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승제는 덤덤한 척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서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앞으로 다시는 연락하지 마요.”“...”서민규는 소리 내어 대답하지도 못하고 크게 머리만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갔다.사무실에 혼자 남은 반승제는 신이한과 설우현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재벌가 출신이라 손 쓰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또 온수빈이 있었다.‘젠장, 무슨 남자가 이렇게 많아?’속으로 투덜대던 반승제는 진짜 남편인 자신이 ‘내연남’들과 함께 대기 번호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고 생각하자 또 코끝이 찡했다.‘일단 신이한부터 처리해야겠어. 지금으로서는 가장 위협이 되는 인간이야.’반승제는 핸드폰을 들고 신이한에게 전화를 걸었다.같은 시각, 핸드폰 화면에 뜬 반승제의 이름을 본 신이한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척을 져서 좋을 것 하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비아냥대면서 전화를 받았다.“혜인 씨의 전남편분이 저한테는 무슨 일로 전화를 걸었을까요?”“페니가 성혜인이라는 걸 언제부터 알았어요?”반승제는 신이한의 비아냥을 무시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가 오래전부터 성혜인의 남편을 흉보고 다닌 걸 봐서는 페니가 성혜인이라는 것도 진작 안 것 같았기 때문이다.“아~ 그거요? 너무 오래전 일이라 가물가물한데요.”반승제의 안색은 빠르게 식었다. 그리고 또다시 염라대왕에 빙의 되어서 싸늘하게 물었다.“신 대표는 뭐가 그렇게 득의양양한 거예요?”반승제의 말에서 조급함을 알아차린 신이한은 피식 웃으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하하.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좀 긴데, 끝까지 들어줄 수 있겠어요? 일단 첫째로 저는 혜인 씨가 먼저 말해줘서 알았어요. 대표님처럼 우연히, 마지못해, 어쩌다 보니 알게 된 것과는 다르죠. 만약 회장님이 없으셨더라면 대표님은 아직도 모르고 있었을걸요? 그리고 둘째로...”뚝.반승제는 신이한의 말을 마저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자 신이한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는 한편 약간 불안하기도 했다. 혹시라도 성
남자의 이름은 조강우라고 했다. 그와 도송애가 한서진에게 불만을 품었기에 이번 소란이 일어난 것이기도 했다.사실 한서진은 오늘 여자를 구하러 이곳에 왔다. 그러나 여자가 원해서 ‘쉬운 길’을 선택한 걸 알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앞으로의 일은 그와 상관없기도 했다.‘아쉽게 됐네. 능력 있는 좋은 애였는데.’도송애는 손을 들어 한서진의 어깨를 툭툭 쳤다.“이만 네 우매함을 인정하고 물러나. 본인들이 원해서 선택한 쉬운 길을 막으려고 할 게 뭐야? 연예계에서 일하려면 융통성도 배워야지. 한 매니저 아래로 여자 연예인 한 명 더 있었지?”도송애의 말이 기분 나빴던 한서진은 그녀의 손을 단호하게 쳐내더니 안경을 슥 올리면서 말했다.“그건 제가 알아서 할 겁니다.”도성애의 표정은 차갑게 식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한서진이 굴복하지 않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한 매니저, 위약금을 물지 못하면 감옥에 갈 수도 있어. 근데 꼭 계약을 해지해야 할까?”“전에도 말했지만 위약금도 제가 알아서 해결할 겁니다.”“그래도 그동안 같이 일한 정이 있는데 위약금을 좀 깎아 줄게. 대신 네 손에 있는 다른 애를 데려와, 괜찮지?”한서진은 안경 뒤로 예리한 눈빛을 쏘아내면서 단호하게 말했다.“대표님이 양심을 버렸다고 해서 저도 버려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한서진이 말을 마치자마자 도성애는 그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 그러자 그의 입꼬리에서는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런데도 표정은 담담하기만 했다.“한 매니저,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부하 직원 주제에 감히 대표의 명령을 거역해? 너는 내가 살라면 살고, 죽으라면 죽어야 하는 사람이야. 이게 어디서 감히 설교하고 있어?”한서진은 피식 웃으면서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건장한 경호원들이 막고 있었다. 아무래도 도송애가 그를 쉽게 보내주지 않을 생각인 듯했다. 애초에 오늘 이 자리가 치밀한 함정이었을지도 모른다.“내일 한 매니저의 기사가 인터넷을 도배할 거야. 여자 연예인 성추행으로 사진까
