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차를 타고 지방으로 가야 했던 유해은은 고민 끝에 성혜은에게 전화를 걸었다.성혜인 쪽은 그녀와 시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해은 씨?”“대표님.”“무슨 일이에요? 촬영 중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요?”“아니요, 대표님. 하리 씨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이 일은 온씨 집안에서 저지른 거라고 의심되는데 아마 하리 씨에게 앞으로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것 같아요. 하리 씨 성격상 대표님에게 전화해서 먼저 말하지 않을 것 같아서 제가 전화 드렸어요.”성혜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가 감았다. 그녀는 항상 장하리가 뭔가 숨기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당장 제원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호텔에서 반승제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심각한가요?”“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어요.”성혜은은 깊은숨을 들이쉬고 말했다.“해은 씨 지금 급히 촬영하러 가야 하나요?”“네, 그래서 대표님께 전화드려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살 수 있었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해은 씨는 얼른 촬영하러 가봐요. 하리 씨의 일은 걱정하지 말고요. 내가 다른 사람에서 전화해서 물어볼게요.”“알겠어요, 대표님. 건강 조심하세요.”성혜인은 전화를 끊은 후 곧바로 온시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온시환은 성혜인의 전화번호를 확인하자마자 등골이 오싹해졌다.온시환은 성혜인의 보호 본능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성혜인이 한바탕 소란을 피우면 반승제도 기겁할 것이다.게다가 성혜인은 설씨 집안의 아가씨인지라 집안의 힘을 동원한다면 일이 훨씬 복잡해진다.온시환은 모르는 척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세 번 연속 걸려 온 성혜인의 전화를 모두 받지 않았다. 그러자 성혜인은 즉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시환 씨, 온씨 집안에서 장하리에게 무슨 짓을 하든, 한번만 더 장하리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당신 집안 그 분께 어설픈 행동은 하지 말라고 전해요. 난 성격이 그녀들과 달라요.]장하리의 성격이 사
변호사가 떠난 후, 장하리는 한참 창밖을 보며 멍하니 있다가 문득 집에 아리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장하리는 외출할 때마다 항상 아리를 위해 많은 양의 사료를 담아두곤 했지만, 병원에 입원한 지 벌써 4일이 되었다.갑자기 마음이 급해진 장하리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장하리는 서둘러 퇴원한 후 먼저 아리를 보러 가려고 했다.하지만 바닥에 발이 갓 닿았을 때, 하늘이 돌아가는 듯한 어지러움이 그녀를 덮쳤다.어찌할 방법이 없었던 그녀는 할 수 없이 한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진 씨, 우리 집에 가서 아리를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사료는 아직 충분할 텐데, 며칠째 집에 들어가지 못해서요.”“지금 바로 가볼게요.”마음이 약해진 장하리가 갑자기 물었다.“혹시 오늘 오후에 아리를 데리고 와주실 수 있나요? 너무 보고 싶어요.”“그럴게요.”그제야 장하리는 마음의 완전한 안정을 찾았다. 오후가 되었을 때, 한서진이 정말 아리를 데려왔다. 아리는 팔뚝의 절반만 한 체구라 항상 안고 있어야 했다. 장하리는 아리를 보는 순간 혈색이 훨씬 좋아졌다.“고마워요.”장하리는 한서진의 품에서 아리를 받아 안았다. 회색의 작은 강아지는 장하리가 아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조용했고, 그녀의 품에 안겨 있는 동안에도 움직임이 없었다.장하리는 손을 내밀어 천천히 아리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기도 하고 얼굴을 비벼대기도 했다.“집에 사료가 더 있었어요?”한서진은 과일 바구니를 옆으로 치우고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아직 좀 남았어요. 제가 더 담아뒀고요.”“고마워요.”장하리는 강아지를 안고 침대에 기댔다. 아리는 꼬리를 미친 듯이 흔들고 있었지만, 몸은 얌전히 움직이지 않은 채 가끔 몇 번 짖기도 했다.그런 귀여운 짖음은 듣는 사람마저 기분 좋게 했다. 장하리는 순간 치유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아리는 이미 모든 예방 접종을 다 마친 상태라 밖에 있는 바이러스에 감염될 일은 없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다른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된 장하리는 한서진에게 물었다.“언제
