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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승제야, 나랑 하자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반승제는 한시름 놓았다. 하지만 그가 당장이라도 몸을 일으켜 성혜인을 안으려고 했을 때 예상 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승제야...”

윤단미는 룸 안에 한가득 퍼진 술 냄새와 반승제의 모습을 보고 금방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다. 눈빛에는 기쁨이 번져갔고 속으로는 신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빠르게 외투를 벗어 조각 같은 몸매를 드러냈다.

“승제야, 너 괜찮아? 내가 부축해 줄게.”

윤단미가 가까이 오자 성혜인과 완전히 다른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반승제가 아무 말도 없자 윤단미는 당연히 묵인으로 여겼다. 그리고 바로 무릎을 꿇으며 그의 바지 벨트를 풀려고 했다.

반승제는 몸을 뒤로 쓱 빼더니 덤덤한 말투로 물었다.

“어떻게 왔어?”

윤단미는 반승제의 질문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 다시 그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그에 의해 매정하게 내쳐지고 말았다.

“대답해, 어떻게 왔냐니까?!”

반승제는 언성을 높이면서 술병을 던졌다. 귀를 찌르는 쨍그랑 소리와 함께 술은 바닥으로 쏟아지고 말았다.

윤단미는 놀란 듯 창백한 안색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반승제의 뜻을 거스를 자신이 없었다. 왜냐하면 반승제가 정신을 차린 순간 윤씨 가문이 산산이 조각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토록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 보내는 것도 싫었다.

“승제야, 나랑 하자. 나 페니 씨보다 잘할 자신 있어. 난 진심으로 널 좋아한다고.”

반승제의 표정은 아주 차가웠다. 공기 속에 서리가 낄 정도로 말이다.

“계속 말 돌리는 걸 보면 6000억 원이 필요 없어졌나 봐?”

반승제의 말투는 아주 가벼웠다. 마치 세한그룹의 파산이 장난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윤단미는 이를 꽉 악물며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모, 모르는 사람의 문자를 받았어. 네가 여기에 있다는 문자... 난 그냥 속는 셈으로 한 번 와본 거야. 나한테 화내지 마...”

반승제는 모든 것이 이해된 듯 먼 곳을 바라봤다. 약 기운과 분노가 가슴에서 들끓어 올랐지만 정신만큼은 또렷했다.

‘어쩐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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