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유를 한껏 몸에 바른 채 유혹적인 열기를 풍기는 감바스 앞에서 단홍우의 눈빛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작 배가 고프기 시작했던 꼬맹이가 견디기에는 너무나도 큰 유혹이었기 때문이다.단홍우는 군침을 꿀꺽 삼키더니 새우를 받아서 들려는 듯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금세 다시 손을 내리면서 티 없이 맑은 눈빛으로 진지하게 말했다.“식사는 다 같이 식탁에서 하는 거라고 아빠가 그랬어. 주방에서 몰래 먹으면 안 된다고 했어.”침을 흘리면서 진지하게 말하는 단홍우의 모습은 귀여우면서도 안타까웠다. 만약 손이 올리브유 범벅이
단홍우가 말을 마치자마자 사람들은 잠깐 멈칫하던 것도 잠시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단이혁과 단유혁도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정희월과 만난 뒤로 안색이 좋은 적 없었던 그 단이혁 말이다. 단유혁은 더 말할 것도 없이 항상 포커페이스였던 사람이다.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린 이유는 강하랑을 엄마로 삼으려는 단홍우의 천진난만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나게 웃고 나니 가슴이 뭉클한 것도 있었다. 만약 그가 엄마와 함께 자랐다면 어린 나이에 벌써 철들 일도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단홍우는 한창 다른 아이들처럼 웃고 떠들고 뛰어다닐
연유성은 심우민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인내심도 없는 듯 차가운 표정으로 머리를 홱 돌렸다.“아무래도 사모님께서...”연유성의 눈빛에 겁먹은 심우민은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리고 이제야 강하랑을 부른 호칭이 잘못됐다는 것을 발견하고 황급히 말을 바꿨다.“아, 아니 강하랑 씨께서 부동산 직원에게 맡긴 모양입니다. 그래서 대리인이 대신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심우민은 점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연유성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결국 말을 마저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신정동 집을 발견했을 때까지만 해
...같은 시각, 강하랑은 지승우의 문자에 답장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단씨 가문의 본가는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점점 북적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가장 먼저 돌아온 사람은 단원혁과 그의 아버지 단지헌이었다. 두 사람은 퇴근 시간이 되기도 전에 먼저 돌아왔다. 그다음 돌아온 사람은 둘째 단지환 일가였다. 우아하게 차에서 내린 그는 아내 진아영과 팔짱을 끼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두 사람 뒤에는 영호에서 모이기 전에 이미 한동안 같이 산 적 있는 단세혁이 따르고 있었다. 강하랑과 눈이 마주친 그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싱긋 미소를 지
단씨 가문에 정희월의 몸 상태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평소 강하랑의 얘기만 나와도 갑자기 돌변하면서 죽으려 들었다.말을 마치자마자 자신이 말실수했음을 알아차린 진아영은 무의식적으로 정희월을 힐끗 봤다. 다행히 예전과 같은 상황이 다시 일어나지는 않았다.정희월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강하랑을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지금부터 귀하게 키우면 되지.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재회의 날이 오기 전까지 강하랑도 정희월도 고생한 건 마찬가지였다. 정희월 때문에 단씨 집안사람들도 갖은 고생을 다 했다. 그러니 앞으로는 행복할 일만
단이혁의 안색은 빠르게 식어갔다. 하지만 단지헌은 아는지 모르는지 훈계를 계속했다.“예전에는 막내가 한주에 있어서 가만히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 한 가족 다 영호에서 지내야지 않겠니? 그러니 너도 한주에 혼자 있지 말고 빨리 회사를 옮기렴. 연예계에서 일하는 건 반대하지 않...”“아버지 반대가 뭐 그리 중요하나요?”단지헌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단이혁이 말머리를 잘랐다.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던 단지헌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뭐?”“제가 무슨 일을 하든 아버지가 이래라저래라할 자격 없다고요.”단이혁은
강하랑은 추위에 팔짱을 끼면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갔다. 이때 뒤에서 갑자기 마른기침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톡 쳤다.“꺄악!”깜짝 놀란 강하랑은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단이혁의 여유로운 눈빛을 마주하고는 복수라도 하려는 듯이 주먹을 휘둘렀다.“놀랐잖아!”강하랑의 솜방망이는 아무런 타격감도 없었다. 그래서 단이혁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겁도 많은 애가 무슨 생각으로 혼자 나왔어?”단이혁은 정장 외투를 벗어서 강하랑을 꽁꽁 싸맸다. 그러자 그녀는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이게 다 오빠
“아까... 집에 있을 때 네 손을 뿌리쳐서 미안해. 너무 화가 나서 그랬어. 사과할게.”단이혁은 진지한 말투로 말하면서 강하랑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떼어내면서 말을 이었다.“난 혼자 갈 테니까, 넌 이만 돌아가. 세혁이한테 데리러 나오라고 문자 했어. 내일 혹시 놀고 싶으면 다시 데리러 올게. 그럼 나간다.”단이혁이 몸을 돌린 순간 강하랑은 또다시 쪼르르 쫓아가면서 그의 팔을 잡았다.“나도 데려가!”단이혁은 또다시 멈춰 섰다. 아무 말도 안 하기는 했지만 표정만으로도 의아함이 보였다. 그런데도 강하랑은