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전 아빠 마중 가야겠어요. 배가 아마 도착했을 거예요.”동현은 우물쭈물 말을 했다. 누가 봐도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는 듯했다.그러나 이 편벽한 어촌에서 무엇을 숨길 수 있겠는가.원진은 내색하지 않고 걸어갔고 그의 뒤를 따르던 동현은 정신을 팔려 넘어지기도 했다.그런데 심하게 넘어지는 바람에 코에서 코피가 흘렀다. 원진이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말했다.“상아 누나네 집에 가서 치료해 달라고 하자.”상아를 언급하자 동현은 반사적으로 자신이 코를 막았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이런 작은 상처는 저절로 나을 수 있으니 신경 쓸 필요 없어요.”분명 상아를 그렇게나 존경했는데 이제는 상아를 언급하는 것도 이렇게 두려워하다니, 정말 이상했다.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동현이가 이상하다는 점은 누구든 알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아이를 일으켜 세운 후 천천히 동현이 집을 향해 걸었다.배가 뭍에 오를 때마다 북적거리는 마을이었지만 상아네 집과 이 씨 집 안에서 사람이 죽어났기 때문에 이번에는 해변에 마중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원진은 동현을 따라 바닷가로 나갔고 원래는 우울했던 동현은 다가오는 어선을 보고 신이 나서 해변에서 폴짝하였다.이윽고 배가 뭍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 물고기잡이에서는 바닷바람 때문에 수확이 크지 않아 선원 6명이 고작 2통의 고개를 잡았다.원래 물고기를 잡는 것은 도박과 마찬가지였다. 수확이 좋을 때는 1년도 버틸 수 있었지만 수확이 좋지 않으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야 했다.동현이 심각한 얼굴을 한 아버지를 보고 황급히 소리를 질렀다.“아빠! 아빠! 여기! 여기!”동현이 아버지의 이름은 진구였다. 그는 1년 내내 밖에서 바닷바람을 쐬었기 때문에 피부색이 검었다.물고기를 2통을 잡았으므로 한 집에는 5마리만 배급되었다. 이제 년 후에 바다로 나갈 기회가 한 번 남았다.원래는 이번의 고기잡이로 아이 학비를 좀 벌려고 했었는데.“동현아!”그가 소리를 지르며 한 손에 물고기 5마리를 들고 빠르게
“상아 누나랑 이 씨 아주머니가 싸우는 걸 봤는데 무슨 일로 싸운 건지 모르겠지만, 상아 누나가 이 씨 아주머니 머리를 만지는 순간 바로 쓰러졌어요. 그런데 이 씨 아주머니가 죽었다고 하니 무서운 거예요. 누나가 제 아빠도 만졌다가 죽으면 어떡해요. ”원래부터 상아를 의심하던 원진은 동현이 말에 순간 흥미가 더 생겼다.“둘이 왜 싸웠어?”“이 씨 아주머니가 창가에서 뭔갈 봤나 봐요. 깜짝 놀란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후에 누나가 나오더니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씨 아주머니께서 바로 쓰러졌어요. 저는 풀숲에 숨어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고 그냥 너무 무서웠어요. 제가 알고 있던 상아 누나가 아닌 것 같았어요.”원진은 말이 없었다. 상아네 집 안방, 거기에 보지 못할 물건이라도 있나?“전에 상아네 집에서 형을 봤다고 했지?”“아, 네. 되게 잘생긴 형이요.”원진은 그가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상아가 이렇게 꼭꼭 감추고 쉬쉬하고 있으니 그의 신분이 분명 간단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동현이 아직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밖에서 진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아네 집에서 돌아온 것 같았다. 그제야 동현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마중 나가려 했다. 그런데 이때 상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삼촌 상처는 괜찮아요. 약을 많이 드시면 괜찮아질 거예요.”“그래, 상아야. 이번에 신세 졌으니 물고기 한 마리라도 들고 가렴.”“괜찮습니다.”동현이 순식간에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는 섬뜩해지는 느낌에 다른 방으로 재빨리 숨어버렸다.진구와 상아가 들어왔는데 아이가 보이지 않자 물었다.“동현이는요?”원진이 벤치에 앉은 채 대답했다.“피곤하다고 먼저 자러 갔습니다.”이에 진구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그 녀석이 피곤한 날도 있군요. 상아야, 그럼 이제 가거라. 마중은 안 나간다.”상아의 손에는 갖가지 약이 들려 있었다. 그의 그녀의 시선이 원진이 몸에 머물렀다.원진은 정말 기세가 남달랐다. 상아가 손을 천천히 움켜쥐었다. 기회를 타서 아예 없애버릴까 ?“
