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한, 우리 구씨 가문에 어떻게 너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역겨운 짐승이 태어났을까!”그 남자는 구지한이 말을 듣지 않자 그의 가슴을 후벼팠다.“외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다면, 특히 너 같은 놈을 극혐하는 사람들이라면 과연 널 살려둘까?”구금섬의 규칙상 구지한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에 어떠한 가치도 창출할 수 없다고 여기므로 죽음을 선사한다.구금섬의 규칙은 모두 상류층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런 성향의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아이를 낳을 수 없고 구금섬에 신선한 피를 제공할 수 없으므로 당연히 버림받을 수밖에 없었다.구지한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두 손을 머리 뒤로 얹었다. “그래, 그래. 난 죽어 마땅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살아 있네. 넌 우리 밖에서 계속 개처럼 짖으렴.”남자는 분노에 몸을 떨며 깊은숨을 들이마셨다.“할아버지께서 이미 네 소식을 듣고 여기로 오시는 중이야. 그래, 두고 봐!”남자는 말을 마친 후 반승제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돌아서서 화를 내며 자리를 떠났다.문이 닫히자 이곳에는 반승제와 구지한만 남았다.구지한의 목소리에는 설렘이 가득했다.“플로리아라는 곳에 가면 정말 나 같은 사람도 차별하지 않는 거야? 심지어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나라도 있다고?”“그래.” “꼭 살아서 네가 말한 나라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반승제는 미간을 좁히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내가 널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구지한은 손을 움직이며 편안한 자세로 바꾸었다.“그랬으면 좋겠네. 난 지금까지 한 번도 구금섬을 떠나본 적이 없어. 우리가 접한 지식으로 여태까지 구금섬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나라라고 생각했어.”반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고 있던 검은색 로브를 정리했다.“밖에 나가서 좀 둘러볼게.”“네 여자 친구를 보러 가지 않을 거야?”“가야 해. 하지만 오늘 밤 중간 섬에 난동이 일어나서 예전에 살던 집이 파괴됐어.” “그 여자는 괜찮아?”“괜찮아. 하지만 쫓아가지 않아서 다시 연락이 끊겼
성혜인이 한숨을 내쉬자 배현우도 따라서 한숨을 내쉬었다.“혜인아, 나 집에 가고 싶어. 이 섬에서 벗어나 네이처 빌리지로 돌아가고 싶어.”성혜인을 비스킷을 그의 입에 밀어 넣었다.“우선 배부터 채우고 나서 말해”지금의 그녀는 감히 이 다리 구멍을 벗어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특히 대낮에 그 무리가 어디를 지키고 있는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발목을 잡는 두 사람을 데리고 온전히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다.성혜인은 비스킷을 먹으며 노예찬에게 잠 좀 자라고 재촉했다. 그러자 노예찬이 물었다.“오늘 밤 나갈 거야?”“응, 어젯밤 그 무리의 상황을 보러 가고 싶어. 두 무리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한 무리는 나를 처리하러 왔고 다른 한 무리는 내분 중이었어. 그들이 잡고 있는 사람은 아마 승제 씨일 거야. 가서 살펴봐야 해.”노예찬의 눈에 희미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오늘 밤 그녀가 나간 틈을 타 연극을 한 번 더 해야 할까?이제 부하들과 연락이 닿았고 어젯밤 그 작은 별장을 폭파한 무리가 K의 부하들이라는 것을 확신했다.구금섬은 노예찬의 구역이고 노예찬은 어리지만 유능했다. 자신의 세력에 K가 침투하지 못했지만 K의 사람들은 여전히 있었다.아마 성혜인이 첫날 이곳에 들어왔을 때 K의 사람들이 이미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노예찬의 구역이라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을 뿐. 노예찬은 조금 짜증이 났다. 그는 그 위선자를 몹시 싫어했다.세 사람은 이렇게 다리 구멍 아래에 하루 동안 숨어있었다. 밤이 되자 성혜인은 밖으로 나가며 노예찬에게 신신당부했다.“만약 그 무리가 여기를 찾아내면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배현우를 데리고 도망가. 내 번호를 알고 있으니 언제든지 연락하면 되니까.”“알았어.”노예찬의 입꼬리가 휘어 올라갔다. 오늘 밤은 바로 성혜인이 죽을 시간이었다. 그녀는 잡혀서 고문을 당하고 자백을 토해내야 할 것이다. 성혜인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예찬아, 고민이 있거나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줘.”
