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은 똑똑하고 영민했다. 그는 김상아를 몇 번 훑어보다가 가볍게 시선을 돌렸다.“혹시 휴대전화 있어요? 친구한테 연락하고 싶은데.”김상아는 연구기지에 들어갈 때부터 외부와 연계가 아예 차단 되었다. 그러니 휴대전화도 있을 리가 만무했다.곁에 있던 동현이 제 머리를 콩콩 쳤다.“아빠한테 있는데 고기 잡으러 갔어요. 내일 아침이 되어야 돌아올 거예요.”원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고맙다.”동현이 겸연쩍게 머리를 만지작거렸다.“괜찮아요. 형 배 안 고파요? 집에 생선 죽도 있어요! 가져다드릴게요.”원진이 또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는 다른 사람과 친근하게 지낼 줄 몰랐기에 두 마디를 하고는 바로 눈을 감았다.상처를 소독한 김상아가 자리를 떠나려 할 때 동현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누나, 집에 있는 잘생긴 형한테도 생선 죽 주지 않을래요?”김상아는 무의식적으로 원진을 힐끗 보고는 나지막이 대답했다.“동현이. 누나가 다른 사람 앞에서 형 말하지 말랬지? 그 사람은 잊은 셈 쳐.”동현은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음을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죄송해요.”김상아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떠났다.원진은 주변 환경을 관찰하는 데에 능숙했다.낯선 곳에서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신이 위험하지 않은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었다.이 의사는 분명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보기에 연약해 보이지만 어딘가 이상했다.동현은 원진의 의심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생선 죽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형, 드셔요.”“방금 의사 선생님 집에 사람이 있다고? 아는 사람이니?”동현은 겨우 열한 살이고 아직 어린애였기에 숨길 줄 몰랐다.김상아와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기 센 원진에게 밀려 저도 모르게 우물쭈물하게 되었다.“아니... 아니요.”“모르는 사람이라고?”원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어보자 동현이 대답했다.“네. 마을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잘생겼어요. 형처럼 잘생겼어요. 상아 누나가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제 더 묻지 마세요. 상아 누나가 말하지
김상아는 아무 말 없이 항아리 속의 약을 달였다.상훈은 화가 나 책상을 쾅쾅 두드렸다.“너 대답 안 하냐?”상아가 여전히 대답이 없자 그는 반승제가 있는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래. 네가 나랑 이야기하지 않겠다면 안에 있는 그놈이랑 말해봐야겠다. 말하지 않으면 밖에 우물에 처넣어 버릴 테다.”상훈은 집에서 난리를 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아내도 그의 가정폭력 때문에 도망간 것이었다. 당시에 학교에서 상아를 돕지 않았다면 그녀 역시도 평생 매를 맞을 운명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상아는 집에서 키우는 돼지만도 못하게 아버지를 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전히 상아가 그 옛날 제 앞에서 설설 기던 딸이라 생각했다.그가 반승제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뒤통수로 나무 의자가 날아왔다.그의 몸이 움찔하더니 그대로 꼿꼿이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너... 너...”김상훈은 몸을 부르르 떨며 놀란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상아는 바늘을 꺼내 재빠르게 그의 머리에 꽂았고, 상훈은 순식간에 숨이 끊어졌다.상아는 부뚜막으로 올라가 계속 불을 지피고 약을 달였고 반승제에게 먹인 후에야 밖으로 나가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김상훈은 마을에서 평판이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집에서는 여자를 폭행해도 마을 사람들에게는 의리를 지켰다.그리고 때로는 밖에서 괴로움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남자들은 특히 체면을 중요히 생각하곤 했다.김상훈과 친한 친구 몇 명이 와서 함께 장례 준비를 돕고 상아를 위로했다.“상아야. 괜찮은 거니? 너무 슬퍼하지 마라.”상아는 곁에 서서 한숨을 내쉬며 울먹였다.“아빠가 지붕 위에서 떨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그녀의 말에 따르면 상훈은 지붕 기와가 무너져 고치려다가 떨어져 그 자리에 죽었다고 했다.마을에서는 모두 상아가 진료를 해줬으면 해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 했다. 게다가 엄마가 도망갔고 아빠는 집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었으니 모두 그녀를