조강우와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 도송애는 당연히 그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연예계 사업에 오래도록 몸담은 그는 미인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었다.“혹시 마음에 들어요?”조강우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도송애는 빠르게 이해득실을 따져보기 시작했다.성혜인을 건드리기에는 반씨 가문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미 이혼한 사이에 반승제가 간섭할 일은 없을 것 같았기에 그녀는 결국 경호원에게 눈치를 줬다.“일단 이쪽으로 끌어와.”두 명의 경호원은 성혜인의 팔을 잡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그 순간 그녀가 호신용 스프레이를 잽싸게 꺼내더니 두 사람의 눈에 뿌렸다.경호원이 절규하기 시작하자 그녀는 있는 힘껏 밖으로 뛰어갔다. 그러다 코너를 돌면서 한 남자의 품에 부딪히고 말았다.코끝에 익숙한 냄새가 맴돌기는 했지만, 그녀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곁으로 피해 계속해서 달리려는 찰나 허리가 붙잡혀 억지로 멈춰 서게 되었다.“어딜 그렇게 뛰어가? 설마 또 사고 쳤어?”성혜인의 귀가에는 반승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도송애의 경호원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연예인이나 상대하기 위해 고용된 경호원들은 당연히 반승제의 얼굴을 몰랐다. 물론 그가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도 몰라서 서슴없이 손을 뻗어 성혜인을 끌어내려고 했다.“좋은 말로 할 때 비키시죠. 이 여자는 우리 조 이사님 여자예요. 오늘 밤 조 이사님을 모셔야 한다고요.”반승제는 어두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성혜인을 더욱 꽉 끌어안으면서 또박또박 물었다.“조 이사는 또 누구야? 성혜인, 너 진짜...”반승제는 기가 막히다 못해 말이 다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빨리 대답해! 이번에는 또 어떤 새끼야?!”“대표님, 그게...”반승제의 상상력에 어이없었던 성혜인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래도 오해는 풀어보려고 했는데 반승제가 제풀에 서러워져서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이제는 사람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남자가 고픈 거야?!” 반승제가 말을 마치자
그러나 성혜인은 반승제를 무시한 채 단지 한서진을 바라볼 뿐이었다.한서진의 뒤에는 도송애의 경호원 두 명이 서 있었는데, 만약 그가 지금 성혜인의 제안에 수락하지 않는다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곧이어 그는 가볍게 웃으며 콧등에 걸쳐진 골드 빛 안경을 씩 올렸다.“좋습니다. 그 제안 받아들이도록 하죠.”이로써 성혜인은 목표를 달성했다. 그때 도송애가 입을 열었다.“위약금은 800억입니다. 성혜인 씨, 정말 내주실 거예요?”한서진이 아무리 잘나가고 뛰어난 능력을 갖춘 매니저라고 해도, 그가 성혜인의 회사를 위해 800억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누가 봐도 손해 보는 장사인데, 성혜인이 이걸 한다고? 한서진한테 다른 마음이 있는 건 아니고?’“반 대표님, 한 매니저는 올해 32살이세요. 확실히 성숙한 남자의 매력이 있습니다.”이건 도송애의 명백한 이간질이었지만, 반승제는 그 말에 속아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되레 무관심한 척, 차갑게 도송애를 바라보며 물었다.“혜인이가 낸다고 했으니, 이만 돌아가 보셔도 되는 거 아닌가요?”그러자 도송애의 안색이 삽시에 어두워졌다. 그가 이렇게 자신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멋쩍은 듯 웃었다.“네, 그럼 반 대표님께 더 폐 끼치지 않겠습니다.”뒤이어 그녀는 조강우에게 함께 떠나자는 눈짓을 보냈다.그러나 반승제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도 대표님, 저는 그저 도 대표님만 먼저 가시라고 말씀드린 겁니다.”이 말을 들은 조강우는 깜짝 놀라 순간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제가 눈만 있었지, 태산을 못 알아봤습니다! 정말 이 여성분이 반 대표님의 애인분일 줄 몰랐어요!”놀란 그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뚝뚝 흘러내렸다. 반승제는 비록 젊지만 수단이 악랄하고 엄해서, 쉬이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도송애도 감히 조강우를 위해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TJ 엔터의 임원이다.그녀가 숨을 크게 들이쉬자 입술마