눈 깜짝할 사이에 이틀이 지났다. 원진의 사람들이 헬리콥터를 타고 찾아왔다.봉현마을 사람들은 헬리콥터를 처음 봤기 때문에 무리 지어 몰려들었다.헬리콥터는 총 세 대가 왔고, 맨 앞에 있던 사람이 원진의 사진을 꺼내어 한 사람씩 물어보았다. 그러다 동현에게까지 다다랐다.동현의 눈이 반짝였다. “알아요, 이거 원진 형이에요. 우리 집에 있어요. 빨리 따라오세요!”그는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며 흥분한 나머지 볼이 빨개졌다.헬리콥터라니, TV에서나 보던 헬리콥터가 그것도 세 대나! 원진 형은 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일여덟 명이 동현을 따라 그 집에 도착하자 그들이 사는 환경을 보고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원진이 막 나오는데 몇몇 남자들이 빠르게 다가와 안부를 물었다.“가주님, 괜찮으십니까?”“형님, 정말 걱정했어요.”“배신자를 잡았습니다. 그 자식을 가둬뒀으니 이제 형님만 돌아오시면 됩니다.”여덟 명은 진심으로 원진을 걱정했다. 원진이 큰 문제 없다는 걸 확인한 후 함께 돌아가려고 했다.원진도 원래는 지금 출발하려 했지만 동현이 묻는 소리를 들었다. “멋진 형, 가시는 거예요?”원진은 옆에 있던 사람을 바라보았다.“가장 가까운 읍내에 가서 현금을 좀 많이 찾아와.”그중 두 명이 즉시 헬리콥터를 다시 타고 떠났다.원진은 동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틀만 더 있다가 갈 거야.”동현은 실망했지만 이 멋진 형이 자기와는 다른 세계 사람인 걸 알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떨구고 부엌으로 돌아가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원진은 자신의 사람들에게 주변에 텐트를 쳐서 머물며 먼저 식사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다.그들은 곧 동현의 집 마당 밖에 캠프를 차리기 시작했다.동현은 조금 미안했다. 집에 그렇게 많은 식량이 없었기 때문이다.올해 농사가 좋지 않았고, 아버지가 바다에 나가서 가져온 생선도 많지 않았다. 집에 있는 쌀도 거의 다 떨어져서 오늘 밤에 아버지가 읍내에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오늘 진구가 읍내에 가서 쌀, 기름, 소금을 사러
첫 번째 문이 부서지자 단순한 장식만이 눈에 들어왔고, 특별한 것은 없었다.원진은 안방 문 앞으로 가서 다시 말했다.“계속 부숴.”이 방 안에 대체 무슨 비밀이 있기에 김상아가 이렇게 철저히 감시하고 있는 걸까?원진의 부하들이 막 움직이려 할 때 밖에서 김상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원진 씨, 이게 무슨 짓이에요?”김상아가 이미 도착했고, 그의 뒤에는 열 몇 명의 마을 사람들이 따르고 있었다.원진은 마을에서 특별한 존재였고, 헬리콥터가 오면서 그의 소문은 더더욱 무성해졌다.그러나 어젯밤부터 누군가가 원진이 불량배 우두머리라며 많은 사람의 목숨을 해치고 봉현마을로 원수를 피해 숨어들었다는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방금 이씨네 집에서 모두가 이 소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고, 겁이 많은 사람들은 선동질하기 시작했다.“원진이 정말 도망 다니는 살인범이라면 우리 경찰에 신고해야 하지 않을까요?”“지금 원진의 부하들이 그를 찾으러 왔고, 헬리콥터까지 있는데 우리가 상대가 되겠어?”“나도 자꾸 원진이 수상쩍다는 생각이 들어. 좋은 사람 같지 않아. 빨리 우리 마을에서 쫓아내는 게 좋겠어.”그래서 누군가는 경찰에 신고했다. 봉현마을에서 도망 중인 살인범을 발견했다고.읍내 파출소 경찰들은 즉시 출동했지만 도착하려면 아직 20분 정도는 걸릴 것이었다.바로 그때, 누군가가 숨을 헐떡이며 이씨네 집으로 달려와 말했다. “원진이 부하들을 데리고 김씨네 집으로 갔어요. 지금 문을 부수고 있어요!”마을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곧바로 분노하며 김씨네 집으로 몰려왔다. 그곳에서 원진이 정말 문을 부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김상아의 표정은 몹시 어두웠다. “당신을 구해줬더니, 지금 제 집을 부수는 거예요?”원진은 그 자리에서 서서 김상아의 뒤에 서 있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전 그냥 상아 씨 방 안에 뭐가 숨겨져 있는지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게다가 당신이 돌아온 이후로 마을에서 두 번의 장례식이 열렸어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요.”