천천히 마지막 담배 연기를 내뱉은 서주혁은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서주혁은 더 쳐다보지 않고 문을 열고 옆에 있는 화장실로 가서 손가락 사이사이에 밴 담배 냄새를 씻어냈다.복도로 돌아왔을 때, 이미 검사를 마치고 나온 온시아는 서주혁을 보자마자 눈동자가 반짝 빛이 났다.“주혁 씨!”종종걸음으로 서주혁의 앞에 뛰어간 온시아는 두 손으로 그의 팔을 잡았다.“의사 선생님이 검사 결과 중 하나는 내일 나온다고 했어요. 그때 알려줄게요.”서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팔을 빼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두 사람이 차에 오른 후, 온시아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온시아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머릿속에는 온통 서주혁이 조금 전 지은 표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서주혁은 담배를 피우러 간 것 같았는데 무엇 때문에 심란했던 걸까? 설마 장하리를 보아서?장하리와 같은 미천한 여자가 서주혁의 마음에 들다니, 온시아는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런 집안의 여자에게서 태어날 아이 또한 절대 좋은 유전자를 가질 수 없다.옆에 내려놓은 양손을 천천히 움켜쥐던 온시아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몰래 서주혁의 사진을 찍어 장하리에게 보냈다.온시아는 이미 오래전에 장하리의 카톡을 추가했고, 장하리는 감히 삭제하지 못했다.장하리는 집으로 돌아온 뒤였다. 한서진은 남자라 여기에 더 머무르는 것이 불편해 일이 있으면 잊지 말고 전화하라는 당부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 방에는 장하리와 아리만 남게 되었다.익숙한 장소로 돌아온 아리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장하리의 발치에서 맴돌며 다리에 연신 비벼댔다.장하리도 따라서 기분이 좋아졌지만, 온시아가 보낸 문자를 보는 순간 기분이 잡쳐 버리고 말았다.장하리는 이미 온시아의 SNS 계정을 여러 번 보았다. 두 사람의 생활 환경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고, 때로는 집안 형편 때문에 사람으로 하여금 열등감을 느끼게 했다. 게다가 서주혁이 온시아를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격이 좋지 않더라도 온시아는 태어
“이 짐승 새끼가 짖을 줄도 아네. 보아하니 품종견도 아닌 것 같은데. 그나저나 장하리, 누가 너더러 자기한테 속하지도 않는 물건을 탐하래. 그리고 너 어제 일부러 주혁 씨 앞에 나타난 거지? 그러고는 우연히 만난 척하다니. 왜 이렇게 졸렬해? 이 개는 내가 데려갈 거야. 오늘 밤 보신탕이나 먹어야겠다.”“온시아!”장하리는 이렇게 화가 난 적이 없었다. 눈가에는 냉기가 감돌았다.온시아는 장하리의 이런 모습을 보자 더욱 우스웠다. 이 여자가 주제를 모르고 감히 그녀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다니.온시아는 주저 없이 아리를 안고 문을 나섰다.장하리는 쫓아가고 싶었지만 몸과 다리가 너무 아파서 일어서지 못하고 앞으로 기어가야만 했다.몇 미터 앞으로 걸어간 온시아는 장하리가 바닥을 기는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그거 알아? 너 지금 기어 오는 모습이 꼭 한 마리의 개 같아.”장하리는 일순간 할 말을 잃었고 손톱이 손바닥 깊숙이 박혔다.온몸이 아파서 더 이상 온시아를 쫓아갈 체력도 없었고, 그저 온시아가 아리를 데리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곧바로 뒤로 기어간 그녀는 티 테이블 앞으로 가서 먼저 아파트 관리실에 전화했다. 그리고 한서진에게도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온씨 집안 아가씨이자 뒤에서 서주혁도 지켜주고 있는 온시아가 정말로 강아지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한다면 누가 막을 수나 있을까?장하리는 너무 불안해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한서진도 딱히 방법이 없었고, 유해은에게 급히 돌아오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그나마 유해은의 옆에는 백씨 가문의 백현문이라는 거물이 있었으니까.3시간 후 유해은이 장하리의 집에 도착했을 때, 앙상한 뼈만 남은 장하리가 목발을 짚고 아래층에 서 있었다. 다리에는 석고 깁스를 하고 있었고,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무슨 일이에요, 하리 씨?”“해은 씨, 같이 서씨 집에 가주시면 안 돼요?”온시아는 오늘 밤 서씨 집에 있을 것이며 온씨 가문과 서씨 가문이 결혼 날짜를 확정
