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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예물

“민지야, 내일 혹시 시간 있어? 우리 밥이라도 같이 먹지 않을래?”

성혜인의 질문에 강민지는 한참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내일은 안 될 것 같아. 내가 요즘 좀 바빠서... 그럼 다음에 다시 연락하자!”

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난번부터 예준 씨 사촌 동생이 수술받는다고 하더니, 아직도 못 끝낸 건가?’

성혜인이 물어보려는 순간 강민지는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래서 그녀도 신경을 껐다.

“왈왈!”

이때 겨울이가 성혜인이 기분 좋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이 마당을 마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성혜인도 그를 말리지는 않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바라보기만 했다.

이튿날 아침, 성혜인은 S.M으로 향했다. 그리고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반승제를 발견하고 우뚝 멈춰 섰다.

너무나도 낯선 환경과 인물의 조합에 그녀는 순간 환각을 보는 줄 알았다. 그리고 뒤늦게 반승제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켰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는 아마 여기에 오기까지 만반의 조사를 했을 것이다.

반승제는 성혜인의 자리에 앉아서 회사 자료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들어온 것도 발견하지도 못한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여기가 평소 출근하는 사무실이었어? SY그룹의 발전 루트는 영화계로 틀어버렸네. 시환의 영화에 이어서 다음 작품도 대박을 터트렸고.’

“대표님, 여기에서 뭐 하세요?”

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반승제가 들고 있는 계약서와 같은 것을 바라봤다. 이제야 성혜인이 들어온 것을 발견한 그는 몸을 일으키면서 들고 있던 서류를 내밀었다. 이는 다름 아닌 그가 회수하려던 부동산의 양도 계약서였다.

“받아, 선물이야.”

반승제는 덤덤한 말투와 반대되는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성혜인을 힐끗 봤다. 그녀는 단호한 태도로 계약서를 밀어내면서 말했다.

“됐어요. 원래 가격대로 임대만 해주세요. 앞으로 더는 귀찮은 일을 만들지 마시고요.”

반승제는 고개를 숙였다. 선물 하나 주는 것도 이토록 비굴할 수 있다는 건 또 처음 알았다.

그는 손을 뻗어 성혜인을 붙잡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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