안방은 매우 깨끗했다. 게다가 방 안 구석구석까지 한눈에 들어왔는데, 사람을 숨길 만한 곳은 없었다. 침대 밑까지 확인했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원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조용히 웃었다. ‘정말 빨리도 숨겼군.’밖에서 기다리던 마을 주민들은 원진이 안방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하자 표정이 어두워졌다.“원진 씨, 이게 무슨 짓이에요? 상아가 당신을 구해줬잖아요.”“그래요. 당신 상처가 그렇게 심했는데, 상아의 약이 아니었다면 이미 죽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 당신은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네요.”사람들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고함쳤고, 원진을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기세였다.하지만 원진의 곁에 있던 여덟 명의 남자는 모두 건장하고 강해 보였기 때문에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만약 충돌이 일어난다면 누가 손해를 볼지 모르는 상황이었다.그때 읍내에서 경찰이 도착했다. 마을 주민들이 이곳에 도망 중인 살인범이 있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경찰을 보자마자 몇몇 마을 주민들이 원진을 가리켰다.“저 사람이에요. 진구의 실종은 분명 저자와 관련이 있어요. 지금도 우리 마을 유일한 의사를 괴롭히고 있어요.”경찰은 원진을 알지 못했지만 그의 기품을 보니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저희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원진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동현이 곧바로 앞으로 나섰다.“아버지는 정말 실종되었지만 원진 형과 상관없어요.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동현이 말할 때 그의 눈은 여전히 부어 있었다.모두가 진구를 밤새 찾았지만 아직도 찾지 못했다. 진구가 전화를 받지 않는 걸로 보아 이미 불행한 일을 당했을 가능성이 컸다.원진은 나무문에 기대어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는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현재 진구가 실종된 상태에서 방 안에 숨겨진 사람도 사라졌다. 만약 범인이 정말 김상아라면, 김상아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두 사람을 숨겼을 가능성이 있었다. 시간을 조금만 더 준다면 그녀는 더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지금 해
제원에서 온 전문 수사팀은 자신들이 이런 작은 마을의 사건을 처리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은 보통 큰 사건만 다루는 팀이었다.이번에 파견된 사람 중 리더는 대략 스물네 살 정도로 보이는 차가운 외모의 여성이었다.수사팀은 총 다섯 명이었고 나머지 네 명의 남자들은 그녀의 지시에 잘 따랐다.원진은 사건 조사에 서툴렀기 때문에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여성이 그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도 지금은 용의자입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원래 자리에 머물러 주십시오. 며칠 동안은 당신들의 음식을 따로 제공할 겁니다.”원진뿐만 아니라 이 마을의 모든 사람이 용의자였다.이 여성의 이름은 오혜수였다. 그녀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인해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쉽게 얻었다.수사팀은 모든 용의자를 조사한 뒤 혐의가 없는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세 명의 주요 용의자에 집중했다.원진, 김상아, 그리고 진구와 함께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했던 사람, 이 세 명이 주요 용의자였다. 그 중 두 사람은 개인적인 원한이 있었다.오혜수는 제원에 보고 전화를 걸었다. 자신이 이런 시골 마을에 파견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살인 사건이라 해도 내가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조사할 일은 아니잖아요. 제원에도 많은 사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요. 분명 또 누군가의 명령이 있었겠죠. 높은 곳에 있는 도련님들은 자기 고급 차나 타고 놀지, 왜 이런 일에 끼어들고 난리예요!”분명 그녀는 상부의 명령을 받아 자신이 이곳에 파견된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봉현리는 제원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여러 단계를 거쳐 신청한다고 해도 그녀를 요청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지금 그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상사가 목소리를 쫙 깔고 말했다.“빨리 사건이나 해결해.”오혜수는 대뜸 전화를 끊어버리고 다시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원진을 먼저 심문하고, 이어서 동현에게 물었다.그녀의 팀원들은 그녀의 뒤에서 기다리며 아무런 단서도 보이지 않아 답답해하고 있었다.만