넋을 놓고 있던 동현이 알아차리고 대답했다.“네, 네. 그런데 상아 누나가 더 말하지 말라 했어요.”원진이 눈썹을 추켜세우고는 지팡이를 짚고 현장을 돌아다녔다.도와주러 온 사람들은 모두 마을의 원주민이었다. 마을이 너무 외진 곳이었기에 인접한 읍내에 가려 해도 오후 내내 차를 타야 했다.이곳 사람들은 모두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며 잡은 물고기를 건어로 말려 팔았다.비교적 희귀한 생선이라면 가까운 읍내로 달려가 현지 식당에 판매했다.읍내에는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이 여행을 오고 있었으며 이 비싼 해산물은 관광객들에게 특별히 판매되었다.원진의 덩치가 눈에 띄었기 때문에 그가 가는 곳마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다녔다.그가 누구인지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동현에게 정체를 물었다.그들 중 대개는 원진의 결혼 여부를 물었는데 그의 기세를 보았을 때 한눈에 범상치 않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동현아, 너희 집에 언제 이렇게 잘생긴 친척이 있었냐?”“우리 집 친척이 아니라 아빠가 물고기 잡으러 갔다가 구해온 사람이에요. 상하 언니 덕분에 살았어요.원진이 상아의 집에 발을 들이는 순간 곧바로 상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몸이 아직 좋지 않으시니 당분간 돌아다니지 마세요.”집 내부의 물건들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내부는 한눈에 들어왔다.가장 안쪽에는 닫힌 문이 있었는데 동현이 말한 형이 바로 그 안에 있을 것이었다.원진의 생각은 간단했다.그가 이 어촌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은 그의 부하들도 누군가 구했을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그는 아직도 자신을 배신한 사람이 누군지 몰랐다.만약 방 안에 누워있는 사람이 그의 사람이라면 그는 이 사람에게 일 처리를 맡겨야 했다.하지만 김상아는 아직 숨기고 싶어 했다. 반승제의 몸이 아직 회복 기간이었으므로 당분간 경솔하게 행동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동현이 집에 있자니 너무 답답해서 산책하러 나왔습니다.”그는 더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러자 동네 아줌마들이 몰려와 결혼은 했
반승제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성혜인뿐이었다.성혜인은 임신한 몸으로 호텔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하지만 방의 구조로 봤을 때 이곳은 칸다의 단층집 같지 않았다.혹시 귀국한 건가?그는 억지로 몸을 버티고 일어나 방을 훑어보기 시작했다.모두 국내 고유의 가구들에 국내 로고였다.확실히 귀국한 듯했다.김상아의 눈빛이 악랄하게 번뜩였고 이때 집 밖에 또 한 번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반승제는 점점 이곳이 국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절 국내로 데려왔다고요?”연구기지에 지진이 일어났는데 귀국을 시키다니 이 사람은 절대 보통 사람이 아니다.마음속으로 경계하기 시작했지만 겉으로는 차분한 얼굴을 유지했다.“네. 여기는 제 고향이에요. 어촌입니다.”반승제가 고개를 끄덕이고 또 물었다.“밖은 무슨 일이에요?”“제 아빠가 지붕에서 떨어져서 돌아가셨어요. 마을 사람들이 장례식 준비를 돕느라 그럽니다. 시끄러워요?”“아니요. 괜찮아요.”보통 사람이라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우울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텐데 그녀의 얼굴은 너무 냉정했다.심지어 시끄러운 것이 아니냐고 물어봤다.보통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낄 새가 있을까?반승제는 한쪽 침대에 기대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아파졌다.“혹시 휴대전화 있어요?”그는 반드시 설기웅에게 연락해야 했다. 혹은 서주혁에라도.반승제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낙후된 마을이라도 국내에서 휴대전화 하나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아무래도 이곳이 구금섬처럼 세상과 단절된 곳은 아니니까.사람이 생존하려면 무역 거래를 해야 한다. 무역 거래를 해야 한다면, 휴대전화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그는 억지로 지탱하여 한쪽 벽에 기대고 있었는데, 밖에 사람 소리가 들리자 나가보려 했다.“밖의 사람들은 휴대전화가 있을까요?”김상아는 재빨리 머릿속으로 수많은 광경을 상상했다.그러나 반승제가 이미 문 앞에까지 걸어갔기 때문에 더 어찌하지 못했다. 그녀는 옆에 있던 몽둥이를 들고 서슴지
