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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0화 전에 말했던 형

김상아는 아무 말 없이 항아리 속의 약을 달였다.

상훈은 화가 나 책상을 쾅쾅 두드렸다.

“너 대답 안 하냐?”

상아가 여전히 대답이 없자 그는 반승제가 있는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래. 네가 나랑 이야기하지 않겠다면 안에 있는 그놈이랑 말해봐야겠다. 말하지 않으면 밖에 우물에 처넣어 버릴 테다.”

상훈은 집에서 난리를 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아내도 그의 가정폭력 때문에 도망간 것이었다. 당시에 학교에서 상아를 돕지 않았다면 그녀 역시도 평생 매를 맞을 운명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상아는 집에서 키우는 돼지만도 못하게 아버지를 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전히 상아가 그 옛날 제 앞에서 설설 기던 딸이라 생각했다.

그가 반승제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뒤통수로 나무 의자가 날아왔다.

그의 몸이 움찔하더니 그대로 꼿꼿이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너... 너...”

김상훈은 몸을 부르르 떨며 놀란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김상아는 바늘을 꺼내 재빠르게 그의 머리에 꽂았고, 상훈은 순식간에 숨이 끊어졌다.

상아는 부뚜막으로 올라가 계속 불을 지피고 약을 달였고 반승제에게 먹인 후에야 밖으로 나가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김상훈은 마을에서 평판이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집에서는 여자를 폭행해도 마을 사람들에게는 의리를 지켰다.

그리고 때로는 밖에서 괴로움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남자들은 특히 체면을 중요히 생각하곤 했다.

김상훈과 친한 친구 몇 명이 와서 함께 장례 준비를 돕고 상아를 위로했다.

“상아야. 괜찮은 거니? 너무 슬퍼하지 마라.”

상아는 곁에 서서 한숨을 내쉬며 울먹였다.

“아빠가 지붕 위에서 떨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상훈은 지붕 기와가 무너져 고치려다가 떨어져 그 자리에 죽었다고 했다.

마을에서는 모두 상아가 진료를 해줬으면 해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 했다. 게다가 엄마가 도망갔고 아빠는 집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었으니 모두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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