오혜수는 진구의 시체를 옮기게 했다. 동행한 법의학자가 시체 검사를 시작했다.옆에 있던 원진이 말했다. “이씨 아주머니도 검사해 보세요. 어쩌면 아주머니의 죽음도 단순하지 않을 거예요.”오혜수는 그를 다시 한번 보더니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았다.결과가 곧 나왔다. 두 사람의 사인은 비슷했다. 모두 뇌에 바늘에 찔린 흔적이 있었다.동현은 무언가 떠오른 듯 울음을 멈추고 말했다.“상아 누나예요. 상아 누나가 아주머니의 머리를 만지자마자 아주머니가 쓰러지는 걸 봤어요. 범인은 상아 누나예요.”동현은 나이가 어려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이 없었다. 하물며 그가 지목한 사람은 김상아였으니, 마을의 유일한 의사이자 해외에서 유학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다.사람들은 동현을 비난하기 시작했다.“어린애라 역시 철이 없네. 네 아빠의 상처도 상아가 봐준 거잖아?”“맞아. 두 사람은 원한도 없는데 왜 네 아빠를 해치겠니?”“동현이 너 정말 양심이 없구나. 상아 누나가 너한테 잘해주지 않았니?”동현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겁에 질려 몸을 움츠렸다.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상아 누나는 분명 자신에게 잘해줬다. 하지만 이숙희 사건 이후로는 그녀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오혜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손을 들어 조용히 하라고 신호를 보낸 뒤 시선을 사람들 사이로 돌렸다.“김상아 씨는 어디 있죠?”사람들은 그제야 김상아가 없다는 걸 알아챘다. 방금까지 여기 있지 않았나?모두들 김상아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김상아는 이미 떠나 뒤였다. 집안은 텅 비어 있었다.오혜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용의자가 도망쳤다. 죄를 피해 숨으려는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즉시 읍내 파출소에 연락해 모두 함께 김상아를 찾기 시작했다.마을 사람들은 김상아가 사라졌다는 소식에 불안해했다. 김상아가 정말 범인일까?한편, 김상아는 이미 읍내로 향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반승제를 데리고 떠났다.반승제는 계속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몸 몇 군데에는 바늘 자국이 있었고 외부
사라가 빠르게 도착해 반승제의 혈액을 검사한 후 미간을 찌푸렸다. 설우현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박사님, 반승제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죠?”사라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이분에게 주사를 놓은 사람이 누구죠?”설우현은 즉시 김상아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반승제가 아직 깨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김상아를 무리하게 다룰 수 없어 감금만 해두었다. 그러나 오혜수가 소속된 경찰서에서는 살인자를 함부로 데려갈 수 없다며 계속해서 사람을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설우현은 그 여형사를 무시하고 김상아를 병원으로 데려왔다. 사라는 김상아를 보자마자 눈매가 가늘어졌다.“박사님, 이 여자의 정체를 아시나요?”“연구 기지 출신입니다. 재능이 아주 뛰어나죠. 기지에서도 그 재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설우현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 “그럼 반승제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김상아는 누군가에게 끌려 나오면서 웃음을 터뜨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의 표정에는 자부심과 경멸이 섞여 있었다.“사라 박사님, 아직 살아계셨군요. 게다가 나 같은 말단 연구원도 기억하다니 놀랍네요.”사라는 반승제의 몸을 계속 검사하며 말했다. “이분은 살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이 여자가 준 약물이 문제입니다. 구체적인 문제는 이 여자만 알 겁니다.”연구 기지에는 천재들이 많아서 어떤 약이든 만들어낼 수 있었다. 사라도 그곳에 오래 있었지만 기지에서 연구되는 모든 약의 종류를 알 수는 없었다. 연구 구역마다 다루는 분야가 달랐기 때문이다.“구체적인 반응은 깨어나야 알 수 있습니다.”반승제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설우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사라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뇌 조직이 인위적으로 손상되었습니다. 깨어나더라도 지능이 어린아이 수준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증상은 깨어난 뒤에야 알 수 있을 겁니다.”설우현은 뒷골이 뻐근한 느낌을 받았다. 이 사실은 당분간 성혜인에게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김상아는 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