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단톡방에서 말도 하지 않던 혁이들은 갑자기 속사포로 문자를 보내댔다. 어디에서 난 사진이냐고 물으면서 말이다.4년 동안 그들이 찾은 것은 실망스러운 단서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가장 받아들이기 싫은 결말도 천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계속 노력하는 것은 아마 슬픔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이 사진의 존재는 그들의 모든 불안을 물리쳤다. 그리고 지금껏 해온 노력도 헛된 것이 아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줬다.단이혁은 숨김없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물론 타자하는 일은 조수석에 앉
“쟤... 쟤 왜 저래?”청년은 핸드폰을 내려놓더니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 하지만 강하랑도 얼떨떨하기는 마찬가지였다.“몰라.”강하랑은 몸을 앞으로 기울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나 없을 때 둘이 싸우기라도 했어?”“내가?! 감히?! 이 세상에 저 녀석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하니. 내가 쟤랑 싸우다니, 말도 안 돼!”청년은 눈을 크게 뜨면서 말하더니 금방 다시 말을 보탰다.“네가 몰래 나가서 화난 건 아닐까? 그거 말고는 화날 일이 없잖아!”“응? 난 시어스에 있을 때도 자주 외출했어.
“삐지고 싶은 사람은 오히려 나거든?”제대로 정신 차린 강하랑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연바다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난 정식으로 초대받고 간 거야. 가서 이상한 짓을 한 것도 아니라고. 네가 자꾸 안 된다고 하는데 나라고 별 수 있겠어? 난 어린애가 아니야. 이제는 하고 싶은 일도 있으니까 자꾸 속박하려고 하지 마.”그녀는 자신이야말로 진짜 화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디자인으로 인정받고 앞으로 나아가려는데, 연바다는 자꾸만 그녀를 끌어당겼기 때문이다.‘이럴 거면 나 혼자 시어스에 남
병원, 평소 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VIP 병동.사립 병원 VIP 병동의 입원비는 아주 비쌌다. 그런데도 그 비용을 쿨하게 낼 수 있는 사람이 항상 있었다.최근 한 달 동안 VIP 병동은 누군가에 의해 통째로 빌려졌다. 그리고 다른 환자는 아무리 많은 돈을 낸다고 해도 무조건 병원을 옮겨야 했다.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도 누가 입원해 있는지 몰랐다. 그저 수도 제원에서 온 나이 많은 거물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만 알았다.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풍경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보내고 싶었는지, 그는 서해의 사립 병원을 선택했다. 이곳에서
이때 간병인이 들어와서 환자가 쉬어야 할 때라고 알렸다. 연바다도 계속 남아있지 않고 연성태의 이불을 정리해 주면서 말했다.“아직 없어요. 그러니 조금 더 살아야 할 거예요. 손주 보고 싶지 않으면 마음대로 하고요.”“하하, 내가 마음 약한 소리 좀 했다고 또 기어오르려고 하는구나.”흐릿한 발음으로도 연성태의 성격이 드러났다. 여전히 힘 빠진 목소리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당장 숨이 끊어질 것 같던 조금 전의 모습에 비해서는 훨씬 보기 좋았다.연바다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리고 연성태를 간병인에게 맡기고 경호원과 함께 병실을
연바다는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연유성과 똑같은 이목구비에 온서애는 저도 모르게 많이 변해버린 연유성의 얼굴을 떠올렸다.그녀가 말해도 될지 주저하는 것을 보고 연바다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말씀 안 하실 거면 이만 가볼게요. 나머지 얘기는 다음에 해요.”“별건 아니고...”온서애는 결국 입을 열었다. 그녀는 앞으로 한 발짝 나가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서해의 대부분 세력이 유성이한테 귀속 됐어. 그러니... 너 조심해.”연바다는 눈썹을 튕겼다. 온서애가 이런 말을 해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아무리 그
“죄송합니다, 연 대표님. 단 대표님께선 오늘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비서는 몇 분 전 이미 연유성이 찾아올 것을 예측하고 거절하던 단이혁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서는 단이혁이 자기만의 착각에 빠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아무리 단이혁과 연유성이 친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찾아올 것이라곤 몰랐다.보아하니 그가 간과한 것이다.말을 꺼낼 때도 비서는 망설이면서 미안한 모습을 보였다.“대표님께서 어차피 서해에서 목격했으니까 찾는 건...연 대표님 능력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연 대표님은 나중에
연유성은 감정을 한참이나 추슬러서야 진정이 되었다.그는 시선을 내리깔고 목이 꺾여 ‘ㄱ'로 변한 숟가락을 보았다. 숟가락의 반질반질한 표면에 그의 얼굴이 비쳤고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분명 자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찾아다녔던 그녀가 등 뒤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느껴지는 두려움에 감히 몸을 틀어 그녀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너무 그리워했던 나머지 두려움이 생긴 것처럼 말이다.그의 뒤에 앉은 여자는 주문하기 시작했고 익숙한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의 귀에 흘러들어왔다. 현재 레스토랑에 퍼지고 있는 우아한 피아노 연주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