방법이 있을 거라고.”진세운이 의료용 장갑을 벗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주혁이가 이렇게 덤덤한 걸 보면 뭔가를 알고 있는 게 분명해요. 서주혁이 당황하기 시작했다면 그때는 정말로 문제가 생긴 걸 테고요.”성혜인이 한숨을 쉬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다면 전 볼 일이 있어서 며칠 동안 제원을 좀 떠나 있어야겠어요.”진세운이 그녀를 흘깃 보더니 정곡을 찔렀다.“결정을 하시려나 보네요.”“네.”“미리 축하해요.”진세운이 자신의 명함을 한 장 꺼내서 그녀에게 쥐여주더니 웃으며 말했다.“만약 승제를 선택한다면 앞으로 저한테 와서 진찰받으세요. 전부 반값으로 해드릴 테니까.”명함을 받은 성혜인은 우중충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며 동시에 좀 어이가 없어지는 걸 느꼈다.그녀는 병원을 나와 메시지에서 봤던 주소로 차를 몰았다.옆도시의 마을에 도착하면 이미 다음날이었다. 그렇기에 반승제의 베팅 계약이 끝나기 전에 그녀는 돌아올 수 없을 가능성이 컸다.현재로서 그녀는 반승제가 괜찮을 거라던 진세운의 말을 믿는 방법밖에 없었다.만약 정말로 반승제에게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반기훈이 있는 곳을 찾아가 소식을
심인우는 웬만하면 성혜인의 편을 들어 주고 싶었지만 그래도 성혜인이 왜 꼭 지금, 이 타이밍에 떠나야 했는지 몰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솔직히 말해 심인우도 성혜인에게 약간 실망했다. 그는 그래도 성혜인이 며칠은 더 애써 줄 줄 알았다. 비록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대표님을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하지만 그녀는 포기가 너무 빨랐고 이번 일은 그녀가 과연 반승제를 좋아하긴 했나 의심하도록 만들었다.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졌고 반승제는 창밖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창밖은 이미 땅거미가 졌다.이 밤, 아마 많은 사람이 잠들지 못할 것이다.많은 사람이 반씨 가문의 미래를 궁금해할 것이고 또 많은 사람이 반승제의 결말을 궁금해할 것이다.불세출의 반승제, 결국 이렇게 무너지는 것인가.모든 사람이 시간이 빨리 가길 바라고 있을 때, 오직 반승제만이 어두운 눈빛으로 날마다 하염없이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이튿날.성혜인은 중간에 길을 잃고 헤매다가 시간이 조금 지체되어 오후가 되어서야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그녀는 메시지가 온 번호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사람이 없어 하는 수 없이 일단 민박을 잡았다.저녁 7시, 그녀가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고 이번엔 몇 초간 연결이 되는가 싶더니 바로 전화가 끊어졌다.그녀는 창가에 앉아 마을을 가로질러 흘러내리는 강물과 그 위에 떠 있는 몇 척의 배를 바라보았다.마을엔 고즈넉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고 그 덕에 지난 몇 년간 여행객이 끊임없이 찾아왔었다.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을 때, 별안간 핸드폰이 울리더니 메시지로 한 가게의 이름이 도착했다.성혜인은 반지와 편지를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 사람들에게 가게의 위치를 물으며 그곳을 찾아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에 도착한 성혜인은 종업원을 따라 정원으로 들어갔다.정원에는 정원 전체를 가릴 만큼 큰 그늘을 가진 나무가 중간에 버티고 서 있었는데, 나뭇가지에는 소원을 적은 붉은 끈이 몇 개 묶여 있었다.도시
”반승우, 가식 떨지 말고 인정해. 넌 내가 제일 잘 알아, 너 그녀를 독점하고 싶은 거잖아.”이미 완전히 기절한 성혜인은 그들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제원.시간은 이미 이틀이나 지났다. 반승제는 혹시나 성혜인이 자신을 보러 오진 않을지 하고 기대하고 있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말이다.하지만 성혜인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심인우만 두 번째 방문했다.“성혜인은 아직도 안 왔어?”“네, 하지만 방금 회사 측에 연락해 봤는데 페니 아가씨께서 한 주 뒤의 스케줄을 이미 다 잡아놨다고 하십니다. 결국 한 주가 지나서야 돌아오실 것 같아요. 아직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반승제는 얼굴을 구긴 채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았다.창밖은 이미 노을이 지고 있었는데, 지는 태양이 마치 자신의 자작극을 비웃는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들었다.반승제는 실망한 듯 눈을 내리깔았다.“대표님, 혹시 페니 아가씨가 도움을 구하러 밖으로 나간 건 아닐까요?”하지만 심인우의 위로는 반승제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성혜인이 만약 정말 도움을 구하러 간 것이었다면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제원을 떠났을 리가 없었다.그가 손가락을 몇 번 탁자에 두드리고 있을 때, 바로 몇 분 전에 켠 핸드폰이 울리더니 낯선 번호로부터 한 장의 사진이 도착했다.