말을 마치고 나서, 그는 먼저 한 걸음 물러서 떠났다.그러나 모퉁이를 돌 때, 결국 참지 못한 반승제는 성혜인을 힐끗 쳐다보았다.성혜인은 그를 쫓아오지 않았고, 그저 고개를 들어 한서진에게 무언가를 말하다가 “이쪽으로 모신다”라는 손짓을 할 뿐이었다.한서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두 사람은 다른 쪽을 향해 떠났다.반승제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 두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그는 입술을 굳게 오므렸다....성혜인과 한서진은 스카이웨어를 떠나 얘기를 나누기 위해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한서진은 손끝으로 티스푼을 움켜잡고 있었고, 성혜인은 그에게 S.M을 한 번 소개해 주었다.“어때요? 저희와 계약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제 손에 여자 연예인 한 명이 더 있습니다. 하지만 TJ 엔터 소속이에요. 적어도 그 애 자신은 계약을 해지하려고 들지 않을 겁니다. 능력 있는 좋은 애인데...”그 말인즉슨 성혜인에게 그 여자 연예인을 쟁취하라는 뜻이다.한서진의 손에는 그가 무명 시절 때부터 키워 일류 스타로 만든 연예인이 아주 많았다. 때문에 그가 능력 있고 좋은 사람이라고 설명한 이 여자 연예인은 장래에 틀림없이 큰 인물이 될 것이다.성혜인이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인재이다.“네, 그 여자 연예인 이름이 뭔가요?”“송아현이요.”한서진과 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한 후, 성혜인은 곧바로 장하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으나 여전히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걱정되었던 성혜인은 서둘러 차를 몰아 장하리가 사는 곳으로 향했다.집 문은 곧게 닫혀있지 않았다. 그리고 작게 생긴 틈 사이로 장하리와 방우찬의 소리가 들려왔다.“하리야, 그게 무슨 소리야? 너 지금 네 상사가 한 말 몇 마디 때문에 지금 나를 의심하는 거야?”옆에 있는 방우찬의 어머니, 김정순도 그를 거들었다.“정말 내 아들이 너한테 미안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면 헤어져! 우리 집이 무슨 네가 없으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방우찬 씨가 장 비서한테 얘기 안 한 거예요?”“오빠는 아이가 저한테 짐이 될까 봐 걱정했어요. 어머님도 그렇고요. 그래서 아이는 줄곧 다른 친척네 집에서 커왔습니다.”성혜인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문득 대담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아직 아무런 증거가 없어 지금 장하리에게 말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장비서, 지금 집에 가서 그 아이 머리카락과 방우찬 씨 머리카락 한 가닥씩만 가지고 와요.”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누구든 성혜인이 뭘 하려는 것인지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그때, 장하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그럴 리가 없습니다, 사장님. 이런 일로 농담하시면 안 돼요.”성혜인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장비서는 아직 방우찬 씨에게 시집을 가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하리 씨는 아직 외부인인 거죠. 장비서는 정말 방우찬 씨 어머니가 외부인을 위해 자신의 친아들을 밖에서 키웠을 거로 생각해요? 그 아이는 방우찬 씨 본인의 아이일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예전에는 하리 씨가 방우찬 씨에게 가장 좋은 선택권이었으니 그의 어머니도 이 사실이 들킬까 두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더 좋은 선택권이 생겼어요. 그러니 그의 어머니도 더 이상 하리 씨에게 들킬까 두려워하지 않는 거죠. 장비서 일에서는 아주 냉정하고 영리하잖아요, 근데 감정 앞에서는 왜 이렇게 흐리멍덩해요?”말을 끝마치고 나서, 성혜인은 장하리를 끌어 편의점에서 나왔다.“지금 당장 가서 머리카락 두 가닥 가져와요. 장 비서한테 이거 어려운 일 아니잖아요. 우리 같이 가서 친자 확인해 봅시다.”장하리는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입을 벌려보았지만 한참 동안 아무런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사장님, 우찬 오빠는 그런 일 안 했을 거예요...”“장하리 씨!”성혜인은 어느새 조금 화가 난 상태였다.“정신 좀 차려요. 지금은 그저 추측만 할 뿐이에요. 만약 그게 아니라면, 가장 좋은 거죠.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증거를 찾아야 한다.”감
