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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9화 잊은 셈 쳐

원진은 똑똑하고 영민했다. 그는 김상아를 몇 번 훑어보다가 가볍게 시선을 돌렸다.

“혹시 휴대전화 있어요? 친구한테 연락하고 싶은데.”

김상아는 연구기지에 들어갈 때부터 외부와 연계가 아예 차단 되었다. 그러니 휴대전화도 있을 리가 만무했다.

곁에 있던 동현이 제 머리를 콩콩 쳤다.

“아빠한테 있는데 고기 잡으러 갔어요. 내일 아침이 되어야 돌아올 거예요.”

원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맙다.”

동현이 겸연쩍게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괜찮아요. 형 배 안 고파요? 집에 생선 죽도 있어요! 가져다드릴게요.”

원진이 또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는 다른 사람과 친근하게 지낼 줄 몰랐기에 두 마디를 하고는 바로 눈을 감았다.

상처를 소독한 김상아가 자리를 떠나려 할 때 동현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누나, 집에 있는 잘생긴 형한테도 생선 죽 주지 않을래요?”

김상아는 무의식적으로 원진을 힐끗 보고는 나지막이 대답했다.

“동현이. 누나가 다른 사람 앞에서 형 말하지 말랬지? 그 사람은 잊은 셈 쳐.”

동현은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음을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김상아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떠났다.

원진은 주변 환경을 관찰하는 데에 능숙했다.

낯선 곳에서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신이 위험하지 않은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었다.

이 의사는 분명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보기에 연약해 보이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동현은 원진의 의심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생선 죽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형, 드셔요.”

“방금 의사 선생님 집에 사람이 있다고? 아는 사람이니?”

동현은 겨우 열한 살이고 아직 어린애였기에 숨길 줄 몰랐다.

김상아와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기 센 원진에게 밀려 저도 모르게 우물쭈물하게 되었다.

“아니... 아니요.”

“모르는 사람이라고?”

원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어보자 동현이 대답했다.

“네. 마을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잘생겼어요. 형처럼 잘생겼어요. 상아 누나가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제 더 묻지 마세요. 상아 누나가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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