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은 양손을 들면서 말했다.“알았어요. 입 다물고 있을게요.”그녀는 말없이 온서애와 거리를 벌렸다. 온서애가 휘두르는 칼에 베일 일 없도록 말이다.기사는 강하랑과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래도 오다가다 몇 번 인사한 적 있던 정을 봐서 조심스럽게 말려줬다.“사모님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키워준 정을 봐서라도 사모님의 마음을 헤아려주세요.”강하랑은 입을 꾹 다문 채 기사를 바라보기만 했다. 몸도 온서애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가만히 있었다.목은 아직도 따끔했다. 그래서인지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간 때아닌 질문도
강하랑은 잠시 넋이 나갔다. 처음에는 온서애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무의식적으로 한 의문이 떠올랐다. 온서애는 왜 아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하냐고 말이다. 연유성은 LC그룹에서 잘 지내고 있지 않은가?곧 그녀는 온서애가 말하는 사람이 연바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온서애가 아들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애초에 연유성이 아니었다.동시에 강하랑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슬픔이 생겼다. 연유성과 함께 자란 그녀는 연유성이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똑똑히 알았다. 그래도 예전에는 온서애가 조금 엄격할 뿐이라고 생각
도망갈 방법이 없었던 강하랑은 운명을 받아들인 듯 눈을 감았다. 여러 번 지옥문을 두드린 적 있는 탓에 칼날을 앞두고도 크게 긴장되지 않았다.그녀는 속으로 감탄했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토록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는지를 말이다.죽음을 앞두게 되자 부모님에게 가장 미안했다. 희망과 절망을 너무 여러 번 겪게 한 것 같았다. 진작 이럴 줄 알았다면 그녀는 강씨 가문에서 학대를 받더라도 단씨 가문에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동시에 그녀는 가족의 사랑을 얼마 받지도 못하고 죽게 된 것이 아쉽기도 했다. 한스럽기는 하지만 이대로
강하랑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연바다를 바라봤다. 그 속에는 약간의 의혹도 있었다. 마치 그가 진심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고 여기는 듯했다.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배에서는 벌써 기대하는 듯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녀는 잠깐 고민하다가 연바다의 앞으로 가서 앉았다.왼팔을 다친 탓에 강하랑은 약간 불편한 자세로 밥을 먹었다. 그렇게 깨작대다가 불필요하다고 느낀 듯 보기는 안 좋지만 편안한 자세로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국수 한 그릇 바닥내고 머리를 들자 줄곧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연유성의 어두운 눈빛과 마주쳤다. 연바다는 사냥
“하랑아, 너 지금 날 걱정하는 거야?”연바다는 강하랑의 말을 조용히 곱씹었다. 그러고는 환하게 웃으면서 자신이 얻은 결론을 말했다.“내가 그렇게 걱정됐어?”강하랑은 할 말이 없었다. 당연히 걱정되는 마음에 한 말은 아니었다.정상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아주 쉽게 강하랑과 같은 결혼을 얻을 것이다.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주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그러나 연바다는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정말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었다. 지금 말해 봤자 알아듣는 것 같지도 않았다.강하랑은 사람마다 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강하랑은 전혀 뜻밖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녀는 연바다의 말을 믿을 리가 없었으니까.만약 정말로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있었다면 여기서 오랫동안 그녀와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응당 옷을 갈아입게 하고 떠나보내야 했다.여하간에 미쳐버린 온서애에겐 지금 아들이라곤 연바다 뿐이었고 연바다가 입만 열면 뭐든 들어주리라는 것을 굳이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온서애는 분명 연바다의 요구를 전부 들어줄 것이다.그러나 그녀가 깨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연바다는 그녀를 놓아주겠다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연바다가 말을 마치자마자 입구에 서 있던 남자가 밧줄을 들고 다가왔다.그들은 아마 시어스에서 강하랑을 만난 적 있었던 것 같다. 그때의 그들도 강하랑에게 예의 바르게 대했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앞으로 다가간 뒤 예의 있게 인사말을 건네곤 다소 부탁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강하랑은 가만히 앉아 있었다. 고개를 돌려 연바다를 보면서 비웃음을 지었다.“밥 먹고 움직인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지금 내려가면 아주 귀찮아질 텐데?”“귀찮아지게 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연바다는 어느새 가라앉은 모습을 지우고 느긋하게
“하랑이는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던 거야, 아니면 그러지 못한 거야?”설령 흉기든 총이든 전부 눈앞에 있었다고 해도 시어스에서 살았던 4년 동안 그와 앨런은 강하랑에게 잔인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그러니까 그 4년 동안 그녀는 강씨 가문에서 지낸 것보다 더 편하게 지냈단 소리다.임서화의 체벌도 없고, ‘동생'의 저주도 없었으니 연바다는 그들보다 자신이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심지어 예전에 그런 더러운 병에 걸렸어도, 이미 완치가 되었어도 그는 그녀를 함부로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그 4년 동안 그녀에게 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