방우찬은 원래 장하리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그 생각을 버렸다.그는 홍규연을 끌어안고 곧장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홍규연 자신도 방우찬이 이렇게 주동적일 줄은 몰랐다. 전에 그를 꼬실 때, 방우찬은 늘 머뭇머뭇 머뭇거렸으니 말이다.‘이제 완벽히 마음을 굳힌 건가?’“오빠, 드디어 그 여자랑 헤어지기로 결심한 거야?”방우찬은 그녀에게 키스하면서 천천히 옷을 풀어 헤쳤다.“조금만 더 시간을 줘.”그러자 홍규연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곧이어 두 사람은 함께 뒤엉키기 시작했다.“좋아, 하지만 오늘 밤 오빠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나 화낼 거야, 알았지?”방우찬이 피식 웃었다.“만족 시켜주겠다고 약속할게, 우리 공주님.”홍규연도 순간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뒤이어 방 안에서는 야릇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자의 목소리는 특히 높았고, 남자는 가끔 낮은 고함을 질러댔다.홍규연이 남자 친구를 찾는 기준은 꼭 침대에서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녀 역시 방우찬이 이렇게 괜찮을 줄 생각지 못했었는데, 그의 솜씨는 홍규연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게다가 그녀는 방우찬을 매우 좋아했다. 학력도 높고 얼굴도 괜찮으니 말이다.그렇게 두 사람은 새벽 4~5시까지 계속 실랑이를 벌이며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방우찬은 자신이 마치 옛날 공주를 모시던 어린 태감들처럼 홍규연을 만족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오빠, 장하리랑은 자봤어?”그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아예 만지지도 못하게 하던데.”방우찬의 말에 그녀는 조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진짜? 두 사람 약혼도 한 사이인데?”“하려고 하면 몸을 떠는 건 물론이고 토하기까지 하더라고. 그 바람에 한껏 오른 흥도 다 깨지고 말았지.”그러자 홍규연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그럼 그 여자에 대해 더 얘기하지 말자, 재수 없어.”재수 없다는 말에, 방우찬은 또 장하리에게 미안함을 느꼈다.하지만 홍규연은 돈도 많고, 얼굴도 예쁘
성혜인은 장하리에게 있어 아주 좋은 상사이자 친구였다.그녀는 머리카락 두 가닥을 넣은 물건을 성혜인에게 건네주었다.곧이어 성혜인은 그것을 받아들고 병원으로 들어가 진세운에게 건네주며 짧게 인사를 나눴다.“되도록 빨리 결과를 받고 싶어요.”그러자 진세운이 눈썹을 어루만지며 대답했다.“알겠어요, 지금 동료한테 검사해 보라고 할게요.”진세운은 그동안 줄곧 병원에서 수술을 하느라 바빴다. 그가 왔다는 소식에 많은 환자가 이곳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소문에 대해서는 그도 잘 알고 있었다.그는 성혜인을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천천히 입을 다물었다.진세운의 부탁 때문이었는지, 결과는 2시간 만에 나오게 되었다.종이 위의 글자를 보고, 장하리는 마치 벼락에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생물학적으로 친자관계임을 확인함.」방우찬에게는 아들이 있었다. 그것도 7년 전에 이미 말이다!하지만 7년 전의 그는 겨우 18살이었다.성혜인은 굳이 결과를 확인해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장하리의 표정에서 이미 답이 나왔기 때문이다.친자확인서가 장하리의 손가락 사이로 하늘하늘 떨어졌고, 그녀는 다리가 풀려 하마터면 땅에 무릎을 꿇을 뻔했다.“장비서!”성혜인은 서둘러 장하리를 부축했고, 옆에 있던 진세운도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현재 장하리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완전히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없었다.그렇게 그녀는 부축을 받으며 병실로 들어갔다. 뒤이어 입에 무언가 달달한 것이 들어왔고, 눈앞에는 온통 형형색색의 사물이 흔들렸다.“일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데다 저혈당까지 온 것 같습니다. 푹 쉬면 될 거예요.”의사가 말했다.성혜인은 병실 침대 옆에 서서 약간 안쓰러운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7년을 함께한 감정이 결국 온갖 속임수로 가득 찬 것이었다니...누구도 이 충격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하물며 그 상대는 다름 아닌 평생을 함께하기로 결정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장비서,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침대에 누워있던 장하리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