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은 어이없으면서도 피식 웃기만 했다. 연유성을 장가보내기 위해 온서애가 이 정도로 안달 났을 줄은 몰랐다.온서애는 연유성이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강세미를 며느리로 받아들였다. 강세미와의 혼사가 물 건너간 다음에는 또 곧장 다음 타깃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 타깃이 단씨 가문이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강하랑은 절대 연유성과 다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단씨 가문의 딸이 그녀가 아니라고 해도 연유성과 같은 사람이 단씨 가문의 사위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강세미와 함께 구설에 오른 횟수만 해도 열 손가락을
강하랑은 정희월의 손을 잡고 톡톡 두드리면서 말했다.“이모 얘기에 신경 써서 뭐 해요. 제가 싫다는데 설마 납치라도 해가겠어요? 이모는 그냥 말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둬요.”강하랑은 결혼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가 어리석게도 연유성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했다고 해도 결혼은 또 말이 달랐다. 연씨 가문에서도 단씨 가문의 딸이 그녀라는 것을 알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온서애는 체면을 아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런 일이 일어난 다음에도 자존심을 굽히고 그녀에게 부탁할 수는 없었다. 진짜 부탁한다고 해도 그녀가 허락하지 않
정희월은 보기 드물게 귀부인의 우아함을 내려놓고 언성을 높였다. 그 모습에 강하랑은 신이 나게 웃었다. 그리고 아침에 했던 통화를 떠올리면서 말했다.“그러니까요. 그런 놈을 좋아할 사람은 어릴 적의 저밖에 없을 거예요. 세상 물정을 몰라도 한참 몰랐죠.”지금 다시 생각하면 약간의 무기력감이 들기도 했다. 어찌 됐든 두 사람은 정략결혼을 목적으로 만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정희월은 강하랑의 안마를 받으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지나간 일은 그만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가자꾸나. 우리 영호시에도 잘난 젊은이가 얼마나 많은데? 적
핸드폰을 거둔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약간의 외로움이 담긴 목소리로 자신을 비웃는 듯 나지막하게 말했다.“하지만 그런 오해가 생기기 위해서는 마음이 있다는 전제가 필요해. 물론 지난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우리 사이에는 전제가 부족하지.”단원혁은 서채은이 사직서를 낸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머릿속을 지배한 수많은 가능성에 그의 분위기는 점점 차갑게 가라앉았다.곁에서 지켜보는 강하랑은 그런 두 사람이 답답하기만 했다. 사무실에 앉아있던 짧은 한 시간도 서채은의 마음을 보아내기에는 충분했기 때
‘나는 어땠냐고?’강하랑의 질문에 단원혁은 말문이 막혔다. 그래서 운전 하는 속도도 덩달아 느려졌다. 그의 반응은 그 어떤 말보다도 명확한 답이 되어줬다.“오빠, 정신 차려! 아직 운전 중이라고!”강하랑의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듣고 정신 차린 단워혁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널 다치게 할 일은 없으니까.”강하랑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더는 말하지 않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닷가의 도시 풍경은 천천히 뒤로 물러갔다. 차 안에는 가끔 들려오는 내비게이션의 소리밖에 없었다.이 세상에는 베일에 가려진 일이 아주
만약 최동근이 아이의 아버지가 단씨 집안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한다면, 아이의 목숨으로 결혼을 협박할 것이다. 아이의 아버지를 끝까지 모른다면, 그녀 몰래 아이를 팔아버릴 게 분명했다. 그때의 그녀는 지금과 같이 반항하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녀는 수술을 예약하고 병원에 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기다리다 말고 도망가 버렸다. 도무지 아이를 지워버릴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말이다.배 속의 아이가 단원혁의 아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녀가 너무 외로웠던 이유도 있었다. 이 세상에서 그녀에게 잘해뒀던 사람은 오직 할머니뿐이기 때문이다.만약
“...네?”서채은은 겨우 한 글자만 내뱉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리고 파도처럼 일렁이는 가슴과 달리 멍한 표정으로 단원혁을 바라봤다.‘내... 내가 방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마치 서채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단원혁은 다시 한번 강조하며 말했다.“나 지금 진지해. 서채은, 난 네가 너무 좋아. 그러니 내 곁에 있어 주면 안 될까?”서채은의 심장은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몸은 도망이라도 가려는 듯이 뒤로 기울었다.‘나를 좋아한다고? 단원혁 대표님이?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서채은은 얼굴을
한참이나 침묵에 잠긴 서채은은 결국 직접 이 꿈을 끝내기로 했다.“만약 사직이 곤란하다면 한동안 쉬게 해주세요. 3년 전 집안일로 잠깐 쉰 다음 한 번도 못 쉬었잖아요. 저 요즘 진짜 피곤했어요. 그래서 이 시간에 대표님께 사직서를 보냈던 거예요. 홧김에 한 일이라 생각이 부족했던 건 사과할게요.”“내 말이 장난 같아?”단원혁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서채은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산책로의 가로등 아래에서 그의 그림자는 마침 그녀를 감쌌다.서채은은 고개를 숙여 한데 어우러진 두 그림자를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림자만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