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미 불분명한 웃음소리는 사람마다 다 다르게 들렸지만 미묘한 기분을 제일 크게 느끼고 있는 사람은 온서애였다.그녀는 원래 미쳐있었는지, 아니면 연바다를 만난 후로 미쳐있었는지 모른다.연바다의 말에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바다야, 혹시 이 엄마가 널 낳자마자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 원망하고 있는 거니? 엄마도 그러고 싶지 않았어. 세상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남한테 맡겨 키우게 하고 싶겠어. 넌 그때 태어난 지 며칠도 안 되었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상태였어. 건강하게 나와 어떻게 봐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는데 빼앗긴
강하랑은 차가운 눈빛으로 연바다 치료해주는 팔을 보았다. 그는 그녀의 팔에 예쁘게 붕대를 감아주었다.그가 치료해주는 동안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냉기가 흐르는 눈빛으로 한족 무릎을 꿇은 채 치료해주고 있는 그를 빤히 볼 뿐이었다.연바다의 복부엔 아물지 않은 상처뿐 아니라 여러 흉터 자국도 있었다. 오래전에 생긴 흉터인 듯했다.“바다야, 상처가 벌어졌는데 그런 자세로 있어도 괜찮은 거니?”뒤에 있던 온서애는 자기 아들이 한쪽 무릎을 꿇은 모습을 보고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연바다는 그녀를 상대하지도 않았다. 만족
연바다의 시선에 강하랑은 짜증이 치밀었고 불편했다.“야.”그녀는 이판사판으로 다리를 뻗어 그를 툭 차면서 불렀다. 연바다의 검은 바지엔 그녀의 신발 자국이 남았다.“귀 안 들려? 식사하자고 하시잖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너 하나만 기다리고 있어. 넌 배가 안 고플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은 배고프다고.”연바다는 피식 웃더니 태연하게 자신의 바지에 생긴 그녀의 발자국을 보았다.“하랑이는 참 마음도 깊어. 다른 사람들이 배고픈 것까지 신경 쓰다니. 방금까지 착하게 산 거 후회한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또다시 착한 사람이 되고
살면서 수많은 일을 겪은 강하랑은 사실 이젠 무덤덤해졌다.그녀는 심지어 운명은 하늘이 정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다만 일이란 사람 하기에 달렸다.오늘 이 상황도 도박이 될 것이다.연바다에게 끌려가 남은 평생 시어스에서 살면서 매일 그와 말다툼을 벌여 어떻게든 도망칠 궁리를 하게 되거나, 경찰에게 체포되어 앞으로 더는 악몽처럼 그녀의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할 수 있는 말은 이미 전부 다 했다. 선심이든 무엇이든 어차피 선택권은 그녀의 손에 없었다.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그녀는 이미 밥을 먹은 상태고 배를 곯는 사람은 그녀가
강하랑은 바로 몸을 돌려 달렸다.그녀의 머릿속은 여전히 하얀 백지장이었다. 애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그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며 밖을 향해 달렸다.그러나 그 순간에도 그녀보다 빠르게 움직인 사람이 있었다. 밖을 향해 달리기도 전에 두 발이 허공에 들렸다.다시 한번 총소리가 들려왔다. 꼭 그녀의 귓가에서 울려 퍼진 것 같았다. 심장이 쿵쾅쿵쾅 미친 듯이 뛰었다.그녀의 눈앞에 쓰러진 온서애가 있었다.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했지만, 미약한 힘은 보는 사람마저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녀를 둘러메고 있는 남
남자는 입술을 틀어 물었다. 몇 초간의 대치 끝에 다시 몸을 틀어 길을 안내했다.어두운 방에서 나오자 눈 부신 햇살이 강하랑의 눈에 들어와 한참 지나서야 적응할 수 있었다.주위엔 무성한 나무뿐이었다. 고개를 드니 나무 위에 핀 진달래가 보였다.바닥엔 이끼가 나무의 밑동까지 올라왔다. 그 위로 달팽이가 느릿하게 나무로 기어오르고 있었는데 나뭇잎에서 떨어진 물방울에 달팽이는 머리를 쏙 넣어버렸다.산길이 험한 것이 아니었다면 강하랑은 이곳이 동화 속에 나오는 원더랜드가 아닐까 생각했다.역시나 사람이 발을 디디지 않은 곳엔 아름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다가 연바다의 복부로 시선이 향했다.안에 입은 셔츠는 겉옷에 가려져 있었고 심지어 검은 셔츠였다. 설령 상처가 벌어졌다고 해도 별장에서 갈아입었던 흰 셔츠보다 잘 알리지 않았다.그저 셔츠가 축축하게 젖어 있다는 것만 보였다. 강하랑은 다른 곳에서 피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고개를 들어 그의 안색을 살폈지만 그렇게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하랑이 뭐 보는 거야?”연바다는 자신을 훑어보는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고 입꼬리를 올렸다.강하랑은 솔직하게 말했다.“네가 어딜 다쳤나 해서. 심각하
평소의 연바다라면 어떻게든 참으며 걸었을 것이다.남자가 멀리 가기도 전에 연바다가 그를 불러세웠다.연바다의 목소리엔 다소 힘이 없었다. 아까처럼 장난스레 비웃는 목소리가 아니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돌아가는 길 알죠? 그냥 돌아가세요.”“연바다 님!”남자는 당황했다.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연바다가 어떤 의미로 한 말인지 알기 때문이다.연바다는 자신이 이 산을 벗어날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할 생각이었다.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물론이고 그가 죽길 바란다며 저주했던 강하랑도 멍한 표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