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월은 이런 북적이는 분위기를 아주 오랜만에 느끼고 있었다.함께 북적이며 모여서 식사를 했던 기억은 아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졌다.이런 장면은 아주아주 오래전 정희연이 태어나기도 전에, 그녀가 어린 소녀였을 때 한 번 있었던 것 같았다.그때의 늘솜가는 영호에 단 하나뿐이었고 장사가 잘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와 정하성을 부족함 없이 키울 수 있었다.그때는 연말에 외식하는 가족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그 시절 새해가 되기 이틀 전부터는 시장에 가도 사람이 없었고 대부분 식당도 전부 문을
강하랑은 단이혁의 별장에서 일주일간 지내고 있었다.그 기간 인터넷의 상황을 살펴보기도 했다.HN은 이미 연유성의 계획이 성공하여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각 부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연성태가 사망한 당일에만 영향을 받았을 뿐 빠르게 분쟁도 사라졌다.그리고 많은 범죄 사실이 드러난 연바다는 아직도 실종된 상태였다.강하랑의 핸드폰도 며칠 전과 똑같았다.그때 연바다가 자신이 죽으면 울어줄 거냐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아무런 문자도 오지 않았다.그녀는 가끔 나쁜 쪽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정말로 연바다가 죽은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상대는 당연히 그녀의 의미를 알아들었다.한참 뒤 그는 문자를 보냈다.[Y: 그럼 옛친구랑 밥 한 끼 먹는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요? 뭐가 어찌 되었든 그래도 같이 자란 정이 있는데, 설령 앞으로도 서로의 전남편 전처로 살아간다고 해도 난 우리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건 나도 인정해요. 만약 조금이라도 내게 희망이 생긴다면 난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하지만 하랑 씨, 만약 하랑 씨가 아직도 나를 원망하고 있다면 난 아마 여전히 하랑 씨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
연유성은 서해에 몇 년째 살고 있었던지라 언제든 외출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게다가 연바다가 지금 지명수배 상태였고 심각하게 다치었기에 지금 외출한다면 그건 아주 어리석은 짓이었다.강하랑과 만나자고 약속을 잡은 건 그녀가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강하랑에게 거절당하고 나니 뭔가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아직 100%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외출은 자제하는 것이 나았다.그의 약속을 거절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지만, 그녀가 보낸 문자로 이미 이유를 알아채고 있었다.그는 간단히 ‘알겠다'라고 대답한
“사모님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지금 제 탓이라는 건가요?”연유성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어차피 그에겐 연씨 가문은 더는 집이 아니었으니까.원래부터 그곳이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더욱 그러했다.만약 어릴 때 조금이라도 상황을 빨리 파악했더라면 눈앞에 있는 여자가 시키는 대로 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를 그렇게도 증오하면서 대체 왜 그를 낳은 것일까?배 속에 있을 때 그가 연약해 보여 배 속에 있는 다른 아이한테 상대가 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면 왜 그를 포기하지 않은 것
온서애의 미친 듯한 발언에 회사 직원들의 표정은 싸늘하게 식었다. 그리고 동정 어린 눈빛으로 연유성을 바라봤다.‘우리 대표님 너무 불쌍해...’연유성에게 죽을 뻔한 위기가 여러 번 있었던 것은 그들도 알고 있었다. 폭발 현장에서 실려 나왔을 때는 정말 죽은 줄 안 사람이 여럿 되었다.그런데도 온서애는 이런 식으로 말했다. 그녀는 범죄자를 변호하면서 피해자를 죽이려고 했다. 제정신이라면 이럴 수가 없을 것이다.직원들과 달리 저주받은 장본인은 아주 무덤덤했다. 얼굴에 감정 없는 미소가 걸려 있는 것을 봐서는 온서애의 말에 신경도
프러포즈를 받아들인 후 강하랑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일행 중에 금방 대상을 받은 신인 감독 온마음이 있는 이유도 있었다.다행히 사람들은 매너 없이 행동하지 않았다. 가장 가까이 다가온 사람이 사인받을 수 있는지 공손하게 묻기만 했기 때문이다.레스토랑에 사람이 하도 많은 탓에 온마음은 전부 사인해 줄 수 없었다. 그래서 양해를 구하며 안으로 들어갔다.룸에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기분은 한껏 좋아졌다. 문이 닫히면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사라졌지만 그들의 얼굴에 서린 미소는 사라지지
강하랑은 양손을 들면서 말했다.“알았어요. 입 다물고 있을게요.”그녀는 말없이 온서애와 거리를 벌렸다. 온서애가 휘두르는 칼에 베일 일 없도록 말이다.기사는 강하랑과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래도 오다가다 몇 번 인사한 적 있던 정을 봐서 조심스럽게 말려줬다.“사모님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키워준 정을 봐서라도 사모님의 마음을 헤아려주세요.”강하랑은 입을 꾹 다문 채 기사를 바라보기만 했다. 몸도 온서애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가만히 있었다.목은 아직도 따끔했다. 그래서인지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간 때아닌 질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