성혜인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노예찬은 손에 든 사탕을 배현우 앞에 던졌다.“바보야, 먹어.”배현우는 그가 베푸는 게 선의인지 악의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확실히 그는 멍청해진 게 맞았다. 그는 사탕을 집어 들고 포장을 벗겨서 입에 넣었다. 돌 위에 앉아 있던 노예찬이 물었다.“달아?”“달콤해.”“그래?”노예찬은 한 번도 이런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와 같은 신분의 사람은 피비린내가 가장 익숙했고 단맛은 사치였다.의부가 말하길 이런 끈적끈적한 맛은 단시간 동안 신경을 마비시켜 투지를 앗아간다고 말했다.어릴 적 훈련에 지쳐 힘들어하고 있을 때 사탕의 냄새를 맡고 한 알을 훔쳐 먹은 적이 있었다. 그는 그것이 자신의 고된 훈련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사탕을 다 삼키기도 전에 두 번이나 채찍질을 당했다.“노예찬, 정말 실망이야. 또 그딴 걸 건드리면 손가락을 하나 잘라버리겠어.”노예찬은 그때 크게 겁을 먹었다. 이게 자신의 몇 살 때 기억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의 기억 속에 사탕은 달콤하지 않았고 두 번의 채찍질 같은 맛이었다. 피비린내 나고, 아프고, 쓰디쓴...아무것도 모르는 배현우를 보자 그는 질투심을 느꼈다. 스물일곱이나, 여덟 살로 보이는 남자였지만 고작 사탕 한 알에 만족해서 이토록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니. 정말 그보다 10년을 더 살았다는 게 부질없었다.노예찬은 속눈썹을 내리고 휴대폰을 꺼내 부하에게 연락했다.“그 여자를 잡아다가 고문해서 해파리 인장의 행방을 알아내. 이 연극도 이제 막을 내려야지. 그리고 K의 무리를 막아. 구금섬은 그들이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야.”“K가 장로님과 잘 얘기해 보고 싶다고 합니다.”K는 이미 성혜인과 반승제가 구금섬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구금섬의 주인에게 협조하기만 하면 두 사람을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노예찬은 조직 내에서 항상 그와 대립하여 둘 사이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게다가 노예찬은 조직에 가는 일이 극히 드물었고
중간 섬의 밤은 불빛이 그리 밝지 않았다. 앞으로 걸어가던 성혜인은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는 느낌을 받았다.그녀는 은밀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이 길은 어젯밤 세 사람이 도망쳤던 그 길이었다. 원래는 이 길을 따라 돌아가려고 했으나 이 골목을 빠져나오자마자 이마에 총구가 닿아 발걸음을 멈췄다. 상대방의 말투는 차가웠다.“혜인 씨, 우리랑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성혜인은 이 길이 은밀한 골목이라 아무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낼 줄은 몰랐다. 다른 사람에게 총을 뺏기고 두 손이 결박된 그녀는 두 눈이 검은 천으로 가려져 축축한 방으로 끌려와 두 손이 묶인 채 매달려서 심문을 받았다.“해파리 인장은 어디 있지?”K 쪽의 사람일까?아니, K는 오랫동안 그녀 주위를 맴돌았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직접 할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극도로 자부심이 강한 K가 고양이 쥐잡듯 자신의 목적을 대놓고 드러낼 사람도 아니었다.하지만 K가 아니면 해파리 인장과 그녀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곰곰이 생각했지만 상대방은 그녀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곧바로 채찍이 날아왔다.처음 K에게 끌려갔을 때, 그녀는 그곳에서 오랫동안 채찍질을 당했다. 그 후 커다란 물집이 잡혔는데 그때의 고통은 지금보다 백 배는 더 괴로웠다.이제는 견디기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성혜인은 고개를 숙인 채 침묵으로 맞섰다.고문을 하던 남자는 채찍을 연달아 열 번을 때리며 성혜인이 견딜 수 없을 줄 알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부아가 치민 그는 더욱 힘을 실어 다섯 번 연거푸 채찍질했다.“해파리 인장이 어디 있지? 말만 하면 살려주겠다.”성혜인은 입술을 깨물며 쓴웃음을 지었다.과연 그럴까? 만약 말해준다면 그녀의 이용 가치도 사라지게 될 텐데...채찍으로 연속 스무 번 내려치자 그녀의 몸에 걸친 옷이 전부 찢어져 얼룩덜룩한 상처가 드러났다. 남자는 눈살을 찌푸리고 즉시 밖으로 나가 노예찬에게 전화를