모두가 어리둥절해하는 순간, 장하리는 탁자 위에 놓인 찻주전자를 집어 들어 뜨거운 차를 온시아의 머리 위에 부어버렸다.“악!”온시아는 너무 뜨거워서 비명을 질러댔다.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옆에 앉아 있던 다른 온씨 가문 사람들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몇 초 후에서야 천천히 일어나 장하리를 향해 달려들었다.“이 여자가 미쳤어?”목발을 짚고 있는 장하리는 전혀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밀려서 바닥에 쓰러질 뻔할 때, 유해은이 다가와서 장하리를 부축했다. 백현문은 유해은의 곁으로 와서 달려드는 온씨 가족을 조용히 막아섰다. 온씨 가족은 화가 나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었다.“백 대표님, 이게 무슨 뜻이죠?”백현문은 장하리를 보며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왜 그랬는지 말해 보실래요?”장하리의 두 눈은 빨개지고 손바닥은 이미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아리 돌려줘.”이 말을 할 때 그녀의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꽉 잠겨 있었고, 밖에서 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옷은 젖어 있었다.하지만 서씨 가문과 온씨 가문 사람들의 눈에는 미친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장하리는 이런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주혁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아리를 돌려주세요. 시아 씨가 뺏어갔어요.”서주혁은 즉시 눈살을 찌푸렸다.“그 똥개 말이야? 시아 씨가 뭐 하러 그딴 걸 뺏는단 말이야.”서주혁에게 있어 아리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물건에 불과했다.장하리는 서주혁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마음이 쓰라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더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온몸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눈을 감았다 뜨며 차분해지려고 애썼다.“시아 씨가 우리 집에 와서 아리를 뺏어가는 감시 카메라 영상이 있어요.”“그만해!”서주혁은 더 이상 그녀의 미친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온시아가 아무리 유별나다 해도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너 시아 씨 집에 반려견이 얼만지
온시아는 한 사람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결백한 척할수록 장하리는 더욱 분노가 치밀어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장하리는 앞으로 나아가 온시아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모두의 눈에 장하리는 실제로 미친 사람처럼 보였고, 유해은도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사람은 이성을 잃으면 미쳐 보이기 마련이다.짝!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장하리는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장하리는 뺨을 감싸 쥐고 자신의 뺨을 때린 서주혁을 바라보았다. 서주혁의 얼굴은 차가웠지만 말투는 의외로 차분했다.“그만하지 못해? 여기는 서씨 집안이야.”모든 분노가 돌연 사라지며 장하리는 다소 무감각한 상태로 뺨을 감쌌다. 심지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저 차가운 무언가가 손바닥에 계속 떨어질 뿐이었다.서주혁은 얼굴이 뜨거웠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서씨 가문 전체를 책임지고 일찍이 후계자가 되어 누구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서씨 가문에 어떤 일이 생겼든 그는 항상 그 누구보다 잘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장하리의 눈빛이 서주혁의 마음을 찔렀다.부서지고, 믿을 수 없고, 공허한 눈빛은 마치 블랙홀처럼 그녀의 모든 감정을 필사적으로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순식간에 무감각해진 장하리는 멍하니 눈을 뜬 채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서주혁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도망치듯이 그녀의 눈빛을 피하고 바깥을 가리켰다.“꺼져.”서씨 집안이든 온씨 집안이든, 온시아처럼 학식이 높은 사람이 남의 집에 찾아가 똥개를 뺏을 거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장하리가 맞는 것을 본 유해은은 돌려주려고 손을 들었지만 장하리에게 붙잡혔다.“하리 씨?”유해은은 부드럽게 불렀다.장하리는 잠긴 목소리로 입술을 달싹였다.“해은 씨, 그만 가요. 저 가고 싶어요.”유해은은 답답해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온시아를 보니 도발적인 자태로 눈썹을 치켜올리고 있었다.장하리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유해은조차 화가 나서 치가 떨렸다.온시아는 실제로