그는 한눈에 사진 속의 성혜인을 알아봤다.그리고 사진 속에는 등을 보인 한 남자도 있었는데, 그는 마치 그녀의 귓가에 키스라도 하려는 듯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둘 사이의 거리는 아주 가까워서 서로의 호흡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길가의 등불이 어두워서 성혜인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딱히 반항하지 않고 얌전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반승제는 사진을 보고는 눈빛이 약간 차가워졌을 뿐, 핸드폰을 한쪽에 치워 버리고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리고 문자를 보낸 사람도 보통이 아닌 것이, 의미심장한 사진 한 장만을 보냈을 뿐 아무런 사족도 붙이지 않았다.나흘 후.반승제와 한성
장사장 이마의 땀이 점점 많아지자 반기범은 사람을 시켜 회의실의 에어컨을 켜게 했다.여름이 다가오고 있는지라 확실히 조금 덥긴 했다.“장사장님, 사람을 시켜서 차가운 차를 한잔 내오게 할게요.”장사장은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가 어찌 이 사람들이 주는 차를 마실 수 있을까. 차라도 한잔 얻어 마셨다가 반승제 씨가 배신이라고 생각하면 큰일이었다.장사장은 반승제보다 20살이나 많았지만 그를 대하는 태도에는 존경이 가득했다.하지만 반기범을 대할 때는 사뭇 다른 태도로 손을 휘휘 젓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앉아만 있었다.반기범은 깍듯한 태도로 장사장을 대했다. 왜냐면 그의 손을 통해야만 20%의 지분을 얻을 수 있으니까.어느덧 시간이 흘러 반 시간만을 남겨두고 있었을 때, 회의실 내 반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반승제는 아직 나오지도 못하고 있다던데. 그럼 이 베팅 계약이 끝나고 그를 도와줄 사람이 있기나 할까요?”“누가 도와준다고 그래요. 그가 거들먹거리는 걸 아니꼽게 본 사람이 어디 한두 명이에요? 우리보다 어린 주제에 목을 빳빳하게 세우고 다니는 게 얼마나 꼴 보기 싫었던지. 한 번쯤 밟아줄 때도 됐어요. 아니면 세상을 너무 쉽게 안다니까요.”“그리고 그 성혜인도 베팅 계약이 끝나기만 하면 진짜로 스카이웨어에 데려가서 손님 접대 시킬 거예요. 아가씨나 시키고 술이나 따르게 하죠. 성혜인도 우리 반씨 가문에 빚진 게 있잖아요. 그녀가 살고 있는 포레스트가 반씨 가문의 돈이 아니면 뭐예요?”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반승제의 주식을 탐낼 뿐만 아니라 포레스트도 탐내고 있었다.포레스트는 값이 꽤 나갔다. 반회장님이 그녀를 얼마나 좋아했으면 포레스트를 그녀에게 결혼 전 재산으로 선물 해줬을까.몇백억의 값이 나가는 집인데 눈독을 들이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집을 팔기만 해도 그 돈으로 여러 항목에 투자할 수 있었다.사람들은 눈이 붉게 충혈된 채 서로를 흘깃흘깃 쳐다봤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을 뺀 모든 사람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오직 한성 그룹의 장사장만이 분위기에 끼지 못하고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경멸이 가득했다.계약만료 기한까지 3분 정도 남았을 때, 반씨 가문의 사람들은 BH 그룹의 임원들을 불러 반기범이 BH 그룹의 새로운 대표가 되었음을 발표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모두 반기범에게 잘 보이려고 안달 난 상태였기에, 어떤 사람은 참지 못하고 회의실 문을 활짝 열고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임원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이번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저번 회의에 참석한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다만 저번 회의 때 반승제 측에 서있던 사람들이 희망에 찬 표정을 하고 있었다면, 이번 회의 때는 이미 반기범의 사람들에게 내리 나흘 동안 타격을 받았는지라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반승현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웃음기를 띠며 말했다.“모두 다 모였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중요한 발표를 하나 하겠습니다. 앞으로 BH 그룹의 대표는 저희 아버지십니다.”회의실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고 반기범 측의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이 떨어져라 박수를 치고 있었다.반기범도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흥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꿈에서도 자신이 반승제를 무너뜨리고 대표가 되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는 오래 전 장사장과 체결 했던 계약서를 가져오며 애써 담백한 목소리로 말했다.“장사장님, 이제 당신에게 있던 BH 그룹의 20% 의 지분은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계약에 따라 두 배의 가격을 지불하고 사들이도록 하죠.”장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회의실 문 쪽에 계속 시선을 두었다.반기범은 장사장 손에 있는 지분을 사기 위해 모든 걸 걸었다고 할 수 있었다.집도 담보로 내놓고, 수중에 있는 현금도 모두 긁어모았고, 심지어 은행으로부터 4,000억을 대출받기까지 했다.반기범은 20% 의 지분을 손에 넣고, 가지고 있는 다른 몇 개의 주식을 팔아서야 저당잡힌 자신의 지분과 집을 돌려 받을 수 있었다.회의실