“누나, 난 괜찮으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성혜인은 초조한 나머지 기침을 두어 번 했지만, 가슴에는 통증만 느껴질 뿐이었다.“그 사람 건드리지 말아요. 제가 말할게요.”그녀의 말에 노예찬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 순간 그의 심장은 마치 무언가가 불타오르는 것만 같았다.그는 성혜인이 그렇게 빨리 입을 열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노예찬은 생각에 잠긴 듯 성혜인의 시선을 피하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였다.한편, 노예찬을 위협하던 남성이 성혜인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조금 전에 때릴 때는 한마디도 안 하던 년이 이제야 입을 여네? 배짱이 대단한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닌가 보구나?”그 시각 성혜인의 머리는 옆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피가 묻은 채 눈빛은 말할 나위 없이 차가웠다.“해파리 도장은 외곽 섬 제가 묵었던 방에 있어요. 제 방 침대 밑에 숨겨진 칸막이가 있는데 그 안에 있거든요.”그 당시 그녀는 해파리 도장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했었다. 비록 그 물건이 크지도 않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도 않지만, 몸에 지니고 다니는 한 안전하지 않은 건 분명했다.하여 그녀는 머물 곳을 찾은 후 그것을 닥치는 대로 거기에 둔 것이다.조금 전의 그 남성은 노예찬을 놓아주며 냉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더니 밖에 있는 사람을 향해 말했다.“이놈을 당장 끌고 가라. 그리고 나머지 몇 명은 조금 전 말한 그곳에 가서 한번 찾아보도록 해라.”노예찬은 손을 번쩍 들어 성혜인의 옷을 잡았다.그녀의 옷은 이미 찢어질 대로 찢어졌고, 몸에는 온통 상처투성이였다.노예찬이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해파리 도장이 진짜 거기 있는 거야?”그 말에 성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노예찬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전에 그가 그녀에게 해파리 도장이 어디 있는지 물었을 때도, 그녀는 똑같게 그곳이라고 이야기했었다.그렇게 중요한 물건을 어떻게 그런 곳에 아무렇게나 둘 수 있단 말인가!성혜인이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그는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다시 가서 더 고문해. 그래도 말하지 않으면 그냥 죽여버려. 나도 이젠 더는 못 참겠어.”이 게임은 더 이상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 K 쪽 사람들이 이미 그 안에 찾아왔고, 두 사람은 이제 정면으로 마주칠 것이다.게다가 반승제, 그를 죽이는 데는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할지 아직 모른다.“10 장로님, 저 여인을 그 사람한테 보내지 않으시겠어요? 그쪽에서 연구하기 위해 저런 똑똑한 사람들이 필요하잖아요?”노예찬은 입꼬리를 올리며 손끝을 문질렀다.구금 섬은 사실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을 짐승처럼 팔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지위가 높은 윗사람을 제외하면 아랫사람은 우리에 갇힌 짐승과도 같다.이것이 바로 구금 섬의 잔인한 진실이다. 그곳의 평범한 사람들의 목숨은 거의 다른 사람의 손에 달려있다.구금 섬이라는 곳은 수년 전부터 이러했다.그 무리의 사람들은 좋은 싹을 고르러 여기 올 것이고, 충분히 똑똑한 사람들만이 선발될 것이다.노예찬은 처음부터 성혜인을 속이지 않았고, 실제로도 해파리 같은 문신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밑바닥의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수단일 뿐이었다.게다가 모두 그런 문신을 하고 싶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들은 자신이 주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도마 위의 고기가 되어 있을 뿐이다.그런 환경에서 자란 노예찬이 어떻게 보통 사람의 감정을 가질 수 있겠는가?“장로님, 그년이 남자보다 끈기가 있으니, 아마 그쪽 사람들도 엄청나게 좋아할 것 같습니다.”그 말에 노예찬이 눈을 반짝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한순간 생겨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그가 승낙하려는 순간 해파리 도장을 찾으러 나갔던 사람이 돌아와 정중하게 무릎을 꿇어 보였다.“장로님, 찾았습니다.”그는 손에 해파리 도장을 들고 있었고, 그 도장에는 흠집 하나 없었다.노예찬은 어리둥절했고 그 순간이 꿈만 같았다.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해파리 도장이었고, 성혜인이 잠시 머물렀