그날 저녁 장하리는 40도에 이르는 심각한 고열에 시달려 급히 병원에 실려 갔다.꿈속에서 그녀는 아리의 이름을 계속 외쳤다. 어느 순간 아리가 보신탕으로 만들어지는 장면을 보았고, 또 온시아가 아리를 높은 곳에서 던지는 모습도 보았다.의사가 수많은 약물을 주사했지만 전부 소용이 없었다. 아리는 장하리의 마음속에 한으로 남았다. 유해은은 지켜보기가 너무 안쓰러워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모든 내용을 전해 들은 성혜인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전화를 끊은 그녀는 아파트 관리실에 전화했다.애초에 관리 업체와 계약한 사람이 바로 그녀였기 때문에 당연히 원격으로 감시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성혜인은 설우현에게 온시아가 해외에서 범죄를 저질렀는지 조사해 보라고 했다. 온시아의 성격상 해외에 머무는 동안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같은 반 H국 학생을 앞장서서 괴롭혀 자퇴하게 만들었고, 결국 그 학생은 건물에서 뛰어내렸는데 4억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고 했다. 해외에서 일어난 일이라 적어도 H국에서는 큰 소란을 일으키지 않았다.안색이 몹시 어두워진 성혜인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가지 소식이 국내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재벌가 온씨 집안 아가씨가 가정집에 무단 침입하다.]영상에는 온시아의 얼굴이 선명하게 찍혔고 보신탕으로 만들겠다는 말 또한 또렷하게 녹음되어 있었다. 하지만 장하리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영상에서 장하리의 이름은 숨겨버렸다.이 소식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성혜인은 국내 SNS 계정에 올라 망설임 없이 게시물을 공유했다.이 계정은 국내 연예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성혜인의 회사가 엔터테인먼트로 변신한 이후 꽤 많은 슈퍼스타를 배출했으며, 게다가 반승제와의 열애설 덕분에 팔로워 수는 계속 증가해 이미 천만을 돌파한 지 오래였다.성혜인이 앞장서서 리트윗한 것만으로도 온씨 가문 아가씨가 이런 도가 지나친 짓을 저질렀다는 소식이 사실임을 보여줬다.성혜인은 이 게시물을 리트윗했을
온시아는 너무 울어서 눈이 팅팅 부은 채 집에서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대체 누가 이 동영상들을 올린 거야? 장하리에게 이럴 배짱이 있다고?! 그리고 성혜인 그년은 대체 뭐야! 지금 당장 그 여자의 계정을 지워버려, 빨리! 아니면 당장 그 여자를 고소해서 지위도 명예도 다 잃게 만들란 말이야!”그녀가 말을 마쳤지만, 온씨 집안에서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모두 숨죽인 채 있었다. 흠칫 놀란 온시아는 목소리가 불안해졌다.“왜 그래요? 그냥 평범한 여자 아니에요? 운이 좋아서 반승제를 휘어잡은 거잖아요.”“시아야, 이 일은 좀 복잡해. 우리가 알아낸 바로는 성혜인 그 여자가 지금 반승제를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설씨 가문에서 잃어버린 공주였어. 설씨 가문의 플로리아에서의 지위는 너도 알지? 설우현은 자신의 해외 SNS 계정을 통해 동생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어.”온시아는 믿을 수 없어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년이 어떻게 설씨 가문의 아가씨가 되었단 말인가?성혜인이 장하리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장하리는 S.M에서 평범한 직원이 아니었나?현장의 모든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혜인이 관여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때 누군가 제안했다.“아니면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시환 씨에게 성혜인의 연락처가 있지 않나요? 전화로 잘 얘기해 보면 오해가 풀릴지도 모르잖아요.”하지만 무슨 오해가 있단 말인가? 온시아가 장하리를 괴롭히는 영상은 여전히 인기 검색어에 올라와 있었고, 성혜인은 분명 자신의 사람 편을 들어주고 있는 건데.온시아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단 하루 만에 자신의 명성이 완전히 무너졌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업계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온시아는 절망하며 얼굴을 감싸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사촌 오빠한테 연락해서 성혜인 연락처를 물어봐요. 내가 직접 얘기해 봐야겠어요. 장하리는 평범한 직원일 뿐인데, 성혜인이 정말 그 미천한 여자를 위해 온씨 가문과 적대적인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