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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함정인 줄 알면서도

룸 앞에 도착한 반승제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성혜인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건 또 처음이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고 테이블에 놓인 수많은 술병이 반승제의 시선에 들어왔다. 그것도 전부 한 방에 훅 가는 도수 높은 술들이었다.

눈치 백단인 반승제는 금방 성혜인의 꼼수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별말 없이 룸 안으로 들어가 그녀가 술을 따르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마셔요, 대표님.”

반승제는 술잔을 매만지면서 성혜인을 바라봤다. 그녀의 표정은 아주 평온했다. 하지만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 분명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았다.

반승제는 알아차렸다. 이것은 함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도 그는 기꺼이 속아 넘어가기로 했다.

성혜인은 술잔을 잡은 채 움직이지 않는 반승제의 손에 자기 손을 겹쳤다.

“왜요? 혹시 오늘은 술 별로예요?”

이 순간 반승제는 미인계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술잔에 담긴 술을 단번에 원샷 했고 성혜인은 또다시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역시 시원하시네요.”

반승제는 지금의 상황이 웃기기만 했다. 만약 성혜인이 그를 술 취하게 하는 것으로 보복하려는 것이라면 너무나도 유치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성혜인만 즐겁다면 그는 기꺼이 취해줄 수 있었다.

반승제는 시선을 떨군 채 성혜인이 술을 따르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녀는 이번에 가장 독한 술을 한 잔 가득 채웠다.

“대표님, 만나게 되어서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한 잔 마실까요?”

성혜인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반승제는 눈썹을 튕기며 피식 웃었다.

“그래?”

“네.”

반승제는 또다시 술잔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로 마시지 않고 성혜인과 팔짱을 꼈다. 러브샷을 하려는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온 반승제에 성혜인은 몸을 흠칫 떨었다. 반승제는 술잔을 단번에 비웠는데도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운 나머지 머리카락이 다 스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성혜인은 알고 있었다. 반승제가 진작 자신의 유치한 수단을 보아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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