반승제는 자리에 앉더니 탁자 위로 손가락을 톡톡 두드렸다.지난번 회의와 똑같이 진행되는 상황에 반기범 측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반기범을 바라보았고, 반기범은 주먹을 꼭 쥔 채 낯빛이 파랗게 변해 있었다.“베팅 계약은 끝났고 승제 네 손에 있던 20%의 지분은 이미 내 손에 넘어왔어. 지금 여기 온건 네 얼굴에 먹칠 하는 것 밖엔 안 돼.”반승제가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계를 흘깃 보았다.굳이 반승제가 입을 열 필요도 없이 장 사장이 대신 말해주었다다.“끝났든 안 끝났든 그게 무슨 상관이죠? 반승제 씨는 다른 방법이 있을 거예요. 애초에 저는 한성 그룹의 5%의 지분도 반승제 씨한테 주려고 했어요. 근데 반대표님이 한사코 사양하셔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지금껏 가지고 있었던 거고요.”장사장은 지금까지 반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을 대하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태도로 반승제에게 살갑게 굴고 있었다.장사장의 말이 대체 무슨 뜻일까?그가 지분을 반승제에게 주려고 했다는 건 반승제는 이미 이 베팅 계약에서 이긴 것이나 다름 없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베팅 계약이 끝난 후에야 느긋하게 현장에 도착했다.‘말도 안 돼!’반기범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장사장에게 화를 냈다.“장사장님, 지금 그게 무슨 뜻이죠?”“무슨 뜻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반승제 씨는 이기고 싶지 않았던 거라고요.”장사장은 혹시 반승제가 더워할세라 곁에 있던 서류를 가져와 그에게 부채질을 해주었다.심인우는 반승제에게 아부를 떠는 장사장을 보며 겨우 웃음을 참았다.일전에 대표님이 장사장은 형세를 잘 읽고 눈치를 잘 보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는데 그 말에 하나도 틀린 점이 없었다.현장에 있던 반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이기고 싶지 않다니, 반승제 너 허세 부리지마. 너한테 당한 게 얼만데 아직도 우리가 널 믿을 거 같아?”“그래, 맞아. 그러게 누가 어른들한테 그 따위로 대하라고 했어? 네 형이랑 비하면 넌 아직 멀었어.”“원래
반승제는 상석에 앉아서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1분이 지난 후 그가 반기범에게 말했다.“둘째 큰아버지, 장사장님 손에 있는 20% 의 지분을 사기 위해 집도 내놓으시고, 현금도 내놓으시고, 심지어 은행에 4000억도 빌리셨다면서요. 이제 어쩌시려고요.”그는 웃음을 지으며 현장에 있는 다른 반씨 가문의 사람들도 쭉 보았다.아까까지 의기양양하던 사람들은 모두 목을 움츠린 채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반승제는 담백한 시선으로 그들을 훑어 보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마치 찬바람이 살을 후벼파는 듯했다.사람들은 모두 얼굴을 굳힌 채 서로 눈치만 보기 바빴지 아무도 반승제에게 말을 걸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말도 안 돼. 이건 절대 말도 안 돼! 반승제, 네가 분명 더러운 수단을 썼을 게 뻔해.”몇 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일이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던 찰나 반기범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다.반승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반기범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그 누구도 봐주지 않았다.“작은 아버지 손에는 현재 방금 사들인 20% 의 지분 밖에 없어요. 2가지 선택지를 드릴게요. 방금 그 지분을 시장가의 절반 가격으로 저한테 파세요, 그러면 제가 은행에 빚진 4000억을 갚아 드릴게요. 다른 한 가지 선택지는 제가 지금 당장 BH 그룹의 주식을 내려쳐서 당신 손에 있는 주식을 종이 쪼가리로 만들어 버리는 거죠. 어차피 저한테 있어서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으니까요.”2가지 선택지 모두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반승제가 이 미친 짓을 저지르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는 반기범에게 선택지를 주는 듯했지만 결국 두 선택지 모두 죽음으로 가는 길이었다.반기범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30% 의 주식을 저당잡히고, 또 두 배의 시장가격을 내세워서야 겨우 20% 의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지금 반승제에게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팔아 버린다면 그는 몇천억을 빚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