이미 전화를 했으니 원진의 사람들이 곧 그를 데리러 올 것이다.그는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나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이런 값싼 니코틴 향을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한 대 피우고 나면 입안이 쓰라린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저쪽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누군가 달려와 황망하게 입을 열었다.“상아야, 얼른 가봐! 이 씨 아주머니가 갑자기 쓰러졌어. 죽을 거 같아.”상아는 금방 들은 듯 능청스럽게 도끼를 얼른 내려놓았다.그는 원진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고 성큼성큼 이 씨 아주머니가 쓰러진 쪽으로 달려갔다.원진은 계속 자리에 서서 담배를 피웠고 다른 한 손에는 성냥을 쥐고 있었다. 이는 부뚜막에서 가져온 것이었다.그는 천천히 사고가 난 곳을 향해 걸어갔는데 방금 담배를 주던 요리사가 죽은 여인을 끌어안고 엉엉 울고 있었다.주변 사람들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왜냐하면, 상아가 오면서 이 한마디를 했기 때문이다.“못 살려요.”짧은 시간 내에 또 한 사람을 잃었다. 그것도 수다스러운 이 씨 아주머니를.아무도 살인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은 살인에 대한 개념도 전혀 없었고 그저 아주머니가 갑자기 돌연사했다고 생각했다.누군가 한숨을 쉬고 이 씨 아주머니를 향해 애도를 표했다.원진은 무리의 밖에 서서 죽은 여인의 안색을 살펴보았다.1년 내내 농사짓는 몸이었으므로 급사할 사람은 아니었다.하지만 그는 의술을 잘 알지 못했기에 그저 김상아를 의심할 뿐이었다.상아는 이 씨 가족을 위로하며 건강을 잘 챙기라고 당부했다.원래는 상훈을 위한 장례식이었는데, 이제 이씨 가문에도 사고가 생겨버렸다.원진은 지루했다. 어차피 그의 사람들이 곧 마을에 올 것이니 늦어도 사흘이면 떠날 수 있다.돌아가면 그를 배신한 사람이 누구인지 잘 조사할 것이다.이곳의 일은 그와 무관했다.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 그는 동현이가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동현은 겨우 11살이며 이런 떠들썩한 일에 끼기 좋아하는 나이였다. 그런데 이 순간에 이 자리에 없는
“저, 전 아빠 마중 가야겠어요. 배가 아마 도착했을 거예요.”동현은 우물쭈물 말을 했다. 누가 봐도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는 듯했다.그러나 이 편벽한 어촌에서 무엇을 숨길 수 있겠는가.원진은 내색하지 않고 걸어갔고 그의 뒤를 따르던 동현은 정신을 팔려 넘어지기도 했다.그런데 심하게 넘어지는 바람에 코에서 코피가 흘렀다. 원진이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말했다.“상아 누나네 집에 가서 치료해 달라고 하자.”상아를 언급하자 동현은 반사적으로 자신이 코를 막았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이런 작은 상처는 저절로 나을 수 있으니 신경 쓸 필요 없어요.”분명 상아를 그렇게나 존경했는데 이제는 상아를 언급하는 것도 이렇게 두려워하다니, 정말 이상했다.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동현이가 이상하다는 점은 누구든 알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아이를 일으켜 세운 후 천천히 동현이 집을 향해 걸었다.배가 뭍에 오를 때마다 북적거리는 마을이었지만 상아네 집과 이 씨 집 안에서 사람이 죽어났기 때문에 이번에는 해변에 마중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원진은 동현을 따라 바닷가로 나갔고 원래는 우울했던 동현은 다가오는 어선을 보고 신이 나서 해변에서 폴짝하였다.이윽고 배가 뭍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 물고기잡이에서는 바닷바람 때문에 수확이 크지 않아 선원 6명이 고작 2통의 고개를 잡았다.원래 물고기를 잡는 것은 도박과 마찬가지였다. 수확이 좋을 때는 1년도 버틸 수 있었지만 수확이 좋지 않으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야 했다.동현이 심각한 얼굴을 한 아버지를 보고 황급히 소리를 질렀다.“아빠! 아빠! 여기! 여기!”동현이 아버지의 이름은 진구였다. 그는 1년 내내 밖에서 바닷바람을 쐬었기 때문에 피부색이 검었다.물고기를 2통을 잡았으므로 한 집에는 5마리만 배급되었다. 이제 년 후에 바다로 나갈 기회가 한 번 남았다.원래는 이번의 고기잡이로 아이 학비를 좀 벌려고 했었는데.“동현아!”그가 소리를 지르며 한 손에 물고기 5마리를 들고 빠르게
