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러포즈를 받아들인 후 강하랑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일행 중에 금방 대상을 받은 신인 감독 온마음이 있는 이유도 있었다.다행히 사람들은 매너 없이 행동하지 않았다. 가장 가까이 다가온 사람이 사인받을 수 있는지 공손하게 묻기만 했기 때문이다.레스토랑에 사람이 하도 많은 탓에 온마음은 전부 사인해 줄 수 없었다. 그래서 양해를 구하며 안으로 들어갔다.룸에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기분은 한껏 좋아졌다. 문이 닫히면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사라졌지만 그들의 얼굴에 서린 미소는 사라지지
강하랑은 양손을 들면서 말했다.“알았어요. 입 다물고 있을게요.”그녀는 말없이 온서애와 거리를 벌렸다. 온서애가 휘두르는 칼에 베일 일 없도록 말이다.기사는 강하랑과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래도 오다가다 몇 번 인사한 적 있던 정을 봐서 조심스럽게 말려줬다.“사모님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키워준 정을 봐서라도 사모님의 마음을 헤아려주세요.”강하랑은 입을 꾹 다문 채 기사를 바라보기만 했다. 몸도 온서애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가만히 있었다.목은 아직도 따끔했다. 그래서인지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간 때아닌 질문도
강하랑은 잠시 넋이 나갔다. 처음에는 온서애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무의식적으로 한 의문이 떠올랐다. 온서애는 왜 아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하냐고 말이다. 연유성은 LC그룹에서 잘 지내고 있지 않은가?곧 그녀는 온서애가 말하는 사람이 연바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온서애가 아들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애초에 연유성이 아니었다.동시에 강하랑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슬픔이 생겼다. 연유성과 함께 자란 그녀는 연유성이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똑똑히 알았다. 그래도 예전에는 온서애가 조금 엄격할 뿐이라고 생각
도망갈 방법이 없었던 강하랑은 운명을 받아들인 듯 눈을 감았다. 여러 번 지옥문을 두드린 적 있는 탓에 칼날을 앞두고도 크게 긴장되지 않았다.그녀는 속으로 감탄했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토록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는지를 말이다.죽음을 앞두게 되자 부모님에게 가장 미안했다. 희망과 절망을 너무 여러 번 겪게 한 것 같았다. 진작 이럴 줄 알았다면 그녀는 강씨 가문에서 학대를 받더라도 단씨 가문에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동시에 그녀는 가족의 사랑을 얼마 받지도 못하고 죽게 된 것이 아쉽기도 했다. 한스럽기는 하지만 이대로
강하랑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연바다를 바라봤다. 그 속에는 약간의 의혹도 있었다. 마치 그가 진심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고 여기는 듯했다.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배에서는 벌써 기대하는 듯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녀는 잠깐 고민하다가 연바다의 앞으로 가서 앉았다.왼팔을 다친 탓에 강하랑은 약간 불편한 자세로 밥을 먹었다. 그렇게 깨작대다가 불필요하다고 느낀 듯 보기는 안 좋지만 편안한 자세로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국수 한 그릇 바닥내고 머리를 들자 줄곧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연유성의 어두운 눈빛과 마주쳤다. 연바다는 사냥
“하랑아, 너 지금 날 걱정하는 거야?”연바다는 강하랑의 말을 조용히 곱씹었다. 그러고는 환하게 웃으면서 자신이 얻은 결론을 말했다.“내가 그렇게 걱정됐어?”강하랑은 할 말이 없었다. 당연히 걱정되는 마음에 한 말은 아니었다.정상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아주 쉽게 강하랑과 같은 결혼을 얻을 것이다.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주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그러나 연바다는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정말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었다. 지금 말해 봤자 알아듣는 것 같지도 않았다.강하랑은 사람마다 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강하랑은 전혀 뜻밖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녀는 연바다의 말을 믿을 리가 없었으니까.만약 정말로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있었다면 여기서 오랫동안 그녀와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응당 옷을 갈아입게 하고 떠나보내야 했다.여하간에 미쳐버린 온서애에겐 지금 아들이라곤 연바다 뿐이었고 연바다가 입만 열면 뭐든 들어주리라는 것을 굳이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온서애는 분명 연바다의 요구를 전부 들어줄 것이다.그러나 그녀가 깨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연바다는 그녀를 놓아주겠다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연바다가 말을 마치자마자 입구에 서 있던 남자가 밧줄을 들고 다가왔다.그들은 아마 시어스에서 강하랑을 만난 적 있었던 것 같다. 그때의 그들도 강하랑에게 예의 바르게 대했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앞으로 다가간 뒤 예의 있게 인사말을 건네곤 다소 부탁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강하랑은 가만히 앉아 있었다. 고개를 돌려 연바다를 보면서 비웃음을 지었다.“밥 먹고 움직인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지금 내려가면 아주 귀찮아질 텐데?”“귀찮아지게 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연바다는 어느새 가라앉은 모습을 지우고 느긋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