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한편, 연바다와 바닷가 근처에 있는 별장으로 돌아가던 강하랑은 병원 입구에서 벌어진 일을 몰랐다.병원에서 떠나 돌아온 그녀는 그저 배고픔을 느낄 뿐이다.거기다 떠나기 전에 이미 먹고 싶은 음식을 생각해 둔 상태였지만 언제 먹을 수 있을지는 몰랐다.마트에서 장을 본 후 그녀는 이미 배고픔에 축 늘어져 있었다.“자, 먹어.”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그녀의 품으로 비닐봉지가 날아왔고 깜짝 놀라게 되었다.정신이 든 그녀는 바로 봉투를 열어 보았다. 안에는 케이크 조각과 에그타르트, 그리고 식빵이 있었다.그녀는 화색이 돈 얼굴
사실 생각해보면 연바다가 이런 것까지 관리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음료를 마실 때나 간식을 먹을 때마다 먹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댔다. 특히 라면 같은 것을 먹을 때 더더욱 그랬다. 결국, 참지 못한 그녀가 몰래 야심한 시각에 컵라면 하나를 먹으려고 하자 언제 왔는지 연바다가 그녀의 컵라면을 빼앗아 전부 버렸고, 그 덕에 밤새 그녀의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만 들려왔다.그녀는 새삼 연바다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참, 바다야. 아까 병원 앞에서 만난 사람들 말이야. 혹시 아는 사람이야?”배고픔이 사라지
연바다는 그녀와 지승현이 사귀었던 이유가 실연 때문이라고 했다.강하랑은 만약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하지 못한다면 그럼 지내기 편안한 상대를 선택해 남은 평생을 보내리라 생각했다.그녀는 다시 남자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지승현은 못생긴 얼굴이 절대 아니었다.180cm가 넘는 키에 비록 엄청난 미남은 아니었지만 그대로 잘생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미모였다.다만 안경 뒤에 가려진 두 눈은 그다지 현실감이 느껴지는 눈이 아니었다.만약 처음 만나자마자 그런 실례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지승현을 싫어
말을 마친 그녀는 입속에 갈비를 밀어 넣고 핸드폰을 꺼내 앨런에게 어디냐고 문자를 보냈다.앨런에게서 온 답장은 아주 빨랐다.답장으로 온 것은 클럽에서 찍은 듯한 영상이었다. 앨런이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뭐야, 하니. 설마 지금 나 보고 싶은 거야? 내가 데리러 가줘? 혹시 알아, 같이 여기서 신나게 뛰다 보면 키가 더 클지.]강하랑은 아무 생각 없이 앨런이 보낸 영상을 틀었다. 음량 버튼이 최대치로 설정되었다는 것을 모른 채 말이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느끼한 앨런의 목소리가 들려오니 깜짝 놀란
[사랑: 다른 지시 사항은 없으신가요?]식탁 앞에서 강하랑은 한참이나 핸드폰을 바라봤다. 하지만 결국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해서 이런 문자를 보낸 것이다.이번에는 금방 답장이 떴다.[Y: 딱히 없는데요.]연유성의 답장을 보고 강하랑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딱히 없는데요?’지금과 같은 상황은 그녀를 이용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회사에서 엄청난 돈과 노력을 들어 소문을 잠재웠으니, 일을 더 열심히 하라는 식으로 말이다.하지만 연유성은 일이 해결됐다는 말만 전했을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약간 찝찝한 기
어두운 목소리에 강하랑은 화들짝 정신 차렸다.그녀는 아직도 인터넷을 뒤지고 있었다. 정말 큰돈을 들여 일을 잠재운 것인지 논란 기사는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물론 그녀는 해명 기사도 찾지 못했다. 해외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국내 어플은 쓰기 너무 어색했다. 그렇게 한창 어플을 연구하고 있을 때 연바다의 말투에 깜짝 놀라 정신 차린 것이다.잠깐 멈칫한 그녀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바다의 어두운 눈빛과 마주한 순간 머릿속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무서워...’이건 그들의 사업을 위협한
강하랑은 얼굴의 물기를 닦아내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범인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덤덤한 미소와 함께 설거지하고 있었다.‘진짜 화가 안 난 건가?’작게 콧방귀를 뀐 그녀는 몸을 돌려 주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남은 음식을 일일이 포장하기 시작했다.만약 앨런이 있었다면 또 그녀에게 남은 음식을 먹는다고 잔소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먹었던 음식을 깨끗이 비울 때까지 데울지언정 낭비하기는 싫었다.그리고 건강에도 딱히 영향은 없었다. 냉장고에 넣는 것은 전부 고기반찬이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넣으면 안 되는 채소는 진작 다
“응, 알았어.”강하랑은 몸을 일으켜 연바다가 건네는 우유를 받아서 들었다. 그리고 뒤늦게 그의 말을 이해하고 말을 이었다.“잠깐, 지금 이 시간에 나간다고?”“응, 할 일이 생겼어.”연바다의 안색은 별로 좋지 못했다. 말투도 전보다 훨씬 진지해졌다.이는 시어스에서 종종 있었던 상황이다. 사업에 문제 생겼을 때마다 그는 이렇게 나갔었다.강하랑은 연바다의 일에 개입한 적 없었다. 귀국한 다음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고, 물을 생각도 없었다.그래서 이번에도 그냥 고개를 끄덕이면서 짧게 대답했다.“응, 안전 조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