“상아 누나랑 이 씨 아주머니가 싸우는 걸 봤는데 무슨 일로 싸운 건지 모르겠지만, 상아 누나가 이 씨 아주머니 머리를 만지는 순간 바로 쓰러졌어요. 그런데 이 씨 아주머니가 죽었다고 하니 무서운 거예요. 누나가 제 아빠도 만졌다가 죽으면 어떡해요. ”원래부터 상아를 의심하던 원진은 동현이 말에 순간 흥미가 더 생겼다.“둘이 왜 싸웠어?”“이 씨 아주머니가 창가에서 뭔갈 봤나 봐요. 깜짝 놀란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후에 누나가 나오더니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씨 아주머니께서 바로 쓰러졌어요. 저는 풀숲에 숨어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고 그냥 너무 무서웠어요. 제가 알고 있던 상아 누나가 아닌 것 같았어요.”원진은 말이 없었다. 상아네 집 안방, 거기에 보지 못할 물건이라도 있나?“전에 상아네 집에서 형을 봤다고 했지?”“아, 네. 되게 잘생긴 형이요.”원진은 그가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상아가 이렇게 꼭꼭 감추고 쉬쉬하고 있으니 그의 신분이 분명 간단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동현이 아직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밖에서 진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아네 집에서 돌아온 것 같았다. 그제야 동현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마중 나가려 했다. 그런데 이때 상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삼촌 상처는 괜찮아요. 약을 많이 드시면 괜찮아질 거예요.”“그래, 상아야. 이번에 신세 졌으니 물고기 한 마리라도 들고 가렴.”“괜찮습니다.”동현이 순식간에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는 섬뜩해지는 느낌에 다른 방으로 재빨리 숨어버렸다.진구와 상아가 들어왔는데 아이가 보이지 않자 물었다.“동현이는요?”원진이 벤치에 앉은 채 대답했다.“피곤하다고 먼저 자러 갔습니다.”이에 진구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그 녀석이 피곤한 날도 있군요. 상아야, 그럼 이제 가거라. 마중은 안 나간다.”상아의 손에는 갖가지 약이 들려 있었다. 그의 그녀의 시선이 원진이 몸에 머물렀다.원진은 정말 기세가 남달랐다. 상아가 손을 천천히 움켜쥐었다. 기회를 타서 아예 없애버릴까 ?“
눈 깜짝할 사이에 이틀이 지났다. 원진의 사람들이 헬리콥터를 타고 찾아왔다.봉현마을 사람들은 헬리콥터를 처음 봤기 때문에 무리 지어 몰려들었다.헬리콥터는 총 세 대가 왔고, 맨 앞에 있던 사람이 원진의 사진을 꺼내어 한 사람씩 물어보았다. 그러다 동현에게까지 다다랐다.동현의 눈이 반짝였다. “알아요, 이거 원진 형이에요. 우리 집에 있어요. 빨리 따라오세요!”그는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며 흥분한 나머지 볼이 빨개졌다.헬리콥터라니, TV에서나 보던 헬리콥터가 그것도 세 대나! 원진 형은 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일여덟 명이 동현을 따라 그 집에 도착하자 그들이 사는 환경을 보고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원진이 막 나오는데 몇몇 남자들이 빠르게 다가와 안부를 물었다.“가주님, 괜찮으십니까?”“형님, 정말 걱정했어요.”“배신자를 잡았습니다. 그 자식을 가둬뒀으니 이제 형님만 돌아오시면 됩니다.”여덟 명은 진심으로 원진을 걱정했다. 원진이 큰 문제 없다는 걸 확인한 후 함께 돌아가려고 했다.원진도 원래는 지금 출발하려 했지만 동현이 묻는 소리를 들었다. “멋진 형, 가시는 거예요?”원진은 옆에 있던 사람을 바라보았다.“가장 가까운 읍내에 가서 현금을 좀 많이 찾아와.”그중 두 명이 즉시 헬리콥터를 다시 타고 떠났다.원진은 동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틀만 더 있다가 갈 거야.”동현은 실망했지만 이 멋진 형이 자기와는 다른 세계 사람인 걸 알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떨구고 부엌으로 돌아가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원진은 자신의 사람들에게 주변에 텐트를 쳐서 머물며 먼저 식사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다.그들은 곧 동현의 집 마당 밖에 캠프를 차리기 시작했다.동현은 조금 미안했다. 집에 그렇게 많은 식량이 없었기 때문이다.올해 농사가 좋지 않았고, 아버지가 바다에 나가서 가져온 생선도 많지 않았다. 집에 있는 쌀도 거의 다 떨어져서 오늘 밤에 아버지가 읍내에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오늘 진구가 읍내에 가서 쌀, 기름, 소금을 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