성혜인은 그렇게 동이 틀 때까지 그 자리에 걸려있었다.그 시간 동안 아무도 그녀를 만나러 오지 않았고, 그 앞에 누워 있는 시체를 제외하고는 그 방에 성혜인 혼자뿐이었다.햇빛이 쏟아졌을 때, 마침내 문이 열렸다.한 남성이 방에 들어왔고 그는 그녀를 묶고 있던 밧줄을 단검으로 잘라냈다. 그러더니 차가운 어투로 입을 열었다.“이건 그놈이 남긴 쪽지야. 흐흐, 이미 우리가 불에 태워 죽여버렸거든.”말을 마친 뒤 그 남성은 바로 자리를 떠났다.성혜인은 아무 말도 없이 제자리에 서 있었고, 머릿속에서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몇 초가 지나서야 그녀는 그 남자를 따라잡으려고 쫓아 나갔다.“이미 도장 찾은 거 아니에요?”“탓할 거면 말 많은 그 자식을 탓해.”그 남성은 말을 마친 뒤 한쪽에 있는 차에 올라탔다. 멀지 않은 곳에는 한 무더기의 재가 있었고, 거기에는 아직 온도가 남아 있는 채로 한 무더기의 시체 뼈가 있었다.그전까지 가까스로 버티고 있던 성혜인은 그 장면에 눈앞이 캄캄해졌다.그녀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지만, 여기서 쓰러지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그 사람들이 그녀를 놓아줬으니,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여기를 떠나야 했다.그녀는 발로 불에 타고 있는 재를 걷어찬 뒤 안에 있는 인골 몇 조각을 주웠다.성혜인은 지금 남아 있는 게 진짜로 인골인지 뭔지 분간하기조차 어려웠다.게다가 손은 인골을 줍는 바람에 새까맣게 그을렸다.그 잿더미의 온도는 매우 높았고 아직 불이 타고 있는 부분도 많았다.성혜인은 십여 분 동안 휘적이다 결국은 노예찬의 뼈라고 확신한 걸 주운 후에야 옷감을 찢고 그것을 그 안에 감쌌다.사실 그녀는 노예찬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단지 그녀가 구금 섬에서 눈을 뜰 때마다 노예찬이 보였을 뿐이었다. 비록 그의 행동이 괴상할 때도 많았지만, 성혜인은 줄곧 그를 위한 이유를 찾았다.예를 들면, 이런 곳에서 생활하니 좀 이상한 것도 당연한 거라고 말이다.아마 성혜인이 지금 임
노예찬은 떠나기 직전 다시 한번 잿더미를 살폈다. 그의 마음은 무언가에 긁힌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게다가 현재의 그 짜증스러움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저주에 걸린 것 같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그는 사람을 죽이는 것 외에는 이런 감정을 거의 느낀 적이 없다.잠깐동안 탐구를 하기 싫어서, 성혜인의 목숨을 살려준 건 그에게 있어 큰 자비를 베푼 거나 다름없다.*성혜인은 인골을 넣은 천 조각을 들고 1킬로미터도 못 가서 기절했다.그녀는 온몸이 아파 났고 심지어 몸에 열도 있음을 느꼈다.그 순간 그녀의 몸은 마치 불덩이처럼 타오를 것만 같았다.이때 누군가가 그녀의 허리를 살짝 끌어안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없었고, 눈을 뜨고 볼 힘조차도 없었다.그녀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작은 침대 위에 있었을 때였다.창밖에는 이미 해가 지며 어여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그녀는 손등에 바늘이 꽂힌 채 링거를 맞고 있었다.성혜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바늘을 뽑으려는 찰나, 누군가에 의해 문이 활짝 열렸다. 그 사람은 바로 배현우였다.성혜인은 온몸이 굳어진 채 그를 위아래로 훑어봤다.‘이제 회복이 된 건가.’배현우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침대 옆의 걸상에 앉았다.“좀 괜찮아졌어?”“이젠 다 회복된 거야?”배현우의 이마에는 언제 생겼는지 모를 상처가 있었다. 아마 어젯밤 일일 것이다.어젯밤 그녀와 노예찬이 없는 걸 보고 배현우가 그들을 찾으러 나갔다가 실수로 머리를 부딪힌 거로 보인다.그는 손을 들어 상처가 있는 곳을 더듬는 동시에 매우 공격적인 눈빛을 하고 있었다.성혜인은 그 상황이 아주 불편했다.“회복되었다고 봐야지.”그녀는 단번에 그가 배현우, 아니 반승우라는것을 알았다.반승우는 보통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을 응시한다. 그는 평소에 이렇게 음침한 시선으로 사람을 응시하지는 않는다.하지만 현재 이 남성의 시선은 너무도 공격적이다.성혜인은 아예 눈을 감아버렸고 그와 어떤 교류도 하고 싶지 않았다.배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